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여행이 될 거야. 사람은 언젠가 다 집을 떠나야 돼. 더 이르든 더 늦든 모두 떠나야 한단다"
메리는 힘이 빠졌다.
"에이 참, 알겠어요." - P14

"맞아, 얘야."
그녀는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하지만 네가 비용을 낸다는 걸 명심하렴. 네가 마지막에 전부 다 계산하는 거야. 여행을 매혹적으로만드는 게 그들의 일이고, 철도 회사는 승객들에게 순수하게 호의적인 관심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란다."
"맞는 말씀인 것 같아요."
메리는 웃으면서 인정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해보지는 못했어요. 그렇지만 말씀해주세요. 우리가 기차에서 내릴 땐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상상이 안 돼요. 여행 안내서에는 북쪽지방의 기후나 사람들에 대해 아무 말도 없어요. 아무 말도요." - P37

"승객들은 차표를 사지"
여자는 조용히 바늘로 코들을 세다가 말을 이어갔다.
"승객들은 차표를 사고, 정해진 역에서 내려야 할 책임이 있어…. 그들은 기차를 선택했지. 노선도, 자신들의 목적지로 가는 여행도."
"알아요. 하지만 그 여자. 그녀는 너무 겁먹은 듯보였어요."
"그래, 승객들은 종종 그렇지. 그러니까, 마지막 순 - P46

간에 안절부절못해. 깨달음이 너무 늦게 온 거란다. 그러곤 차표를 산 걸 후회해. 후회한다고 아무 도움도 되지 않지만, 여행하는 것에 대해 미리 생각을 했어야 하는데."
"저는 그녀가 왜 생각을 바꿀 수 없었는지, 왜 내리지 않을 수 없었던 건지 여전히 모르겠어요. 기차여행이 끝날 때 더 지불할 수도 있었잖아요."
"철도 회사는 이 여행에서 그런 걸 허용하지 않는단다." - P48

메리의 목소리가 커졌다.
"무슨 뜻으로 무서운 일이라고 하시는 거예요? 모든 걸 너무 이해할 수 없게 말씀하세요."
"사실 무척 간단해. 승객들은 아주 심드렁하고 아주 무관심해서 자기들이 어디로 가는지 신경조차 안쓰지. 때가 될 때까지 아홉 번째 왕국에 신경 쓰려하지 않아." - P49

"넌 돌아가는 걸 선택하지 않았고, 이제 돌아가기 위해 네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 P55

옮긴이의 말-진은영

<메리 벤투라와 아홉 번째 왕국>은 친구들과 함께 모여 읽으면 좋겠다. 연기와 석탄재가 휘날리는 창밖의 풍경과 쓸쓸한 주홍색 태양도 친구들의 다정한 목소리 너머로는 조금 따듯하게 보이겠지. 너는 어디쯤에서 어떻게 내릴 거니? 너의 비상 정차 줄은 무슨 색이야? 서로 물으면서 한문단씩 이어서 읽어가자. 소설은 짧고 우리가 모였으니 다른 것도 읽어봐야지. 버지니아 울프와 앤 섹스턴을, 최승자와 김혜순을, 이원과 김행숙을, 김이듬과 김경인을, 김민정을, 하재연을, 신해욱을, 강성은과 박시하와 박소란과 배수연을, 그리고 안희연을………. 친구들의 아름다운 이름은 기차역처럼 많기도 하고 기차 여행처럼 길기도 하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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