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이 보통 간주되는 것보다 속속들이 수동적이라면상상력과 대안적 사고가 자리 잡을 수 있는 곳은 경계나 균열이 일어나는 곳, 자신이 속할 수 없는 곳, 자신이 표준에서 벗어난 상황에 서 있을 경우다. 나는 훌륭한 현대 예술가들 중‘경계에 선 자가 아닌 경우를 별로 알지 못한다. 상상력을 위해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에게 다른 것들이 말 걸어올 수 있는 접촉면, 다른 것들이 머물 수 있는 빈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새로운 생각은 나에게 손님처럼 오는 것이지, 내가 탐사 여행을 통해서 발굴해내는 것이아니다. - P26

나는 마르크스의 매력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 정확히는, 내가 조심스러운 태도를 가졌다고 자부함에도점점 더 끌려 들어가고 있다. 이젠 손에 화상을 입더라도 잡지 않을 수 없는 대상이 되었다. 무엇이 그렇게 매력적인가? <자본론>의 재미는 마르크스의 이중주를 즐길 때 거역할 수없게 된다. 그는 한편에서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 다른 한편에서 ‘정치경제학‘, 즉 당시 경제와 사회에 관해 가장 객관적인 과학임을 자부하는 학문을 비판한다. 두 가지 비판이 정말절묘하게 조율되어 있다. 자본주의 사회비판은 정치경제학이 중립적인 학문이 아니라 특정한 이데올로기에 경도된 것임을 알게 하고, 반대로 정치경제학 비판은 왜 자본주의의 실상이 제대로 인식되기 어려운 것인지를 비로소 깨닫게 해준 - P39

다. 마르크스의 이론이 부분적으로 틀렸다고 하지만왜 틀렸는지 잘 모르면서 아무튼 중요한 부분에서 틀렸다고 믿는사람들이 왜 그리 많은 것일까?-나에게 마르크스는 여전히활력 있는 사고의 보고다. 그가 모범을 보인 비판의 방식은자본주의 비판만이 아니라 여성주의철학이나 환경철학에도응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칸트는 정직과 정확성이 인간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마르크스는 우리가 인간으로서 자유로울 때 비로소 사물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확하고 정의로워서 두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 이것이 내 취향에 대한 변명이다. - P40

우연성과 유한성을 삶의 요소로써 직시하고, 그 바탕에서 가능성을 숙고하고 행위하는 것이다. 매력은 사랑받을 수 있는 능력이지만, 성숙함은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다. - P65

무엇에 분노하고, 무엇에 분노하지 않는가를 보는 것은한 사람의 인품을 평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화낼 일이아닌데 화를 내는 자는 부족한 자이고, 정말 화를 낼 일에 화를 내지 않는 자는 의심스러운 자다. 아마 전혀 분노하지 않는 자는 자신이 포기하지 않고자 하는 가치를 아무것도 갖지 - P94

않은, 마음이 없는 동물이거나 아니면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아무런 장애물을 갖지 않는 천사이리라.
그런데 조심하자. 무엇은 화낼 만하고 무엇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당신의 판단에 성숙의 정도가 고스란히 응축되어 드러난다. 작은 물음이 작은 답을 얻게 하고 큰 물음이 큰답을 얻게 한다는 것은 공자님의 말씀이었던가. 아마 사소한일에 대한 분노가 작은 인품을 만들고, 큰일에 대한 분노가큰 인품을 만든다고 해도 틀리지 않으리라. 나는 당신이 작은편익과 사소한 자존심 싸움에는 넉넉한 마음이기를 희망한다. 그렇지만 권위주의와 사회적 차별, 세계의 기아,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 여성의 좌절, 맹목적인 자연의파괴에 대해서는 분노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 P95

친구

한 사람의 도덕성은 그가 무엇을 싫어하는지에서, 그리고 창의성은 그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서 드러난다. 싫어함만 비슷하면 동지가, 좋아함만 비슷하면 동호인이 될 뿐이다. 싫어하고 좋아함이 비슷하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나는 잠깐 함께 분노하고, 그보단 길게 즐거운 얘기를 나누고, 그 후엔 제법 긴 침묵도 어색하지 않게 같이 한잔할 수있는 친구가 좋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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