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로버트 하일브로너 & 윌리엄 밀버그 지음, 홍기빈 옮김 / 미지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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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인 불황의 늪이 점점 더해 가는 듯 합니다. 혹자는 1929년의 대공황 때를 빗대어 이 경제위기를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그 때에는 케인즈 식의 해결방안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딱히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명확한 방책은 보이지 않는 듯 합니다. 소위 양극화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경제적 계급의 골은 점점 더 깊어가지만, 과연 이것에 대한 해소 방안이 존재하는지의 여부도 불분명합니다. 민영화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 정책은 - 사실 처음부터 정책의 장점이 존재했는지조차 불분명하지만 - 이제 그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하지 않나 생각될 정도로, 현재의 경제 상황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임에 분명합니다. 


아니, 실은 언제라도 경제적 상황은 한치 앞도 알아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진 이라면, 그 혜안을 주식이나 외환에 조금만 나누어 주더라도 아마 가장 큰 부를 얻을 수 있을테니까요. 그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적어도 1960년대처럼 경제적 낙관주의 - 이 호황은 언제라도 계속되리 - 라도 팽배하였으면 좋겠지만, 지금은 가진 이들마저도 자신의 소유가 계속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는 비관적인 상황이라는 것이 이 안갯속을 걷는 것을 더욱더 두렵게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경제학이라고 하는 학문에 문외한인지라, 조금이라도 알고 싶은 마음에 이런저런 책을 읽어온지 한 4~5년되지만, 안갯속을 헤매이는 것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외려 지금 걷고 있는 이 경제적 상황이 걷잡을 수 없는 안갯속이라는 것을 조금씩 더 알게 되는 듯 합니다. 그래도 다양한 책들을 읽으면서 조금의 실마리라도 잡아보려하는 노력을 그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한 가운데 만난 이 [자본주의 -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이하, 자본주의)]는 제게 유의미한 독서를 제공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근래에 읽었던 책 중에서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겠는데, 토드 부스홀츠의 책이 경제사 중에서도 인물에 초점을 맞춘 책이라면, 로버트 하일브로너의 이 [자본주의]는 경제사의 흐름을 고대로부터 시작하여 현대까지의 흐름을 따라 온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물에 초점을 맞춘 경제사 책의 경우, 필연적으로 그 시작은 아담 스미스로부터 올 수 밖에 없습니다. 경제사라는 학문을 정립한 사람이 아담 스미스이며, 그의 생애 전후에 있었던 산업혁명으로 말미암아 인류는 비약적인 생산의 증가를 얻게 됨으로써 아담 스미스의 이론이 시의적절하게 적용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맞이하게 되는 어려움은, 어쨌든 산업혁명 이전에도 경제 활동은 있었다는 사실을 종종 놓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그 전에도, 물물교환이든, 장원 경제체제이든, 무언가 인류는 생산하고 소비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해 왔다는 사실을 놓치게 됩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시장경제를 경험한지 얼마 되지 않는 국가일수록, 사실은 시장경제 이전의 생활에 대한 경제적 관점에서의 고찰이 - 그 빈약함의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 도외시되기 쉬운 것이 사실입니다. 


로버트 하일브로너의 책은, 고대사회의 경제 질서부터 '전통'과 '명령'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분석함으로써, 인류가 지속적으로 경제활동을 해왔음을 상기시킴과 동시에, 그 당시의 경제 활동도 유의미한 무언가가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시장경제 아래에서의 분석을, 인물 중심으로써가 아니라 경제 상황 중심으로 살펴봄으로써, 인물 중심의 경제사 책들이 19세기에 존 스튜어트 밀이나 리카도, 혹은 마르크스-엥겔스나 멜서스에 푹 빠져있는 것보다는 조금 더 넓게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1960년대의 전세계적인 경제호황기 이후의 브레턴우즈 체제의 해체로 시작되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질서에 대한 나름대로의 분석을 훌륭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겠습니다. 사실 인물 중심의 경제사 책은 분절적인 느낌이 강해서 한 번에 읽히는 면이 약한데, 이 책은 대공황부터 흐름을 놓치지 않고 급변하였던 상황을 잘 설명해주고 있으면서, 우리가 가진 경제적 문제의 대안을 훌륭하게 제시한 책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폴 크루그먼이나 우리나라의 진보적 성향을 가진 소장학자들의 대안은, 통사적 흐름이 없는 대안이어서 아무래도 그 대안이 통시성을 띤 것이라는 느낌이 약했는데, 이 책은 마지막장을 간략하게나마 통시적 흐름 속에서의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대안이 있는 경제학 책이라는 느낌을 잘 전달해주었습니다. 


저자 또한 1962년 초판 이래로 계속적인 증보 - 저자 중 로버츠 하일브로너의 타계로 인해 더 이상의 증보는 불가능하겠지만 - 를 통해 책에 정성을 다 기울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체적으로 작금의 경제위기에 대한 대안으로는 조금 간략하며, 경제사적으로는 아주 세세하진 않지만, 경제 체제의 중요한 변화를 놓치지 않고 잘 서술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음에도 또 읽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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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9 -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유종일 교수의 정책 대안
유종일 지음 / 시사IN북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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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유종일 교수는 진보적인 색채를 띠고 있는 소장 경제학자 중 한 사람입니다. [한국경제 새판짜기]라고 하는 책의 인터뷰이 interviewee 로 참여하기도 했던 학자이고, [시사인] 같은 시사주간지에도 종종 불려나왔던(!) 이력이 있는 분입니다. 

특히, 저자는 이번 책을 내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일화 - 대통령 당선 다음 날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유종일 교수에게 '정치는 내가 할테니, 정책은  유교수가 하시오'라고 말하셨지만, 결국 경제관료와 대기업의 입장에 서셨다는 - 를 밝히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너무나도 좋아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경제적 스탠스가 제 것과는 다른 부분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유종일 교수가 밝힌 일화 부분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책 제목인 [경제 119]는 두 가지의 함의를 담고 있는 제목입니다. 

우선 우리나라 경제가 응급실로 향해야 할 만큼의 중병을 앓고 있기 때문에 119에 전화해야 한다는 의미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빨강색으로 책 제목을 달고, 빨강색 폰트를 잔뜩 달아둔 책 표지는 그렇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큰 함의는, 헌법 제 119조, 특히 2항에 관련된 '경제 민주화' 항목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헌법은 1987년의 대통령 직선제 쟁취 투쟁의 결과물로 나온 것입니다. 정치학자들은 '87년 체제'라고 일컫는 이 9차 개정 헌법은, 5년 단임제의 대통령 직선제 통치 체제를 규정하고 있으면서, 지금까지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총 다섯 명의 대통령을 선출한 헌법입니다. 작금에 이르러, 5년 단임제라고 하는 통치 체제에 대한 문제점이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되고 있는 바, 특히 박정희 독재 체제 및, 군부 독재 질서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단임제 체제가, 4년 임기의 국회의원 선거 및 지방자치제 선거 시기와 묘하게 틀어지면서, 5년 임기의 대통령제를 약화시키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문제 의식이 다양한 채널에서 표현되고 있고, 이런 문제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는 참여정부 말기에 '원포인트 개헌'을 통해 대통령의 임기를 4년 중임으로 하고 국회의원 선거와 같은 년도에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시기도 하셨습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헌법 개정에 대한 주장이 더더욱 고조되고 있는 바, 특히 5년 단임제가 가진 더 큰 의미의 문제 - 대중과의 불통 및 그것의 원인이 되는 강력한 대통령 권한이 야기하는 문제 - 로 인해 '2013년 체제'로의 변화가 절실하다는 의견 및 그를 위한 개헌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논의도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4년 중임으로의 개헌이 또다른 독재 정치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 자칫하면 8년간 상대방에게 정권을 맡기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함이, 제 정당간의 개헌 합의를 불가능하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아울러, 경제학자 중 일군은 또다른 이유에서 개헌을 반대하는데, 그것은 바로 헌법 제 119조가 헌법 조문에서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소위 '경제 민주화 조항'이라고 하는 헌법 제119조 특히 2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119조 2항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법조문에서 '할 수 있다'는 아주 오묘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하는 쪽으로도 해석이 가능한 반면, 소극적으로 해석하면 하지 않아도 좋다로도 해석이 가능한 것이죠. 작위와 부작위의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는 어구이기 때문에, '한다'로 끝이 나는 경우와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이 조항은, 지금까지 하는 쪽으로는 해석된 바가 별로 없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그럼에도, 시장자유주의자들은 이 조항을 꼭 없애고 싶어합니다. 왜냐하면, 이 조항을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이 조항에 근거한 다양한 경제법을 제정 또는 개정하는 정부가 등장하거나, 정당이 제1당이 된다거나 하는 경우를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이 조항은 그냥 읽어도 (시장자유주의자들이 보기에는) 무시무시합니다. 혹여 여러가지 불법이나 탈법을 사용하여 부당한 부를 축적한 이들이나,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자신의 부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분들에게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할 내용이기도 합니다. 

유종일 교수는, 이러한 헌법 제119조를 근간으로 하여, 나름대로 진보적이며 실제적인 경제 정책을 내어놓고 싶어한 듯 하고, 특히 민주당의 - 현재는 통합민주당 - '헌법 제 119조 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으면서 여러 경제 전문가들과 함께 구상한 진보적 정책들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현재의 우리나라 상황을 진단하고, 그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헌법 제119조가 언급하는 '경제민주화'라는 단어에 대한 저자의 정의와 함께, 그에 따른 12가지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마지막으로 이러한 정책 대안들이 구호나 선언에서 머물지 않도록 독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러나, 분량이 상당히 작습니다. 8,000원의 책값과 123쪽의 분량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책입니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프랑스의 스테팔 에셀이 쓴 '분노하라' 처럼 소책자를 지향하는 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내용은 팜플릿 같은 느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즉, 목차는 명료하나, 그 내용은 세세하지 않습니다. 가령, 저자는 경제민주화의 정책 대안 중에 '중소기업 보호'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내용은, 현실의 경제 이슈에 약간의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 원청과 하도급 업체의 힘의 불균형에 대한 약간의 진보적 견해를 피력할 수 있는 이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정도의 간결한 내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학문적인 고찰은 없는 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만약에 어느 정도의 진보적인 관점이 없는 독자라면, 현상과 그에 대한 대안만 있을 뿐, 현상에 대한 분석은 없는 이 책이 조금 불편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와 같이 경제를 상식 수준에서만 알고 있는 이가, 특히 진보적인 관점에서 경제 지식을 넓히고 싶을 때, 팜플릿처럼 간단하게 열어보고 조금 더 깊이 있는 경제 지식을 추구할 수 있는 길잡이 노릇을 해 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책에서 주목하게 되었던 부분은,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을 위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정규직 대비 110%의 임금을 지급한다'라는 부분 같은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정책이 어디에선가 한 번쯤은 언급되었다는 기시감이 있었는데, 이 부분은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비정규직이 지니고 있는 고용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동일노동가치 동일임금을 관철하는 것에 더 나아가, 비정규직 고용 불안에 대한 고용안정수당 명목으로 임금의 10%를 더 지급해야 한다는 것은, 사용자 측에서는 펄쩍 뛰고 나가 자빠질 주장이지만, 반드시 사회적으로 한 번은 공론화할만한 가치가 있는 정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보적 경제 이론 및 정책이 가지는 어려움이라면, 제 얇은 지식으로는, 동구권 공산주의의 몰락이 가장 뼈아프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분배를 중시할 수 밖에 없는 진보적 경제 이론 및 정책은, 그것을 '명목'으로 걸고는 서구의 자본주의 경제 질서와 대립해왔던 동구권의 실패가, 분배를 이야기하기에는 너무나 나쁜 선례처럼 되어버린 것이 어려움의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동구권 공산주의 국가들이 분배를 명목으로 하여 자본주의 경제 질서보다 더 큰 부익부 빈익빈을 초래하였으며, 그것을 민주적으로 해결할만한 정치 체제도, 역량도, 의지도 없었다는 것을 볼 때, 그 귀결이 몰락임은 자명하고 또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분배가 몰락을 의미한다는 주장은 지나친 마타도어임이 또한 당연합니다.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 및 정책이 야기한 양극화의 문제는 어찌보면 이 또한 당연한 귀결입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들이 모색되고 있는 가운데, 동구권 공산주의와 분배 시스템은 분리하여 고찰되어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그것을 위하여 유종일 교수가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강조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경제 민주화의 핵심적인 세 축으로 공정경쟁, 참여경쟁, 분배정의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는 결국 경제 주체들 또한 민주적 절차에 의한 참여가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경제 문제의 해결이 어떤 특정한 누군가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주체들이 민주적인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절차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제 민주화를 통해, 저자는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 하의 양극화를 제도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며, 이것을 위해 무엇보다도 경제 주체의 한 축인 시민이 민주적 절차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는 것입니다. 


상당히 얇은 책이기에, 읽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 것도 아니고, 또한 특별히 기억에 남을만한 저자의 언급이 있었던 것도 아닐 뿐더러, 책값도 분량대비 그다지 저렴하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시사인북]에서 나온 - [시사인]의 자매회사죠 - 책이기에, 또한 진보적 경제 정책에 대한 소장 학자의 대안을 공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 책의 독서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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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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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경제학 교수로 재직중인 장하준 교수는, 제도주의학파 경제학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경제학에는 문외한인지라, 이런저런 책들을 읽으면서 대략 이해한 바로는, 전 세계적으로 경제학이라는 학문을 본격적으로 논의한 이로써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경구로 유명한 아담 스미스를 꼽는데에는 큰 이견이 없는 듯 합니다. 아담 스미스가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큰 틀을 제공하게 된 시대적 배경으로는 산업혁명을 꼽아야 합니다. 산업혁명은 다르게 이야기하면 생산혁명입니다. 한 사람의 힘으로 하나의 물품을 생산하던 시대가, 도시 사회의 발달과 함께 여러 사람의 힘을 합하여 하나의 물품을 생산하는 시대로 변모하고, 이제 여러 사람의 힘보다 훨씬 강력한 힘인 증기 기관의 힘을 생산에 도입하는 시대로 변모함으로써 비로소 자원의 효율적 분배와 생산 댓가로 발생하는 이윤의 분배에 대한 이론을 수립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그것은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추구하는 기본적인 범주가 됩니다. 


그렇게 시작된 경제학에 대한 논의는 주로, 생산과 소비에 대한 자연스런 균형과, 그것을 가능케 하는 시장에 대한 신뢰로 귀결되는 듯 합니다. 초과생산은 가격을 낮추고, 초과소비는 가격을 높이다가, 비로소 그 균형을 이루게 되는데 그것은 생산과 소비의 장인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결정된다는 것이 초기 경제학 이론의 근간이라고 이해했고, 그것이 고전파의 논리이기도 하다고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생산과 소비, 즉 수요와 공급의 자연스러운 조절은 큰 시련을 맞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1929년의 대공황입니다. 이 대공황은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특수상황에서 기인하고 있는데, 이것은 수요/공급과는 상관 없이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에서 비약적으로 늘어난 농/공산품의 생산량이 전쟁이 끝난 후에 제자리를 찾지 못한채 과소비 풍조를 조장하다가 거품이 빵! 터져버린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무너져버린 균형에 대해서, 존 메이나드 케인즈로 대표되는 수정주의자들의 대안은 국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그것은 국가 재정의 본격적인 투입과 그를 위한 증세 등으로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이해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인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황금기는 1970년대 말쯤에 국가의 방만한 재정 운용과 함께 문제를 야기하게 됩니다. 국가가 재정을 운용하게 될 때, 과연 공무원들이 경제학에 대한 깊은 조예가 있어서 재정 운용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비판과 함께, 눈먼 돈이다(!)라는 인식 때문에 국가가 효율적으로 공공 재정을 집행할 리가 없으므로, 민영화시켜 시장의 효율성에 맡겨야 한다는 이론이 득세하게 됩니다. 이것이 흔히 신자유주의 이론이라고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해가 하찮아 정리가 조악하지만 대략의 경제학의 흐름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들고, 혹여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수정해주시면 좋을 듯 합니다.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이 저렇게 흘러가는 경제학의 흐름에 큰 반향을 주었지만, 제가 잘 몰라서 일단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장하준 교수가 몸담고 있는 제도주의학파는, 신자유주의적 경제 체제를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단지 그것 만으로는 발생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고, 그러한 개입은 '제도'로써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학파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케인즈 주의에 조금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케인즈 주의도 아니기에, 재벌 체제에 대해 비판적이나 그 필요성을 인정하는 측면이 있으며, 신자유주의에 대해서는 2008년의 금융위기 심화 이후에는 조금 더 비판적으로 돌아선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이나 일본의 경제 발전에 국가의 적극적 개입이 큰 공헌을 하였기에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위하여 국가의 개입을 용인해야한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으며, 선진국들이 무역협정을 통하여 개발도상국들의 국가 보조를 통제하는 행위는 [사다리 걷어차기]라 하여 맹비난하고 있는 학자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런 장하준 교수의 학문적 경향 때문에, 1990년대 말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초빙 때, 장하준 교수가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일색인 서울대학교 교수들 사이에서 비토되어 서울대 교수로 오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것은 다른 이야기들도 많기 때문에 전적으로 신뢰할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장하준 교수의 책을 읽으면서 대략의 흐름을 잡는데는 유용한 에피소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이하, 23가지)]는 실제로, 저자의 전작인 [나쁜 사마리아인들]보다는 그 몰입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책의 구성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다른 사레를 제시함으로써, 신자유주의가 주장하는 부분에 대한 파훼를 시도하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맺는말에서는 대안을 제시하는 형태로 책이 진행됩니다. 그러나,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전작들과 겹치는 부분이 상당해서 기시감이 꽤나 크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 같은 경우, 장하준 교수의 책 중 [나쁜 사마리아인들], [사다리 걷어차기], [쾌도난마 한국경제(장하준, 정승일 공저)] 을 읽었고, 저자의 책 중 가장 읽어야 한다고 이야기되는 [국가의 역할]은 아직 읽지 못했는데, 위의 책들과 상당부분 겹치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읽는 것이 쉬우면서도 집중하는데 힘들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Thing 12, 정부도 유망주를 고를 수 있다, 같은 파트는, 실제로 다양한 주장과 논지가 얽힐 수 있고, 조금은 다양한 시각에서 소개될 수 있는데, 책의 구조상 대립적인 논지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현상에 대한 시야가 제약받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책의 이러한 대립적 구조는, 저자의 의도라면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명제들에 대해 선명한 반대항을 구축하여 그에 대한 파훼를 시도하는 것이었을 것이라고 추측되지만, 우선 저자가 제시한 반대항이 그다지 선명하지 않게 다가올 뿐만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Thing 이외에도, 몇몇 대립되는 명제들은 제 3, 제 4의 명제도 있을 가능성이 있는 열린 논의가 필요해 보이는 상황에서 너무 지나치게 이분법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할 정도로 미숙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hing 2, 기업은 소유주 이익을 위해 경영되면 안된다, 같은 경우, 주주가치 극대화라고 하는 유한주식회사의 절대선 격인 명제에 대한 명확한 반대 논리를 제시하여, 주주자본주의로 대표되는 현재 기업 질서를 되돌아보게 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 측면 등의 여러 생각해 볼만한 좋은 논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주주가치 극대화 원칙이란, 유한 책임 원칙의 주식회사 시스템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많은 자본을 가지고 경영에 참여하는 이들의 리스크를 고려하는 원칙이라 할 수 있으며, 점점 자본의 비중이 노동의 비중보다 커지는 현 상황에선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한 편으로는 이러한 주주가치 극대화 원칙이 기업의 실패의 원인이 되기도 할 뿐만 아니라, 그렇게 기업이 망하더라도 자본은 결코 손해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모럴 헤저드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현재 상황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하는 듯 하며, 따라서 그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는 측면의 문제를 문제제기 하고 있는 것을 읽을 수 있습니다. 


또한, Thing 21, 큰 정부는 사람들이 변화를 더 쉽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같은 경우, 기업의 파산법과 시민 개인에 대한 복지 제도를 병렬항으로 취급함으로써, 큰 정부에 대한 필요성을 신자유주의적 논지를 차용하여 제시함으로써 설득력을 더하고 있기도 합니다. 



사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든 생각은, 장하준 교수의 책은 출간된 순서를 역으로 읽어가는 것이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앞선 책들과 오버랩되는 부분이 상당하고, 책 자체도 에세이처럼 가볍게 쓰여져서 몰입도도 떨어진데다가, 무엇보다 저자는 심혈을 기울였을 반대항에 대한 설득력이 좀 떨어지는 것처렴 느껴지고, 각각의 명제에 대한 고민의 깊이가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져서, 저는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 의무감에서 읽었습니다.


그러나, 장하준 교수의 책은, 한 권 정도 읽어볼 필요는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만약에, 저처럼 경제학에 대해 초보자이면서, 아직 장하준 교수의 책을 읽지 않았다고 한다면 이 [23가지]는 추천할 수 있는 책입니다. 에세이 식이라면, 깊이는 옅은 대신, 접근성에서는 좋은 점이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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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독식사회
로버트 프랭크.필립 쿡 지음, 권영경 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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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삶에 바쁜지라, 잡기는 예전부터 잡고 있었지만, 이제서야 이 책 [승자독식사회(이하, 독식)]를 다 읽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그 책이 참 마음에 드는 어떤 요소가 있습니다. 제 독서가 짧아서 그것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기에는 어렵지만, [독식]의 경우에 이 책이 참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현대 사회의 부익부빈익빈을 설명하는 주된 아이디어 때문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이 설명하는 부익부빈익빈의 원인은, 제가 이해하기에는 통신의 발달 때문이었습니다. 가령, 백 년 전에, 이 마을에서 저 마을까지 이동하는데 하루라는 시간 이상이 걸리던 그 때만 하더라도, 우리 마을에서 가장 노래를 잘하면 그 이는 먹고 살만한 여유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만약 우리 마을에서 잔치가 열려서 흥을 돋구어줄 가수가 필요하다면, 굳이 옆 마을까지 하루 걸려 사람을 융통할 필요 없이 우리 마을의 가수를 부르면 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혹여라도 옆의 옆 마을에 더 훌륭한 가수가 있더라도, 그 사람을 부르기 위해서 들이는 시간/물질적 비용을 감당할만한 사람은 건넛집 최대감 말고는 없을테니, 우리 마을의 가수는 먹고 사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교통 수단도 발달하였고, 통신 수단도 발달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점차로 우리 마을에서만 잘한다고 먹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게 되어버렸습니다. 뭐... 요즘은 마을 회갑잔치에도, 돈만 있으면 서울의 가수를 불러다가 잔치의 흥겨움을 더할 수 있는 시대니까요.

[독식]에서는 테니스 선수들의 예를 들고 있습니다. 테니스 랭킹 세계 1위 선수는 몇십만 달러의 우승상금보다도, 수백만 달러의 광고출연료 등으로 어마어마한 부를 얻게 되지만, 당장 세계 20위 정도 되는 선수는 어떤 광고 출연도 요구받지 않고 그가 받는 상금 만으로 살아가야하기 때문에 그것을 생각하면 부는 승자에게 독식된다고 보아도 틀리지 않은 말이라는 것입니다.


책의 한 부분을 인용하면 조금 더 분명하게 저자들의 아이디어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출판과 라디오와 텔레비전과 위성통신 같은 것들 때문에 적당히 재능 있는 사람이 소용없어졌기 때문이다. 1,000년 전만 해도 마을의 보배로 여겨졌을, 적당하게 재능있는 사람들은, 이제 자신의 재능을 포기하고 다른 일거리를 찾아 나서야 한다. 왜냐하면 통신기술 덕분에 그는 날마다 세계 일인자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략) 이제 각 분야에서 10명 남짓의 챔피언들만 있어도 전 세계는 잘 굴러가게 되었다. (16쪽)

그 때문에 저자들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승자독식시장은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라의 차이를 더욱 벌려놓았다. 승자독식시장은 우리 사회의 가장 재능있는 사람들을 유혹하여 사회적으로 비생산적이고 때로는 파귀적이기까지 한 일들에 몰두시켰다. 승자독식시장은 미래는 팽개쳐둔 채 낭비적인 투자와 소비에만 몰두하는 경제체제를 조장했다. (중략) 이런 시장에서는 '뒤늦게 경주에 나선 사람들'이 자리를 잡기 어렵다. (20쪽)

그래서 저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승자독식시장이 '너무 많은 경쟁자들을 끌어들이고, 경쟁 과정에서 비생산적인 소비와 투자를 초래(24쪽)'하는 것에 관한 부분입니다.

이런 아이디어로 저자들은 현재 사회 속에서 드러나는 승자독식시장의 면모를 다양한 관점에서 사례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이 드는 예는 가수와 도공의 예입니다. 이 예시에서의 아이디어는, 도공은 전통적인 노동시장을 상징하면서 고정적인 임금을 받는 것을 뜻하는 것이고, 가수는 경쟁에서의 승리를 통해 어마어마한 부를 획득할 수 있지만 그에서 밀려나면 부와는 관련없게 되어버리는 것을 뜻합니다. 즉, 도공은 절대적인 능력에 따라 보수를 얻지만, 가수는 절대적이며 상대적인 능력에 따라 부를 획득하게 됩니다. 이런 두 가지 직업만 존재하는 사회에서, 저자들은 모두가 가수가 되겠다고 죽자사자 달려드는 꼴이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이 아닌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래봐야 사회가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요컨대,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을 생각해보면 - 저자들이 들고 있는 예가 아닙니다. 제 생각에... - 100명의 학부모가 학생의 성적을 위해서 모두가 수학 사교육을 시킨다면, (사교육을 수행한다고 성적이 반드시 올라가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모두의 성적이 상승할테니, 결국은 모두가 시키지 않는 것과 결과적으로는 차이없다는 말을 저자들은 하고 있습니다.


아아. 책을 요약해버린 꼴이 되었네요. 제가 책을 적확하게 요약하지도 못하면서 너무 많이 인용해버렸습니다. (ㅠㅠ) 책에 대한 감상글을 쓰면서 가급적이면 인용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책에 대한 느낌 그대로의 감상이, 이 감상을 읽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며, 감상을 쓰는 제게도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감상을 읽는 분들에게는, 혹여 이 책을 아직 읽지 못하신 분들에게는 책을 읽어볼만한 결정을 하는데 있어서 책에 대한 전체적 감상이 부분의 인용보다는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고, 책을 읽으신 분들에게는 전체적인 감상이 자신의 독후감상과 비교/대조해보아 사유를 확장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며, 감상을 쓰는 제게는 인용하다보면 인용이 마치 전부인 것인양 독서를 정리해버리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래서 인용은 그닥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문제는 이 책을 시작한지 근 넉 달 만에 마친 독서라서... (쿨럭) 전체적인 느낌을 너무 많이 잃었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역시 독서는 앉은 자리에서 해야하는데 말이죠. (쿨럭)


아무튼 이 [독식]을 다 읽으면서, 저자들의 주된 아이디어가 독특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현대 사회의 경제적 상황 중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부익부빈익빈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거기로부터 복지 담론이 전개되고 세금 제도의 문제 및 실행의 범위 문제도 격렬한 논쟁에 부닥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한 부의 편중 문제에 대하여 신선한 아이디어로 그 원인을 탐사한 방식과 다양한 예시를 통해 자신들의 논지를 강화하는 측면은 좋았습니다.

그러나 역시 이를 해결하는 대안에 대해서는 평이한 결론을 내렸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저자들이 이야기하는 결론은 지금까지 부의 재분배의 문제점을 진보적 관점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이들의 주장하는 바와 별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책의 마지막은 평이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책도 부의 재분배에 관련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답을 주지 못했다는 것을 아쉬워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보다도,

이 책 [독식]이 부의 편중에 대한 독특한 접근을 시도했으며, 그것이 설득력있는 시도이고, 또한 그러한 부의 편중 현상의 해소에 접근할 수 있는 시각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평가받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문제로 향하는 길을 하나 튼 셈이니까요.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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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통장 - 평범한 사람이 목돈을 만드는 가장 빠른 시스템 4개의 통장 1
고경호 지음 / 다산북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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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학 다닐 때, 경제/경영학에 관련된 수업은 단 하나도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없습니다. 벌써 (대학 수업만) 19학기째인데, 명색이 문과생 처지에 좀 너무한다 싶기도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싫은 것은 싫은 것이죠.

그러다가, 2007학년도 대통령선거 와중에, 도대체 참여정부의 경제 실책이 뭐길래 저 난리들인가 싶어서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시작으로 해서 몇 권의 경제/경영 관련 서적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뭐, 읽어도 여전히 경영/경제에 대해 무지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그래도 안 읽은 상태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재테크 관련 서적에는 눈이 도통 가질 않더군요. 돈에 관심이 없는 인생도 아닐 뿐더러,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 처지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있으면 쓰고, 없어도 쓴다' 라는 나름대로의 철학으로 살아온지 30여년이 되는지라, 굳이 돈에 대한 계획이 필요할지에 대한 생각도 들고 해서, 시중에 범람하는 재테크 쪽의 서적은 쳐다도 보질 않았고, 않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서도, 박경철 氏의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은 읽어 보았습니다. 책도 그랬지만, 저자에 대한 평판이 좋더군요. 책 읽으신 분들도 좋은 평이 많았고, 박경철 氏 본연에 대한 호평도 워낙 많아서, 저런 분이 이야기하는 '부자'는 어떤 사람들일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한 번 읽어보았더랬습니다. 꽤 재미나게 읽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투자에 대한 여러가지 작업들의 이니셜들은 외우지도, 외울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것이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재테크라는 것도 결국 인간이 살아가는 것에 다름 없구나, 라는 생각을 독서를 통해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친 김에 주식관련 책을 쓰신 것도 사서 읽기 시작했지만 - 저는 주식을 하지 않습니다. 펀드를 하긴 하지만... 그건 그냥 적금들었다고 생각하고, 묻어두고 있은지 몇 년 될 뿐만 아니라, 금액도 정말 소소합니다 - 그건 관심사는 아니라서 일단 묻어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위의 '4개의 통장'을 샀습니다. 많은 평이, 3장만 읽어라, 였지만, 그래도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해서, 구매해서 읽기 시작했다가, 역시나 재테크는 관심사가 아닌지라, 묻어두고 있다가, 읽지 않은 책이 너무 많이 쌓여가는 작금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그냥 읽어 치워버렸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역시 먼저 읽은 분들의 조언을 띄엄띄엄듣지 말자, 라고 말하면 너무 거칠겠죠? (하하) 그것 말고도,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과 많이 오버랩된다고 할까요? 어떻게 말하면 부자가 되는 正道가 거기서 거기인 까닭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동어반복이다 싶었습니다.

3장의 주 내용인 통장 돌려쓰기도, 뭔가 특별한 노하우가 아니라, 재테크를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한 번 쯤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원래 이 책을 골랐던 본 목적이, 가정 살림을 관장하는 와이프에게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기 위해서였던 것인데, 뭐, 방법론적으로는 시행착오없이 바로 재테크에 도입할 수 있는 편리함이야 있겠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았을 때, 굳이 이런 책으로 그런 정보를 추려내야할만큼 현대인이라는 존재가 복잡다단한 삶을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네, 제가 그렇다는 거죠.

방법을 숙고하기 전에, 방법이 품고 있는 기본적인 정신에 천착해야 할 것인데, 워낙 우리네 인생사가 복잡다단한지라, 방법을 그냥 훑고 끝내버리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죠. 마치 이차방정식을 풀 때, 근의 공식을 유도해보는 과정을 배우지 못한 채, 단순하게 근의 공식을 암기/적용해서 이차방정식을 풀어버리는 우리네 인생들처럼 말이죠. 근의 공식을 유도해보는 것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아니고, 두어번의 연습만 있으면 언제나 근의 공식을 스스로의 힘으로 유도해 낼 수 있을 것인데, 그것 마저도 귀찮아하는 작금의 현상이 아니겠습니까. 하물며 근의 공식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복잡다단한 세상사 위의 복잡다단한 경제 활동에 대한 이야기인 것을요.

그래서 위의 책은 어떤 의미에서는 현대인들의 재테크를 위한 필요악의 서적이겠지만, 저는 굳이 저런 책을 읽지 않고, 인류의 경제 활동이 인류에게, 사회에게, 가정에게, 혹은 제 개인에게 미치는 조금 더 거시적인 틀을 생각해봄으로써, 제 개인이 취해야 할 스탠스를 결정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얼마 전까지 붐을 일으켰던 자기계발서 신드롬이, 스스로 자신을 성찰하고 다짐하는 개인의 역할을 대신해 줌으로써 현대인들을 도왔던(!!!) 것이라고 여기고는, 그것을 쳐다보지도 않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결국, 이 책을 읽으며 부자를 열망하는 재테크를 하는 것보다는, 저는 있는 것을 어떻게 하면 의롭게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습니다.

이런 생각이, 결국은 저희 네 식구를 풍족하게 누릴 수 없도록 만드는 단초가 될 수도 있을까요? 모르겠습니다. 다만,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니 확언할 수는 없지만) 저는 집을 사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지금 제 목표는 장기전세주택, 혹은 시프트입니다. 집을 사기 위한 중간과정으로서가 아니라, 그냥 늙어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굳이 뭐, 집을 가져야 할 필요는 못 느끼겠네요. 그래서... 이 책에 대한 제 느낌이, 실은 공감대 형성이 어려운, 마이너리티한 생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나 재물에 대한 제 생각이 마이너리티한 것이기에, 거기에서 나오는 이 책에 대한 감상도 마이너리티한 것일도 모른다는 말씀입니다. 아무튼, 앞으로 재테크 관련서적을 더 읽을 일은 없을 듯 합니다. 만약 읽더라도, (마치,주식이라는 것에 대해 지적 호기심 만족 차원에서 좀 더 알아야겠다고 생각한 나머지, 그에 대한 책을 샀던 것처럼)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차원에서의 독서행위일 가능성이 크겠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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