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휘
AI와 트랜스휴머니즘, 포스트휴먼 담론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들은인간 능력의 증강과 새로운 가능성을 말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술을 소유한 소수에게 더 큰 권력을 몰아주고, 인간 삶 전체를 자본과 기술시스템에 더욱 종속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 효율과 속도, 최적화와업그레이드가 새로운 구원이 된 시대에 가장 먼저 밀려나는 것은 느리고약한 것, 돌봄과 배려, 관계와 책임 같은 것들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우리가 마주한 문명의 위기는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누구의 고통 위에 우리의 미래를 세울 것인가 하는, 훨씬 더 오래되고 근본적인 질문이다. - P105
박혜영
내 나이 오십 줄에 들어 내가 길을 잃었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사람들은 흔히 갈 길을 몰라 헤매고 방황하는 것을 청춘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또 길은 황야나 숲처럼 잘 모르는 곳에서 잃어버린다고 생각한다. 중년에 접어든 어른이 그것도 매일 다니고 만나고 생활하던 일상의 공간에서 길을 잃고 미아가 될 줄은 나 역시 예상하지 못했다. 젊었을 때도 길은 보이지 않았고 나는 헤매다녔다. 그때의 방황과 방랑도 고통스러웠다. 바로 손에 닿을 듯한데도 잡을 수 없었던 탄탈로스의 고통처럼답답한 마음으로 청춘을 보냈다. 지도는 들었는데 내 힘으로는 그 지도를 읽을 수 없다는 심정이었다. 그러나 나이 들어서 길을 잃었을 때는이와 다른 고통이 밀려왔다. ‘이 길이구나‘라는 확신은 이미 잃어버렸는데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고, 계속 나가기에는 점점 더 길이 - P113
흐트러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갇힌 것 같은 고립의 고통이었다. 걸어온 길에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를 바라보며 ‘이렇게 계속 가도 되나‘라고 하는 막막한 두려움이었다. 두려움의 대상이 명확하지 않을 때 존재의 불안은 시작된다. - P114
이나미 <일터의 소로> 서평
그는 "낭비하지 않으면 모자람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내가 낭비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모자라지 않는다. 소로는 차, 커피, 버터, 우유, 고기가 필요 없다고 했다. 욕구에 맞춰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갖고 있는 돈에 욕구를 맞추는 방식을 취했다. 두 저자도 젊은 시절바나나와 땅콩버터 샌드위치를 먹고 살았다고 한다. 소로는 "불필요한부로는 불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을 뿐이다. 영혼이 필요로 하는 것을사는 데는 돈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소로는 이러한 지혜를 가난한 이들로부터 얻었다. 옷은 집에서 만들어 입고, 차와 커피 대신 솔송나무잎을 우려먹는 것 등이 그것이다. - P210
김선애 <배고프고 아름다운 동물들> 서평
저자는 인종차별, 성차별, 종 차별의 메커니즘이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역사적으로 인간/동물의 이분법이 백인 남성과 그 외의 사람들을 구분하고, 후자의 착취를 정당화하는 논리가 되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사회적 강자가 사회적 약자를 ‘열등하다‘ 여기고 ‘동물화하여 그들에 대한 억압을 합리화하려 하듯이, 우리는 비인간 동물들을 ‘열등한‘ 존재라고 생각하며 그들을 이용하는 일을 정당화했다. 저자는 말한다. 육식의 폐해에 대한 많은 지식을 쌓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동물의 이분법에 가려져 그동안 못 본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라고. - P226
김찬호 <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 서평
몸을 이동시키면서 만나는 풍경은 새로운 생각의창문이 되어주는 듯하다. 그래서 평범한 사물들이 새삼스러운 의미로다가오고, 잠자고 있던 언어들이 눈을 뜬다. 루소가 <고백록》에서 말했다. "나는 걸을 때만 사색할 수 있다. 내 두 발이 움직여야 내 머리가 움직인다." 권대웅 시인의 <걷기주의자>에도 비슷한 고백이 나온다. "걷다 보면 답이 온다/생각이 오고 파동이 온다/하늘과 구름과 땅속에서/문장이 온다/・・・ 걸을 때 나는 창조자/자유로운 영혼/심장과 두 발은 나의 육필/몸으로 관통하는 바람과 구름과길의 문장을 쓴다"(<녹색평론>2025년 겨울호).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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