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승자독식사회
로버트 프랭크.필립 쿡 지음, 권영경 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삶에 바쁜지라, 잡기는 예전부터 잡고 있었지만, 이제서야 이 책 [승자독식사회(이하, 독식)]를 다 읽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그 책이 참 마음에 드는 어떤 요소가 있습니다. 제 독서가 짧아서 그것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기에는 어렵지만, [독식]의 경우에 이 책이 참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현대 사회의 부익부빈익빈을 설명하는 주된 아이디어 때문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이 설명하는 부익부빈익빈의 원인은, 제가 이해하기에는 통신의 발달 때문이었습니다. 가령, 백 년 전에, 이 마을에서 저 마을까지 이동하는데 하루라는 시간 이상이 걸리던 그 때만 하더라도, 우리 마을에서 가장 노래를 잘하면 그 이는 먹고 살만한 여유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만약 우리 마을에서 잔치가 열려서 흥을 돋구어줄 가수가 필요하다면, 굳이 옆 마을까지 하루 걸려 사람을 융통할 필요 없이 우리 마을의 가수를 부르면 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혹여라도 옆의 옆 마을에 더 훌륭한 가수가 있더라도, 그 사람을 부르기 위해서 들이는 시간/물질적 비용을 감당할만한 사람은 건넛집 최대감 말고는 없을테니, 우리 마을의 가수는 먹고 사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교통 수단도 발달하였고, 통신 수단도 발달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점차로 우리 마을에서만 잘한다고 먹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게 되어버렸습니다. 뭐... 요즘은 마을 회갑잔치에도, 돈만 있으면 서울의 가수를 불러다가 잔치의 흥겨움을 더할 수 있는 시대니까요.
[독식]에서는 테니스 선수들의 예를 들고 있습니다. 테니스 랭킹 세계 1위 선수는 몇십만 달러의 우승상금보다도, 수백만 달러의 광고출연료 등으로 어마어마한 부를 얻게 되지만, 당장 세계 20위 정도 되는 선수는 어떤 광고 출연도 요구받지 않고 그가 받는 상금 만으로 살아가야하기 때문에 그것을 생각하면 부는 승자에게 독식된다고 보아도 틀리지 않은 말이라는 것입니다.
책의 한 부분을 인용하면 조금 더 분명하게 저자들의 아이디어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출판과 라디오와 텔레비전과 위성통신 같은 것들 때문에 적당히 재능 있는 사람이 소용없어졌기 때문이다. 1,000년 전만 해도 마을의 보배로 여겨졌을, 적당하게 재능있는 사람들은, 이제 자신의 재능을 포기하고 다른 일거리를 찾아 나서야 한다. 왜냐하면 통신기술 덕분에 그는 날마다 세계 일인자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략) 이제 각 분야에서 10명 남짓의 챔피언들만 있어도 전 세계는 잘 굴러가게 되었다. (16쪽)
그 때문에 저자들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승자독식시장은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라의 차이를 더욱 벌려놓았다. 승자독식시장은 우리 사회의 가장 재능있는 사람들을 유혹하여 사회적으로 비생산적이고 때로는 파귀적이기까지 한 일들에 몰두시켰다. 승자독식시장은 미래는 팽개쳐둔 채 낭비적인 투자와 소비에만 몰두하는 경제체제를 조장했다. (중략) 이런 시장에서는 '뒤늦게 경주에 나선 사람들'이 자리를 잡기 어렵다. (20쪽)
그래서 저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승자독식시장이 '너무 많은 경쟁자들을 끌어들이고, 경쟁 과정에서 비생산적인 소비와 투자를 초래(24쪽)'하는 것에 관한 부분입니다.
이런 아이디어로 저자들은 현재 사회 속에서 드러나는 승자독식시장의 면모를 다양한 관점에서 사례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이 드는 예는 가수와 도공의 예입니다. 이 예시에서의 아이디어는, 도공은 전통적인 노동시장을 상징하면서 고정적인 임금을 받는 것을 뜻하는 것이고, 가수는 경쟁에서의 승리를 통해 어마어마한 부를 획득할 수 있지만 그에서 밀려나면 부와는 관련없게 되어버리는 것을 뜻합니다. 즉, 도공은 절대적인 능력에 따라 보수를 얻지만, 가수는 절대적이며 상대적인 능력에 따라 부를 획득하게 됩니다. 이런 두 가지 직업만 존재하는 사회에서, 저자들은 모두가 가수가 되겠다고 죽자사자 달려드는 꼴이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이 아닌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래봐야 사회가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요컨대,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을 생각해보면 - 저자들이 들고 있는 예가 아닙니다. 제 생각에... - 100명의 학부모가 학생의 성적을 위해서 모두가 수학 사교육을 시킨다면, (사교육을 수행한다고 성적이 반드시 올라가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모두의 성적이 상승할테니, 결국은 모두가 시키지 않는 것과 결과적으로는 차이없다는 말을 저자들은 하고 있습니다.
아아. 책을 요약해버린 꼴이 되었네요. 제가 책을 적확하게 요약하지도 못하면서 너무 많이 인용해버렸습니다. (ㅠㅠ) 책에 대한 감상글을 쓰면서 가급적이면 인용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책에 대한 느낌 그대로의 감상이, 이 감상을 읽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며, 감상을 쓰는 제게도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감상을 읽는 분들에게는, 혹여 이 책을 아직 읽지 못하신 분들에게는 책을 읽어볼만한 결정을 하는데 있어서 책에 대한 전체적 감상이 부분의 인용보다는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고, 책을 읽으신 분들에게는 전체적인 감상이 자신의 독후감상과 비교/대조해보아 사유를 확장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며, 감상을 쓰는 제게는 인용하다보면 인용이 마치 전부인 것인양 독서를 정리해버리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래서 인용은 그닥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문제는 이 책을 시작한지 근 넉 달 만에 마친 독서라서... (쿨럭) 전체적인 느낌을 너무 많이 잃었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역시 독서는 앉은 자리에서 해야하는데 말이죠. (쿨럭)
아무튼 이 [독식]을 다 읽으면서, 저자들의 주된 아이디어가 독특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현대 사회의 경제적 상황 중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부익부빈익빈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거기로부터 복지 담론이 전개되고 세금 제도의 문제 및 실행의 범위 문제도 격렬한 논쟁에 부닥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한 부의 편중 문제에 대하여 신선한 아이디어로 그 원인을 탐사한 방식과 다양한 예시를 통해 자신들의 논지를 강화하는 측면은 좋았습니다.
그러나 역시 이를 해결하는 대안에 대해서는 평이한 결론을 내렸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저자들이 이야기하는 결론은 지금까지 부의 재분배의 문제점을 진보적 관점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이들의 주장하는 바와 별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책의 마지막은 평이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책도 부의 재분배에 관련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답을 주지 못했다는 것을 아쉬워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보다도,
이 책 [독식]이 부의 편중에 대한 독특한 접근을 시도했으며, 그것이 설득력있는 시도이고, 또한 그러한 부의 편중 현상의 해소에 접근할 수 있는 시각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평가받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문제로 향하는 길을 하나 튼 셈이니까요.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