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시집 <여름, 연루>

기후외교가 작동하지 않는 이유
기후변화는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중대한 문제 가운데 하나일뿐이다. 과학자들은 지구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초래될 9가지 경계선을 밝혀냈는데, 이미 그중에서 6개가 한계치를 넘어섰다. 기후 이외 - P58

에, 토양 및 담수의 변화, 생물다양성 붕괴, 영양소 순환 사이클의 교란, 과불화화합물(PFAS) · 유전자조작생물(GMO) · 미세플라스틱 등 지구환경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물질의 확산 등이 그것이다. 해양 산성화도 결정적 변화를 가져올 한계점에 다가가고 있다. 이것은 모두 과학적으로 증명된 분명한 위협이지만 국제적으로 적절히 대응이 이뤄지고있는 사안은 단 하나도 없다. - P59

북(北)이 패권을 잃고, 남(南)을 지배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설된 다자주의 시스템이 붕괴하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체제를 고치려고 하기보다 그것을 무너뜨리겠다는 전략적 목표를 세워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여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되돌아가야할 때도, 길을 잃을 때도 있을 것이다. 안토니오 그람시의 말대로 "낡은세계는 죽어가고 있고, 새로운 세계는 태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현재는 괴물들의 시대이다." 오디세우스가 그랬듯이 안전한 항구에도달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김정현 옮김) - P101

불안과 슬픔의 연대, 연루감
여름이 남긴 것을 돌아본다. 지난여름 평균기온은 25.7℃로 1973년기상관측 이후 역대 1위였던 지난해 여름 기록(25.6℃)을 경신했다. 폭염 일수는 28.1일, 열대야 일수는 15.5일이었다. 온열질환자 숫자는 작년보다 20.4% 증가한 4,460명으로, 2018년 이후 가장 많았다고 한다. 폭염 속에서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뉴스를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봤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쓰러진 것들이 비단 사람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폭염과 폭우 그리고 가뭄 속에서 풀, 벌레, 물고기, 동물들 역시 터전을잃고 멀리 떠내려가거나 말라 죽었다.
여름이 남긴 것들과 지금 살아서 겨울을 맞는 우리는 어떤 관련이 있나. 환경운동연합이 기획하고 권누리, 마윤지, 박은지, 윤은성, 윤지양, 정재율, 한연희, 희음 여덟 명의 시인이 참여해 엮은 시집 《여름, 연루> - P115

는 그 관계에 대해 묻는다. 생태계 파괴로 인한 기후위기의 현장을 찾아 고통을 함께한다. 화성습지, 월성원자력발전소, 가덕도 등이다. 인간에 의해 땅이 파헤쳐지고 물이 오염되는 상황에서도 그곳에 여전히존재하는 생명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과 우리가 자연이라는 거대한 연결고리 안에서 연루돼 있음을 확인한다. - P116

소설가 황정은은 올해 문학주간 개막 행사에서 자신의 소설을 낭독한 뒤, ‘연루감‘에 대해 말한 바 있다. 내가 가해자가 아닌데도 죄책감이생기고 괴로운 느낌. 그는 세계의 폭력과 위기상황에서 연루감으로부터 안전한 곳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점점 더 뜨거워지는 지구,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가동하는 에어컨, 에어컨을 돌리기 위해 쉬지 않고 전력을 생산하는 원전, 원전 주위의 사람들 혹은 동식물, 그리고 바다. 모두가 연결돼 있다. 우리는 착취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누군가의 삶, 다른 생명을 착취한다. 황정은의 말대로 연루감으로부터 안전한곳은 없다. - P1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르몬 일지 - 일기들 민음사 탐구 시리즈 10
영이 지음 / 민음사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화하는 몸과 젠더와 살아가기. 비로소 호르몬 주사를 통해 변화하는 내 몸을 조금은 좋아하게 되기. 날 것 그대로의 일기다. 몸이란 무엇이기에, 젠더란 무엇이기에 이토록 고통스러운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어가 삶이 될 때 - 낯선 세계를 용기 있게 여행하는 법
김미소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부로서 도구로서 수단으로서의 영어(언어)가 아닌, 내 삶을 확장하는, 내 삶과의 관계 속에서의 영어를 생각하게 하는 책. 나는 영어와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언어에 ‘대해‘ 배우기, 언어‘로‘ 무언가를 해보기, 언어‘와 함께 만들어가기. 언어에 ‘대해’ 배우는건 아무래도 우리에게 친숙하다. 각종 언어 교재, 온라인 강의, 교육상품 등이 넘쳐나니까 시간과 동기만 있다면 언어에 대해 배우기는 쉽다. 언어‘로‘ 무언가를 해보는 경험은 자신이 적극적으로 기회를 찾아야 한다. 꼭 읽고 싶었던 책을 원서로 읽어보거나, 소위 말하는 덕질을 원어로 해보거나, 다른 언어를 쓰는 친구를만들거나, 강의식이 아니라 프로젝트 혹은 체험형으로 진행되는수업을 수강하는 방법이 있다.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언어‘와‘ 함께 무언가를 해나가게 되고 삶에서 그 언어를 뗄 수가 없게 된다. 무심코 제2언어로 혼잣말을 한다거나, 내 행동 양식이 그 언어에 맞게 바뀌어 나가기도 한다. 언어는 단순한 기술이나 도구 - P263

로 축소될 수 없다. 단순한 도구라고 하기에는 우리의 사고와 행동이 언어에 너무 많은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언어가 나를바꾸어가고, 내가 하는 행동과 언어는 뗄 수 없는 사이가 된다.
그렇다면 내가 사용하는 언어는 나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걸까? 그리고 내가 듣고 있는 영어 수업은 앞선 세 가지 그림 중에어떤 방식으로 나를 가르치고 있는 걸까? - P26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을 쓰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외국어 학습은 책속의 지식을 단순히 뇌 안으로 가져오는 작업이 아니라, 몸으로살아내는 과정이라는 걸요. 언어는 나와 세계를 관계 맺어 줍니다. ‘어떻게 하면 외국어를 잘할 수 있을까?‘보다, ‘나는 이 언어와어떤 관계를 맺어가고 싶지?‘ ‘지금 내 외국어 자아는 어떤 모습이고, 앞으로 어떻게 가꿔나가고 싶지?‘ ‘나는 이 언어를 통해 앞으로 어떤 경험을 쌓아가고 싶지?‘ 같은 질문을 여러분과 함께 고민하고 싶습니다. - P7

아, 외국어를 배우는 건 숨 쉬듯 편안했던 자신의 자아를 다무너뜨리는 과정이구나. 너무 당연해서 자아라고도 느껴지지 않았던 것들을 다 부수고 새로 만들어가야 하는구나. 자신을 위험에 노출시키고, 부끄러워질 기회를 일부러 더 만들고, 자존심을굽히고, "내가 한국에서는~" 같은 생각을 전부 내려놓고, 새로운언어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야 하는구나. 이 관계에서는 수도없이 불편한 일이 일어나고, 원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권력관계안에 들어가야 하며, 상대에게 친절함을 기대하기 어렵다. 모호함을 견뎌야 하고, 지나가는 여섯 살 아이에게도 배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모국어 세계에 편안히 머무르면서 제2언어 자아를 만들어나갈 수는 없다. - P35

아예 겉모습 이야기를 입에 담지 않는 게 상책이겠지만, 그래도 마음속에서 툭툭 칭찬하고 싶은 욕구가 솟아나올 때가 있었다. 그럴 때는 예전에 들은 말을 떠올리곤 했다. "지금 당장 바꿀수 없는 건 입에 담지 마세요." 스카프, 귀걸이, 패션 스타일 등이멋지다고 칭찬하는 건 맥락에 따라 괜찮을지도 모르지만, 눈이 너무 예쁘다거나 다리가 길어서 예쁘다 같은 이야기는 입 밖으로 내려 하다가도 다시 목구멍 깊은 곳으로 삼켜야 한다. 아주 친한 사이에서는 할 수 있는 이야기일지 몰라도 일단 조심해야 하니까.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입에 올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모는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뼈를 깎는 노력과큰 돈을 들이면 바꿀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그렇게 쉽게 바꿀 수도 없고 바뀌지도 않는다. - P108

제2언어를 배울 때는 누구나 되고 싶은 자신, 되어야 하는 자신을 조금씩 갖고 있다. 지금 종이를 하나 꺼내 영어 (혹은 다른 외국어)를 배워서 되고 싶은 나, 되어야 하는 나를 적거나 그려보면다양한 모습의 자아상이 등장할 것이다. 마치 어릴 때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렸던 것처럼 자신의 모습을 그려봐도 좋고, 다이어리에 하나하나 써내려 가도 좋다. 그리고 다시 질문해 보자. 나는외국어를 배워서 무엇이 되고 싶고, 무엇이 되어야 하나? - P129

언어를 배울 때는 완벽주의자보다 목적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실제로 완벽주의 성향과 언어 불안은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Gregersen & Horwitz, 2002). 자신이 세워놓은 기준이 너무 높으면 - P135

오히려 그 기준이 자신을 옥죈다. 아무 말 대잔치를 하는 것도 나이고, 어느 날 운이 좋아 유창하게 말하는 것도 나이다. 내 말의 하찮음을 견디는 만큼 내 말그릇이 넓어진다.
이 모든 걸 전부 아는데도, 다 큰 성인이 하찮음을 견디기란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자아가 이미 자기 키만큼 성장해버린 성인에게, 겨우 한 뼘 되는 외국어 자아로 살아가라고 하면절망스러운 게 당연하다. 어제도 하찮음, 오늘도 하찮음, 아마 내일도 하찮음. 이걸 어떻게 견디라는 말이야. - P136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6-02-14 0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무 좋죠!!!!!!!!!!!

햇살과함께 2026-02-14 20:06   좋아요 0 | URL
영어와 삶이라니요. 공부로서의 영어가 아닌 삶과의 관계 맺어주기라는 관점이 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