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음식의 절반은 추억이다.
여행의 묘미는 반주지. ㅎㅎ 격하게 공감
스프 하나에 인생이 들어가 있다.
![](https://image.aladin.co.kr/product/26353/97/cover150/k532738025_1.jpg)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온 돈까스는 오스트리아의 슈니첼이 홀 커틀릿 또는 포크 커틀릿으로 18세기 후반 일본에 전해졌고, 지금의 돈까스가 되었다. 그것이 또 우리나라에서 우리 식으로 바뀌어 경양식, 한식 돈까스가 되었다. - P36
린틴틴 나오는 음식에 비해 가격이 너무 싼 거 같아요. 신창호 우리가 조금 덜 가져가면 돼요. 종업원을 쓰면 이 가격을 유지 못 해요. 둘이서 그냥 하니까 되는 건데, 힘들죠, 이제. 경양식집이 재료비도 많이 들고, 그렇다고 아무거나 써서 할 수 있나. 내 입에 맞아야 손님한테도 내놓는 거지, 제 신조는 그래요. 그렇게 여태까지 해오긴 했죠. 린틴틴 그러니 조금 올리세요.. 신창호 알아주는 사람은 아는데, 그거 알아달라고 하는 거 아니에요. 허허. 그럴거면 음식점 하지 말아야지, 그냥 술을 한 병 더 팔지. - P53
잠시후 따끈한 수프가 나왔고, 우유 맛이 나는 걸 보니 직접 만드는 듯하다. 맛있다. 수프를 직접 만드는 경양식집은 요즘 드물다. 생각보다 고된 일이어서(온종일 저어야 하니까), 손님이 많으면 그나마 양이 줄어드는 재미라도 있지만, 대체로 장사가 그럴 만큼 잘되지는 않으니까. - P56
오랜만에 보는 시금치나물, 몹시 반갑네. 내가 어릴 때는 가니시로 시금치 나오는 곳이 많았는데, 역시 음식은 절반이 추억이다. 그 옆으로 콘 샐러드, 베이크드 빈이 나란히 놓여 있다. - P58
메뉴가 쓰인 검은색 보드를 보는데, 소주도 판다. 돈까스와 함께 주문했다. 여행의 묘미는 반주지. - P63
뭐라도 더 팔아 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콜라도 주문한다. 좋아하는 마카로니 샐러드를 맛보고, 뜨거운 감자튀김을 살살 불어가며 먹었다. 주방에서 다시고기 두드리는 소리, 할머니의 수고스러움을 생각하니 가격이 너무 저렴하지만, 이 돈까스는 터미널을 오가는 군인들의 든든한 한 끼가 되어주겠지. 노부부의 너그러운 마음씨에 가슴이 따뜻해진다. 두툼한 돈까스와 샐러드, 튀김을 남김없이 모두 비우고 잘 먹었다는 인사를 드리며 계산하는데, 콜라 한 캔 값 천 원을 포함해 6천 원. 만 원 한 장 드리고 거슬러 받는 내 손이 부끄럽다. - P87
50년간 요리사라는 직업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평생 주방에서 일하시는 사장님. 눈 감았다 뜨기도 무서울 만큼 빠르게 변하는 요즘 세상에서 그 50년은 어떤 의미일까. 내게도 한가지 일을 해온 그런 시간이 있다. 점점 사라져가는 어쿠스틱 악기들. 피아노 조율사라는 직업은 50년 후에도 존재할까? 그럴 리가 없지. 커피 맛이 좋다. - P92
김희신 공이 들어가는 거라, 밀가루 볶는 게 거의 인생이에요. 맨 처음에 버터를 녹인 다음에 밀가루를 넣잖아요. 이제 그걸 반죽하듯이 약한 불에서 볶는데, 뻑뻑해요. 근데 그게 시간이 점점점점 지나면, 걔가 스스로 융해되듯이 팍, 녹아버려요. 아주 부드럽게…. 문상민 그게 상상 초월이래니깐요. 상식적으로는 점점 더 빡빡하게 굳어갈 거같잖아요. 볶으니까. 근데 밀가루하고 버터하고 비등점에서 융해가 돼 버려요. 화합이되는 거지. 갑자기, 어느 순간. 그게 인생하고 똑같아요, 하하하. 김희신 거기서 욕심을 부려서 이제 좀 더 볶죠. 그럼 색깔이 갈색이 나버려요. 못 쓰는 거지. 한순간에, 그게 딱 인생이에요. 기다려야 되고, 참아야 되고, 놓치면 돌아오지 않고, 어떨 땐 지루해서 하기 싫거든요. 그래도 참아야 하니까, 인생이란 게. 문상민 다 치우고 싶지. 허허허허. 린틴틴 오뚜기 수프 쓰고 싶고,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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