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베틀라나 알랙시예비치 <체르노빌의 기도>

린다 펜츠 건터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집단학살이다. 집단학살은 단순히 대규모로 사람을 죽이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니다. 그건 특정한 사람들을 문화적으로도 지워버리는 일이다. 하나의 삶의 방식, 그 사람들의 언어와신념체계까지 파괴하는 행위인 것이다.
원자력이 사람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지점은 어디인가? 우리가 땅에서 우라늄을 파내는 바로 그 순간부터 인권침해는 시작된다. 우라늄을 - P40

채굴할 때, 연료로 가공처리하고 또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그리고방사성폐기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마지막 단계까지, 우라늄 공급사슬의 전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일어난다. - P41

핵을 둘러싼 거짓말이 최고조에 달했던 것은 체르노빌 사고 직후였다. (핵산업계는)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서 투입되었던 공무원과 군인들몇 명만 목숨을 잃었고 다른 사상자는 없었다는 이야기를 우리더러 믿으라고 했다.
물론 그 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병을 얻어 여생을 내내 고통속에 지내야 했던 사람들도 많았다. 그중 몇 명은 벨라루스 출신의 탐사저널리스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스베틀라나는 그들의 고통, 두려움, 그들의 상실에 대한 500개의 증언을 자신의 책 <체르노빌의 기도》에 담았다.
원자력을 옹호하는 전문가들 -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전망 좋은 사무실에 앉아 있는 상아탑 속 식자들의 눈에는 이 사람들의 얼굴이 보이지않는다. 이 사람들의 얼굴을 그들은 차마 마주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사람들은 그 존재로서 전문가라고 하는 자신들의 거대한 거짓말을 폭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식을 잃은 한 아버지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여자아이 일곱이 전부 대머리인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그 병동에는 머리가 다 빠진 아이들이 일곱 명이나 있었어요. 아니야, 그만! 더 이야기 못 하겠어요!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이 .. 내 심장이 이건 배신행위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우리 딸을 그저 어떤 누군가인 것처럼 말해야 되잖아요. 그 애의 고통을 묘사한다니...
우리는 문짝 위에 아이를 눕혔습니다. 언젠가 우리 아버지도 그 문짝위에 누우셨어요. 사람들이 작은 관을 가져올 때까지 그렇게 기다렸어요.관은 너무나 작았어요. 커다란 인형을 담는 상자 같았어요. 상자 같았다고요. - P46

김찬휘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기만핵발전소는 핵무기 개발의 수단으로도, 핵 공격의 수단으로도 사용될수 있는 잠재적인 핵무기다. 따라서 ‘핵 평화적 이용‘이라는 말은 형용모순이다. 핵발전소 폐기 운동은 핵무기 금지 운동과 분리될 수 없는것인데, 우리 현실에서 전자는 환경·에너지 부문에서, 후자는 평화·반전 운동의 차원에서 마치 서로 별개의 문제인 것처럼 다루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반해‘ 대신 ‘탈핵‘이란 표현이 사용되면서 "핵발전을 반대한다"는 의미로 축소되어 통용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 P63

핵발전소도 식민주의와 연결되어 있다. 대한민국에서도 핵발전소가있는 지역은 모두 내부 식민지라고 말할 수 있다. 핵발전소에서 수도권으로 전기를 운반하는 송전탑 건설에 맞서 싸웠던 밀양주민들의 투쟁은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는 처절한 기억을 남겼다. ‘평화적 핵‘은없다. 모든 핵은 폭력이며 식민지배다. 그러므로 반핵은 평화요 반식민일 수밖에 없다. - P65

일본 농촌의 산림이 바로 이 문제를 겪고 있다. 근대적 소유권 제도가 도입되면서 마을공동체가 함께 관리하던 산림이 개인 사유지로 나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소유자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거나 자녀에게 상속하면서 하나의 산림이 수백 개의 소유권으로 쪼개지게 되면 이들 중 누구도 단독으로 관리에 나설 수 없고,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어려워 숲은 방치된다. ‘내 땅이지만 어떻게 할 수 없는‘ 안티 커먼즈의 비극이다.
그러나 과소이용의 원인이 소유권 문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구감소, 산업화로 인한 경제적 가치 하락, 소유권 제도의 변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따라서 소유권 제도를 고치는 것만으로는충분하지 않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지방소멸의 위기‘ 앞에서 포기하지않고 마을이 공동체적인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방치되었던 자연이 함께 살아난 사례들이 있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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