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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식물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나무 밑동에서 살아 있는 부분은 지름의 10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바깥쪽이고, 그 안쪽은 대부분 생명의 기능을 소멸한 상태라고 한다. 동심원의 중심부는 물기가 닿지 않아 무기물로 변해 있고, 이 중심부는 나무가 사는 일에 간여하지 않는다. 이 중심부는 무위와 적막의 나라인데 이 무위의 중심이 나무의 전 존재를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버티어준다.
존재 전체가 수직으로 서지 못하면 나무는 죽는다. 무위는 존재의 뼈대이다. (…) 나무의 늙음은 낡음이나 쇠퇴가 아니라 완성이다. p.92
며칠 전 이 책을 읽었습니다. 이 글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습니다. 요즈음 저 자신에 대해서 좀 깊이 묵상하고 있는터여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해 연말 몸담고 일하고 있는 곳에서 문제가 터졌습니다. 제가 너무 '일방통행'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좀 느슨하면 좋을텐데 너무 타이트하다는 불평들이 쏟아져나왔습니다.
리더는 먼저 자신을 무장하고 자신을 콘트롤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것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렇게 비춰졌던 모양입니다. 문제가 터진 만큼 수습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 자신을 오래 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가장 빠르고 좋은 방법은 제가 변하는 것입니다. 합리적인 방법으로 제 자신을 설득해 가고 있습니다.
원칙과 소신과 명분을 지켜온 저의 입장에서는 이런저런 것들이 많이 섭섭하고 회의가 들었습니다. 말하자면 그들의 요구는 맡은 일을 제때 하지 못해도 그럴 사정이 있었거니 넘어가 달라거나 자신들에 대한 기대수준을 낮취달라는 것이고 저는 일을 하는 이상 그렇게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습니다. 그렇게 서로 '일방통행'으로 왔으니 일을 하는 것이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문제가 터진 것에 자존심이 상해서 한동안 저 자신을 자책하고 많이 다그쳤습니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 보니 저의 원칙, 소신, 명분, 이런 것들이 저라는 나무를 지탱해 온 힘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나무가 수직으로 서기위한 '존재의 뼈대'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조직을 이끌어가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지난 연말 그 한계점에 도달한 것이지요. 이 책에는 나무의 바깥쪽 10분의 1이 나무의 생명을 유지해간다고 말합니다. 저에게 있어서 그 10분의 1일 바로 '소통'이 아닐까 하는 깨닫음이 왔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중에 운동을 갔다가 이것들을 발견했습니다. 이튿날 카메라를 가지고 가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바로 이 사진들입니다.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