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6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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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의 소설로는 처음 읽은 책.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쓴 소설이라 길래 난해할까 지루할까 걱정했는데, 걱정은 기우였다. 지루함 없이 각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에 감탄했다. 내가 살아가는 생활이 곧 이렇지 않나? 누군가와 대화하면서도 머리 속으론 딴 생각을 하거나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도 주변 사람이나 사물에 신경 쓰거나 사람과 사물을 멀찍이 바라보며 혼자 생각하거나 멍때리거나 누군가가 다가오는 걸 피하거나 못 본 척하거나 누군가가 툭툭 던지는 얄미운 말에 마음속으로만 화를 내거나 못 들은 척하거나. 내가 매일을 살아가는 방식을 그대로 보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내 머리 속에서 매일 일어나는 일을 읽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램지 부인처럼 가족과 친지와 이웃의 갈등과 차이와 불화를 품을 사랑과 아량과 인내는 다행히 없다. 짝을 맺어주려는 욕구도.


릴리의 원망이, 릴리의 그리움이, “램지 부인!” “램지 부인!을 외쳐 부르는 그녀의 (내면의) 목소리가 책을 덮고도 귓가에 울린다.


버지니아 울프, 역시 계속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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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4-07-06 18: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등대로응 처음으로 읽었는데 울프에 홀딱 빠졌습니다. 저는 특히 2장인가 중간 막간부분 세월이 휙휙 지나가는데서 전울이 일더라구요. 그 뒤로 델러웨이 부인과 올랜도 읽었지만 아직은 등대로가 제일 좋았네요

햇살과함께 2024-07-06 19:41   좋아요 1 | URL
저도 쓰진 못했지만 그 부분 좋았어요. 집 관리하는 노부인의 늙음과 집의 늙어감이 겹치며 세월의 흐름을 이렇게 짧은 글로 빠르게 처리하다니요. 올랜도 읽기 힘들다고 들어서 잘 읽을 수 있을지…저도 뭐가 젤 좋을지 궁금하네요!

바람돌이 2024-07-06 21:17   좋아요 1 | URL
등대로 읽으셨는데 올랜도도 뭐 비슷해요. 술술 넘어가지야ㅠ않지만 음미하면서 읽는 맛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