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프로젝트.

흙과 반도체

"농지보다는 태양광 사업이 훨씬 더 효율이 높지 않습니까."
지난 4일 대통령 주재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던진 이 말은, 폭염이 들끓는 이 끔찍한 여름 며칠을 더끙끙 앓으며 보냈어야 할 만큼 내게 충격적이었다. 남태령을 넘으며 국민이 세운 대통령의 입에서 스스럼없이 ‘생명보다 효율‘이라는 농업 멸시 발언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논란이 되었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이른바 ‘농(農法)‘ 발언보다도 훨씬 더 치명적이고 참담하다. - P11

‘메가프로젝트‘라는 것은 말 그대로 ‘크기‘로 세상을 재겠다는 선언이다. 몇조 원, 몇 기가와트. 그러나 이런 숫자들은 크면 클수록 파괴력도크므로 스스로를 정당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생명은 그런 방식으로 자라지 않는다. 볍씨 한 톨이 여름 한철을 건너 밥 한 그릇이 되는그 작고 느린 순환이야말로 이 문명이 오래도록 잊어버리고 있는 진짜힘이다. 따라서 농민으로 산다는 것은 단순히 직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본의 속도 대신 흙의 시간을 따르겠다는 선택이며, 값을매길 수 없는 작물의 뿌리와 미생물의 대화, 물로 이어진 관계, 또 갯벌이 품어온 생애들을 언제나 의식하면서 살겠다는 다짐이다.
"풍력발전기 아래서 철새가 죽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철새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지켜주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우리가 철새더라. 근데 우리를 국가는 지켜주지 않더라."
‘정의로운 전환‘을 호소하기 위해 국회에 온 어느 농민이 들려준 가슴을 후벼 파는 이야기 중의 한 대목이다. - P16

기후정의와 3대 메가프로젝트

풀뿌리 저항과 대안의 언어였던 지산지소 담론이 기업의 탐욕을 지탱해주기 위한 부정의한 언어로 타락하고 있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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