인문/사회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갈라파고스 군도는 내 여행목록 1순위를 당당하게 버티고 있다.  내가 다윈에 주목하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책값이 만만찮아 침만 삼키고 있다. 동네 도서관에도 1권도 아직 안들어온 상태인데 벌써 2권이 나왔다.    

신학도 였던 다윈이 진화생물학자로 변모해가는 모습도 궁금하고 모든 생물은 하느님의 피조물이었다던 당시의 믿음을 전복시키며 인류문명사를 새로쓴 그의 일생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1권 <종의 수수께끼를 찾아 위대한 항해를 시작하다>는 출생부터 51세까지를 다루고 있다. 2권 <나는 멸종하지 않을 것이다>는 51세 이후의  말년을 다루고 있다. 과학계와 종교계를 논쟁의 회오리 속으로 몰아넣은 영원히 잠들지 않는 다윈을 만나보고 싶다.   

 

  

"왜 서민들이 부자와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정당에 투표하는 걸까? 진보주의자들이 중산층의 설득에 실패하고 선거에서 패배하고 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학자들조차 미처 대답한지 못한 이런 질문에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가 답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이 아닌 자신의 정체성에 따라 투표를 한다는 것." 

이 책의 소개 글이다. 저 두개의 질문이 나만의 의문이었을까 궁금했다. 그런데 그 답이 저렇게 한마디로 똑 떨어지는데 600여쪽을 할애해야했을까? 소개글은 단지 우리의 정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출판사의 판촉의도일까? 분량의 압박감이 궁금증을 누르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요네하라 마리의 책에 빠지는 듯 하다. 그녀의 <대단한 책>을 살펴보았지만 나는 그녀에게 빠지지 못했다. <프라하의 소녀시대>는 앞부분을 몇쪽 읽었지만 항상 다른 일에 치여서 겉돌다가 결국 책꽂이로 올라가버렸다. 

저자는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의 아랫도리에 걸친것이 수건인지 팬티인지에 주목했다는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예수'와 '팬티'의 조합이 파격이다.  이런 발칙한 상상력이라면 나도 마리 여사를 좋아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하이든의 '십자가 위의 일곱말씀'을 듣고 있는데 이 책을 읽을 때는 반드시 배경음악으로 깔아놓아야겠다. 마치 단테의 <신곡>과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를 같이 읽는 느낌과 비슷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다만 한가지 고민이 있다. 내가 현재 듣고 있는 건 현악 사중주 버전인데 피아노 버전도 있다. 어떤 것을 선택해야할까? 

 

 

 저자의 첫 번째 책 <로쟈의 인문학 서재>는 두 권 샀다. 이 책을 외출하면서 받았을 때 궁금한 마음에 들고 나갔다. 기다리는 사람이 오지 않아 커피숍에서 들여다보다가 테이블 위에 두고 잠시 주문하러 간 사이에 누군가 집어가버렸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지만 책을 알아보는 사람이 가져갔으려니 하고 모르는 사람에게 선물한 셈쳤다. 그리고 또 샀다. 

 책을 주문할 때마다 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고마웠다. 늘 뭔가 빚지고 있는 듯한 느낌도 생겼다. 그리고 아쉬웠다. 그가 페이퍼 첫머리에나 끝에 쓰는 대여섯줄 정도밖에 안되는 그의 메모가 짧아서.  첫 번째 책은 이런 아쉬움을 해소하는데 두 권이 필요했던 셈이다. 

그의 두 번째 책 <책을 읽을 자유>가 나왔다. 이 책은 무차별(?)적으로 그가 읽어낸 책들을 어떻게 가르고 모으는지 살펴보는데 요긴할 듯 하다. 저녁먹은 그릇들을 잔뜩 싱크대에 쳐넣은 것처럼 어지럽게 책을 읽는 내가 배워야할 부분 일듯 싶다. 더불어 신형철의 발문이 실려있다고 하는 것도 기대된다. 그가 문단의 어른들을 향해 휘두르는 공손한 회초리의 맛을 두어 번 본 후로는 그의 글은 길이와 형식과는 무관하게 내 관심을 끌고 있다. 

 

어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영화를 봤다. 주인공 리즈(줄리아로버츠)가 여행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는데 이탈리아, 인도, 발리가 무대다. 이탈리아에서 머문 곳은 늙은 여자가 주인이었는데 그녀가 이탈리아에 막 도착한 리즈에게 하는 말. '미국 여자들은 이탈리아에 오면 빠지는게 두가지 있는데 하나는 파스타, 다른 하나는 소시지'라고 했다. 자막에는 이 '소시지'가 남자로 번역되어 나온다. 그 번역이 너무나 참신한 반면, 그녀의 '소시지'발음이 어찌나 적나라한지 한참 웃었다. 영화가 끝나고 크림소스 듬뿍 엉겨붙은 파스타를 먹긴했다. 못먹는 '소시지'는 팔짱만 끼고 덜덜 떨면서 한강변을 걷다 왔다.

또 리즈가 발리에서 만난 민간치료사는 그녀의 다리를 살피면서 뼈가 단단하게 굳어있다고 말한다. 그 이유인즉슨 오래동안 섹스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섹스를 하면 뼈까지 나긋나긋해지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이 책의 맨 마지막 챕터가 '섹스 치료'다. 내가 섹스를 통해 치료해야할 것이 있는지 역시 모르겠으나 궁금한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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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0-10-04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리 여사의 책을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사실 <대단한 책> 한 권밖에 안 읽었답니다^^;;)
만약에 이번 신간도서에 마리 여사의 책이 추천된다면.. 마리 여사의 매력에 푹
빠질 거라고 믿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대단한 책>을 통해 마리 여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덕분에 저의 추천도서 페이지에도
이번에 나온 <팬티인문학>을 후보에 올릴 수 있었답니다^^ㅋ
<팬티인문학>과 하이든의 만남이라,, 참으로 신선한 발상의 독서네요^^
신간도서 페이지 잘 읽었습니다^^ㅋ

반딧불이 2010-10-04 20:36   좋아요 0 | URL
저도 마리여사에게 풍덩 빠질 준비를 하고 있겠습니다. 고맙습니다.

blanca 2010-10-04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그 새에 책을 집어갔어요? 근데 책도둑은 왠지 봐주고 싶어지는 건^^;; 아아, 저 영화 보셨군요. 책 내용과 대사가 똑같아요. 책을 읽으며 음악과 매치시키는 경험, 고거이 따라해 봐야겠습니다. 반딧불이님처럼 저도 저 영화보고 파스타를 먹으러 가고 싶어집니다. 불가능하기에 더더욱 부러워집니다.

반딧불이 2010-10-04 23:53   좋아요 0 | URL
책도둑은 왠지 봐주고 싶은 건 저와 블랑카님의 마음만은 아니겠죠? 몇 년 전 학교 도서관에서 훔쳐온(?) 책이 있는데 이미 용서받았으리라 생각하고 싶어지네요.

책은 이미 읽으셨으니 따님과 파스타 드시러 가셔요. 따님이 토마토 소스를 입가에 발갛게 묻히며 면을 빨아들이는 모습이 저는 벌써부터 그려지는데요.

비로그인 2010-10-05 0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 땐 교양 있는 도둑이라고 해야 할지... 원 참!
아마도 반딧불이님이 책을 보시는 모습을 보고 그만 마음이 동했던 모양이죠.
저렇게 재미있는 책인가 싶었을까요 ㅋㅋ

반딧불이 2010-10-05 11:21   좋아요 0 | URL
저의 미모가 도둑을 부추긴거군요.ㅋㅋ

비로그인 2010-10-05 13:10   좋아요 0 | URL
빙고!!^^

반딧불이 2010-10-05 13:16   좋아요 0 | URL
하하..저의 자뻑에 맞장구를 쳐주신 분은 후와님이 최초에요. 충성!!

라로 2010-10-05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덕 정치를 말하다] 빼고 저와 4권이나 관심서적이 겹쳐요!! 휘익(휘파람,,ㅋㅋ)
다윈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싶은데 가격이 후덜덜,,,
그래도 간이 큰 도둑이에요,,ㅎㅎㅎ주문하로 간 사이에,,,분명 로쟈님의 책을 넘 갖고 싶은 사람이었을거에요..
저도 책도둑이 되고 싶어요,,,히힝
도서관녀로의 탈바꿈 밖에는 길이,,ㅠㅠ

아참 먹고,,,그 영화는 어떠셨어요???저도 봤는데,,

반딧불이 2010-10-05 15:04   좋아요 0 | URL
나비님. 오늘은 완전 불량소년 모드군요~ 휘익~~~~~~~

영화는 도입부가 좀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먹는건 이탈리아에서, 기도는 인도에서, 사랑은 발리에서 하려면 돈좀 들겠군했죠.
영어공부도 열심히 해야겠다(이렇게 동기가 음험해서야 원~)고 다짐했는데 또 작심삼일 뻔하죠. 머

라로 2010-10-06 10:04   좋아요 0 | URL
책 안읽어 보셨죠??
저도 영어공부 열심히 해야 겠다는 맨날 있는데 시간이 없다능,,3=3=3=333=3333

반딧불이 2010-10-06 22:50   좋아요 0 | URL
네.나비님 영화만 봤어요. 책은 어떤가요?

양철나무꾼 2010-10-05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세권은 읽었거나 가지고 있고,
나머지 두권도 관심있어요~

이런 책 추천이라면 읽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겠는걸요~^^

반딧불이 2010-10-05 11:48   좋아요 0 | URL
참으로 부지런하신 나무꾼님.
저도 나무꾼님 리뷰 읽으니 뚜껑이나 마음보다 지갑을 열고 싶어지던걸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10-05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단으로 활동하시는군요? 축하 드려요^^ 저는 7기 인문분야 서평단으로 활동했는데,방금 서평단 후기를 적어 보았습니다. 좋은 책과의 만남을 기원해 봅니다.
뽑아 놓으신 5권 모두 관심이 가는걸요? 요네하라의 이번 책은 신문 서평을 보며 관심을 가졌는데 꼭 한 번 도전해봐야겠어요. 로쟈의 첫 번째 책은 읽은 지 꼭 1년이 되었는데, 두 번째 책도 읽어야겠네요. 조지 레이코프는 <프레임 전쟁>을 읽어봤는데 괜찮았어요. 번역이 별로이긴 했는데, 주장의 대종은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요.
서평 기대할게요^^

반딧불이 2010-10-06 22:55   좋아요 0 | URL
서평단이 되고나니 그동안 도통 살펴보지 않던 신간도 살펴보게 되네요. 이번부터 서평단의 조건이 좀 바뀌었더라구요. 큰 부담이 될것 같지는 않아서 신청했는데 좀 걱정도 되요. 그동안 수고많으셨습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0-10-09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녀시대가 프라하에 가서 공연했나요? 하하하...우스개입니다.

반딧불이 2010-10-09 20:44   좋아요 0 | URL
ㅎㅎ 바람 맑고 햇빛 찬란한 토요일. 노이에님 기분 좋으신가 봅니다.~
 

 

 효자가 될라 카머/이종문
  -김선굉 시인의 말

 

아우야. 니가 만약 효자가 될라 카머

너거무이 볼 때마다 다짜고짜 안아뿌라

그라고 젖 만져뿌라, 그라머 효자 된다

너거무이 기겁하며 화를 벌컥 내실끼다

다 큰 기 와이카노, 미쳤나, 카실끼다

그래도 확 만져뿌라, 그라머 효자 된다.

 효자되기 참 쉽다. 아니 참 어렵다. 내게는 만질 젖도 젖을 가진 어무이도 안계시지만 계신다고 해도 손이 오그라들어 못할 것 같다.  찬바람 때문에 손끝이 서늘해지는 계절이다. 올해도 내 시린 손은 내 체온으로 덥히겠지만 어버이 계신분들 김선굉 시인의 말을 듣고 모두 효자 효녀 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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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10-09-29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여요..전,이렇게 쉬운 효녀노릇도 못해보고...

반딧불이 2010-09-29 12:11   좋아요 0 | URL
참 재미있으면서도 가슴아픈 시죠? 우리를 후회하게 만드는...

라로 2010-09-29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못할 것 같아요...ㅠㅠ
그냥 안아 드리기도 쑥스러워졌으니,,,

반딧불이 2010-09-29 12:13   좋아요 0 | URL
아버님께서는 해든이한테도 존대를 하시는 분이시니 쉽지는 않으시겠고..부엌에 계시는 어머님이라도 따뜻하게 안아드리셔요. 점점점님은 잘 하실 수 있으실것 같은걸요.

양철나무꾼 2010-09-29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시린 손은 내 체온으로 덥히겠지만...이 부분도 좋아요~^^

저 시 대로라면...전 효녀는 아닌데,효부는 맞습니다.

반딧불이 2010-09-29 12:15   좋아요 0 | URL
가을보다도 저는 봄이 더 싫어요. 작년엔가는 맨날 끼고 사는 전기장판의 플러그를 하마트면 콧구멍에 꽂을 뻔 했으니까요.

저는 효녀도 효부도 못되어서 부끄럽습니다. 시린 자기손을 자기가 덥히는거..참 쓸쓸한 일이에요. 나무꾼님께는 따뜻한 계절이시기 바래요.

노이에자이트 2010-10-02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수한 사투리로 쓴 시가 참으로 정겹습니다.

반딧불이 2010-10-04 10:45   좋아요 0 | URL
그렇죠? 이런 말들은 표준어보다 사투리가 더 효과적인것 같아요. 노이에님도 한번 해보고싶게 충동질하는 시라면 좋겠네요.
 

 


네비게이션/유안진

 

 

너무 많은 것을 보느라고

한두 가지도 제대로 못 본 관광에서

너무 여러 가지를 먹어서

맛있는 게 없었던 뷔페에서

너무 많이 배워서

제대로 아는 게 하나도 없는 공부에서

만신창이 되도록 열심히 살았는데

아무 것도 한 게 없는 나이에서

 

뭔가를 하기보다는 아무 것도 하지 않기가 더 힘들다는 것을

주장하고 설득하기보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기가 더 힘들다는 것을

울부짖어 발광하기보다는 눈감고 견디기가 더 힘들다는 것을

열심히 살아온 것이 열심히 망친 것이 된 줄을

겨우 알아지고 보니

 

山을 섬겼는데

江에 와 있다

강물이야말로

처음부터 따라 갔어야 할 길이라고

한 참 두 참......, 많이 늦었지만― 


  

어쩌면 이리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셨을까! 그런데 참 욕심도 많으시다. 한강이나 낙동강이나 한 강물의 네비게이션만 가지시지. 세상의 모든 강물을 당신의 네비로 챙기시다니.......

 
우편함에서 꺼내온 계간지들을 선채로 훑어보다 이 시를 발견하고는 더 이상 책장이 넘어가지 않았다. 읽고 싶은 책을 거의 읽지 못하고 읽어야할 책들을 읽는 일에 시간을 다 보내고 있는 요즈음. 열심히 살고 있다고 믿고 있는데 정말 열심히 망치고 있는 건 아닌지. 뒷통수가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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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0-10-01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안진의 시를 참 좋아했었어요. 그래서 시집이란 시집은 다 찾아 읽고 베껴두고 그랬었지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특유의 딱딱 맞아들어가는 댓구가 기계적으로 보이는거예요. 참, 사람 마음의 변덕이라는게...
오늘 오랜만에 유안진의 시를 보네요. 다른 일 모두 그만두고 시인으로, 시인으로만 살고 싶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요. 저 시 속에도 그런 뜻이 얼핏 비치고요.

반딧불이 2010-09-28 12:24   좋아요 0 | URL
베껴두실 정도면 시를 정말 좋아하시는거네요. 저는 유안진 시인의 시를 눈여겨본지 얼마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직 시인의 특징을 파악하지는 못했구요. 아마도 제가 반복해서 읽으면 hnine님처럼 기계적인 댓구가 보이겠죠. 그렇다면 아마도 저 역시 '이거뭐야 국화빵이잖아!' 하면서 외면하게 될거같아요.
 

 

 

 

 

 

 

 


『음양이 뭐지?』 『오행은 뭘까?』 라는 질문은 여전히 질문으로 내게 유효하다. 『음양오행으로 가는 길』은 사방으로 안개가 자욱하고 나는 그 한가운데 있다. 음양이니 오행이니 하는 말을 특수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것을 후회해보지만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는 없다. 답답한 마음은 하늘을 본다. 그러나 하늘의 두꺼운 먹구름은 답답한 가슴을 더욱 짓눌러온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종종 이렇게 가슴이 답답할 때 하늘을 보았던 듯하다. 하늘이 답답함을 해소시켜주기는커녕 질문마다 빗금을 좍좍 그으면서 소나기 심술을 부리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나는 왜 하늘을 보는 걸까? 동물과 다름없었던 수렵시대를 마감하고 농경을 시작하면서 어떤 해결책이 필요할 때마다 하늘을 보았던 인류조상의 유전형질을 나도 물려받은 것은 아닐까?


그들은 눈에 보이는 해와 달과 별자리를 관측했다. 그리하여 보이는 것들의 보이지 않는 원리(體 )를 터득했다. 이 원리를 농경뿐만 아니라 삼라만상에 적용했고 인간 역시 이 우주원리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믿었다. 인간을 소우주로 본다는 것은 여기에서 비롯된 말이다. 싹을 틔우고(生), 무성해지고(長), 열매 맺고(收), 땅에 떨어져 숨는(藏) 生長收藏이라는 우주의 네 가지 규칙을 목화금수, 봄여름가을겨울, 이야기의 기승전결, 인생의 변화과정인 유소장로(幼少長老) 등 무수한 실제에 응용했다.


우주의 원리는 시간의 변화뿐만 아니라 공간에도 적용되었다. 상하좌우, 동서남북은 물론이려니와 코눈귀입 등 인간의 신체에도 적용했다. 가장 관심 있었던 것은 이러한 우주의 원리에 나의 생년월일을 적용했을 때 과연 나는 우주의 어떤 운행의 과정에 태어났으며 어떤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가 하는 것이었다. 발터벤야민은 자신이 “가장 느리게 공전하는 별, 우회와 지연의 행성”, 토성의 영향아래 태어났다고 믿었다. 프로이트의 심리학 이론보다 중세생리학을 더 선호했던 모양이다. 중세에도 각 행성을 양 또는 음의 성질로 분류했던 듯하다. 태양과 달은 각각 양의 성질과 음의 성질을 대표하는 것으로 남성과 여성을 상징했다. 벤야민이 속했던 토성은 남성을 상징하며 생각은 미래보다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그는 토성적 기질의 특성인 느림과 우울질을 누구보다도 잘 운용했다.   


 이 책의 원제는 Under the sign of Saturn으로 벤야민에 관한 글의 소제목이기도 하다. 벤야민에 관한 글에는 우울질에 대한 다양한 특성이 언급되고 있다. 벤야민은 누구보다도 자신을 깊이 알았고 자신의 기질을 그의 작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러니까 그는 자신의 기질 즉 우울증에 빠져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았던 것이다. 또 그는 자신과 마찬가지의 토성적 기질을 가진 예술가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내기도 했다. 보들레르, 프루스트, 카프가, 괴테 등이 그들이다.     

시간의 지배를 받는 기억을  공간과 연결시킨  그의 작품을 읽을 때 는 그의 토성적 기질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할 것이다.  

 

동양학에서는 생장수장이라는 우주만물의 원리를 목화토금수로 나누어 살펴본다. 이런 원리에 의하면 세상에 태어나 첫울음을 울 때 들이마신 우주의 기운이 바코드처럼 내 몸에 새겨져 있다는 것인데 나는 水의 기운을 가장 많이 갖고 있으면서 火의 기운은 고립되어 있다. 생일이 11월 말경이니 설득력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기존의 내가 알고 있던 글자 水의 의미와는 전혀 다른 의미들을 내포하고 있는 水는 3000년 동안 잠자던 목련 씨앗을 발아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만물을 포용하고 감싸 안고 숨어드는 것을 이야기 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는 과연 어떤 씨앗을 싹틔웠을까? 이러한 특성을 가진 水의 기운을 앞으로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


내게 고립되어 있는 火는 인생에 비유하면 화려하지만 실속 없는 젊은 여름날을 의미한다. 가까이 할 수 없을 만큼 뜨겁고 밝으며 강렬하지만 만져보면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빈껍데기의 성질을 가졌다. 하지만 속이 없다는 것은 어떤 것으로도 채워 넣을 수 있다는 상대적 의미도 갖고 있다. 火가 현실에서는 재물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내 사주에 화가 없다는 것은 가난을 의미하는 것일까 반문해본다. 하지만 지금까지 돈이 없어 끼니를 거르지 않았고 남한테 손 벌리면서 살지 않았으니 이것은 아마도 내 기운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운에 무임승차해 살았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음양오행의 원리를 내게 적용했을 때 나에게 많고 적은 것들은 그러나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넘치게 가지고 있고 하나도 가지지 못한 것들은 그것만으로 기능하기보다는 다분히 상대적이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운용하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음양오행의 우주원리를 인체에 적용한 의학적 자료가 『동의보감』이다. 생년월일을 우주원리에 적용하여 사주를 살피는 것이 시간적 관찰이라면 몸을 살피는 것은 공간적 관찰이 되는 것일까? 인체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오장육부와 10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기신에 의해 움직이고 있었다. 『동의보감』에서 놀라웠던 것은 수많은 병증보다도 똑같은 원인이라 할지라도 사람마다 그 증세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었다. 또 몸이 살기 위해 병이 생긴다는 것. 그러니 그 병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몸에 나타나는 병증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무더운 여름 이천여 쪽에 해당하는 분량을 도 닦듯이 넘기면서 그 어떤 증세와도 관계 맺지 않고 교묘히 비껴 나왔지만 안도감보다도 어쩐지 아무런 증세도 없이 무한한 잠복기만 있는 것처럼 불안하다. 지금은 비록 아이들 협박용으로 쓰고 있지만 내게『동의보감』은 의학서라기보다 종종 들여다보며 내 몸을 살피는 종이거울이며 음양오행은 생의 방향을 살피는 나침반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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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세운닥나무 2010-07-29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학과의 동양철학 수업을 귀동냥 했어요. 정약용과 최한기를 좋아했는데, 기일원론이니 인물성동이론이니 알듯 말듯 하며 흥미가 있더라구요.
음양오행 쪽도 소개해주시니 관심이 동하는데요.
모르겠어요. 이 쪽 공부는 좋은 선생이 있어야 하는 듯 해요. 얼른 선생님을 알아봐야겠는데요^^

반딧불이 2010-07-29 18:43   좋아요 0 | URL
운화와 근대라는 최한기론을 오래전에 읽고 동양학에 관심을 두기 했었는데 이제야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어요. 기본을 좀 익히면 성리학도 눈동냥이라도 하려구요.

평생을 두고 갈증내는 것이 스승인데...이제는 포기할 때도 된듯 해요.
닥나무님 부디 좋은 스승님을 구하셔서 배움도 깊어지시고 자기 삶을 퐁요롭게 운용하시기 바래요.

비로그인 2010-07-29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양오행에서 벤야민과 카프카를 거쳐 동의보감까지...
말씀대로 한 장 한 장 넘기듯이 '가비엽게' 연결시키시는 걸로 봐서는
반딧님도 지구 쪽은 아닌 것 같은데요 ㅋㅋ
토성? 목성? 수성? 아님 천왕성? ㅎㅎ

그나저나 동의보감을 아이들 협박용으로 쓰신다니
음, 협박에도 품격이 있을 수 있군요^^

반딧불이 2010-07-29 20:45   좋아요 0 | URL
후와님 때문에 또 찾아봤네요.ㅋㅋ 저는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있는 별, 그래서 춥고 외로운 명왕성 자리군요. 있으나 마나한 사람인가봐요~

잔소리를 안할 수는 없고, 때리려니 기운이 딸리고 어쩌겠어요.품격의 문제가 아니라 고육지책이옵니다. 근데 잠깐씩은 먹히던걸요..

라로 2010-07-30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분의 기운에 무임승차 하신거????ㅎㅎㅎ

저는 토성과 명왕성은 아닌것 같아요.
그런거 어떻게 알 수 있는지 알려주세요~ 도사님~.^^
제 생일이니 생일선물로 음양오행을 좀 봐주시면???에헴

반딧불이 2010-07-30 10:10   좋아요 0 | URL
하하 나비님.. 우선 8월 3일 생일을 미리 축하드리옵나이다.
근데 저런걸 어떻게 알 수 있냐하면요~ 태양계가 나와있는 그림있죠! 일단 그걸 벽에다 붙여놔요. 그리고 말이에요. 맘에 드는 곳을 찍으심되요.

나비님께서는 음양오행이니 이런거 알려고 하시지 마시구요. 그냥 해든이 손잡고 나풀나풀 다니시면 되요. 너무 많은걸 알려고 하시마세욧! 다쳐요. 도사님 말씀 명심하셔야해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8-05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이청준의 소설로 잠깐 얘기 나눌 때, <조만득씨>가 원작인 <나는 행복합니다> 말씀 드렸잖아요? 저는 영화로 봤는데, 소장하고 싶어 한참을 찾아도 못 구했는데 친구 하나가 어렵게 파일을 구했어요. 혹시 보고 싶으시면 제게 이메일 주소 알려주세요. 보내 드릴게요.
현빈하고 이보영이 주연한 영환데 금방 막을 내려서 본 사람들이 별로 없어요. 이청준의 원작과 비교해도 얻을 게 많고, 영화 자체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반딧불이 2010-08-05 21:09   좋아요 0 | URL
아. 고맙습니다. 닥나무님 귀한 걸 구하시고 마음 써 주셔서요.
이메일입니다. fireflybugs@naver.com

그나저나 날씨가 숨이 턱턱 막히게 덥습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거실 온도가 30도가 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에어컨을 켰네요. 더운데 건강하신지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8-05 22:49   좋아요 0 | URL
내일 오전중에 보내 드릴게요^^ 용량이 커서 보내는데 시간이 좀 걸리더라구요.
그동안 에어컨을 안 켜셨군요? 인내심이 대단하시네요. 혹시 알러지 같은 게 있으신지도 모르겠네요.
비교적 더위를 잘 참는 편인데도 올 무더위는 정말 대단하네요. 근 이삼년을 외출 때 반바지 안 입고도 잘 보냈는데, 오늘은 못참고 반바지를 입었네요. 입고나니 안 입고 어떻게 다녔는지 모르겠더라구요.
영화 보고 나니 저는 얼른 이청준의 원작을 찾아보게 되더라구요. 원작이 짧아 읽는데 부담도 없구요. 저는 소설과 영화 모두 공부가 되었습니다.
이 무더위가 언제쯤 풀이 죽을른지요? 강건하세요~
 


여행은 준비하는 동안 가장 행복하고 돌아와서 추억할 때 두 번째로 행복한 것 같다. 정작 여행 중에는 행복감보다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약간의 두려움으로 다소 긴장되는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긴장은 비정기적으로 나를 유혹하고 나는 못이기는 척 넘어가기도 한다. 특별히 옥죄어 살고 있다는 느낌도 없는데 낯선 이국의 땅에 서면 자유로움이 땀구멍까지 파고드는 느낌이 든다. 탕진해야만 할 것 같은 자유로움! 그러나 이 자유는 돌아가야 할 집의 말뚝에 매어 있는 신축성 좋은 끈에서 연유한 것이라는 걸 안다.

준비하는 동안 가장 행복한 것이 여행이라고 했지만 정작 여행을 떠나지 못하면 이 행복은 무효다. 스스로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취소된 이번 여행도 돌이켜보면 행복한 고문이었다. 사실 내가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은 다윈의 섬이라 불리는 갈라파고스 군도다. 이곳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게 된 것은 『핀치의 부리』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리뷰를 연결하면 미리 다녀오신 분의 멋진 사진이 링크되어 있다.) 

    
 

 

 

 

 

 

http://blog.aladin.co.kr/734872133/2083304 

때로는 사막처럼 뜨겁고 또 때로는 무지막지한 스콜이 반복되는 이곳은 한마디로 극한 상황의 무대다. 나는 이곳이 왜 나의 로망이 되어버렸는지 모르겠다.  아무런 증세도 없이 잠복기만 있는 무사한 내 일상이 반란을 꿈꾸는 걸까? 만만찮은 비용과 캐나다-에쿠아도르-갈라파고스를 거쳐야하는 거리, 한달 이상을 잡아야하는 시간적 여유, 저질체력 등등이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꿈꾸지도 말아야하느냐고 부추기는 걸까?   

이유가 무엇이든 그곳의 여러가지가 나를 유혹하는 것만은 확실하다. 척박한 환경이 그렇고,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면서도 화려한 동물들의 때깔이 그렇고, 우편배달부 없는 새빨간 우체통이 또한 그렇다. 어떤 요행이 내게 와서 갈라파고스의 땅을 밟을 수 있다면 나는 한 마리 반딧불이가 되어 단 며칠 깜박이다 죽어도 좋으리라. 그리고 나는 내게 보내는 편지를 쓰겠다. 다음 생으로라면 몰라도 아무도 내게 배달해주지 말라는 부탁이 있는 편지 말이다. 

이런 간절함은 늘 가슴 한 켠에 묻어두고 올여름 계획했던 곳은 동유럽이었다. 체코슬로바키아, 크로아티아, 오스트리아, 헝가리.독일 등등. 그 중에서도 독일은 여행지가 아니라 만나고 싶은 사람, 아니 만나야할 사람때문에 더욱 기대를 하던 곳이기도 했다. 베르테르처럼 슬픔의 총탄을 머리속에 박아넣을만큼은 아니었지만 라일락의  달콤한 향기와 이파리의 소태처럼 쓴 첫사랑의 맛을 알려준 사람이 거기 있었다. 아니 거기 있다고 믿었다.

      

 

 

 

 

 

 

   

 여행지와 관련된 이런저런 책들을 찾다가 알게된 것은 동유럽에 대한 안내책자가 생각만큼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오스트리아>는 표지모델의 저 눈빛 때문에  매료되었던 책이다. 혹시라도 저런 눈빛을 가진 남자를 만난다면??? 물음표를 몇개씩 붙여두고 뒷감당 못할 꿈에 부풀었었다. 

<오후 5시 동유럽의 골목을 걷다>는 생각보다 조금 두툼하다.  여행지 정보는 본의 아니게 여행자들을  골탕먹이기 쉽다. 사라지는 것들 새로 생기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한시적인 정보들은 거의 없다. 각 나라들의 역사, 문화에 더 비중을 두었기 때문이다. 또 여행자의 담담한 기술이 여행으로 들뜨기 쉬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겸허하게 준비해야할 것들을 일러준다.

<굴라쉬 브런치>. 아무래도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실망한 책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위의 책과는 여러가지로 비교되는 책이기도 하다. 프롤로그에서 짜라투스트라의 고독을 얘기하다가 짜파게티로 건너 뛰면서 짭짭 입맛을 다실 때 알아봤어야 하는데 나는 그러지를 못했다.  몇장 넘기다보니 책장이 두어 쪽 툭떨어지면서 한페이지씩 자꾸 떨어지려 할 때도 나는 이것을 어떤 징후로 느껴야 옳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지은이가 욕조가 없는 숙소에서 샤워기로 샤워하는 장면의 글을 읽으면서 모든 기대를 접었어야 했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  

" 다리를 앞뒤 양옆으로 쳐들고 아크로바틱과 요가와 발레가 결합된 창조적인 동작을 선보여가면서 한참동안 세척에 열중했다." 

저자의 뒷물하는 얘기까지 독자가 읽어야한단 말인가? 그냥 흐르는 물로 닦으면 안되나? 꼭 저렇게 고차적인 자세로 유난을 떨며 씻어야 하나? 지저분하게 사는 나는 이해가 안되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읽었다. 읽다가 읽다가 혹시라도 내가 지금 뭘 잘못읽고 있나 싶어 확인하면서 읽다가 이 책이 '동유럽 여행기'가 아니라  '동유럽 독서여행기'라는 걸 알았다. 그러고나서는 몇권 책을 챙기고 던져두었다. 

   

 

 

 

 

 

클림트의 황금빛에 오래 취해 있었는데 이상하게 에곤 실레에게 더 마음이 간다. 빈에는 왜 이렇게 천재적인 예술가들이 많은건가? <빈이 사랑한 천재들>은 지은이가 기자인 모양인데 깔끔한 글과 적당한 깊이와 넓이를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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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세운닥나무 2010-07-10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래 폴란드 소설선을 보고 있는데, 폴란드를 한 번 가보고 싶더라구요. 소위 '아우슈비츠 문학'이라 말하는 소설을 봤는데 아우슈비츠도 한 번 가보고 싶구요. 우연찮게 10년만에 다시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를 봤는데, 아우슈비츠가 또 나오더라구요.
저는 언제쯤 동유럽 여행 계획이라도 세울 수 있을까요?^^;
반딧불이님, 더 좋은 기회가 있으실 거에요^^

반딧불이 2010-07-10 22:51   좋아요 0 | URL
참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영화를 보셨네요. 저는 준비하느라 <프라하의 봄>을 다시봤어요. 점령군과 시위대가 맞서는 장면, 테레사가 마구 찍어대는 카메라가 총알없는 총과 같다는 생각도 해보고, 다니엘 데이루이스를 침흘리며 봤다죠. 아우슈비츠까지는 이번 계획에 없었지만 언젠가 저도 가보고싶은 곳이에요.

그런데 닥나무님.폴란드 소설은 어떤게 있지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7-11 11:10   좋아요 0 | URL
창비에서 얼마 전에 나온 세계문학전집에 폴란드편이 있어요. 표제작이 <신사숙녀 여러분, 가스실로>인데 제목에 끌려 읽게 되었어요. 표제작 말고도 좋은 작품이 많더라구요. <쿠오바디스>란 영화 아시죠? 이 선집에도 이 영화의 원작자인 헨릭 시엔키에비츠의 단편이 실려 있어요.
폴란드는 지정학적으로 강대국 사이에 끼어있는 모습이 한국과 비슷하기도 해 문학적 모습도 유사한 모습이 꽤 있더라구요.

반딧불이 2010-07-11 21:15   좋아요 0 | URL
아..네 저도 등대지기 인가..하는 단편을 본 기억이 있어요. 그러고보니 얼마전에 본 심보르스카도 폴란드인이네요. 지리학적으로 우리와 비슷하군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