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구성적 해체
푸코

책머리에

‘재구성적 해체‘란 지식의 재생산에 작용하는 선택과 배제의 차원을 알아내고 그 규칙들을 분석함으로써 현상의 왜곡됨을 인지 가능 - P3

한 대상으로 만들어 이러한 왜곡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그것의 인식론적 근거를 파괴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책 전반을 통해 나타나고 있는 기존 현상 너머를 볼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인식과 방법론은 여성 해방적 전망과 인류학 및 여성학적 방법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 P4

특히 여성 해방 운동은 우리를 억압해온 주체가 정체 분명한 ‘큰 폭군‘만이 아니라 수많은 ‘작은 폭군‘들을 포함한다는 사실을 밝혀내어왔다. 작은 폭군들은 일상 생활에서, 언어 생활에서, 감정적 생활에서 우리를 지배하며 제도화된 폭군 체제를 더욱 공고히하여가는데 주요 몫을 담당하여왔다. 그들은 남성이며, 때로는 여성이며, 나 - P5

자신으로, 좀체 보이지 않는 형태로 우리 곁에 수만 년 있어온 것이다. 남성과 여성에 관한 논의는 따라서 거대한 인류사의 흐름에서 이해되어야 하는 주제이면서, 나 자신의 현재에서 시작되는 문제이다. - P6

1장 서론: 여성 해방, 사회과학, 그리고 한국 사회

두번째 여성 운동 역시 그 당시의 활발한 사회적 운동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1960년대에 전개되기 시작한 대중적 여성 해방 운동은 당시의 흑인 중심의 민권 운동 · 학생 운동 · 월남전 반대 운동. 신좌파 운동 및 반문화 운동 등과 함께 자라고 성숙해왔으며, 이들이 제기한 문제 의식은 보다 다양하고 근원적이다. - P19

뉴욕의 급진적 여성 해방주의자의 선언문을 보면 "우리는 자본주의나 다른 어떤 경제 체제가 여성 억압의 근원이라고 보지 않으며, 단순히 경제적 혁명으로 여성 억압이 사라지리라고 믿지 않는다"면서 "남성 우위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기본적인 지배의 형태이다. 모든 다른 종류의 착취와 억압은 이 남성 우위 체제의 단순한 확장일 뿐이다"라고 쓰고 있다. 이들은 "사회주의 혁명은 여성을 위해 충분히 혁명적이지 않다" (Firestone, 1980)고 선언하면서, 여성들에게 자신의 감정적 지적 자원을 개인 남성을 위해 사용하지 말고 여성 해방을 위해 전적으로 사용하기를 촉구한다. 남성은 강간을 포함한 갖가지 직접적·간접적 폭력의 기제를 통하여 여성을 예속시켜왔으며(Brownmiller, 1975), 이러한 남성 지배를 타파하기 위해서 여성들은일차적으로 남성들로부터 완전 독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여성만이 서로에게 새로운 자아 정체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레스비어니즘을 여성 자치를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삼을 것을 제시하였다
즉 가부장제의 타파는 남성 (남편이나 애인) 때문에 시간과 에너지를낭비하지 않으며, 한편 적극적인 여성 해방주의자를 파트너로 가진레스비언들이 특공부대가 되어 일으키는, 모든 남성에 대한 급진적인 정치 투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급진적 여성 해방주의자들은 그 급진성과 과격함으로 여성 운동권 내부와 외부에서 적잖은 저항과 반발을 샀으나, 한편 여성 운동이 순수한 여성의 시각에서여성의 체험을 근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매우 급진적인 사회 이론과 실천 체계를 구축해나갈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새롭게 평가되고 있다. - P22

미니히는 「우리가 어떻게 여성 해방주의적 학자가 되지 않을 수 있는가?」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지구 중심론을 뒤엎은 코페르니쿠스와 인류중심설을 뒤엎은 다윈의 행위와 같은 것이다. 우리는 남성 중심의 사고를 뒤엎고 있으며, 우리가 시도하는 변화는 그것들에 못지않게 근본적이고 [기존 체제에] 위태롭고 놀라운 것이다. (Minnich, 1982: 9) - P24

3) 따라서 남성 지배적 체제(가부장제)의 형성과 전개 과정을 이해하는 데 있어 출산력을 갖지 못한 남성에 의해 출산력을 가진 여성이통제되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출산에 대한새로운 지식과 기술의 발달이 여성 해방을 가져오리라고 믿은 일부급진적 여성 해방주의자들의 직관이 비록 근시안적이었으나마 문제의 핵심을 다루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러나 여성의 출산자로서의 역할은 또한 여성의 노동자로서의 역할, 그리고 의미를 재구성하는 창조적인 행위 주체자로서의 역할과 여러 가지 형태로 얽혀져 있으며, 이에 근거하여 사회 전체의 구조가 장기간의 역사를 통해 확고히 세워져왔기 때문에 그들의 낙관적 전망과는 달리 성간의 불평등은 단순한 출산력의 문제로 해결될 성질의 것은 아니다. 여성 해방의 열쇠는 각 시대에 따른 성 체계의 특수성을 사회 생활의 총체적 과정과연결시켜 파악해내지 않고는 찾아질 수 없다. - P27

이데올로기 차원의 분석에 있어 새로운 지평을 여는 데는 또한 푸코Foucault의 공헌이 주목된다. 푸코는 기존의 ‘국가 기구‘ 중심의또는 ‘지배 계급‘ 중심의 논의로부터 한 걸음 벗어나와 보다 포괄적이고 덜 제한적인 시각에서 인간 역사에 나타난 권력 현상을 이해하고자 하였다. 그가 다루는 대상은 거대한 기구나 사건이 아니라 이념과 상식이 역사적으로 형성되는 방식이다. 푸코의 권력 논의의 핵심은 권력이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관계와 과정 속에 있다는 데 있 - P36

다. 권력은 위에서 오는 것이라기보다 아래에서부터 오는 것으로 모든 사회적 실천 속에서 역사적으로 형성되고 제도적으로(건물 양식으로도) 구현되어 일상 생활을 주도. 규제 · 통제하여온 것이다(Foucault, 1975: 1977). - P37

여기서 우리는 세계의 헤게모니를 잡아온 서구 문화나 여성을 지배해온 남성 문화가 현재 정체성의 위기에 빠져들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제3세계의 문화, 그리고 여성 문화는그 정체성을 확립해가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이는 최근에 일고있는 이러한 논의, 즉 권력과의 연관 속에서 의미 · 상징 · 언어·담화 discourse의 측면을 부각시키고자 하는 새로운 연구 경향과 결코무관하지 않다. 푸코M. Foucault, 부르디외P. Bourdieu, 하버마스JHabermas, 데리다J. Derrida, 더글라스 M. Douglas 등은 문화 분석을위한 탄탄한 토대를 깔아온 이들로서 그들의 연구는 우선 기존의 전제들 즉(1) 문화는 주관적 현상이며 개인이 내면화시켜 갖고 있는것이다: (2) 문화는 잘 통합된 하나의 패턴이다: (3) 문화는 사회 구 - P38

조의 종속 변수이다는 등의 통념을 깨뜨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Wuthnow, et al., 1984; Bourdieu, 1979). 문화는 언어가 개인의 차원으로 환원될 수 없듯이 개인 차원으로 환원될 수 없으며, 그것은
"집단이 창조해낸 이해와 담화의 양식으로서, 인간들이 자신의 객관적 존재 조건을 해석하고 실현해가는 방법" (Moore, 1981)으로 파악되어야 하는 것이다. - P39

엄밀히 실천적 지식의 타당성은 세 차원, 즉 (1) 이론적 타당성의 차원: (2) 새로운 이해를 유도하는 차원 inducing enlightenment과 (3)실제적 전략 practical strategy을 다루는 차원에 근거한다(Habermas, 1974: 32~33). 이러한 여러 차원을 구분하지 않고 진행되어온 기존의 성급한 실천 논의는 극복되어야 하는 것이다. 즉, 첫째로 비판적이론 논의의 형성과 확장은 ‘진리‘에 관련된 것으로 어느 정도의 과학성을 확보해야 한다. 두번째 차원은 역사적 체험을 연결하는 과정으로서 진리에 관한 논의가 적용되고 실험되는 방식을 뜻한다. 이는곧 구체적인 집단내의 자아 성찰적 과정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으로신뢰할 수 있는 통찰력이 중시된다. 세번째 차원은 적절한 전략의 선택이 문제되는 차원으로 기술적 문제, 구체적 투쟁의 방식과 조직화의 문제를 포함한다. 곧 정치적 적용성의 문제가 평가되는 영역이다.
전통적인 노동 운동 내지 계급 해방 운동에서는 이론적 논의가 주도적이었으며 이 세 차원의 과제가 모두 이론을 체득하고 재구성해 온 엘리트와 당 조직의 주도에 의해 이루어져온 편이다. 반면 여성해방 운동의 경우는 소규모의 조직이 먼저 형성되어 일상적 체험에 근거한 구체적 투쟁을 개인적으로, 또는 집단적으로 벌여왔으나 이론적 논의가 충분히 이를 정리해주지 못한 편이었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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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7-07 2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구성적 해체.
라니 ㅠㅠ 또 용어가 어렵네요 ㅠㅠ 한국인이 쓴 한국책이라 쉬울 줄 알았는데 ㅠㅠ

햇살과함께 2024-07-08 09:44   좋아요 0 | URL
서문과 1장에서 한국 얘기 들어가기 전에 서구 여성해방 운동 개괄과 사회과학 분석방법론에 대해 설명하다 보니 좀 어려운 부분이 있더라고요. 푸코. 페미니즘 책마다 언급되는 푸코. 언젠가 푸코도 읽어야 하네요. 2장부터 한국 얘기 본격 시작되면 나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