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갈라파고스 군도는 내 여행목록 1순위를 당당하게 버티고 있다. 내가 다윈에 주목하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책값이 만만찮아 침만 삼키고 있다. 동네 도서관에도 1권도 아직 안들어온 상태인데 벌써 2권이 나왔다.
신학도 였던 다윈이 진화생물학자로 변모해가는 모습도 궁금하고 모든 생물은 하느님의 피조물이었다던 당시의 믿음을 전복시키며 인류문명사를 새로쓴 그의 일생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1권 <종의 수수께끼를 찾아 위대한 항해를 시작하다>는 출생부터 51세까지를 다루고 있다. 2권 <나는 멸종하지 않을 것이다>는 51세 이후의 말년을 다루고 있다. 과학계와 종교계를 논쟁의 회오리 속으로 몰아넣은 영원히 잠들지 않는 다윈을 만나보고 싶다.
"왜 서민들이 부자와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정당에 투표하는 걸까? 진보주의자들이 중산층의 설득에 실패하고 선거에서 패배하고 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학자들조차 미처 대답한지 못한 이런 질문에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가 답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이 아닌 자신의 정체성에 따라 투표를 한다는 것."
이 책의 소개 글이다. 저 두개의 질문이 나만의 의문이었을까 궁금했다. 그런데 그 답이 저렇게 한마디로 똑 떨어지는데 600여쪽을 할애해야했을까? 소개글은 단지 우리의 정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출판사의 판촉의도일까? 분량의 압박감이 궁금증을 누르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요네하라 마리의 책에 빠지는 듯 하다. 그녀의 <대단한 책>을 살펴보았지만 나는 그녀에게 빠지지 못했다. <프라하의 소녀시대>는 앞부분을 몇쪽 읽었지만 항상 다른 일에 치여서 겉돌다가 결국 책꽂이로 올라가버렸다.
저자는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의 아랫도리에 걸친것이 수건인지 팬티인지에 주목했다는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예수'와 '팬티'의 조합이 파격이다. 이런 발칙한 상상력이라면 나도 마리 여사를 좋아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하이든의 '십자가 위의 일곱말씀'을 듣고 있는데 이 책을 읽을 때는 반드시 배경음악으로 깔아놓아야겠다. 마치 단테의 <신곡>과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를 같이 읽는 느낌과 비슷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다만 한가지 고민이 있다. 내가 현재 듣고 있는 건 현악 사중주 버전인데 피아노 버전도 있다. 어떤 것을 선택해야할까?
저자의 첫 번째 책 <로쟈의 인문학 서재>는 두 권 샀다. 이 책을 외출하면서 받았을 때 궁금한 마음에 들고 나갔다. 기다리는 사람이 오지 않아 커피숍에서 들여다보다가 테이블 위에 두고 잠시 주문하러 간 사이에 누군가 집어가버렸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지만 책을 알아보는 사람이 가져갔으려니 하고 모르는 사람에게 선물한 셈쳤다. 그리고 또 샀다.
책을 주문할 때마다 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고마웠다. 늘 뭔가 빚지고 있는 듯한 느낌도 생겼다. 그리고 아쉬웠다. 그가 페이퍼 첫머리에나 끝에 쓰는 대여섯줄 정도밖에 안되는 그의 메모가 짧아서. 첫 번째 책은 이런 아쉬움을 해소하는데 두 권이 필요했던 셈이다.
그의 두 번째 책 <책을 읽을 자유>가 나왔다. 이 책은 무차별(?)적으로 그가 읽어낸 책들을 어떻게 가르고 모으는지 살펴보는데 요긴할 듯 하다. 저녁먹은 그릇들을 잔뜩 싱크대에 쳐넣은 것처럼 어지럽게 책을 읽는 내가 배워야할 부분 일듯 싶다. 더불어 신형철의 발문이 실려있다고 하는 것도 기대된다. 그가 문단의 어른들을 향해 휘두르는 공손한 회초리의 맛을 두어 번 본 후로는 그의 글은 길이와 형식과는 무관하게 내 관심을 끌고 있다.
어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영화를 봤다. 주인공 리즈(줄리아로버츠)가 여행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는데 이탈리아, 인도, 발리가 무대다. 이탈리아에서 머문 곳은 늙은 여자가 주인이었는데 그녀가 이탈리아에 막 도착한 리즈에게 하는 말. '미국 여자들은 이탈리아에 오면 빠지는게 두가지 있는데 하나는 파스타, 다른 하나는 소시지'라고 했다. 자막에는 이 '소시지'가 남자로 번역되어 나온다. 그 번역이 너무나 참신한 반면, 그녀의 '소시지'발음이 어찌나 적나라한지 한참 웃었다. 영화가 끝나고 크림소스 듬뿍 엉겨붙은 파스타를 먹긴했다. 못먹는 '소시지'는 팔짱만 끼고 덜덜 떨면서 한강변을 걷다 왔다.
또 리즈가 발리에서 만난 민간치료사는 그녀의 다리를 살피면서 뼈가 단단하게 굳어있다고 말한다. 그 이유인즉슨 오래동안 섹스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섹스를 하면 뼈까지 나긋나긋해지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이 책의 맨 마지막 챕터가 '섹스 치료'다. 내가 섹스를 통해 치료해야할 것이 있는지 역시 모르겠으나 궁금한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