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세월호가 지겹다는 사람들에 대해 말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그 일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입장이었기 때문이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다. - P4

불행히도 그 시절에 나는 그와 함께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지쳐갔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사랑과 고통은 철저히 별개라는 사실을, 이런 감정은 어느 한쪽이 무거워진다고 다른 한쪽이 가벼워지는 놀이기구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 P26

아니,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불행에 대한 글은 쓰면 쓸수록 아프다. 세상에 아름다운 흉터는 없다. - P27

또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불행의 서사를 이해하려고 애쓰지 마. 그냥 바람이 불고 비가 오듯, 어떤 일들은 이유 없이 일어나. 우리네 인생도 그래. 이해하려 애쓰지 마. 그냥 받아들여. 깊이 고민하지 마. 그리고 명심해. 네가 살아가는 동안 겪는 그 모든 일들은 전부 네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잊지 마. 시작된 모든 일에는 끝이 있어. - P55

그것은 바로 누구나 아주 편하고 쉽게 타인에게 상처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 P67

어른들 말씀처럼 살아만 있으면 다 어떻게든 살아지는 게 인생이니까. 굳세게 마음먹고 불행을 맞이해야 한다. - P76

글을 쓰는 동안 어느 날은 잘해보고 싶고 어느 날은 도망치고 싶던 날들이 연속되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은 일관되게 명확했다. 함부로 타인의 고통을 조롱하지 말라는 것과, 언제나 악한 것이 힘세고 빛나 보이지만 결국 선이 이긴다는 것, 그리고 사랑은 보기보다 힘이 세다는 것. 이것은 내가 이생에서 얻은 유일한 교훈이다. 왜냐하면 나를 다치게 한 것도 세상이지만, 나를 치유한 것도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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