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몸 2권. 1권 만큼 임팩트가 크진 않았지만, 2권의 부제처럼 ‘몸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다(1권의 부제는 몸의 기억과 마주하는 여성들).
생리중단시술도 가능하고, 탐폰도 생리컵도 가능하고, 머리도 밀어보고, 바이크도 타보고, 막춤도 춰보고, 사고도 치고, 늙어가고 배 나온 내 몸도 받아들이며, 작가 요조의 말처럼 말랑말랑하게 늙었으면 좋겠다.
<월경컵 사업가 심윤미의 몸>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저지르세요. 제가 저지르는 인생을 47년 살았는데요, 큰 사고는 안 나요. 물론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인가, 이것이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일인가, 이런 고민은 충분히 해야겠지만 누군가가 말린다는 이유 때문에 고민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고 치세요. 다가오는 해에는 사고친 여성들의 기사가 넘쳐났으면 좋겠습니다. - P313
작가 정지민의 말처럼 내 안에 내재된 ‘한국 남자‘ DNA에 뜨끔하다. 우리집 권력 1순위(비공인?)로 가부장적인 남성처럼 되지 않기 위해 페미니즘을 계속 읽어야 한다.
<작가 정지민의 몸>
저는 결혼하면 남편이 가사를 안 도와주거나 시가가 저를 충분히존중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결혼해서 살아보니까 제 안에 내재된 ‘한국 남자‘ DNA를 발견했어요. 아빠에게 배운 걸 그대로 집에서 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밖에서 일하고 남편이 프리랜서로 집에 있는 상황인 게 큰 이유일 텐데요. 밖에서 일하는 입장이 되니까 저도 별다를 바 없이 다른 남성들처럼 이야기하더라고요. 단순히 여성이라서 페미니스트가 되는 게 아니듯이 자기가 조금더 많은 권력을 누릴 수 있는 자리에서 성찰 없이 행동하면 누구나 다 가부장적인 남성처럼 될 수 있구나 생각했어요.
남편이 전기밥솥에 밥을 넘칠 정도로 해둬요. 밥을 조금만 더 하면 밥솥이 폭발하겠더라고요. 그러다보니까 맛이 없었어요. 한번은 짜증을 냈어요. ˝왜 이렇게 밥을 한 번에 많이 해, 나눠서 하지.˝ 그런데 남편도 집에서 일을 하거든요. ‘나눠서 하면 밥을 너무 자주 해야한다. 나는 한 번에 많이 해놓는 게 좋다‘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순간 ˝우리 엄마는 이렇게 안 했는데, 우리 엄마는 맨날 밥해줬어˝ 라고 이야기했어요.
그 이야기를 하고 남편 얼굴을 봤더니 ‘매우 빡침‘이라고 쓰여 있더라고요. 저한테 ˝네가 한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라˝라고 했어요. 그게 결국 남편들이 아내에게 ‘우리 엄마는 이렇게 안 해줬다. 우리 엄마처럼 해달라‘고 하는 말이랑 똑같다는 걸 깨달았어요. 큰 반성을 했죠.- P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