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잘사는데 왜 국민은 못사는가 - 부자를 위한 정책은 어떻게 국민을 추락시키는가?
도널드 발렛 외 지음, 이찬 옮김 / 어마마마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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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의 원제는 [The Betrayal of American Dream]입니다. 국역하면 아메리칸 드림의 배신, 정도가 되겠지요. 원제를 통해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책은 미국의 현재 경제상황을 야기한 (소위) 정책결정자들에 대한 비판이자, 그들이 수호하(ㄴ다고 여겨지)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고발입니다. 미국의 중산층이 어떻게 신자유주의의 미명하에 몰락하고 있는지를 통렬하게 고발하고 있으며, 그로 인하여 미국 대중이 잃어버리는 '아메리칸 드림'을 도대체 누가 가지고 가고 있는가에 대한 르뽀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니, 요즘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양극화, 분배정의의 실현 등에 관심이 있는 독자가 이 책을 골랐다면, 이 책은 미국의 상황만을 잔뜩 보여주게 될 것이고, 눈 밝은 독자는 미국의 상황과 우리나라의 상황 사이의 공통점을 찾아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저자들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독자인 우리의 몫일 뿐입니다. 그러니, 책의 제목은 독자를 우선 '낚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싶습니다. 



그럼에도 책은, 쉽게 읽히기도 하므로, 한 번쯤은 쭈욱 읽어볼 만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우선 미국 중산층의 몰락이 우리나라의 상황과 묘하게 오버랩되는 것이 그렇습니다. 저자들이 생각하기에,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은 신자유주의적 경제체제를 미국 경제에 도입하면서 '규제 완화'라는 키워드를 강력하게 밀어붙여왔다고 봅니다. 그렇게 강조된 규제 완화는 기업을 제약하던 여러가지 올무를 벗겨주어, 특히 일하는 노동자를 위해 부여된 많은 규제들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하였고, 그로 인해 노동자의 근로 조건이 악화되고, 퇴직 후를 책임지는 연금 등의 여러 안전장치도 벗겨지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결국,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자신들의 공장을 해외 - 특히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 로 이동하게 되었고, 벌어들인 수익은 여러가지 규제 완화 - 법인세 유예, 비용 처리 등 - 로 말미암아 기업 내부에 고스란히 쌓이면서 최고 경영자들의 몫을 키우는데 일조하게 된다고 저자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NAFTA에 대해서도 비판적입니다. 미국이 멕시코와 NAFTA를 맺음으로써, 중산층의 일자리였던 것이 모조리 멕시코 인들의 일자리로 바뀌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일자리는 점차로 줄어들고,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임금 수준은 물가상승률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심지어, 노동력 중심의 일자리가 저개발국가에게 가더라도 고부가가치의 일자리는 미국 사회를 단단하게 뒷받침할 것이라고 정책 결정자들이 말했지만, 실제로 그러한 고부가가치의 일자리 또한 노동력 우위의 저개발국가 - 중국이나 인도 같은 - 의 몫이 되고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견해이기도 합니다. 


저자들은 '효율성'을 앞세우는 금융자본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 주민들과 공생하여가던 탄탄한 중소기업이, 금융자본에 의해서 어떻게 망가지는지에 대한 사례들을 줄곧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또한 '규제 완화'가 기업의 창조성을 북돋울 것이라고 말하는 정책 결정자들이 국민을 위한 판단을 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국적 기업이라 할지라도 미국 국내에서 노동을 소비하고, 비용을 지출하며, 그렇게 소비하고 지출된 비용들이 세금으로, 또다른 소비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며, 정책 결정자들의 해외 선호 성향은 국내의 산업과 가계를 몰락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도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의 해결책은, 의회 권력의 교체로 귀결됩니다. 우선 의회가 국내 산업을 육성하고 보호하며, 그를 통해 국내의 노동력이 소비되고 그 댓가가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정책 결정자들을 뽑아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덧붙여, 중국이나 인도 같은 국가들의 자국 무역 보호 조치에 맞선 보복의 필요성, 증세, 실직자들에 대한 보호 강화 등을 말하고 있기도 합니다. 



책이 미국 경제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상황에 빗대어 볼 여지도 충분히 있습니다. 중국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애플 사에 대한 이야기는, 외국에 다양한 공장을 설립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여러 대기업들에 대한 이야기와 오버랩되기도 합니다. 콜럼비아 장미에 화훼산업의 점유를 빼앗겨버린 미국의 이야기는, 점점 외국 농산물에 설자리를 잃어가는 우리나라 농산물의 이야기와도 유사합니다. 


그렇게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규제 완화와 더불어 일자리를 잃어버리고 있는 미국의 중산층이 점차 저임금의 계약직으로 전락하는 것은, 흔히 치킨집사장으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자영업의 과도한 팽창과도 겹쳐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규제 완화를 부르짖는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의 대안은 마뜩찮아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자들이 주장하는 바대로, 의회권력를 교체하는 것이 해답으로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그러하더라도, 결국 현재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실제적으로 닥치고 있는 문제인 중산층의 몰락은, 결국 사회에서 꿈 dream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것을 해결하기에는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는 답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하게 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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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본주의 - 경제민주화를 넘어 정의로운 경제로 한국 자본주의 1
장하성 지음 / 헤이북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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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장하성 교수는, 많은 분들에게는 '장하성 펀드'로 알려진, 소액주주운동을 펼친 우리나라의 경제학자입니다. 저자는 소액주주운동을 통하여, 소위 재벌이라고 불리우는 대기업군의 소유주들이 자신이 창업하거나 물려받은 회사를 개인기업인 것처럼 운영하는 것을 견제하고자 하였습니다. 즉, 한 기업에 대하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을 결합하여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을 실제로 행사함으로써, 기업의 창업주 또는 2세 경영인들의 전횡을 견제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소액주주운동을 해나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이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 분들중에, 소액주주운동이 우리나라 재벌들의 경영권이 얼마나 허약한지를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되었고, 이 때문에 외국 자본들이 우리나라 대기업군에 대한 적대적M&A를 시도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였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서는 저자도 이 책의 일부를 할애하여 설명하면서 자신의 이론을 정당화하고 있으며, 충분히 설득력있다고 받아들여집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부분은 우리나라 경제상황을 사안별로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할애하고 있으며, 두 번째 부분은 그러한 우리나라 경제상황 중에서 특히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주목할만한 세 가지 이슈를 자세하게 다루면서, 주주 자본주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면서 소액주주운동의 당위성을 소액주주운동에 대한 설명 하나 없이 강화하고 있으며, 마지막 장에서는 현재 우리나라 자본주의가 드러내는 문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하여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약간씩의 의문들이 들기도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많은 경제 관련 서적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경제 현상을 바라보는 경제학자들의 이야기는 백인백색인 경우가 많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어떤 학자는 이렇게 이야기했는데, 다른 학자는 저렇게 이야기하고, 또 다른 학자는 요렇게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뉘앙스의 차이가 있는 경우도 있고, 확연하게 갈라선 견해가 대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의 입장은 확연하게, 성장보다는 분배 쪽에 포커스가 맞추어서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성장론자들보다는 분배론자들을 더 강하게 비판하는 모습을 저자는 견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성장론자에 대한 비판적 논지 구성은 크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결국 현재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가장 큰 대립은 성장과 분배이기 때문에, 책이 성장론자들의 논지를 주로 비판하면서 자신의 분배론적 견해를 밝혔으면 좋았겠지만, 이 책은 같은 분배론자 중에서도 특히 재벌 체제를 유지하는 것을 통해 성장 동력을 유지하면서 분배를 강화하자는 주장을 가장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한 편으로는, 같은 분배론자 중에서, 저자의 소액주주운동이 결국 우리나라 기업의 성장동력을 깎아먹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가진 분들도 있는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 대해서, 소액주주운동을 통한 기업 견제가 왜 타당하며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주장을 강화하는데에 꽤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항상, 대명제보다는 지엽적 주장에 더 많은 설명을 할애하는 것을 보면서, 사실은 약간 의아한 생각이 드는 것을 감출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 현상에 대한 문외한이 보기에, 이 책은 꼭 읽어볼만한 부분을 여러 가지로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책이 잘 읽힙니다. 지금 읽다가 멈춘 책 중에서,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과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저의 손길을 다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책들은 읽기에 약간은 버거운 부분이 없지 않았습니다. 이론적으로도, 현상적으로도. 그런데 저자의 이 책은 우선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을 전체적으로 톺아주면서, 그런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점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간결하게 붙여나가면서 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저자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고 그런 상황이 친숙하기 때문에 책이 쉽게 읽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 주석 부분을 빼고 600쪽 - 책이 술술 읽힌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또한 짧고 간결하게 중요한 키워드를 잘 정리하여 이해하기 쉽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영미형과 북유럽형의 자본주의는 둘 다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하지만 전자가 시장 효율성과 경쟁을 상대적으로 더 중시하는 입장이라면, 후자는 민주주의와 공정성, 연대 등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기존 체제에 대한 반동으로 나온 신자유주의의 개념도 다를 수 밖에 없다. (중략)


'프라사드의 주장은, 흔히 신자유주의라고 말하는 정책 프로그램은 어떤 정연하게 체계화된 경제 이론이나 원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각 나라가 처한 정치경제적 현실에서 경쟁하는 정치 세력들이 선거 승리를 위해 유권자들에게 제시했던 임의적으로 만들어진 일련의 정책 대안들의 집합이라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에 관한 많은 연구들은 신자유주의를 경제 이념으로 논의하기보다는 1980년대 초부터 미국과 영국 그리고 유럽에서 나타난 규제 완화, 개방화, 민영화, 자유화, 세계화, 작은 정부 등으로 상징되는 일련의 시장 기능의 확대와 정부 역할의 축소를 특징으로 하고 있는 경제정책들로 정의한다. (126~127쪽)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예로 들자면, 저자는 신자유주의를 개념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현상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론적 바탕 위에서 세워진 것이 아니라, 1970년대 케인즈 식의 자본주의가 보여준 문제점을 극복하려는 시도로 나타난 일련의 정책들을 통칭하여 신자유주의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의 이러한 견해는 책의 이후 부분에 충분히 반영되면서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는 논지로 사용되고 있으며, 조금 거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큰 줄기는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 개발 연대의 계획경제체제에 변화를 시도하고 시장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으로 볼 수 있다. (중략) 계획경제의 마지막 단계이자 시장경제로의 전환의 일환으로 김영삼 정부는 출범과 함께 '신경제 5개년 계획'을 1993년부터 추진했지만 1996년에 조기 종료 되었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의 5개년 계획은 몇 가지 의미 있는 개혁을 했다. 1993년에는 모든 금융거래에 실명을 의무화하는 '금융실명제'가 도입되었다. 1994년에는 계획경제의 상징이자 주무 부처였뎐 경제기획원이 폐지되고, 재무부와 통합되어 재정경제원으로 변신하였다.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로써 1995년부터 민영화를 포함한 시장 자유화 정책들이 추진되었다. 이렇게 보면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된 것은 1995년이라 볼 수 있다. (79~80쪽)


저자의 이러한 견해도 있습니다. 저자는 우리나라가 계획경제하에 있다가, 본격적인 시장경제로 전환된 시기를 1995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자가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2000년대 초반의 경제 정책을, 저자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이라고 보기보다는 시장경제체제를 강화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위에 소개한 견해처럼,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체제가, 기존의 케인즈식 자본주의의 반동으로 나온 것이라고 할 때, 우리나라에서 드러난 2000년대 초반의 일련의 경제정책을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본격적으로 케인즈식의 강력한 국가 개입을 통한 분배적 경제 시스템을 구축한 적이 없기 때문에, 2000년대 초반의 경제정책을 그에 대한 반동의 의미로써의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겠지요.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견해를 명료하게 표현하면서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리뷰하고 있으며, 저자가 경제학을 연구하면서 겪었던 다양한 사례들을 예로 들면서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함으로써 편안한 독서를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저자의 결론은, 궁극적으로는 민주적 절차를 통하여 분배를 강화하여야 한다는 것인 듯 싶습니다. 저자는 존 롤스의 정의론을 가지고 와서, 사회적 약자가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이익이 분배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위하여, 사회 전체의 합의 과정을 꾸준하게 거쳐야 한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습니다. 결국 분배가 당위성을 얻기 위해서는, 분배의 객체인 고소득층 시민들이 당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다는 것이겠지요. 당연한 절차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절차를 민주적으로 수행함으로써,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내어놓을 수 있다면 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의 내부유보금에 대한 기나긴 설명과 문제점 지적 끝에, 초과 내부유보세를 부활하자는 견해와 함께, 누진적 직접세를 강화할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익에 대한 배당 지급 및 임금 인상을 통해서 자본의 분배를 실현하며 - 저는 의문을 가지고 있지만 - '업무 존속 기간'을 기준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자는 주장도 펼치고 있습니다. 


분량은 무겁지만, 독서는 가볍게, 그러면서도 여러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독서가 되었고, 몇몇 부분에서는 의문을 가지고 있지만, 전체적인 틀에서는 저자의 견해에 동의할 수 있었습니다. 거의 한 서른 부분 넘게 스크랩 해 두었습니다. 하나하나 소개하고 싶지만, 일독을 권하는 것으로 갈음하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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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반양장) - 지금 우리를 위한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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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에 읽었던 경제 관련 책은 [맨큐의 경제학] 이었습니다.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아 아직 3분의 1 밖에는 읽지 않았지만... 대충 경제학에서 중요하게 말하는 개념과 아이디어, 한계 등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이야기들이 무엇인지는 알게 되었습니다. 

[맨큐의 경제학]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끊임없는 사고 실험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경제학적 개념이나 양상을 소개해야되다보니, 변인을 강력하게 통제하면서 굉장히 단순화된 상황을 주고는 그 안에서 관련된 경제학적 개념을 끌어내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기억에 남는 맨큐 교수의 이야기는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리카도의 비교 우위를 소개하는 장이었는데, 미국과 일본에서 농작물과 자동차만 생산 가능하다고 할 때, 미국은 농작물에 대해서 일본에 비해 비교우위를 가지니까 일본이 자동차를 생산하게 하고 미국이 농작물을 생산하도록 해야한다는 그런 예시였습니다. 과연 현실에서도 맨큐 교수는 그렇게 이야기할까요? 아마도 아니겠지요. 아마 이런저런 이야기를 덧붙이면서, 현실에서도 미국이 자동차를 생산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누가봐도... 미국이 농업 국가로 머물기보다는 제조업 중심의 국가가 되길 바랄테니까요. 

그렇다면 리카도가 이야기한 비교 우위론이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경제학 관련 책은 어떤 것을 읽어야 하는가. 그에 대한 답안 중에 하나가 - 어떤 분들에게는 정답지는 될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라는 책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2. 

잘 알려진대로, 장하준 교수는 제도경제학자입니다. 물론 저는 경제학 문외한이라 제도경제학이 어떤 것인지 자세하게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장하준 교수의 신작은 제도경제학에 대한 이야기만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지향점은 분명하겠지만, 이 책에서는 가급적이면 여러 경제학적 관점에서 현상을 이야기하려고 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혹자는, 예컨대 제도경제학자의 시선으로 신고전학파의 논리를 말한다는데에서 불분명한 관점만 제공되지 않겠냐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까지 그렇게 다양한 시선을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책은 없었습니다. 많은 책을 읽은 것은 아니었지만, 심지어는 장하준 교수의 전작들도 관점은 명확한 편이었습니다. 그러니 이 책은 다양한 관점으로 경제학적 현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편으로, 책의 두께정도의 깊이만을 기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조금 더 두꺼웠다면, 조금 더 깊이 있는 서술을 기대할 수 있었겠지요? 대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접근성을 얻었습니다. 책은 쉽게 읽힙니다. 많은 숫자들을 가지고 와서, 꽤나 어려울 이야기들을, 그래도 쉽게 쉽게 써내려갑니다. 막상 독서를 끝내고 나면, 기억 속에 남는 것은 얼마 없지만, 어쨌든, 경제학 개념과 현상을 가깝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기회는 아니겠지요. 


3. 

다만, 이 책의 독자층이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모호한 측면이 있습니다. 저자인 장하준 교수는 이미 '진보적 경제학자'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습니다. 진보라는 의미의 적확함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필요하겠지만, 어쨌든 대중에게 장하준 교수의 위치는 왼쪽입니다. 그런 가운데, 이 책을 '보수적'인 독자들이 찾을리는 만무합니다. 아니, 과연 일반 독자들이 이런 일반론적 경제학을 다룬 책을 읽으려고 할까요? 

결국 이 책은, 장하준 교수의 전작을 읽은, 그래도 자신의 경제 관점이 신고전주의적 관점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읽게 될 책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래서 타겟은 분명합니다.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아 경제학적 사유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경제 현상에 대해서 진보적 관점에서 바라보기를 원하는, 그런 독자에게는 의미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경제학적 현상에 대한 설명을 간단하면서도 명료하게 하고 있는 편이라, 혹여 신문의 경제란을 보면서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지식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책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책은 쉽게 읽히는 편입니다. 


4. 책의 인상 깊었던 부분

보상 원칙 (...) 사회 변화로 혜택을 본 사람들의 이익 총합이 손해를 본 사람들에게 보상하고도 남을 정도로 크다면, 파레토 기준에 어긋난다 하더라도 그 사회는 개선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보상 원칙은 일부 구성원에게 피해를 입히더라도 그 피해를 완전히 보상해 줄 수 있는 변화는 지지함으로써, 신고전주의 경제학자들이 파레토 기준에 따른 극단적 보수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론적 근걸르 마련해 주었다. 물론 문제는 실제로 이러한 보상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굉장히 드물다는 사실이다. (128쪽)
이 부분을 읽으면서 딱 떠오르는 부분은, 한미 FTA에서의 농업 부분과 제조업 중 자동차 부분에서의 협상 장면입니다. 농업 부분에 대해서 미국에 양보하더라도 자동차 부분에서 더 많은 수익을 거두면 국가 전체적으로 이익이다라고 했던 이야기는 바로 위의 보상 원칙에 대한 이야기이겠지요. 그런데, 과연 자동차 부분에서 거둔 이익이 어떻게 농업 부분의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국가 정책적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듭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면 사람들은 나를 성인이라 부른다. 왜 그들에게 음식이 없는지를 몰으면 사람들은 나를 공산주의자라 부른다." (341쪽)
지금 읽고 있는 책 중에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자기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고 '밥 굶지 않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어느 부모에게도 동일할 것이다. 이 가혹한 경쟁 구조를 고쳐서 치열한 교육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실제로 많은 부모들이 그 구조를 유지시켜 자신의 부를 자식에게 물려주려 한다. - [병든 사회, 아픈 교육(조희연)] 중' 

결국 사회속에서 발생하는 격차에 대해서 구조적으로 접근하는 시선이 암묵적으로 거부되는 그런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점점 '위기의 감수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문제 상황의 해결을 개인이 하도록 등을 떠미는 사회의 모습이 점점 개인 간의 격차를 심화시키는 양상으로 드러나도록 하고 있습니다. 

헤크셰르-올린-새뮤얼슨 정리가 무역 자유화를 그토록 긍정적으로 그릴 수 있는 것은 모든 자본과 노동이 동일(전문 용어로는 '균질')하고, 따라서 어느 산업 활동으로든 쉽게 이동할 수 있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전문 용어로 말하면 생산 요소의 완벽한 이동성을 가정한 것이다. 
(앞부분) 그러나 현실에서는 보호 장치를 잃은 산업에 종사했던 대부분의 자본가들과 노동자들이 입은 피해는 복구할 수 없다. 생산 요소, 즉 자본과 노동은 그 물리적 성격이 고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중략) 제철소에서 일하다가 재훈련을 받고 반도체 산업으로 직종을 전환한 사람을 몇 명이나 보았는가?
무역 자유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저자는 노동의 유연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있습니다. 자유 무역을 통해 비교 우위에 놓인 산업이 자연스럽게 육성되고 반대편의 산업이 자연스럽게 도태되면서 국가는 무역 자유화를 통한 이득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비교 열위에 놓인 산업에 종사하던 자본가와 노동자가 비교 우위 산업으로 자신의 직을 옮길 수 있다면 국가가 가장 효율적인 산업 구조를 가지게 되겠지요.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쉽겠냐는 것이 저자의 이야기입니다. 자유 무역이 불러올 사회적 비용 - 노동 유연화에 따르는 재사회화 비용, 직업 훈련, 실업 급여 등 - 에 대해서는 '잘 될 거야'라는 낙관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부터 벗어버려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망치를 쥔 사람은 모든 것을 못으로 본다."라는 말이 있다. 어떤 문제를 특정 이론의 관점에서만 보면 특정 질문만 하게 되고, 특정한 각도에서만 답을 찾게 된다. 운이 좋아서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가 '못'이라면 손에 쥔 '망치'가 안성맞춤의 도구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양한 도구가 필요하다. (437쪽)
그래서 사람은 잡학다식해야합니다. 요즘들어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을 한 번 읽어볼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대로 된 번역본을 구할 수 있다면,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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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문명과 자본주의 1-2 - 일상생활의구조 -하 까치글방 98
페르낭 브로델 지음, 주경철 옮김 / 까치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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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날 학파의 거두라고 할 수 있는 페르낭 브로델의 역작입니다. 두 권으로 분책된 900여쪽의 책을 읽었을 뿐인데, 이제 3분의 1이 끝난 이 책. 그러나 이 책이 목적하는 바는, 위인 중심의 임팩트 있는 역사 서술의 방향에서 벗어나, 역사를 살아내었던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그 사람들의 생활을 규정하는 사회 구조를 살펴봄으로써, 역사 사건(과 그 위에 존재하는 인간 개개인)을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흐름의 양상을 하나하나 살펴보자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부제가 <일상생활의 구조>인 것도 바로 그런 의미로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침 읽고 있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도 개인에 초점을 맞춘 역사의 유의미성 이상으로 집단에 초점을 맞춘 역사의 유의미성을 강변하고 있는 챕터가 있었습니다. (2장, 사회와 개인) 많은 역사책들이 사건과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실은 인물과 사건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극히 재미없고 지루한 이야기가 이 책과 이 전의 책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자꾸 놓치게 됩니다. 정말 재미가 없거든요. 자본주의를 알기 위해, 자본주의가 태동한 서구 및 그의 영향을 받은 전세계의 일상생활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자본주의의 정체(!)를 밝히겠다는 저자의 시도. 그 시도가 어떻게 열매맺는지 보고 싶은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정말... 내용은 제대로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15세기의 대도시 규모라고 해봐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시의 한 구 안에 속한 한 동의 부분 정도가 모여사는 정도였다는 사실, 그리고 인간이 생산을 위해 이용했던 에너지라는 것이 17세기까지는 물레방아와 말의 힘 이상을 넘어설 수 없었다는 것, 그리고 어음의 역사는 12세기부터 시작되었지만, 실제로 화폐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얼마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나머지 책을 마저 읽은 후에, 이 책과 앞의 책을 다시 한 번 읽을 생각입니다. 그러면... 조금 더 실감나게 일상생활 속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를 통찰할 수 있게 되겠다는 믿음을 가지고 말입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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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경제학
폴 크루그먼 지음, 안진환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2007년 9월, 리먼브러더스가 침몰하면서 모든 문제가 표면화되었습니다. 2013년, 우리나라는 이제 정부가 두 번째 바뀌게 되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경기는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남유럽을 강타한 경제위기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며, 중국은 고도성장에 정체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전 세계는 경제 불황이 장기화될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1929년, 블랙 먼데이 이후로 경기 침체에 대한 대응은 이자율을 낮추고 돈을 찍어내 소비를 진작시켜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방식으로, 만약 제로 이자율에도 불구하고 소비보다는 부의 축적으로 방향이 결정된다면 적절한 인플레이션의 도움을 받음으로써, 경기는 활성화될 것이라는 어느 정도의 대응 시나리오를 가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바로, 경제 불황에 맞서서 언급한대로 이자율을 낮추고 양적완화를 통해 소비를 진작시키면 될텐데... 

 

실제로 지금 전 세계적으로 취하고 있는 경제적 대응이 바로 위와 같은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계속 기준금리를 3%에 고정시키고는 인플레이션이 있더라도 소비가 진작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양적 완화를 시장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전체적인 경기의 흐름은 계속 정체의 기미를 보이고 있으며, 활발한 금융 자본의 움직임에 의한 주식 시장만 꾸준하게 제 위치를 지키고 있지만, 이것이 경기의 회복과 긴밀하게 연결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폴 크루그먼은 2008년 무역이론과 경제지리학을 통합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합니다. 그러나, 그런 연구 성과 이전에, 폴 크루그먼은 한창 모기지 버블이 화려하게 요동칠 때, 경고하고 불황을 예고한 것으로 더 유명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 이후에 폴 크루그먼의 여러 저서들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저희 집에만 해도 그 당시에 샀던 저자의 저서가 세 권이나 있습니다. 

 

이제서야 그 중 한 권을 다 읽어내었습니다. 나머지 두 권은... 아마 읽다가 중간에 그만둔 듯 싶습니다. (쿨럭)

 

이 책, [불황의 경제학]을 읽으면, 가깝게는 미국에서 시작된 2007년의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부터해서 우리나라를 위시한 19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 그리고 세계 여러 나라의 경제 위기에 대한 자세한 코멘터리가, 이 글의 첫 부분에 언급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시되어 있습니다. 그러한 여러 경제 위기를 분석하면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강조점은, '자기입증형 패닉'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제가 이해한 바로는, '부동산 가격은 오르지 않을 것이다'는 일반의 인식은 결국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막는다는 것입니다. '주가가 떨어지다가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라는 믿음 없이 경제 주체가 패닉 상태에 빠지면, 단적인 예로 뱅크런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 폴 크루그먼의 주된 주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즉, 지금까지의 방법이 아닌, 조금 더 현재의 상황에 맞게 경제 위기를 극복할 대안을 고안해야하고, 저자는 이 글의 말미에서 '신용경색의 완화'와 '소비의 지원'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하면서 더 많은 자본의 투입을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합니다. 거기에 더해서, 위의 양적 완화의 해결 방안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 금융 시스템의 전반적인 개선 - 투기적 자본 흐름의 추적 및 제한 - 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책은 쉽게 쓰여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같은 경제 문외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쓰여졌으니까요. 현재 세계 각국이 대응하고 있는 여러 정책이 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지, 앞으로 이런 경제 위기가 어느 정도까지 지속될지, 이 책을 참고로 하여 한 번 예측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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