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남진우
물고기는 제 몸속의 자디잔 가시를 다소곳이 숨기고
오늘도 물 속을 우아하게 유영한다
제 살 속에서 한시도 쉬지않고 저를 찌르는
날카로운 가시를 짐짓 무시히고
물고기는 오늘도 물 속에서 평안하다
이윽고 그물에 걸린 물고기가 사납게 퍼덕이며
곤곤한 불과 바람의 길을 거쳐 식탁위에 버려질 때
가시는 비로서 물고기의 온 몸을 산산이 찢어 헤치고
눈부신 빛 아래 선연히 자신을 드러낸다
슈퍼를 갔다가 팩에 들어 있는 꽁치가 선연하게 알까지 내 비치며 빗금친 칼자욱과 신선하게 왕소금까지 뿌려 있어,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 나이지만 문득 오늘 저녁 찬으로 장바구니에 넣어왔다. 식구들이 저녁을 먹고 온다는 문자에 혼자 꽁치 한 마리를 구워 먹는데 가운데 굵은 등뼈는 송두리째 잘 발라졌지만, 나머지 살 속에 빡빡하게 박혀 있는 잔 가시들을 바르다 보니 문득, 이 詩가 떠올라 마음이 알싸하다. 그렇지 누구나 물고기뿐 아니라 자신의 살 속에 박혀 있는..저를 찌르는 가시를 짐짓 무시하고 오늘도 평안을 꿈꾸며 살 것이다. 곤곤한 불과 바람의 길을 거쳐 죽음이라는 식탁 위에 버려질때 가시는 비로서 온 몸을 산산히 찢어 헤치고 선연히 자신을 드러낼 것이다. 단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눈부신 빛 아래 선연히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리라. 그리고 집의 큐브수조에서 발랄하게 유영을 하며 나나잎에 앉아서 물 속의 잠을 자는.. 우리가 다가가면 꼬리를 팔랑이며 달려 오는 나의 어여쁜 물고기들에게도 이 詩를 전한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