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 하고 수심 오십 미터에서 건져 올렸다는 생물 홍합들

이 이대로는 절대로 포장마차 끓는 물 속으로 들어갈 수 없노라며

입술을 앙다물고 버티시는 바람에 오늘도 목포집 아주머니는 시

퍼런 바다와 싸우느라 구슬땀을 흘리시다

 

-이시영 [홍합] 전문

 

 

 

 내 한 친구는 어떤 상황을 명쾌하고도 독창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이 있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었다.

 "계곡의 상류는 조용하고 하류는 시끄럽다네. 물이 적으니 소란도 적은 법, 세상사도 그렇지 않은가."

 이 도사(?)가 홍합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홍합 안주를 돈 받고 팔기 시작하면서 인정에서 물질의 시대로 경계가 넘어간 것이지."

 녀석의 해석인지 넋두리인지 모르겠지만 꽤 그럴듯했다. 시장에서 홍합은 여전히 싼데, 술집 인심은 야박해진 것이다.내가 술을 배우던 때는 그의 표현대로라면 인정의시대였다. 홍합을 흔히 빈자의 굴이라 한다. 값이 싼데 맛은 좋다는 뜻일 게다. 포장마차 주인은 홍합이 담긴 양은대접을 서너번은 더 채워주었다. 홍합을 워낙 좋아했던 나는 그 홍합 안주가 무료라는 사실이 더 불편했다. 돈을 받고 팔았다면 당당하게 먹고 싶은 만큼 시켰을 텐데, 공짜인지라 청하기가 무색했던 셈이다. 그 공짜 홍합에도 예(禮)가 있었으니, 알맹이를 다 까먹었다고 한그릇을 더 청하는 건 예가 아니었다.

 

 

 국물까지 알뜰하게 먹고 난 뒤에야 당당히 추가를 외칠 자격이 주어졌던 것이다. 또 충분히 끓어서 국물이 진득해지기 전에 퍼주는 건 주인의 예가 아니었고, 단골에겐 마지막 홍합을 퍼주는 게 또 예였다. 왜냐하면 홍합을 끓이면 거대한 들통 바닥에 홍합 알갱이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중간한 때 홍합을 받으면 껍질만 수북하고 알맹이가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포장마차에서는 홍합을 미리 꺼내두었다 주문이 오면 토렴하듯 홍합을 빠트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골고루 분배가 되는 장점은 있었는지 몰라도 알맹이가 말라서 그다지 인기는 없었던 것 같다.

 홍합은 요리법이 간단하다. 그런데 홍합탕 하나 끓이는 데에도 마늘을 넣네 어쩌네, 파는 넣네 안 넣네 말이 많다. 나는 홍합 그대로의 순수한 요리법을 지지한다. 홍합 무게의 절반쯤 되는 물을 넣고 오직 홍합만으로 탕을 끓이는 것이다. 비린내를 잡아준다는 술도 필요없고 마늘이며 파도 의미없다. 더러 후추를 뿌리기도 하는데, 이거야말로 '과공비례(過恭非禮)'(?)다. 홍합은 그냥 홍합 스스로 맛을 내는 희한한 재료다. 그렇게 맑게 끓이면 국물에 청량감이 있고, 시원한 맛이 머리끝에 이른다. 그리고 뒤늦게 감칠맛이 천천히 찾아든다. (P.12~15 )

 

 

 

 홍합은 성을 바꾼다. 생식을 위해서 성을 바꾸는 건 고등동물에서는 볼 수 없다. 홍합은 성을 바꾸어서 개체수를 늘린다. 수컷은 기꺼이 암컷으로 성을 바꾸어서 잉태한다. 이 눈물겨운 결정이여. 홍합은 살을 찌우고 비우기를 반복한다.  (P.12 )

 

 

 

 

 

                                                                            -박찬일, <뜨거운 한입>-에서

 

 

 

 

 

     간밤도 달렸기 때문에, 아직도 약간 어지럽지만 정신 차리자, 생각하며 꺼내 읽기 시작한

     박찬일 님의 <뜨거운 한입>을 펼치자마자 첫번 째로 딱 나오는 이 '홍합'에 대한 글을

     읽으며 흠...흠... 나도 이따 저녁에는 홍합탕을 끓이자. 아무것도 넣지 않고서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을 비롯해 소중한 님께서 어제 보내주신 네 권의 책들을 짜르륵, 넘겨본다.

     서경식 님의 <나의 조선미술 순례>, 원철스님의 <집으로 가는 길은 어디서라도 멀지 않다>

     좋아하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배우 고바야시 사토미 님의 <사소한 행운>.

     다들 참 마음에 쫙 든다. 오늘은 즐독의 하루를 누리고, 저녁에는 '홍합탕'을 끓이자!

     고맙습니다.^^

 

 

 

 

 

 

 

 

 

 

 

 

 

 

 

 

 

 

 

 

 

 

 

 

 

 

 

 

 

 

 

 

 

 

 

    그리고 이 시집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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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12-17 11:53   좋아요 0 | URL
바다를 넉넉히 품에 안은 짭쪼름한 숨결을
기쁘게 누리셔요~

appletreeje 2014-12-18 09:03   좋아요 1 | URL
예~시원하고 감칠맛 있게 잘 누렸습니다~^^

2014-12-17 12: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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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8 09: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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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7 12: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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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8 09: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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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7 14: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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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8 09: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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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7 19: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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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8 09: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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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9 16: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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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0 00: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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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일어나면, 정신이 없어서 드립커피 대신 달달한 믹스커피를 한 봉 타 먹는다.

      이거 달달한 게 땡기는게 혹시? 당뇨병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지만 당뇨병은 아니구..

      근데 오늘 아침엔 컵에 부어놓은 커피를, 메일 확인하고 화들짝 놀라 일을 하면서

      까먹고 놔두었다.  그리고 또 하루가 저물고 친구가 잠깐 들려 자기네 족발 사면서

      우리 것까지 샀다며 떨구고 간, 갓 삶은 촉촉한 족발!  그런데 흑흑...모두들 늦게 온다는

      문자에 그냥 혼자 먹기로 함. 그리고 어차피 혼자 먹을 것 작은 소줏잔 대신 그 슬림하고

      어여쁜 컵에 먹으려 하니 믹스커피 가루가! 그리하여 컵안의 커피를 탈탈 털어내고 물로

      씻어서 소주를 부었는데 앗, 워낙 눌러 붙은 커피가 몰래 남아 있었던 모양이라 무지무지

      연한 예쁜 브라운색에 커피향까지 났다!! 그런데 이게 맛이 은근 뛰어난 게 아닌가~?^^

      (살짝 덜 달고 연한 '블랙러시안' 맛 같기도 하다.)

      오홋!!! 오이를 채 썰어 넣은 '오이소주' 장어를 먹을 때 채썬 생강을 넣은 '생강소주'는 왕왕

      먹어 봤지만 예기치 않은 '커피소주'는 첨이지만, 그런데 이 커피소주 은근 매력 돋는다.^^

      자 어서 부추무침과 마늘이랑 파랑 상추와 깻잎이랑 여섯 가지 쌈장이랑 맛있게 먹자~

      근데...혼자 이러고 있는 내가 좀 남새스럽긴 하구먼. 끌끌,

      어쨌든 다음 우리집에서 하는, 주당모임엔 새 레시피인 이 '커피소주'를 그대들에게도 소개

      해드리리~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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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1 20: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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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1 20: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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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1 20: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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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1 20: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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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모노로그 2014-12-11 21:46   좋아요 0 | URL
ㅎㅎ커피 소주 맛, 캬~~ 커피향에 알콜이 묻히는데요?
개인의 취향이지만 전 얼음넣어서 마시는 소주와 맥주가 정말 맛있습니다.
평상시 얼음을 무지 좋아하거든요~~^^
다음엔 소주에 커피를 타서 ㅎㅎㅎ 마셔봐야겠습니당~~~맛날 것 같아요~~^^

appletreeje 2014-12-12 00:58   좋아요 0 | URL
앗, 저 소맥도 좋아하는데요~ 양주 마실때만 얼음 넣는데
일간 꼭! 얼음 넣은 소맥 마시며 드림님 생각 상쾌하게 해야겠어요~ㅎㅎ
저는 오늘 족발에 소주 빨리 먹고 싶은 마음에 설거지를 미흡하게 한 것이
우연찮게 `커피소주`를 만났던 것 같습니다~ ㅎㅎ
근데 생각해보니, 저는 종일 습기를 머금은 커피의 찐득함에 소주가 희석되어
커피소주가 된 것 같아요. 커피가루를 넣으면 둥둥 떠서 잘 희석이 안 될 듯 하오니
농축액으로, `더치맥주`처럼 `더치소주`를 드심이 좋으실 듯 하옵니다.^^
아...이거...본의 아니게, 심야에 음주댓글을 드리네욤.ㅋ

사랑하는 드림님! 편안하고 포근한 밤 되세요~*^^*

2014-12-11 21: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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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2 00: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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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1 22: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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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2 00: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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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12-11 22:50   좋아요 0 | URL
참, 댓글 안달고 갈 수 없게 만드시네..울 트리제님..^^
음식에 남다른 혜안이 있으신 줄은 워낙 소문이 자자하지만 이번 `레시피`는 정말, 역사적으로도 길이 남을 `발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식약청이든 특허청이든 당장 등록하셔야 할 듯 합니다.

저도 당장 커피 알갱이에 소주 타보고 싶지만 지금 소주 사러 갈수도 없고..ㅠㅠ
내일 한번 해보고 시음결과도 보고할..까요 말까요..ㅎㅎㅎ

appletreeje 2014-12-12 01:00   좋아요 0 | URL
ㅋㅋ, 저녁짬에 홀로음주타령이 울 컨디션님의 발걸음을 잠시 잡았네욤.ㅎㅎ
저도 새로운 소주의 레시피를 `발견`한 줄 알았는데요~ 알아보니 이미 자리잡은
커피소주,였어요. ㅎㅎ
소주를 일단 한잔 마시고 다시 소주에 아메리카노를 섞어 마시는 방법이라든지,
원두 알갱이를 소주에 며칠 담가놓았다가 우려서 마시는 등등~~
여튼 같은 주당들끼리, 여직껏 몰랐던 소주칵테일을 함께 마시게 되어 즐겁습니다.^^
컨디션님께서도 일간 함 시음해보셔용~~


사랑하는 컨디션님! 편안하고 포근한 밤 되세요~*^^*

하늘바람 2014-12-12 02:13   좋아요 0 | URL


넘 재미나네요. 혼자 족발을.
저도 아침에 믹스커피 타마셔요.
빈속어ᆞ.
오늘은 믹스가 떨어져. 못 마셨지만.
이제 마실때마다 님 냉각 나겠어요

appletreeje 2014-12-12 10:50   좋아요 0 | URL
혼자 족발을. ㅋㅋ
하늘바람님께서도 아침에 믹스커피 드시는군요~
저도 이제 아침 커피 마실때마다 님 생각 날 것 같아요.^^

하늘바람님! 오늘도 예쁜 아기들과 좋은 하루 되세요~*^^*

숲노래 2014-12-12 04:02   좋아요 0 | URL
좋아하는 먹을거리를 즐겁게 누리면
몸이 아프지 않아요.

그런데, 좋아하는 먹을거리를 누리다가도
`당뇨병` 같은 이름을 떠올리면
참말 이러한 것이 찾아와요.

언제나 즐겁게 누리면서
아름답고 튼튼한 내 몸을 그리시면
이러한 결 그대로 늘 재미난 하루가 되리라 생각해요.

다음에도 맛나게 누리셔요~

appletreeje 2014-12-12 10:52   좋아요 0 | URL
예 그렇네요~ 이젠 좋아하는 음식들 먹을 때마다
좋은 생각만 하며 즐겁게 누려야겠어요.^^
고맙습니다~~

icaru 2014-12-12 09:11   좋아요 0 | URL
엇, 괜찮은 레시피 같은데요~ 우연찮게 얻어가요 ㅎㅎ;;

appletreeje 2014-12-12 10:55   좋아요 0 | URL
우연히 만난 레시피인데, 언제 한번 드셔보셔요~ㅎㅎ

icaru님!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아무개 2014-12-12 11:56   좋아요 0 | URL
오호!! 아메리카노 진하고 차갑게 만들어 놓고
내일쯤 시음해봐야겠어요.
족발이랑 함께요!
벌써 군침이 꾸우우울꺽!!

근데요 역시 아침 첫잔은 뭐니뭐니해도
믹스커피가 옳아요!! ^^

appletreeje 2014-12-12 12:16   좋아요 0 | URL
ㅎㅎㅎ 오늘 아침에 접한 소식에 의하면, 아메리카노도 괜찮지만
`더치소주`가 더 맛나다 합니다~~
이번 연말엔 왠지 족발을 더 먹게 될 것 같아요.
족발의 살짝 느끼한 맛을 커피향으로 잘 잡아주니까요.ㅋㅋ

아침 첫잔은 믹스커피!!!^^


아무개님! 내일 족발 맛나게 드시고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

2014-12-12 14: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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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3 02: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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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2 22: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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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3 02: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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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8 12: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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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8 12: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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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4-12-28 12:4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깜짝놀랐어요..^^ 실시간 답장이 가능하군요..북플은..ㅎㅎ애플트리님
도 상큼한 연말보내시고 신선한 새해맞이 하시길 바랄게요! 사과나무아래..그장소에서~♥

appletreeje 2014-12-28 14:13   좋아요 0 | URL
북플로 답장 드린게 아니고 컴으로 드렸어요.^^ 저는 북플앱을 안 깔았기에
서재에서 읽고 서재에서~ㅎㅎ 어떤 방식으로든 이웃끼리 정을 나눌 수 있어
참 좋고 감사합니다~*^^*
앞으로 [그장소]님을 생각하면, `사과나무아래`가 떠올라 더 상큼할 것 같습니다~

[그장소]님!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날 되세요~~~*^^*

2014-12-28 14: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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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8 23: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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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4-12-29 00:29   좋아요 0 | URL
아..저만큼이나 밤낮이 없으신모양예요.트리제!제제 생각이 나는건 엉뚱한가요?ㅎㅎㅎ

appletreeje 2014-12-29 00:35   좋아요 0 | URL
아~같은 동지시군요.^^ 트리제,제제!!^^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

[그장소] 2014-12-29 00:40   좋아요 0 | URL
네..네!!^^♥
 

 

 

 

 

 

 

 

 

"보일 듯 말 듯 내리는 비부터 시작해서,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세차게 내리는 비도 있잖아요? 비의 세기에 따라 붙인 이름들은,"

 아이들의 기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선생님은 칠판에 비의 이름들을 쓰기 시작했다.

 "우선 안개비, 아주 가는 비예요. 안개비보다 조금 굵고 이슬비

 

보다 조금 가는 비를 는개라고 해요. 그럼 는개 다음은 이슬비겠죠? 이슬비는 보슬비라고도 불러요."

 이슬비 옆에 괄호를 치고 보슬비라고 쓴 다음, 선생님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나는 하품을 하다가 선생님과 눈이 딱 마주쳐서 괜히 눈을 비볐다.

 "물을 퍼붓듯이 세차게 내리는 비는 억수라고 해요. '억수로 나쁘다, 억수로 좋다', 그런 말들 들어본 적 있어요?"

 몇몇 아이들이 짝꿍과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억수처럼 눈물이 솟구친다, 그런 표현도 있어요. 세차게 내리는 비처럼 울고 있는 거지요. 더욱 굵은 빗발이 끝없이 내리는 것을 장대비라고 해요. 장대는 나무로 만든 긴 막대기니까. 빗줄기가 막대기만큼이나 굵다는 거죠. 그러면,"

 선생님은 막대기를 상상하고 있는 우리를 바라보며 잠시 말을 멈추었다. 막대기 때문인지, 하품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계절에 따라 부르는 비의 이름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예를 들어 봄에 오는 비는?"

 "봄비?"

 정답이 이렇게 쉬울 리는 없는데, 하고 머뭇거리는 대답이 어디선가 흘러 나왔다.

 "맞았어요."

 

 

 선생님이 활짝 웃었다.

 "그럼 가을에 내리는 비는?"

 "가을비!"

 "밤에 내리는 비는?"

 "밤비!"

 "그래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낮비라는 말은 없어요. 왜 없는지는 선생님도 잘 모르겠는데, 여러분이 한번 생각해볼래요?"

 그리고 선생님은 지금 내리는 비를 '봄장마'라 부른다고 알려주었다. 봄철에 오는 장마다. 제철이 지난 뒤에 오는 장마는 '늦장마', 초가을에 쏟아지다 개고, 개었다가 다시 내리는 비는 '건들장마'라고 부른단다.

 "건들건들 내리는 거예요."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이 와아아 하고 웃었다.

 "여러 날 동안 쉬지 않고 퍼붓는 장마는 그럼 뭐라고 할까요? 우리가 아까 배운 말이에요."

 아이들은 열심히 칠판에 쓰인 단어들을 살폈다.

 "억수장마?"

 누군가의 자신없는 대답에, 선생님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이외에도 비는 많은 이름을 갖고 있어요. 여우비, 소나기, 단비,

 

 

 약비, 웃비, 먼지잼이나 개부심 같은 어려운 이름도 있고, 칠석물처럼 전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름도 있어요."

 전설이라는 단어에 아이들이 반응했다. 이건 뭔가 옛날이야기 같은 거다.

 "칠월 칠석은 견우와 직녀가 일 년에 한 번 만나는 날이에요. 그날 오는 비는, 두 사람이 흘리는 눈물이라고 해서 칠석물이라고 불러요."

 갑자기 말똥말똥해진 아이들의 눈망울이 선생님을 이겼다. 결국 나머지 수업시간 동안, 선생님은 우리에게 견우와 직녀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하나도 심심하지 않았다. 나는 우산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방울들을 하나하나 세어보았다. 그냥 비가 아니라 봄장마다. 오전까지는 억수비가 내렸는데, 지금은 이슬비다. 이슬비, 괄호 열고 보슬비, 괄호 닫고. 이름을 붙여주니 다정해진다. 그러고 보니 외할머니는 '비가 온다'라 하지 않고 '비가 오신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봄장마 님, 이슬비로 오시는 봄장마 님,하고 비의 이름을 부르며 걷다가, 보아뱀에게 얼른 알려주고 싶어 걸음을 재촉했다. 차박차박, 장화 아래로 빗방울들이 몸을 뒤척여 자리를 바꾸는 소리가 들렸다.  (P.125~128 )

 

 

 

 

 

 질문을 하면, 자신의 멍청함을 들킬 거라고 생각한다. 멍청하게 보이면 손해니까 그건 안 될 일이라고 장화 신은 고양이의 계획이 성공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대해 누구도 질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난 있잖아,"

 보아뱀의 말을 곰곰이 더듬으며 내가 말했다.

 "그 마법사가 마음에 걸려. 사람들을 괴롭히는 나쁜 마법사였을까? 책에는 그런 이야기는 안 나와. 만약 그랬다면 고양이가 꾀를 내서 마법사를 처치하는 걸 수도 있잖아. 마법사가 부려먹는 사람들도 행복해졌을 테고."

 "설사 그랬다 해도 고양이한테는 그런 의도가 없었어. 고양이는 정의나 도덕의 가치관으로 움직인 게 아니야. 사람들이 마법사의 손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행복해진다는 보장도 없고 어쩌면 사정이 더 나빠질 수도 있지. 고양이는 사람들의 행복 같은 데는

 

 

 관심이 없었어. 그렇다면 주인을 위해 그런 일을 한 걸까?"

 보아뱀은 나의 대답을 기다렸다.

 "자기를 죽여 장갑을 만들 생각부터 했던 사람을 좋아했을 리가 없잖아."

 "바로 그거야. 마지막에 고양이는 그 나라의 총리대신이 되었지. 고양이 신분으로 왕은 될 수 없지만, 고양이로서는 최고의 권력을 잡은 거야. 어떻게 보면 막내아들은 이용을 당한 것일 수도 있지. 하지만 막내아들도 권력과 명예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어. 아버지한테 방앗간을 물려받은 큰형과 나귀를 물려받은 둘째형을 부러워하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잖아. 막내아들의 가치관은 그런 거였어. 고양이도 마찬가지고. 그러니까 끼리끼리 만난 거지. 서로의 이익이 맞았던 거야."

 "그럼 백작에다 부자라는 이유로 막내아들을 인정한 왕도, 젊고 잘 생기고 돈도 많다는 이유로 그 남자랑 결혼한 공주도, 다 끼리끼리인 거겠네? 왜 그런 사람끼리 뭉쳐서 잘 되고 마는거야?"

 보아뱀은 끝이 보이지 않는 강물처럼 긴 한숨을 쉬었다.

 "그러게 말이야. 세상이 왜 그지경인지.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별 다를 게 없지. 그러니까,"

 보아뱀은 말을 멈추고 한동안 내 눈을 가만이 바라보았다.

 

 

 "너는 항상 질문을 해야 해. 어른이 되어서도 말이야. 질문을 하는 건, 절대로 창피한 게 아니야. 제대로 된 질문은 대답보다 힘이 세니까."

 그나저나 비가 끈질기게도 오시네, 보아뱀은 혼잣말을 하며 창밖으로 눈길을 돌렸다. 어라, 보아뱀도 비가 오신다고 표현하는구나. 나는 조금 놀라고 기뻐서 히히, 웃고 백과사전을 펼쳤다. 선생님이 어렵다고 했던 비의 이름들을 찾아볼 작정이었다. 어째서 밤비란 말은 있고 낮비란 말은 없는 건지, 비는 왜 그렇게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건지. 나는 어떻게 자라 누구와 끼리끼리가 되어 어느 마음에 무슨 이름의 비로 내릴 건지, 어린 마음의 질문들이 빗방울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P.134~136 )/  아홉 번째 이야기. 장화 신은 고양이

 

 

 

 

                                                                -황경신 연작소설 <한입 코끼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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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2 23: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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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3 07: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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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3 00: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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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3 07: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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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3 10: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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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3 23: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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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4 15: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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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5 17: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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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너에게 내 사랑을 함빡 주지 못했으니

                              너는 아직 내 곁을 떠나서는 안 된다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내 사랑을 너에게 함빡 주는 일이다

                              보라

                              새 한 마리, 꽃 한 송이도

                              그들의 사랑을 함빡 주고 가지 않겠느냐

                              아 세상의 모든 생명은

                              그들의 사랑이 소진됐을 때

                              재처럼 사그라져 사라지는 것이다

                              아직은 아니다

                              너는 내 사랑을 함빡 받지 못했으니  (P.15 )

 

 

 

 

 

 

 

                                   새벽에

 

 

 

 

 

 

 

                                  누굴까 이 새벽 우산을 쓰고 바삐 가는 사람은

                                  누굴까 이 새벽 울고 있는 사람은

                                  누굴까 이 새벽 시외버스에 홀로 터미널에 도

                               착하는 사람은

                                  누굴까 이 새벽 편지를 쓰는 사람은

                                  누굴까 이 새벽 잠 못 드는 사람은

                                  누굴까 이 새벽 수의를 깁고 있는 사람은

                                  누굴까 이 새벽 긴 여행에 오르고 있는 사람은  (P.25 )

 

 

 

 

 

 

 

 

 

                                   국상國喪

 

 

 

 

 

 

 

                                   불쌍한 나의 아가야

                                   운명의 그날 2014년 4월 15일

                                   배 타고 제주도로 수학여행 다녀오겠다며 인사하고

                                떠났던 네가

                                   다음 날 아침

                                   배가 기울어지자

                                   선실에 있으라는 어른의 말에 선실에서 쓰러지지 않

                                으려 구석에서 버티다

                                   구명동의를 입으라는 어른의 말에 구명동의를 허둥

                                지둥 찾아 입고

                                   또 선실에 그대로 있으라는 어른의 말에

                                   더욱 더 기울어지는 선실에서 그래도 침착하게 견디

                                던 네가

                                   마침내 배가 거꾸로 뒤집어지고 거센 바닷물이 덮칠 때

                                   얼마나 놀랐니

                                   무서웠니

                                   기가 막혔니

                                   그날 이후 엄마 아빠의 삶도 끝났다

                                   그 절박한 마지막 순간

                                   네가 보내온 '사랑한다'는 외마디 문자를 보고 또

                                보며

                                   통곡하고 통곡하다 실신하기 여러 번

                                   엄마 아빠는 더 이상 이런 세상에서 살고 싶지가 않다

                                   환생이 있다 하더라도 이 나라에 다시 태어나 달라

                                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위험한 때일수록 어른의 말을 듣고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그 가르침마저도 뼈저리게 한스럽고 원망스

                                럽다

                                   어린 너희들, 선생님들, 또 다른 승객들이 물에 잠겨

                                유명을 달리하던 날

                                   대한민국도 물에 잠겨 버렸다

                                   나라는 지금 국상 중이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닌데도 사람들은 검은 옷을 입고

                                다닌다

                                   차라리 자연재해였더라면.....

                                   전쟁이 나면 왕이, 대통령이 백성을 버려둔 채 먼저

                                도망을 가고

                                   사고가 나면 지하철 기관사가, 배의 선장이 승객을

                                버려둔 채 먼저 도망을 가고

                                   사고, 또 사고가 나도 고쳐지지를 않는

                                   인간의 가장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야비한 인간들

                                   돈만 아는 더러운 인간들

                                   대한민국아

                                   야수들이 설치는구나

                                   대한민국아

                                   물살 세기로 유명한, 칠흑같이 캄캄한 서해 바닷속

                                에서

                                   얼마나 추웠니

                                   불쌍한 아가

                                   이 죄는 선장 아무개, 선원 아무개의 죄만이 아니라

                                   이런 너희를 지키지 못한

                                   대충대충 밥버러지로 살아온

                                   어른들의 죄며

                                   바로 이 아빠와 엄마의 죄며

                                   나라의 죄다

                                   기적처럼 태어났으니 기적처럼 돌아와 달라고 빌고

                                또 빌었건만

                                   차디찬 물속에서 건져져

                                   뜨거운 불속에서 태워지다니

                                   어린 네꿈이며

                                   가슴 설레던 이성 친구며

                                   함께 재잘대던 네 친구들이 모두 떠나서

                                   어린 네가 연기로 화해서 사라지다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짓이란 말인가

                                   아가

                                   우리를 용서 말거라

                                   이 시간만큼은 내세를 믿고 싶다

                                   부디 내세가 있어

                                   그곳에서 너를 만날 수만 있다면

                                   내 새끼 내 자식을 끌어안고 목 놓아 울 수 있다면  (P.46 )

 

 

 

 

 

 

 

 

                                 의인義人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자신의 구명동의를 제자에게 벗어 주고 숨져 간 남

                                 윤철, 고창석, 박육근, 최혜정 교사

                                    친구들을 구하다 사라져 간 양은유, 정차웅, 최덕하,

                                 권혁규 학생

                                    선원은 맨 마지막에 나가는 것이라며 어린 학생들에

                                 게 구명동의를 입혀 탈출시키고 희생한 박지영, 정현

                                 선, 김기웅, 안현영, 양대홍 승무원

                                    학생 스무 명의 탈출을 도운 김홍경 승객

                                    구조작업을 하다 끝내 물속에서 숨져간 이광욱 잠

                                 수사

                                    구조를, 수색을 위해 끊임없이 캄캄한 물속으로 뛰

                                 어드는 잠수사들

                                    이런 의인들이 있기에

                                    그래도 죽지 않고 우리가 산다  (P.47 )

 

 

 

 

 

 

 

                                  죽을 곳

 

 

 

 

 

 

                                    군인에게는 전장

                                    조종사에게는 항공기

                                    선원에게는 배

                                    잘 죽을 수 있는 곳이다

                                    세월호 선장이 마지막 한 사람까지 탈출을 지휘하고

                                 구출됐다면

                                    또는 탈출 못한 승객들과 승무원과 끝까지 남아 배

                                 와 함께 장렬하게 순직했다면

                                    '이준석 선장을 기억하라'는 말이 생겼을 것이며

                                    한국 선원들의 자존심으로 교과서에 올라 후세들이

                                 배우는 교훈이 됐을 것이다

                                    그가 승객들을 선실에 가두어 두고 팬티 바람으로

                                 제일 먼저 황급하게 해경의 손을 잡고 탈출의 발길을

                                 내딛는 순간

                                    그는 모든 한국 어른들을 비겁한 존재로 몰아 뺨을

                                 후려치고 말았다

                                    한 번 죽어 오래 살 수 있는 영웅의 길에서 살아도

                                 이미 욕되게 죽어 버린 살인자의 길로 내딛고 말았다

                                    참으로 만나기 어려운

                                    잘 죽어 오래 사는 행운을

                                    헌신짝처럼 벗어 던져버리고 맨발로 도망쳤으니

                                    누구나 결국은 죽는 것인데

                                    어리석도다

                                    어리석도다

 

                                    하기야 아무나 될 수 있다면 그게 어디 영웅이랴  (P.48 )

 

 

 

 

 

                                                                           -유자효 詩集, <아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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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0 18: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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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1 05: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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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0 19: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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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1 05: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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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11-20 20:00   좋아요 0 | URL
음, 서정시로군요...
시에 흐르는 이야기와 감나무가...
어쩐지 애틋하게 어울립니다.
주렁주렁 달린 감을
즐겁게 먹을 아이들을 헤아려 봅니다..

appletreeje 2014-11-21 05:54   좋아요 1 | URL
저도 시집을 읽고나서
표지그림인 이상열 님의 <고향의 감나무>를 보니
한층 마음이 애틋했는데
함께살기님께서도 그렇게 느끼셨네요...

하늘바람 2014-11-20 20:30   좋아요 0 | URL
가슴 아프네요

appletreeje 2014-11-21 05:55   좋아요 1 | URL
예 가슴 아프네요..

2014-11-21 09: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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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3 23: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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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11-21 20:29   좋아요 1 | URL
트리제님, 그간 격조했습니다..(이렇게 운을 떼고 보니 댓글이 아닌-댓글이라면 비글로- 방명록에 인사를 남겨야 할 것만 같은데 그래서인지 더욱 그래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댓글로 갑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우리가 그토록 목놓아 부르곤 하던 `불금`이네요. 이제는 불금이 와도 예전처럼 술을 맘껏 퍼먹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지만, 어쨌든. 사실 좀 터놓자면, 제가 <눈먼 자들의 국가>를 읽고 너무 화가 나서 별점 한 개를 주고 말았는데, 무슨 낯짝으로 그랬을까, 하면서도 잘못했다고 반성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책이 단순히 세월호의 참극을 잊지말자는 구호를 넘어 국가에 대한 강력한 규탄, 그러니까 그게 교양머리도 없이 마구 악을 쓰듯 꺽꺽대는 악다구니 절규였다면, 그랬다면 저도 같이 목놓아 울었을 것입니다. 근데 어느 누구도 그렇게 하질 않는 거예요. 슬픔을 표현하는 미사여구는 세상에 널리고 널렸습니다. 그리고 슬픔 못지않게 중요한 분노를, 어떤 날카로운 판단을, 해야하는 이들이 그걸 못하고 현학과 감성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만 같아 보였습니다. 하나를 놓고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문제는 각자의 몫이고 역량이겠지만 그 방식이 책(세월호를 다룬)에서도 통하리라 믿고 있는 건 아닌가, 아니 어쩌면 매우 안일하고 (백번 나쁘게 말하자면) 몰상식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제가 느닷없이 오랜만에 와서는, 술주정 하듯 이렇게 털어놓고는 있지만...
그냥 트리제님에게, 저에겐 트리제님이니까, 술주정이라도 좋으니 이렇게라고 막, 하고 싶어서 이렇게 막, 해도 이해해주실 것 같아서...그랬습니다.

정말이지 소주 세 잔 정도, 안주도 없이 연거푸 입에 털어놓고 싶습니다. 뭐가 됐든, 오늘은 불금이니까요. 그렇지 않나요? (제발 입가에 미소를 머금어주시길..)

appletreeje 2014-11-23 23:44   좋아요 1 | URL
컨디션님, 그간 격조했습니다..저도요..우리의 불금이 지나고 불일이네요.^^
저는 <눈먼 자들의 국가>를 읽지 못했지만(이상하게도 세월호에 대해 작가군들이 쓴 책들은 괜히 피하게 되더라구욤.) 존경하는 분의 글에서도 컨디션님과 같은 소회를 적으셨어요. `왜 열두 편의 글들이 일제히 어떤 지점에 멈추어 서느냐, 하는 점이다. 정치집단의 공식 입장도 아니고, 제도언론의 보도.논평도 아니건만, 날카롭든 날렵하든 엄중하든 진실의 불투명 속으로 단도직입 하는 섬뜩한 미학적 윤리적 기미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여기 정치의 제노사이드 앞에서 묘비명 이야기를 최선을 다해 하자, 뭐 그런 느낌이 든다는 말이다. 심지어 어떤 글들은 마지막에 너무나 당연한 몇 마디 하기 위해 장황한 서구 레퍼런스를 방패막이 삼기도 하다. `공공公共의 상상력`이 이렇게까지 결딴난 사회가 참담하다.`라는.
차라리 어떤 공공의 액션,을 취하는 것보다 그 글을 쓴 분들이 광화문 광장에 직접 나가 함께 하는 일이 천편일률적 문장보다 더 진정성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사랑하는 컨디션님! 소주 세 병쯤 함께하고픈 그런 밤이네요.
새로운 한주, 입가에 미소가 피어나는 좋은 시간들 되시기를, 저도 컨디션님도
빌어 봅니다~*^^*

비로그인 2014-11-24 02:16   좋아요 1 | URL
언제 꼭 술한잔 할 수 있기를...진심으로..

트리제님의 사랑;에 대해(저에 국한된 것이라고 어찌 순진하게 믿을 수도 없기에 그냥, 범인류적? 사랑이라 할지라도) 저는 늘 마음 애닲아 합니다. 지금 순전히 술김이라 후회할지도 모를 댓글이지만..

appletreeje 2014-11-27 04:10   좋아요 1 | URL
예~언제 꼭 술한잔 해요. ^^
저도 컨디션님께 늘 마음 애닲아 합니다~*^^*

2014-11-22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23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25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27 0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림모노로그 2014-11-27 06:11   좋아요 1 | URL
시가 참 좋네요~^^북플 덕에 새벽에 나무늘보님이 올려주신 시를 읽었습니다.
집에서는 컴퓨터를 하지 않아서 서재나 블로그는 회사에서만 하거든요 .ㅎㅎ
페이스북이나 카스를 평상시에 하는 것처럼 북플도 같은 맥락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북플가입 기념으로 울 나무늘보님께 댓글 함 달고 우산쓰고 산에 갑니다. ㅎㅎ~나무늘보님 덕에 오늘도 행복한 아침을 엽니다.~~♡♡

appletreeje 2014-11-27 04:29   좋아요 1 | URL
예~시가 참 좋지요~?^^ 저는 북플 앱 안 깔았습니다.
카톡이나 페이스북 트윗 등등도 안 하고 사는 사람이라서욤. ㅋㅋ
그런데 울 드림님 같이 바쁘신 중에도 짬짬이 스맛폰을 잘 활용하시는 분들껜
유용하고 즐거운 틈이 되실 듯 합니다. ㅎㅎ
덕분에 드림님 소식도 자주 들을 수 있구욤.^^

드림님!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하늘바람 2014-11-26 14:37   좋아요 0 | URL
요즘 밤마다 동희에게 불러주는 노래 생각나네요. 하얀 눈위에. 구두 발자국. 바둑이와 같이간 구두발자국 누가누가 새벽길 걸어갔나. 하얀 눈위에 구두빌자국

appletreeje 2014-11-27 04:40   좋아요 1 | URL
밤마다 동희군에게 불러주신다는 노래에 마음이 눈처럼 포근해집니다~
하얀 눈위에 구두 발자국. 바둑이와 같이간 구두발자국 누가누가 새벽길 걸어갔나.
하얀 눈위에 구두 발자국. 저도 따라 불러봅니다~~

하늘바람님! 어여쁜 아기들과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날 되세요~*^^*
 

 

 

 

 

 

 

 

             저녁밥을 먹는데, 둘째의 얼굴이 뭔가 이상해 화들짝 자세히 들여다 보니

             잘 생긴(?) 코에 붉은 사선이 쭉 그어져 있었다. 깜짝 놀라 "너 왜 코가 이러니?"

             물었더니, 고양이가 할퀐어. 아니? 어떤 고양이가??? 목청을 높이며 물었더니

             "형민이네 고양이 만식이가" "왜???" "내가 빤히 쳐다봤더니 만식이가 앞발로

             후려치며 발톱으로 할퀐어" 그 순간, 어이도 없고 웃기기도 하고...ㅋㅋㅋ

             뭔가 만식이가 부아가 치밀어 앞발을 날렸던 것 같은데...내가 알기론 만식이는

             착한 고양이인데 울 둘째가 모종의 원인제공을 했는가 싶다.

             내일은 코에 밴드를 붙이고 등교를 해야겠다.

             그러길래, 사람이든 동물이든 함부로 하지말고 잘 살거라! 이눔아...

             '만식이'는 세 살짜리 아주 조용한  러시안 블루, 고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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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0 01: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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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0 07: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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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11-10 08:24   좋아요 0 | URL
어찌 보면, 고양이가 할퀴어 콧등에 금을 죽 긋는 일은...
아주 드문 경험이에요.
그래도 아이는 씩씩하네요.

고양이가 할퀴었어도
고양이를 무서워 하는 일이 없기를,
예쁘게 사랑하기를 빕니다.

잘생긴 콧등아, 얼른 아물어라!

appletreeje 2014-11-10 09:27   좋아요 1 | URL
ㅎㅎ 고양이들을 오래 키워서 팔이나 다리에 식구들이 영광의 상처를
비교적 많이 가졌는데(새끼 고양이때는 놀자고 잘 달라붙어서) 이렇게
콧등에 상처가 난 일은 처음이예요.
어떤 고양이는 제 몸을 만지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데, 아이가 만지며 들여다
보니까 얼결에 앞발로 후려친 듯 합니다.
처음엔 코를 보고 깜짝 놀랐는데, 사연을 듣고 나니 어이도 없고 웃음도 나고
그랬어요. ㅋㅋ
아이도 물론, 이 일로 고양이를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일은 없을거예요.^^

콧등이 아물려면 좀 오래가겠지요~
고맙습니다!

2014-11-10 12: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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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0 12: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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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딸 2014-11-10 13:00   좋아요 1 | URL
사람이든 동물이든 함부로 하지 말고 잘살거라 이눔아~ ㅎㅎㅎ
이 한마디로 많이 배우네요.

appletreeje 2014-11-10 22:39   좋아요 1 | URL
비의딸님, 반갑습니다~^^
저희 둘째도 분명, 만식이가 다른 사람의 손길을 싫어하는 것을 알았음에도
굳이 쓰담을 하다가, 이런 쓰라린 상처를 얻은 듯 싶어서,
첨엔 놀랐다가 만식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그럴 수 있는 일이었어요.ㅎㅎ
그러니 사람이든 동물이든, 상대방의 입장에서 서로 배려를 해야겠다는 그런
생각이 든 조그만 에피소드,였습니다~

비의딸님! 댓글 감사드리며, 편안하고 좋은 밤 되세요~*^^**

2014-11-11 08: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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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2 00: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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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11-11 16:04   좋아요 0 | URL
코에 밴드를
저는 사실 고양이 무서워 하는데요 요즘은 그나마 나아졌어요.
고양이보다 개가 사람한테는 더 자주 상처를 입힐 지도 모르는데 유독 고양이가 왜 무서운지.
밴드붙이고 학교로.
에공
빨리 낫길 바랍니다 ^^

appletreeje 2014-11-12 00:27   좋아요 2 | URL
ㅎㅎ 다행히 이제는 좀 괜찮아졌습니다~
밴드를 붙여도 별로 눈에 확 띄지않구요.^^

사람마다 자신도 모르게 왠지 괜히 보기만 해도 무서운 동물들이 있는 듯 해요.
제 친구랑도 언젠가 그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제가 한 말은 ˝네가 무서우면 걔들은
또 얼마나 네가 무섭겠냐? 그들의 눈높이로 볼 때 사람이란 존재는, 얼마나 큰 동물이겠니?˝ ㅋㅋ

하늘바람님! 걱정해 주시고 염려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늘 감사드리며, 포근한 밤 되세요~*^^*

2014-11-14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14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14 16: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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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4 22: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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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6 12: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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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6 12: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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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7 13: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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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7 21: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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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4-12-20 00:55   좋아요 0 | URL
만식이...아. 만식이 ㅎ

appletreeje 2014-12-21 03:25   좋아요 0 | URL
만식이는 잘 지내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