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은 이른바 ‘발전‘ 혹은 ‘진보‘의 이름 밑에서 인간생존의 사회적·자연적 토대를 끊임없이 훼손하는 일체의 움직임, 논리, 사고, 제도, 관행을 비판하는 데 있어서는 늘 비타협적인 자세를 취했고, 동시에 어떻게 하면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하고 공정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구축할 것인가, 그러기 위해서 왜 우리가 민주주의의 심화라는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지를 끊임없이 이야기해왔다." 선생이 단호한 어조로 밝힌 《녹색평론》의 정체성과 지향점은 곧 김종철 문학의 그것이라고 말해도 크게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선생의 문학은 전환의 문학이었습니다. 근대문명을 넘어 생태문명으로 전환하는 모든 과정과 부문에 적극 개입하는 모든 형태의 문학.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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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책 ㅣ 쏜살 문고
토베 얀손 지음, 안미란 옮김 / 민음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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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너무 사랑스럽다. 너무 슬프지도 너무 즐겁지도 않지만. 잔잔히 슬프고 잔잔히 즐겁다. 어릴 때 방학마다 가던 시골 할아버지댁, 외가집 생각난다. 할머니와 소피아가 어두운 밤바다의 등대와 배의 불빛을 바라보듯. 가로등도 없는 깜깜한 시골밤에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 불빛을 보던 때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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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8월에 생기는 이런 큰 변화들을 언제나 사랑했는데, 그것은 어쩌면 일이 그렇게 흔들림 없이 진행되었고 모든 물건들이 정해진 자신들만의 자리로 돌아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모든 흔적들이 섬에서 사라져 버릴 수 있는 계절, 섬이 최대한 원래 상태로 복구될 수 있는 계절이었다. 물풀이 둑이 되면서 지친 밭이랑을 덮쳤다. 오랜 비가 땅을 고르게 하고 물로 쓸어 갔다. 아직도 남아서 핀 꽃들은 붉은색과 노란색으로 빛났고, 물풀 위로 환한 빛깔이 점점이 박혀 있었다. 숲에는 보기 드물게 커다란 흰 장미들이 피어 하룻낮과 하룻밤 동안 숨 막히게 화려한 모습을 뽐냈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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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불행은 나를 비켜 가리라는 기대보다는 내게도 예외 없으리라는 엄연한 사실 앞에서 위로받는다" (김금희, 《사랑 밖의 모든 말들》, 문학동네, 2020). 이 예외 없는 시간을 불행으로만 흘려보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 P242

자신이 누구이며 어떤 곳에서 살고 무엇을 하는지와 같은 삶의 맥락은진료실에 들어온 순간 모두 사라진다. 모든 것이 마술처럼 사라지고 오직한 가지, 증상만 남는다. 이것이 의사가 경험하는 첫 번째 마술이다. 하지만 왕진을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단 거기에는 ‘한 사람‘이 자신의 방에 앉아 있다. 그 모습이 의사에게 주는 정서적인 변화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그는 자기 삶의 맥락 속에 앉아 있으므로 나는 그를 ‘한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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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이라고, 할머니는 생각했다. ‘이제는 설명할 수가 없네. 단어가 생각이 안 나. 내가 노력을 덜한 건지도 모르지. 너무 옛날 일이야. 지금 있는 사람들은 다들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지. 내가 마음이 내켜서 그 이야기를 하지 않는 한, 그때 일들은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 되고 마는 거야. 다 덮이고 끝나는 거지.’ - P86

"어떻게 알아?"
"아가야." 할머니가 조급하게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단다." 할머니는 매우 지쳐서 집으로 가려고 했다. 섬을 방문한 일로 할머니는 어딘가 슬퍼졌다. 말란데르한테는 뭔가 생각이 있었지만, 스스로 이해하려고 애를 써도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리라. 너무 늦은 뒤에야 이해하는 것들이 있으니까. 그러고 나면 더 이상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힘이 없다. 아니면 중간에 다 잊어버리고는 잊어버린 줄도 모른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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