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체 (반양장) - 제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64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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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딘가에 있을 합*체들을 응원합니다. 우리는 항상 부족한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지만, 합*체처럼 어느날 한뼘 더 자라있을 겁니다. 그걸로 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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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첫 책

녹색평론 휴간에 맞추어 정기구독에서 후원회원으로 변경했다. 휴간기간 동안에는 녹색평론 대신 책을 보내준다는데 마침 1월에 녹색평론 서문집 개정증보판 나왔다고 바로 보내주었다. 귀한 창간호까지 덤으로! 과월호 6권이랑 도서 1권도 신청해서 곧 올텐데.. 밀린 책들 언제 읽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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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이 속눈썹에 닿을듯이 가까이 내려왔다. 티끌 하나 없이 푸른 4월의 하늘, 그러나 4월은 잔인한 달, 일 년 열두 달 중 잔인하지 않은 날이 없지만 4월은 그중에서도 가장 잔인하고 무섭고 섬뜩하고, 그래서 할 수만 있다면 달력을 북 찢어 없애 버리고 싶은 달. - P27

"보아하니 고등학생 같은데 그 나이에 근심이 없다면, 그거야말로 근심해야 할 일이 아니더냐." - P34

"내가 명호를 오해하게 한 것 같네요. 혁명을 꼭 정치적으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역사에 남는 혁명은 주로 정치와 관련된 것이지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환경을 위해 분리 수거에 앞장서는 것도 혁명이고, 고생하시는 부모님 생각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혁명이고, 친구와 싸운 후 먼저 사과를 하는 것도 혁명입니다. 저는 꿈을 가진 사람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게 혁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혁명은 빨간머리띠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붉은 피가 만들어지는 바로 여기, 여기에 있습니다." - P50

"엄마가 생각하기엔, 한 번밖에 안 본 왕자님이랑 결혼하는 건 너무 이상해. 성에서 사는 것도 너무 지루할 것 같고, 엄마가 백설공주였다면 난쟁이들 중 한 명이랑 결혼해서 광산 탐험도 하고, 숲 속으로 소풍도 가면서 재미있게 살았을 거야." - P57

"무슨 일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야. 내 인생 자체가 항상 이런 거야."
"니 인생이 어때서?"
"거지 같잖아."
"그게 무슨 소리야? 왜 그런 생각을 해?" - P85

노인이 말했다.
"그런 말들에 흔들릴 것 없다. 누구 하나 제 모습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은 없는 법이니라. 문제는 다른 사람이 널 어떻게보느냐가 아니라 네가 너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 그거 아니더냐."
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대꾸했다.
"그런 위로는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젠 지겨워요. 제가 어떻게 생각하는 다른 사람이 절 난쟁이, 라고 부르면 저는 난쟁이가 되는 거예요. 그리고 도사님, 전 만족을 바라는 게 아니에요. 그냥, 남들처럼 평범하기만 했어도, 이 두 다리가 눈에 띄지만 않아도 좋겠어요." - P97

붉은 진주알 같은 열매들이 옹기종기 달려 있는 나무, 사냥한 무당벌레를 머리에 이고 나무 밑동 굴로 들어가는 개미 떼행렬, 검은 갑옷에 삼지창 집게발을 휘두르며 개미들을 호시탐탐 노리는 약탈자, 배고픈 곤충들이 엄마 등처럼 찰싹 달라붙어 있는 소나무 껍질, 솔 냄새로 가득한 숲, 숲에 불어오는바람, 바람을 만드는 하늘, 유유히 흘러가는 양떼구름. - P174

"실패했어."
체의 짧은 한마디에 엄마는 목소리를 낮추어 다시 물었다.
"실패? 뭐가?"
체는 손가락으로 방바닥에 무언가를 그려 가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냥….… 모든 게…… 가기 전에는 정말 자신만만해서 집으로 돌아올 땐 엄마가 깜짝 놀랄 정도로 변해서 올 생각이 - P231

었는데…… 결국은 다 실패해 버렸어. 이렇게까지 뭔가를 열심히 해 본 건 처음이었는데…… 근데도 하나도 변한 게 없어. 가지 말걸, 합이 하는 말 들을 걸 괜히 고집 피워서 얘까지 고생시키고…… 다 나 때문이야.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건안 되는 건데."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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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존재감은 다소 약한 이 영화에서 아버지가 노먼에게 적용한 글쓰기 교육법이 인상적이다. 줄이고 줄여서 써 오라고 반복하여 돌려보내다가 마지막으로 마음에 들었을 땐 됐다고 하며 "이제버리거라."라고 말한다. 글쓰기의 정법을 죽이라는 말로 들린다. 단호한 그 한마디에 노먼은 지겨운 글쓰기 훈련에서 벗어나 종이를 박박 뭉쳐 구겨선 쓰레기통에 던지고 오후 내내 동생 폴과 함께 대자연의 품에 안겨 논다. "버리거라." 이 말은 머무르지 않고 쉼 없이 흘러가는 강물의 지혜와도 다르지 않다. - P103

마지막 목회에서 아버지는 "완전히 이해할 순 없어도 완전히 사랑할 수는 있다."고 설교한다. 이 말은 길게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이어질 가족 간의 설명할 수 없는 애증에 대한 진언(盡言)이다. 나아가한 사람의 예술가를 향한 헌사, 범신론적인 대자연에 대한 태도이기도 하다. 삶과 예술과 자연은 우리의 이해를 초월한 저 너머의 세계에서 우리를 부르며 미소 짓는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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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용서하기로 했다》는 그런 책이 아니다. 한 페이지를 넘기는 데 10분 이상이 걸릴 만큼 메모할 구절로 가득하다. 인용하기에 좋은 깊은 사유와 무릎을 치게 만드는 미문(美文)으로 그득하다. 진심으로 많은 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출판사의 소개대로 용서의 미덕을 무조건 강조하는 책들과 달리 용서를 경험한 사람들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보여줌으로써 공감을 이끌어내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용서라는 행위의 유동성과 주관성을 보여준다. 깔끔한 처방을 내리기보다는 개인의 선택에 맡기는 무처방, 불간섭주의적 태도를 취한다는 점이 이 책의가장 큰 장점이자 핵심이다. 또한 이 책은 용서 담론의 수많은 국면과 요소를 최대한 포괄하고 있다. - P51

이미 용서를 둘러싼 담론에는 분노나 고통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전제되어 있다. 사회는 그러한 상태를 암암리에 ‘극복‘의 대상으로 본다. 용서는 분노보다 우월한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다를 뿐이다.
용서에 대한 나의 입장을 굳이 밝힌다면 나는 용서에 관심이 없다. 더 솔직히 말하면 나는 용서라는 말이 싫고 용서의 필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이들을 의심한다. 내 머릿속을 지배하는 생각은 용서, 화해, 대화라기보다는 부정의한 사람들과 그들의 행위가 가능한 사회적 조건이다. - P52

C. S. 루이스는 《순전한 기독교》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사람들은 용서가 아름다운 일이라고 말한다. 정작 자신이 용서할 일을 당하기 전까지는……." 1952년은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른 지 불과 7년째 되는 해였는데, 사람들은 만일 루이스 자신이 폴란드인이거나 유대인이라면 게슈타포를 용서하겠냐고 물었다. 그는 즉답을 피했다. 대신 그보다 더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히려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도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 사람은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 P55

용서의 또 다른 어려움은 사건은 구조적이되(정치학), 용서는 개인의 몫(심리학)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 P56

우리 사회는 ‘해결 매뉴얼‘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피해란 원래 복잡하고 다양하고 모순적인 환경에 놓여 있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우리의 굳은 몸을 다른 세계로 이동시키고 변환시켰다는 점은 분명하다. - P58

내 생각에 현재 한국 사회의 여성주의는 두 그룹으로 ‘양극화’되어 있다. 온라인의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한 ‘급진적‘ 여성들과 체제 내화된 일부 여성들로 나뉜 것이다. 여성 운동 단체출신 국회위원 중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에 서명한 여성 의원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양극이라고 하지만 두 그룹의 페미니즘 모두 ‘파이가 중요한’, 평등 지향의 자유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유례없는 "난민 반대, 트랜스젠더의 여대 입학 반대" 주장은 우연한 사건이 아니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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