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or was right in front of me. It was open. I took a breath and stepped into the lobby. Sometimes if you want to know for sure whether the stove is hot, the only way to find out is to touch it.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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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11-25 2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동의합니다. 스토브가 뜨거운지 아닌지 알려면 만져봐야죠.

햇살과함께 2025-11-26 08:48   좋아요 0 | URL
ㅋㅋㅋ 다락방님이 리처를 좋아하는 이유

다락방 2025-11-26 2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열심히 읽고 있어요!

햇살과함께 2025-11-26 22:05   좋아요 0 | URL
저는 아직 절반도.. 12월까지 아자아자!!
 

현대의 어떤 실감 나는 VR 매체도 책만큼 우리를 개입시키지 못한다. 왜냐하면 책은 보여 주면서도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보여 주지 않음으로써 보여 주기 때문이다. 독자는 글이라는 뼈대에 자신의 상상으로 살을 붙이는데 그 상상은 독자만의 것이고 어찌 보면 그것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돌연변이와도 같다. 그렇다고 해서 독서가절대적으로 개인적이고 고유하기만 한 경험이라는 말은 아니다. 모든 독자의 정신 속에는 또한 같은 강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문자와 두뇌의 공조가 신비한 추진력을 발생시키고, 이 추진력이 어느 정도 강해지면 우리의 정신은 작품을 둘러싼 궤도에 진입하게 된다. 작품이 그 인력과 척력을 조화롭게 운용하면서 이야기를 길게 끌고 나가면 우리는 그만큼 궤도를 많이 돌게 되는 셈인데 거기서 긴 글만이주는 독특한 힘이 생겨난다. 『회상록』을 다 읽으면 다른 시간, 다른 나라에서 여러 해 머무르다 온 듯한 느낌이 드는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40페이지를 읽어 냈다면, 여러 날을들여 계속 읽을 것. 장담하건대 이 책을 다 읽어 내면 당신의 독서력은 비약적으로 증진한다. 마라톤을 완주하는 경험과도 비슷할 것이다. - P161

우리는 앞서 하드리아누스가 배역을 수행하는 배우이자 나라는 극장의 연출가처럼 스스로를 묘사하는 것을 보았다. 셰익스피어에게도 이 개념은 아주 중요하다.
『좋으실 대로』의 우울한 환경주의자라 할 제이퀴즈(자크)는 이렇게 말한다.

온 세상이 무대이지,
모든 남자 여자는 배우일 뿐이고.
그들에겐 각자의 등장과 퇴장이 있으며
한 사람은 일생 동안 많은 역을 하는데
나이 따라 칠 막을 연기하네.

온 세상은 무대이고 인생이란 등장인물이 분장을 하고 배역을 맡아 연기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셰익스피어의극에는 유독 변장이라는 개념이 자주 등장하는지도 모른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희곡과 소네트이고,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야기들은 소설이 아니라 모두 희곡이다. 그는 배우이자 작가이자 극장주였으니 쉰네 살에 생을 마감하기까지연극과 무대는 그의 삶에서 가장 거대한 은유가 될 법하다. - P220

『회상록』에서 인생을 연극에 빗대었던 문장들이 『맥베스』를 읽을 때 생각나듯, 『회상록』의 잠과 죽음의 유사성에 대한 문장들이 『맥베스』를 읽으며 되살아난다. 연이어책을 읽을 때 생겨나는 이런 감각은 독서만의 미묘하고 독특한 즐거움의 한 요소이므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보겠다. 앞서 읽은 텍스트는 후에 읽는 텍스트에 겹쳐지고, 마치지금 눈이 따라 흐르는 문장의 물결 아래로 시간이 지나 조금은 더 흐릿하게 일렁이는 심층의 문장들이 함께 흐르는것과도 같다. 또는 예전에 읽었던 문장들이 잘게 조각나 마치 모자이크처럼 어떤 단어는 더 또렷하게, 어떤 표현은 더 - P246

아스라하게 기억 속에 뿌려져 있는 듯하다. 새로운 문장을읽으며 비슷한 모티브가 환기되면 이전의 문장들이 가라앉아 있던 기억의 물속은 한번 헤집어진다.
독서가 쌓이면 이런 현상들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수많은 문장들이 팔림세스트처럼 겹쳐 쓰인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책 수다를 떨기 시작하면 끝이 안 나는 이유다. 책을 두고 나누는 대화는 마치 서로의 안에 든 스노우글로브를 살짝살짝 건드리는 것처럼, 가라앉았던 단어와 문장을 헤집어 다시 천천히 반짝이며 허공으로 떠오르게 하고, 그렇게 다시 끄집어낸 말들이 이번에는 상대의 또 다른 기억의 바닥을 긁어서 일렁이게 한다. 책 수다가 아니라 혼자책을 읽을 때에도 독자는 자신의 내면에 새롭게 흘러든 언어와 이미 들어와 있던 언어가 뒤섞이는 작용을 겪는다. ‘샘물이 합류하는 것이다. 그것은 소리 없이 흐르는 저자와 독자의 대화이고, 그렇게 내면의 언어적 샘물은 다시 흐른다. 독서가 다른 독서를 불러오고, 그 흐름이 풍부하고 빈번할때면 독자의 내면은 스노우글로브의 반짝이는 눈이 내내 일렁이는 듯이 움직이며 고이지 않고 흐를 것이다. 독서가가자연스럽게 다음 책을 찾게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이 움직임과 반짝임이 아름답고 기분 좋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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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의 집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2
이디스 워튼 지음, 전승희 옮김 / 민음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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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긍정적인 의미에서든, 부정적인 의미에서든. 더 비참해지지 않은 것을, 학습된 도덕적 가치를 최후까지 져버리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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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레인보우 - 퀴어의 세계에 초대받은 부모들과 이웃을 위한 안내서
성소수자부모모임 지음 / 한티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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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얇고 가벼운 책. 퀴어 세계의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더 많은 사람이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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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트 양은 일요일에 그들과 헤어져 뉴욕으로 돌아가려고 이미 계획을 세워 놓았었다. 그리고 거티 패리시의 도움으로자신이 겨울 동안 지낼 가능성이 농후한 작은 호텔까지 찾아놓았었다. 호텔이 사교계 동네의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었기때문에 그녀가 차지할 그 몇 평의 가격은 그녀의 재정 능력을훨씬 넘어섰다. 그러나 릴리는 바로 지금이야말로 자신이 멀쩡하게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한시기라는 논리로 그보다 못한 동네에 대한 자신의 혐오감을정당화했다. 실상 그녀로서는 일주일 치 집세라도 당겨 낼 능 - P124

력이 있는 한 거티 패리시가 사는 것처럼 살기란 불가능했다.
그녀는 지금만큼 변제 불능의 문턱에 다다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일주일 단위로 지불할 호텔비는 수중에 있었고, 트레너에게서 받은 돈으로 이전에 진 빚 중에서가장 심각한 것은 이미 다 지불한 뒤였기 때문에 아직까지는상당한 액수의 빚을 더 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상황은 그녀가 그 불안정성을 전적으로 의식하지 않아도 될 만큼유쾌한 것은 아니었다. 보이는 것이라곤 벽돌 벽들과 비상계단들뿐인 칙칙하고 답답한 전망을 가진 방들, 낮은 천장과 커피 냄새가 밴 어둠침침한 식당에서의 외로운 식사 아직까지는 곧 빼앗길 수많은 특권들로 간주되는 이 모든 물질적 불편은 그녀에게 자신이 처한 상태의 불이익을 끊임없이 제시해주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릴리는 피셔 부인의 충고를 더욱더 끈질기게 생각하게 되었다. 아무리 그 문제를 피하려고 해봤자 결론은 자신이 로즈데일과 결혼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조지 도시의 예상치 않은 방문으로 인해 이 확신은 더욱 공고해졌다. - P125

피셔 부인이 릴리의 상황에 비춰 준 빛은 우울한 겨울 새벽의 것이었다. 그것은 사실의 윤곽을 그늘이나 색깔의 가감 없이 냉정하게 보여 주었고, 주변의 한계라는 빈 벽에서 굴절된빛 특유의 냉정한 정확성에 바탕하고 있었다. 그녀가 열어 준창문을 통해서는 결코 하늘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속된 필요에 굴복한 이상주의자는 자신이 그렇게까지 내려갈 수 없다는 추론을 이끌어 내는 데 속된 사람의 정신을 활용해야만하는 법이다. 그리고 피셔 부인이 자신의 상황을 정식화하도록 두는 편이 릴리 스스로 그렇게 하는 것보다 쉬운 것은 명백했다. 하지만 일단 그 내용을 직면하고 나니 그것의 결과가모조리 보였다. 그리고 그 결과가 다음 날 오후 로즈데일과 산보를 하러 나서는 순간보다 더 분명히 그녀에게 보인 적은 없었다. - P135

그때까지는 릴리도 사교계의 주된 흐름 밖에서라도 움직이는 시늉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교계가 뉴욕으로 돌아오고 산발적인 행동들이 집중됨에 따라 자신이 과거의 생활 습관으로 자연스레 돌아가지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신이사교계에서 확실하게 제외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만일 한 시즌의 고정된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면 그것은 자신이 사교계의 비존재로서 무중력 상태로 내팽겨쳐졌다는 뜻이었다. 릴리는 불만족스러운 온갖 꿈을 꾸는 중에도 한 번도 자신이 다른 중심의 주변에서 회전한다는 가능성을 진짜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세상을 경멸하는 것은 쉬웠지만, 다른 주거 지역을 찾는 일은 어려운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녀의 아이러니에 대한 감각이 아직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어서 릴리는 자신의 이전 생활에서 가장 지루하고 사소했던 세부들이 갑자기 비정상적인 가치를 획득하게 되는 현상을 자조와 함께 주목했다. 그 생활의 가장 지루하고 단조로운 일들-카드를 남기고 노트를 적고 재미없는 사람들과 나이 든사람들에 대해 의무적으로 공손함을 표해야 하는 일, 그리고지루한 정찬을 미소로 견뎌 내는 일 등이 이제 그런 임무에서 강제적으로 해방되고 보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런의무들이 얼마나 유쾌하게 그녀의 텅 빈 나날을 채울 수 있었을 것인지! 실제로 릴리는 자신의 카드를 상당량 친구들의 집에 남겼더랬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용기 있고 끈질기게 자신에게 익숙한 세상의 눈앞에 자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 P152

릴리는 이 질문에 짜증스러워하는 몸짓을 하며 대답했다.
"아이, 거티, 난 사람들이 어떻게 더욱더 많은 돈을 쓰게 되는지는 언제나 이해할 수 있어. 어떻게 더 적게 쓰게 되는지는전혀 이해가 안 되지만!" - P157

릴리가 어쩌다 처한 그 환경은 그곳의 거주자들만큼이나 그녀에게 낯선 것이었다. 그녀는 뉴욕 호텔 생활을 중심으로한 사교계에 대해서 무지했다. 그것은 환상적인 요구를 만족시킬 기계들과 기구들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차 있고, 지나치게 덥고, 지나치게 화려한 천으로 장식한 세계였는데, 그곳에서는 문화적인 생활의 편안함은 사막에서만큼도 손에 넣을수 없었다. 이 작열하는 화려함의 분위기 속에서 가구들만큼이나 화려하게 장식된 창백한 인간들, 확실한 목적도 영구적인 관계도 없는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그들은 식당에서 연 - P174

주회장으로, 야자수 정원에서 음악실로, ‘미술 전시회‘에서 맞춤옷 디자이너의 개업식으로 호기심의 나른한 파도를 타고부유했다. 발을 높이 치켜들고 걷는 말들이나 정교하게 꾸며진 자동차들이 이 귀부인들을 막연한 대도시의 거리들로 실어 나르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들은 자신들이 두른 흑담비 털의 무게 때문에 더욱 핼쑥해진 모습으로 돌아와다시 호텔에서의 일상이라는 질식할 듯한 무기력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들 뒤 어딘가에, 그들 삶의 배경에 진짜 인간다운활동에 의해 채워진 진짜 과거가 있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여지가 없었다. 그들 자신은 아마도 강한 야망, 끈질긴 정력, 인생에서 건강하게 거친 부분과의 다양한 접촉들의 산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연옥에 있는 시인의 그림자들처럼10) 실제적인 존재감이라고는 없었다. - P175

그 이름들을 듣고, 자신이 살던 세계의 파편적이고 왜곡된 이미지가 노동하는 여자들의 마음에 비춰진 모습을 보는일 말이다. 그녀는 전에 한 번도 자신도 포함해서 자신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허영심과 방종에 기대서 먹고사는 노역자들로 이루어진 이 하층 사회에서 이렇게 지칠 줄모르는 호기심의 대상이 되고 경멸에 가까운 자유로운 태도로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도 하지 못했다. 마담 레지나의 공방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자신들의 손에 쥐여진 모자가누구에게 갈지를 알았고, 그 미래의 주인에 대해 나름의 의견이 있었으며, 그 사람의 사교계에서의 지위에 대해서 알았다. 릴리가 하늘에서 추락한 별이라는 사실은 처음에 호기심을일으켰다가 가라앉았고, 그런 뒤에는 그녀에 대한 그들의 관심에 아무런 무게도 더해지지 않았다. 그녀는 추락했고 ‘물 밑에 잠겼다. 그런데 그 경주의 이상에 맞게 그들은 성공한 사람들에 대해서만 물질적 업적을 노골적이고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이미지에 대해서만 존경심을 품었다. 그녀의 시선이 다르다는 사실을 의식했기 때문에 그녀로부터 조금 거리를 둔 것뿐이었다. 마치 그녀가 더불어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한 외국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 P197

"정말 열심히 노력했어요...... 하지만 사는 것은 힘들어요. 그리고 전 아주 쓸모가 없는 인간이에요. 독립적인 존재라고부를 수도 없을 정도예요. 저는 제가 인생이라고 이해하던 거대한 기계의 나사 하나 혹은 톱니 하나에 지나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 기계에서 떨어져 나온 뒤 제가 다른 곳에서는 아무쓸모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자신이 단 하나의 구멍에만 맞는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원래자리로 돌아가든가, 아니면 쓰레기 더미 속으로 던져지든가둘 중 하나죠…… 그런데 쓰레기 더미 속의 실상이 어떤지 모르실 거예요!" - P238

릴리가 보기에 삶의 조각들을 그러모아 그것들을 이용해서용기 있게 피난처를 지은 그 가난하고 조그만 노동 여성은 촌재의 핵심적 진실에 도달한 사람이었다. 그녀의 삶은 가난의어두운 가장자리에 서 있는 삶, 병이나 불운에 대처할 여유가무척 미미한 보잘것없는 삶이었다. 그러나 거기엔 벼랑 끝에지어진 새 둥지 같은 연약하면서도 과감한 영속성이 있었다. 단지 가느다란 이파리와 지푸라기로 지어져 있지만 그것에 맡겨진 생명이 심연 위에 안전하게 있을 수 있도록 튼튼하게 지어진 새 둥지 말이다.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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