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미련이 남아서일까?

돌아서서 가던 겨울 바람이 얼굴을 돌려 다시 돌아왔다.

4월 3일.

세상의 바람을 다 이곳에 풀어놓은 것일까?

다리를 땅에 붙이고 살려면 다이어트를 하려던 것을 좀 재고애 보아야 할 판이다.

 

오늘은 결혼 삼십주년 되는 날이다.

참 많은 날들을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간절한 기도 제목이 있어서 오늘부터 아침 금식을 시작했다.

나는 예수쟁이다.

그리고 지금은 고난주간이다.

사십 일 아침 금식을 작정하고 보니 하필 시작하는 날이 결혼기념일이다.

그나마 오늘은 우리 부부 둘 다 너무 바빠서 삼십 년을 같이 산 영감(? 남편이 보면 좀 심난해 하겠다) 얼굴도 제대로 못보았다.

저녁 강의를 듣고 열시 넘어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니 남편은 벌써 잠자리에 들어있었다.

빨리 씻고 자자는 소리가 날라온다.

그런데 나는 밤 시간에 강의를 듣고부터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세 시간 강의 듣고, 삼십 분 운전해서 집에 들어오면 피곤하지만 정신은 말짱해져 있다.

 

올 겨울은 정말 너무 길다.

그래도 봄꽃은 꽃망울을 맺고, 몸집을 부풀리고  있다.

봄을 기다리다 지쳐 나는 집안에 봄을 들여놓았다.

이것이다.

 

 

오래 전부터 사고 싶었던 것이었다.

정신병이 좀 가벼워졌을 무렵의 고흐가 동생  테오의 득남을 축하하며 그려준 그림이다.

강렬한 선과 색채에 휘둘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꽃이 핀 아몬드 나무 가지에 힘이 느껴진다.

언젠가 이 그림의 양산을 산 적이 있다.

긴 겨울이 끝나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봄을 들여놓기로 작정한 것은 잘한 일이다.

내 삶의 스타일이다.

얼마 전 남편이 사석에서 우리 부부는 함께 교회에 다니는 것 외에 같은 점이 별로 없다고 말을 했다.

그런 부부가 중간에 찢어지지 않고 삼십 년을 살아왔으니 분명 '의지의 한국인'이 아닌가.

나는 문제가 생기는 정면돌파를 하는 스타일이다. 아니 살면서 그렇게 진화(?)되어왔다.

얼마 전 친정에 초상이 나서 갔더니 육촌 오빠가 어릴 적의 나의 모습을 이야기 하는 데 놀라 자빠질 뻔 했다.

나는 부끄럼이 많고, 남을 배려하고, 조용하고, 책을 좋아하는 아이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싸움닭 같은 아줌마는 도대체 누구인가?

그 소리를 듣고 나서 며칠동안 좀 슬펐고, 우울했다.

아름답고 향기롭게 한 생애를 살고 싶었거늘!

 

아들이 돈을 보내왔다.

결혼기념일날 맛있는 거 사먹으라는 거였다.

나는 괜히 심통이 나서 남편에게 한푼도 안주고 외식은 귀찮다며 돈을 몽땅 내가 챙겼다.

거기에 질 남편이 아니어서 사월 중순쯤에 청산도에 가자는 것이었다. 아들이 보내온 돈으로.

나는 좀 건조하게 말했다. '그때 가봐서!'

 

순전히 겨울이 너무 긴 탓이다.

 

그러나 거실에 봄을 들여놨으니 내 마음도 따뜻해질 것이다.

 

"아, 내 청춘 어디 갔어?"

 


댓글(8)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12-04-04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 30주년이면 득도를 할 정도의 내공은 자연스레 얻어지지 않나요? 흐흐 ( '')~
공통점 없이도 오래 묵은지 같은 인연이 될 수 있는걸 보면 참 신기해요. 특히나 부부가 되어 30년을 살 생각을 하면... 아유 아득하기만 하네요. 저는 아직 멀~었지만요. 어쩌면 머릴러와 매슈처럼 살지도 모르구요. 아무튼 봄 맞아 아몬드 나무가 활짝 피었네요! 날씨도 저랬으면 좋을텐데 말이에요~

gimssim 2012-04-04 21:53   좋아요 0 | URL
사는 게 바로 내공이라면 너무 성의없는 답변이 될까요?
6월까지 첫사랑에 대한 수필을 하나 써야 하는 과제가 있어서, 지나온 사랑을 한 번 되짚어 보고 있습니다. 다가올 사랑은 영 없을런지...ㅋㅋ

2012-04-04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글이 재밌어요.

gimssim 2012-04-04 21:53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재미없는 삶도 재미있게 쓰기! ㅎㅎ

숲노래 2012-04-04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봄은
마음에 먼저 오겠지요

gimssim 2012-04-04 21:56   좋아요 0 | URL
나이가 드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닌듯 합니다.
매일 힘들어 하는 이 육신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바로 마음을 담고 있는 그릇이잖아요.
때로 화려하게, 때로 정갈하게, 때로 담담하게 담을 수있는 그릇이 필요한건 아닐까요?

순오기 2012-04-10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나 멋진 글이네요. 날짜가 좀 지났지만 중전님의 청춘은 잘 계시지요?
결혼 30주년이라니 저보다 한참 위이십니다.^^
오늘 아몬드 나무 우산을 받고 나갔아 왔는데, 여기서 시계를 보는 순간
"아, 나도 사고 싶다!" 소리쳤어요.ㅋㅋ
정면돌파형도 저랑 닮은꼴인데, 이렇게 멋진 글쓰기는 제가 닮지 못해서 아쉽네요.ㅜㅜ

gimssim 2012-04-10 21:50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잘 지내시죠.
저는 밤에 일을 많이 하는데, 그 밤시간을 다른 것에 뺏겨버리니 글쓰기도 책읽기도 힘에 부칩니다.
그래서 이렇게 띄엄띄엄입니다.
그래서 줄을 놓지 않고 있으니 다행이지요.
어제 오늘, 이틀 따뜻하더니 벚꽃이 많이 피었어요.
목요일, 하동으로 꽃놀이 갑니다.
삼년 연속이니 웬 호사인지요.
 

 

 

 

가늘게 내리는 봄 비 속에서

노란 생명은 기어이 꽃망울을 터뜨렸습니다.

비에 젖는 것이 어디 이 산수유 뿐이겠습니까?


댓글(9)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프레이야 2012-03-26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전님 경주의 어느 고택을 다녀오셨는지요?
비에 젖은 노란 산수유의 자태가 고와요.

gimssim 2012-03-26 23:22   좋아요 0 | URL
오랫만에 사진 올립니다.
삶의 수레바퀴가 너무 빨리 돌아가는 듯 느껴집니다.
날 잡아서 경주를 느릿느릿 걸었드랬어요.
경주에 유명한 최부자집이 있어요.
그 가훈이 유명하지요.
정리해서 사진과 올려볼께요.
그 고택 앞에 마악 피어나고 있었어요.
마침 봄비가 내렸어요.

프레이야 2012-03-27 20:28   좋아요 0 | URL
최부잣집 몇번 가봤더랬어요.
가훈 유명하지요.
올려주시면 다시 볼게요.^^
봄비 내리는 날 고택 완상, 참 좋으셨겠어요.
그러고보니, 전에 저도 그 집에 갔을 때 비가 내리고 있었지요.

마녀고양이 2012-03-26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전언니, 이제는 겨울이 지긋지긋한 정도가 아니고
봄이 애절하게 그리워지는 날이 되었습니다. 항상 3월 중순부터 말까지 그랬던거 같아요.
그런 점에서 노란 산수유는 정말 위안이 되는걸요. 예쁘다...

gimssim 2012-03-26 23:24   좋아요 0 | URL
봄은 힘이 세답니다.
무거운 겨울을 들치고 마침내 이렇게 오고말잖아요.
올해는 유난히 겨울이 길게 느껴지는 것이 저뿐만 아닌가 봅니다.
좀 부지런을 떨어서 봄의 모습을 많이 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같은하늘 2012-03-28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가을 무지 춥던날 갔던 경주가 생각나네요.^^
어느새 산수유가 꽃을 피웠군요.

gimssim 2012-03-29 13:56   좋아요 0 | URL
네 벚나무도 수천수만의 꽃망울을 달고있더군요
봄이 오고 있어요

페크pek0501 2012-03-30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에 젖는 것이 어디 이 산수유 뿐이겠습니까?" - 제 마음도 젖어요. ㅋ

이제 사진작가 다 되신 것 아닌가요?ㅋ


gimssim 2012-03-31 18:59   좋아요 0 | URL
이이쿠, 작가는 무슨~.
좋은 사진-느낌이 있는, 마음을 전달하는- 그런 사진을 많이 찍고 싶은 욕심은 있어요.
삼월 마지막 날입니다.
보은에 다녀왔는데... 봄은 오고 있더군요.
 

# 야행성

 

   나는 지금껏 야행성으로 살아왔다. 저녁밥을 먹고 설거지를 마치는 그 순간부터가 온전히 내 시간이었다. T.V.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곤 했다. 남편이 옆에 있지만 이 시간만큼은 혼자인 것이 좋았다,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남편은 밖에서는 너무 말을 하지 않아서 문제가 많은 사람이다. 그런데 집에만 오면 나보다 훨씬 더 말을 많이 한다. 이런 용어가 있는지 모르지만 우리 부부는 그것을 총량불변의 법칙이라 말한다. 오늘 하루 말을 해야 하는 분량이 있는데 밖에서 다 하지 못했으니 집에서라도 그 나머지 부분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이해를 하며 살아왔다.

   남편은 아홉 시면 이미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몇 년 전까밤이면 자야지정신이 제일 맑은 시간을 잠으로 때워?’하며 전쟁을 불사했다.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고 이제 둘 다 제풀에 지쳐서 자는 시간으로 싸우지는 않는다. 서로 편한 시간에 자는 것으로 암묵적인 동의를 한 셈이다.

   그런 내가 얼마 전부터 저녁설거지를 마치자마자 잠자리에 들곤 했다. 남편이 보는 T.V. 소리가 시끄러워 서재방에서 잠을 잤다. 꿈도 없는 잠을 잤다. 며칠 째 그러고 있으니 오늘 새벽에는 새벽기도를 가면서 남편이 서재방문을 열고 말했다. “ㅇㅇㅇ(내 이름), 일찍 자는 건 당신답지 않아. 제발 열두 시까지 영화보고 책 읽어.” 잠결에 대답했다. “다 귀찮아, 메뚜기도 한철인 걸. 그냥 버려두지 왜 옛날엔 일찍 안잔다고 그렇게 구박했어?”

 

  # 보통씨 동물원에 가셨군요?

 

 

 

 

   아홉 시 좀 넘어 전화벨 소리에 잠을 깼다. 별로 친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례하게 전화를 받을 수 없는 분에게서 온 전화였다. 예의를 갖춰 삽십 분쯤 대화를 했다, 나는 주로 듣는 쪽이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잠이 달아나 버렸다. 읽고 있던 알랭 드 보통의 <동물원에 가기>를 마저 읽었다. ‘피하기 위한 거짓말과 사랑받기 위한 거짓말에 대해 잠시 생각을 했다. 그러나 더 마음에 와닿는 글들은 이것이었다.

 

 

 

 

   이런 감정적인 반응을 보면 작업장에 두 가지 요구가 공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는 사업의 일차적 목적은 이윤의 실현이라고 규정하는 경제적 요구다. 또 하나는 경제적 안정, 존중, 종신직, 나아가 형편이 좋을 때는 재미까지도 갈망하는 피고용자의 인간적 요구이다. 이 두 가지 요구가 오랜 기간 이렇다 할 마찰 없이 공존할 수도 있지만 이둘 사이에서 진지하게 어느 한쪽을 택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상업적 체제의 논리에 따라 언제나 경제적 요구가 선택된다.

   임금에 의존하는 모든 노동자는 이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그들의 삶에서는 불안이 살아질 수가 없다. 노동과 자본 사이의 투쟁은 적어도 선진국에서는 이제 마르크스의 시절처럼 맹렬하지 않다. 그러나 노동 조건의 향상과 고용 관련법에도 불구하고, 생산 과정에서는 노동자들의 행복이나 경제적 복지가 여전히 부차적인 자리를 차지할 수밖에 없으며, 노동자들은 기본적으로 도구 노릇에 머물게 된다. 고용자와 피고용자 사이의 어떤 동지애가 이룩된다 해도, 노동자가 아무리 선의를 보여주고 아무리 오랜 세월 일에 헌신한다 해도, 노동자들은 자신의 지위가 평생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 그 지위가 자신의 성과에 자신이 속한 조직의 경제적 성공에 의존한다는 것, 자신은 이윤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감정적인 수준에서 늘 갈망하는 바와는 달리 결코 그 자체로 목적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결국 노동자는 늘 불안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p.81

 

   재벌이 동네 빵집까지 마구잡이로 먹어치운다는 지금은 여론에 의해 잠시 꼬리를 내렸지만 기사를 읽고나서인지 마음이 편지 않다. 지난 여름 휴가갔을 때, 저녁 무렵 진안 시가지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내일 아침에 먹을 빵을 사기위해서였다. 그 작은 시골 동네에도 유명베이커리가 세 군데나 있었다. 애써 다른 빵집을 찾아갔지만 완전 육십년대식이었다. 조만간 문을 닫게 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나는 지금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하여 직장을 잡거나 결혼을 하는 그런 나이에 와 있다. 그런데 주위의 친구들 중에 아이들이 취업을 한 아이는 별로 없다. 유학을 가거나 대학원에 다니거나 취업 재수, 삼수를 하고 있다. 요즘 말하는 스팩도 괜찮은 아이들이다.

   내가 잠에 취하고 싶은 것은 어쩌면 이런 현실에 눈을 감고 살고싶다는 소극적인 저항이 아닐는지.

 

# 오늘이 214일이지?

 

   재작년부터 안하던 짓을 하고 있다. 남편과 아들에게 초콜릿을 선물했다. 젊어서는 안하던 일을 나이가 들어서 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니 정말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는 듯했다. 작은 제스추어라도 하지 않으면 남아있는 나날이 너무 무미건조할 것 같았다.

   이웃에서 해외여행을 간다고 해서 선물하려고 작은 여행 소품들을 인터넷으로 몇 가지 샀더니 초콜렛이 따라왔다. 뒀다가 오늘 아침 식탁 남편의 자리에 올려두고 말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러나 별로 확신이 없어서 좀 슬펐다. 이런 아내의 마음도 모르고 남편은 입이 귀에 걸렸다. 나는 보통씨가 말하는 사랑받기 위한 거짓말을 한 걸까? 그러나 솔직하게 말하면 사랑받는 것도 귀찮다.

 

 

   # 창 밖에는 비오고요...

 

이런 페이퍼를 쓰게 된 것 순전히 날씨탓일까?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12-02-14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하하하~~~~ 웃겨서 배꼽 빠지겠어요. 중전님의 유며 재능의 발견이에요. ㅋ

1. 총량불변의 법칙, 이것 아주 적절한 표현 같네요. 재밌어요.

2. 그러나 솔직하게 말하면 사랑받는 것도 귀찮다." - 요즘 제가 이래요. 퇴근해 오면 말 받아주고 그래야 하는데, 그냥 조용히 들어가서 자면 좋겠으니... 신혼 때는 남편이 일찍 자면 삐졌는데, 이젠 일찍 자면 고맙죠. 키득키득... 중전님의 마음이 내 마음...

그런데 남편들은 나이 들수록 더 아내를 사랑하는 것 같아요. 관심 끌고 싶어하고...아내와 반비례해요. ㅋㅋ

gimssim 2012-02-14 20:45   좋아요 0 | URL
얼마전 아주 부잣집에 시집간 초등학교 동창을 만났더니 젊었을 때는 제발 일찍 들어와라, 빌어도 늦게 들어오고 아예 안들어오고 하더니만 요즘은 제발 저녁 먹고 와라 그래도 일찍 들어와서 집에서 밥 먹는다고...사람 사는 것은 다 비슷한 것 같아서 웃었습니다.
저도 늦게 들어오는 것은 용서해도 밥 안먹고 들어오는 것은 용서못합니다. ㅋㅋㅋ

굿바이 2012-02-14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마지막 "창 밖에는 비오고요" 이거 송창식씨 노래 맞죠?
정말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서울은 야릇한 날씨입니다. 바람 속에 햇살이 가득하고 햇살 아래 바람이 떠돌고, 뭐 그런 날씨입니다.

gimssim 2012-02-14 20:46   좋아요 0 | URL
오늘은 봄이 오려는 지 봄비 같은 비가 내렸습니다.
네, 창밖에는비오고요, 바람 불고요~~~ 송창식이요.
세월의 강을 훌쩍 건넜습니다. 저는.

프레이야 2012-02-15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륜이 묻어나는 부부 이야기, 늘 재미나게 읽어요, 중전님.
동물원에가기,는 저도 참 좋아하는 책이에요.
알랭 드 보통은 정말 천재 같아요.ㅎㅎ

gimssim 2012-02-16 07:59   좋아요 0 | URL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 찰리 채플린

보통의 글을 읽으면 급 우울해집니다. 질투심이죠.
어떻게 사물을, 사건을, 분위기를 사진을 찍듯 정교하고 정확하게 그려내는지요. 신께 참 특별한 선물을 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녀고양이 2012-02-15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언니.... ^^

그래도 페이퍼 전체에서 뚝뚝 떨어지는 애정은 어떠케 할까요?
저는 너무 좋은걸요... ^^. 옆지기님께서 언니가 가장 편하신가봐요, 그리 말이 많아지신다니... 말이란게 아무한테나 걸기 어려운거더라구요. 받아줄거 같은 상대가 되어야 걸게 되는걸요, 전.

겨울이 이제 슬슬 지겨워요, 전 봄이 너무 그리워요... 에효.

gimssim 2012-02-16 07:58   좋아요 0 | URL
그래요. 겨울이 빨리 지나가고 따뜻한 봄이 왔으면 좋겠어요.
운동 가다 보니 매실나무에 아주 작은 꽃망울이 맺혀있더군요.
녀석들도 준비를 하고있나 봅니다.

순오기 2012-02-16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호나 3호, 부부로 사는 게 별다르지 않을 듯한 일상을 참 재밌게 풀어놓아서 좋아요.
총량불변의 법칙은 말 뿐 아니라 부부의 사랑표현에도 적용되지 않을까요?
우리 남편은 일찌감치 들어와서 TV 드라마 챙겨보는 아줌마화 되어가요.ㅋㅋ

gimssim 2012-02-17 08:05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요즘 많이 바쁘시죠?

아, 사랑도 귀찮다니까요.
한일주일쯤 아무것도 하지않고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올겨울엔 봄이 무척 기다려지네요
 
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식물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나무 밑동에서 살아 있는 부분은 지름의 10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바깥쪽이고, 그 안쪽은 대부분 생명의 기능을 소멸한 상태라고 한다. 동심원의 중심부는 물기가 닿지 않아 무기물로 변해 있고, 이 중심부는 나무가 사는 일에 간여하지 않는다. 이 중심부는 무위와 적막의 나라인데 이 무위의 중심이 나무의 전 존재를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버티어준다.

존재 전체가 수직으로 서지 못하면 나무는 죽는다. 무위는 존재의 뼈대이다. () 나무의 늙음은 낡음이나 쇠퇴가 아니라 완성이다.   p.92

 

   며칠 전 이 책을 읽었습니다. 이 글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습니다. 요즈음 저 자신에 대해서 좀 깊이 묵상하고 있는터여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해 연말 몸담고 일하고 있는 곳에서 문제가 터졌습니다. 제가 너무 '일방통행'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좀 느슨하면 좋을텐데 너무 타이트하다는 불평들이 쏟아져나왔습니다.

  리더는 먼저 자신을 무장하고 자신을 콘트롤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것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렇게 비춰졌던 모양입니다. 문제가 터진 만큼 수습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 자신을 오래 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가장 빠르고 좋은 방법은 제가 변하는 것입니다. 합리적인 방법으로 제 자신을 설득해 가고 있습니다.

  원칙과 소신과 명분을 지켜온 저의 입장에서는 이런저런 것들이 많이 섭섭하고 회의가 들었습니다. 말하자면 그들의 요구는 맡은 일을 제때 하지 못해도 그럴 사정이 있었거니 넘어가 달라거나 자신들에 대한 기대수준을 낮취달라는 것이고 저는 일을 하는 이상 그렇게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습니다. 그렇게 서로 '일방통행'으로 왔으니 일을 하는 것이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문제가 터진 것에 자존심이 상해서 한동안 저 자신을 자책하고 많이 다그쳤습니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 보니 저의 원칙, 소신, 명분, 이런 것들이 저라는 나무를 지탱해 온 힘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나무가 수직으로 서기위한 '존재의 뼈대'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조직을 이끌어가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지난 연말 그 한계점에 도달한 것이지요. 이 책에는 나무의 바깥쪽 10분의 1이 나무의 생명을 유지해간다고 말합니다. 저에게 있어서 그 10분의 1일 바로 '소통'이 아닐까 하는 깨닫음이 왔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중에 운동을 갔다가 이것들을 발견했습니다. 이튿날 카메라를 가지고 가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바로 이 사진들입니다.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주 2012-02-08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나무 중심부가 정말로 저렇게 생겼군요!
생명의 기능은 소멸하였지만 나무를 수직으로 세워주는 힘!
제가 요즘 생각하고 있는 것을 지지해주는 글이라서 더 기뻐요.

gimssim 2012-02-08 20:40   좋아요 0 | URL
나무 안의 흔 부분들은 이미 생명은 소멸되었다는 말이지요.
만져보니 아주 단단했습니다. 그 부분이 나무를 지탱해준답니다.

여러모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sslmo 2012-02-08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인용글 보니, 김훈의 '내 젊은날의 숲'이 생각나요.
'나무줄기의 중심부는 죽어 있는데,
그 죽은 뼈대로 나무를 버티어주고 나이테의 바깥층에서 새로운 생명이 돋아난다.
그래서 나무는 젊어지는 동시에 늙어지고, 죽는 동시에 살아 난다.
나무의 삶과 나무의 죽음은 구분되지 않는다.
나무의 시간은 인간의 시간과 다르다.
내용이 다르고 진행 방향이 다르고 작용이 다르다.'

저는 생명있음의 소통만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존재 전체가 수직으로 서지 못하면 죽는다. 무위의 존재는 뼈대다...라는 구절,

저도 읽은 책, 읽은 구절인데도...오래 머물다가게 하는걸요~^^

gimssim 2012-02-08 20:43   좋아요 0 | URL
김훈의 <내 젊은 날의 숲>은 아직 안읽어봐서...그런 구절이 있었군요.

소통과 소신을 겸비할 수 있도록 도를 더 닦아야 하나 봅니다.
아무래도 아직은 '하산'할 때가 아닌 모양이지요.

마녀고양이 2012-02-08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관성있는 리더가 좋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일관성'에 관련된 규칙이, 제게 설명되고 납득될 필요는 있는게 아닐까 해요.
그래야만 일하고 따를 맛이 나더라구요. 하지만,, 언니는, 진짜 멋진 리더실거 같아요.
(저도 밑에 써주세요... 헤헤.)

gimssim 2012-02-08 20:46   좋아요 0 | URL
저는 일관성은 있어도 유연성을 없는 모양입니다.
둘 다 겸비하는 건 무리이겠지만 그래도 생각의 물꼬는 조금씩 터봐야겠어요.

숲노래 2012-02-09 0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를 버티는 나무줄기라기보다
나뭇가지를 버티는 나무줄기라고 해야겠지요.
정작 나무를 버티는 곳은 뿌리일 테니까요.

나무도 너무 딱딱하거나 곧으면 비바람에 뚝 하고 부러지고,
나무도 비바람에 살살 흔들리며 바람결에 몸을 맡기기도 하면
어떤 어려움도 찬찬히 견디거나 이기거나 받아들이리라 생각해요.

gimssim 2012-02-09 06:23   좋아요 0 | URL
저는 생명이 다한 것이라고 필요없는 것은 아니구나,로 이해했어요.
저의, 다른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부분도 '나'를 구성하는 저의 일부분이라 생각하고 위로를 받았드랬습니다.

순오기 2012-02-16 0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사진과 글을 같이 보니 제대로 이해가 되어요.
내 자신이 용납하지 못하는 것도 나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네요.
깊이 생각하게 하는 페이퍼에요~ 고맙습니다!

gimssim 2012-02-20 21:34   좋아요 0 | URL
그래요. 험한 세상을 헤쳐나가려면 자신을 보듬은 일에 좀 더 충실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보름, 달집태우기

 

달을 볼 수 없으리라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대보름 행사를 하는 곳으로 갔습니다.

주인공인 보름달은 빠진 채 사람들은 흥겨워보였습니다.

선거가 있는 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떡과 막걸리, 돼지고기 수육, 김치, 각종 차들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선거철에만 보이는 높으신 분들도 대거 온 모양입니다.

넘쳐나는 음식은 사양하고 차를 한 잔 얻어마셨습니다.

작은 어촌마을에 얼마나 많은 돈을 풀었을까,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느라 좀 우울해져서 사진을 대충 찍었더니, 사진들을 본 내 사진쌤(사진관 아저찌, 마흔 살, 미혼, 사진전공자)이 말했습니다.

"사진 찍기 싫으셨어요?"

제가 그랬습니다.

"사진관 문 닫고 자리 깔고 나앉으십시오. 그게 더 빠르겠습니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12-02-07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중전님 서재에 제가 발을 들였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건 데자뷰일까요? 저 사진들을 보니까 달집태우기가 꼭 한국판 불꽃놀이 같아요. 불꽃놀이가 어디서부터 기원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찾아봐야겠네요~) 어제 새벽 다섯시였나... 그때 창밖으로 아주아주 밝은 보름달을 봤답니다. 그저 넋놓고 바라봤지요.

그런데, 사진에 대해 전혀 모르는 저에게는 마냥 아름다운 사진들인걸요? ㅎㅎ

gimssim 2012-02-08 08:00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어제 새벽에는 아주 둥근 보름달을 보았답니다.
사진도 두장 인화해서 제 방에 붙여놓았답니다.
이렇게 추운날 좀 뜨거운 열기를 받을 필요가 있어서요.

오늘은 많이 춥답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하양물감 2012-02-07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유치원에서 쥐불놀이를 하고 온 한솔이 한복에서 탄내가 제법 나더라구요.

gimssim 2012-02-08 08:02   좋아요 0 | URL
한솔이가 혹 한복은 태워먹지 않았나요? ㅎㅎ
교회에서 송구영신 예배 드리면서 촛불예배를 드렸더니 몇몇 여자아이들이 앞머리를 태워먹었어요. 아이가 얼마나 놀랐겠어요.

하양물감 2012-02-11 21:02   좋아요 0 | URL
한복은 안태워먹었는데요..ㅋㅋ
예전에 캠프때 촛불들고 하는 행사가 있었는데 그때 머리카락 제법 태웠네요. 그래서 다음에는 촛불모양 전구로 대신하기로 했어요. 그러면 맛은 좀 안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