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로버트 하일브로너 & 윌리엄 밀버그 지음, 홍기빈 옮김 / 미지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전세계적인 불황의 늪이 점점 더해 가는 듯 합니다. 혹자는 1929년의 대공황 때를 빗대어 이 경제위기를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그 때에는 케인즈 식의 해결방안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딱히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명확한 방책은 보이지 않는 듯 합니다. 소위 양극화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경제적 계급의 골은 점점 더 깊어가지만, 과연 이것에 대한 해소 방안이 존재하는지의 여부도 불분명합니다. 민영화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 정책은 - 사실 처음부터 정책의 장점이 존재했는지조차 불분명하지만 - 이제 그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하지 않나 생각될 정도로, 현재의 경제 상황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임에 분명합니다. 


아니, 실은 언제라도 경제적 상황은 한치 앞도 알아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진 이라면, 그 혜안을 주식이나 외환에 조금만 나누어 주더라도 아마 가장 큰 부를 얻을 수 있을테니까요. 그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적어도 1960년대처럼 경제적 낙관주의 - 이 호황은 언제라도 계속되리 - 라도 팽배하였으면 좋겠지만, 지금은 가진 이들마저도 자신의 소유가 계속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는 비관적인 상황이라는 것이 이 안갯속을 걷는 것을 더욱더 두렵게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경제학이라고 하는 학문에 문외한인지라, 조금이라도 알고 싶은 마음에 이런저런 책을 읽어온지 한 4~5년되지만, 안갯속을 헤매이는 것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외려 지금 걷고 있는 이 경제적 상황이 걷잡을 수 없는 안갯속이라는 것을 조금씩 더 알게 되는 듯 합니다. 그래도 다양한 책들을 읽으면서 조금의 실마리라도 잡아보려하는 노력을 그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한 가운데 만난 이 [자본주의 -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이하, 자본주의)]는 제게 유의미한 독서를 제공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근래에 읽었던 책 중에서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겠는데, 토드 부스홀츠의 책이 경제사 중에서도 인물에 초점을 맞춘 책이라면, 로버트 하일브로너의 이 [자본주의]는 경제사의 흐름을 고대로부터 시작하여 현대까지의 흐름을 따라 온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물에 초점을 맞춘 경제사 책의 경우, 필연적으로 그 시작은 아담 스미스로부터 올 수 밖에 없습니다. 경제사라는 학문을 정립한 사람이 아담 스미스이며, 그의 생애 전후에 있었던 산업혁명으로 말미암아 인류는 비약적인 생산의 증가를 얻게 됨으로써 아담 스미스의 이론이 시의적절하게 적용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맞이하게 되는 어려움은, 어쨌든 산업혁명 이전에도 경제 활동은 있었다는 사실을 종종 놓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그 전에도, 물물교환이든, 장원 경제체제이든, 무언가 인류는 생산하고 소비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해 왔다는 사실을 놓치게 됩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시장경제를 경험한지 얼마 되지 않는 국가일수록, 사실은 시장경제 이전의 생활에 대한 경제적 관점에서의 고찰이 - 그 빈약함의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 도외시되기 쉬운 것이 사실입니다. 


로버트 하일브로너의 책은, 고대사회의 경제 질서부터 '전통'과 '명령'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분석함으로써, 인류가 지속적으로 경제활동을 해왔음을 상기시킴과 동시에, 그 당시의 경제 활동도 유의미한 무언가가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시장경제 아래에서의 분석을, 인물 중심으로써가 아니라 경제 상황 중심으로 살펴봄으로써, 인물 중심의 경제사 책들이 19세기에 존 스튜어트 밀이나 리카도, 혹은 마르크스-엥겔스나 멜서스에 푹 빠져있는 것보다는 조금 더 넓게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1960년대의 전세계적인 경제호황기 이후의 브레턴우즈 체제의 해체로 시작되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질서에 대한 나름대로의 분석을 훌륭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겠습니다. 사실 인물 중심의 경제사 책은 분절적인 느낌이 강해서 한 번에 읽히는 면이 약한데, 이 책은 대공황부터 흐름을 놓치지 않고 급변하였던 상황을 잘 설명해주고 있으면서, 우리가 가진 경제적 문제의 대안을 훌륭하게 제시한 책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폴 크루그먼이나 우리나라의 진보적 성향을 가진 소장학자들의 대안은, 통사적 흐름이 없는 대안이어서 아무래도 그 대안이 통시성을 띤 것이라는 느낌이 약했는데, 이 책은 마지막장을 간략하게나마 통시적 흐름 속에서의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대안이 있는 경제학 책이라는 느낌을 잘 전달해주었습니다. 


저자 또한 1962년 초판 이래로 계속적인 증보 - 저자 중 로버츠 하일브로너의 타계로 인해 더 이상의 증보는 불가능하겠지만 - 를 통해 책에 정성을 다 기울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체적으로 작금의 경제위기에 대한 대안으로는 조금 간략하며, 경제사적으로는 아주 세세하진 않지만, 경제 체제의 중요한 변화를 놓치지 않고 잘 서술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음에도 또 읽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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