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모든 것들은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하나의 질서를 따르니, 이는 하느님을 닮은 우주의 형상이지요.
거기서 하느님의 숭고한 피조물들은 영원한 힘이신 하느님의 자취를 봅니다. 그것이 바로 - P12
우주가 지향하는 목표랍니다.
창조된 모든 것들은 이런 질서 속에서 저들의 원천으로부터 적절한 거리를 두고 저들의 위치를 유지합니다. 이렇게
피조물들은 존재의 광활한 바다를 가로질러 다양한 항구들로 퍼져 가고, 그러면서도 제각기 자기의 본능을 지키고 있어요.
이 본능은 달을 향해 불을 가져가고 피조물의 심장을 움직이는 힘이 되며 세상을 묶어 하나로 만드는 본능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성을 지니지 않는 피조물뿐 아니라 지성과 사랑을 지닌 피조물들도 그 본능의 활의 당겨진 힘을 체험하지요.
그처럼 이 모든 질서를 관장하시는 하느님의 섭리는 빠르게 돌아가는 원동천을 감싸고 있는 하늘을 그 빛으로 언제까지라도 고요하게 만듭니다.
언제나 행복의 과녁에 똑바로 화살을 당기는 활의 힘에 실려 우리는 미리 운명 지어진 곳으로 날아오릅니다. - P13
그러나 흔히 형상이 예술가의 진정한 의도를 반영하지 않고 질료가 말을 듣지 않는 때가 있는 것처럼,
하느님의 피조물도 진정한 목표를 향해 날아갈지라도 때로는 빗나가는 힘을 받아서 경로를 벗어나기도 하지요.
하늘로 올라야 할 빛이 땅으로 떨어지듯이, 거짓된 욕망에 휘둘린 원초적 충동은 사람을 몰락시킵니다. 그대는 이제
이상하게 여기지 마세요. 그대가 날아오르는 것은 산에서 밑으로 흘러내리는 물과 전혀 다르지 않아요.
그대가 중력에서 벗어났는데 아래에 머문다면, 그것이야말로 살아 있는 불빛이 세상에서 웅크리고 있는 것처럼 이상한 일이지요."
그리고 그녀는 시선을 하늘로 향했다. - P14
"형제여! 하늘의 사랑으로 우리는 의지를 가라앉히고 오직 우리가 가진 것만을 바랄 뿐, 다른 것은 탐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더 높이 오르고자 원한다면, 그런 우리의 소망은 우리를 이곳에 배치해 두신 그분의 의지와 맞지 않을 거예요.
사랑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보세요. 그러면 그러한 부조화는 이 천국의 하늘들에서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 거예요.
이곳에 있다는 것은 사랑 안에 있는 것이니까요. 이런 축복받은 상태의 본질은 하느님의 의지 안에 거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하느님과 함께하는 의지 외에는 어떤 의지도 없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이곳의 전역에 걸쳐 층층이 존재하는 것은 그분의 의지를 따른 것입니다.
우리의 평화는 그분의 의지 안에 있어요. 그분이 창조하시고 자연이 만드는 그 모두가 모여드는 바다와도 같습니다." - P28
"그대는 두 가지 소망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군요. 너무 어려워 숨도 쉬지 못할 지경이군요.
그대의 생각은 이런 거지요. ‘선을 향한 나의 의지가 변함이 없다면 어떻게 다른 자의 폭력이 나의 정당한 공적의 가치를 깎아내릴 수 있는가?‘
또 다른 의문은 이런 것이겠지요. ‘플라톤이 주장하듯이, 죽음 이후에 모든 영혼은 제각기 자기 별로 돌아가는 것일까?‘
이런 의문들은 그대의 알고자 하는 의지에 똑같은 무게로 실려 있겠지요. 두 번째 의문이 더 해로울 텐데, 그것부터 다뤄 보지요. - P33
내가 밝히는 것을 마음을 열고 간직하세요. 지식이란 이해했어도 간직하지 않으면 가치가 없는 법이에요. - P42
내 말을 이런 의미로 받아 주시면 당신이 우리의 첫 아버지와 우리의 환희이신 그분을 믿는 믿음과 어긋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분별력으로 부디 ‘네‘와 ‘아니요‘를 앞에 두고 가늠하다 지친 사람처럼 느리게 움직이도록 당신 발에 추를 달기 바랍니다.
긍정을 하든 부정을 하든 성급하게 판단을 내리다 보면 지극히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기 쉬우니 하는 말이에요.
급하게 내놓는 의견들은 때로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서, 인간의 교만이 지성을 묶어 놓게 되거든요.
재주가 없이 진리를 낚으러 해안으로 떠나는 것은 불필요를 넘어서 나쁜 일입니다. 떠날 때보다 훨씬 더 나쁜 상태로 돌아올 거예요. - P114
고귀함은 금방 오그라드는 망토다. 날마다 다른 천으로 덧대지 않으면 시간의 가위가 조금씩 잘라 버린다. - P134
도시들도 시간에 따라 소멸하듯이 가문도 끊어진다는 것은 이상한 것도 아니고 이해하기 어려운 일도 아니리라.
너희의 모든 것은, 너희들 자신이 그러하듯, 죽음을 맞는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오랜 세월 이어지는 무엇에 숨어 있는데, 인생은 짧다.
달의 하늘의 회전이 해안을 쉴 새 없이 덮다가 벗기다가 하듯이, 운명도 피렌체와 더불어 그렇게 하는구나.
그러니, 시간에 감추어지고 시간 뒤로 사라진 저 고귀한 피렌체 사람들의 명성을 말한다고 이상하게 생각할 것 없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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