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중간 다리 집단

집단2는 집단1과 집단3의 중간 다리 집단
테크놀로지의 발달, 다양한 노동 절약형 도구의 등장, 중앙난방, 상하수 시스템 등으로 가정 노동 시간 단축
화이트칼라 사무직 일자리 증가로 노동 여건 개선, 노동 수요 증가
1930년대 대공황으로 다시 기혼 여성 고용 금지 규제 확대

《그룹》의 여성들은 대졸 여성들이 밟아 온 한 세기의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기에 존재했다. 그들은 집단1(낮은 결혼율과 더 낮은 출산율)과 집단3(높은 결혼율과 높은 출산율)의 중간 다리 집단이었다. 그런데 이들의 삶의 한복판에 대공황이라는 경제적 재앙이 닥쳤다. 소설속의 대졸 여성들은 삶에서 무언가 특별한 것을 이루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결국 그들이 꿈꾸었던 것보다 음울하고 따분한 무언가로 타협해야 했다. - P112

하지만 아직 세상은 어린아이가 있는 대졸 워킹맘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룹》의 등장인물 거의 모두가 결혼하고 아이를 갖는다. 그리고 대부분이 커리어 목표를 (적어도 우리가 소설에 - P112

서 볼 수 있는 한) 옆으로 제쳐 둔다. 그렇긴 해도, 그들은 결혼을 한 뒤에도 일할 수 있는 역량을 이미 획득한 상태였다. 그리고 이 역량은 대공황이 닥치기 전에 화이트칼라 사무직 일자리가 대거 생겨난 덕분에 가능했다.
집단2의 여성들이 보이는 삶의 양상은 굉장히 편차가 크다. 집단2의 초기에 해당하는 여성들은 집단의 여성들과 비슷한 삶을 살았다. 즉 이들은 결혼율과 출산율이 낮았다. 그런데 집단2의 후기에 속하는 여성들의 삶은 집단과 비슷하다. 이들은 결혼도 많이 했고 아이도 많이 낳았다. 1912년에 태어난 메리 매카시는 딱 중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시기에 태어난 많은 여성처럼, 그리고 그 이전에 태어난 많은 여성과는 달리, 메리는 아이가 있었다(그리고 네 번 결혼했는데 물론 이것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 P113

집단2는 ‘낮은 결혼율, 낮은 출산율‘의 세대에서 ‘높은 결혼율, 높은 출산율‘의 세대로, 또 여성 참정권을 쟁취해 낸 세대에서 베이비 붐 엄마들의 세대로 이어지는 중간 다리에 해당한다. 이렇게 극적인 변화는 설명이 필요하다. 무엇이 달라졌길래 대졸 여성들이 가정 - P115

밖에서의 정체성을 목표로 삼으면서 가정을 갖는 것도 함께 추구할 수 있게 된 것일까? - P116

기업, 소비자, 정부는 새로운 제품을 구매했고 새로운 기술을 도입했다. 그 결과 경제가 특정한 방향으로 변화했고 성장했다. 여기에서 정부 규제는 여성의 고용을 확대하거나 사회적 규범의 제약을 없애는 데 기여한 바가 별로 없다. 정부가 한 것이 있다면, 지역 당국이 1930년대에 기혼 여성 고용 금지를 오히려 더 확대한 것이었다. - P116

‘사무실에서의 산업 혁명‘은 사무직 일자리의 수와 노동 수요를 크게 증가시켰다. 이제는 더 이상 한 명의 ‘비서‘가 회사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고 있지 않았다. - P118

19세기 중후반에 기계화와 복잡한 분업화가 진전되면서 미국의 제조업 [공장]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이것은 대량생산 방식에 획기적인 혁신을 가져온 미국에서의 산업혁명이었다. 그리고 20세기초에 이와 비슷한 기술적 전환이 사무실, 유통매장, 그 밖의 수많은 영역에서도 벌어졌고 마찬가지로 혁명적인 영향을 가져왔다. - P119

사무직과 유통 분야에서 노동 수요를 크게 증가시킨 경제적 혁명은 문해력과 수리력이 시장에서 갖는 가치를 크게 높이는 결과도 가져왔다. - P120

화이트칼라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농촌의 초등학교나 8학년까지만 있던 19세기 도시의 초등학교 수준을 넘어서는 교육에대한 수요도 높아졌다. 노동시장에 생겨난 새로운 수요와 맞물려 ‘고등학교 운동high school movement‘이 벌어졌다. - P120

‘좋은‘ 사무직 일자리가 급격히 많아지면서 합리적인 수준의 교육을 받은 여성은 이전 세대 여성들의 주된 일터였던 공장이나 가내서비스업보다 육체적으로 덜 힘들고 여러 면에서 더 안전한 일자리 - P121

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사무직의 노동 환경은 공장보다 깨끗하고 편안했다. 사무직의 모든 것이 덜 더럽고 덜 위험하고 덜 혐오스러웠다. 게다가 보수도 일반적으로 더 높았다. - P122

20세기 초입에 대학을 졸업한 집단의 여성들은 결혼을 독립의 상실이라고 여겼고, 충분히 그럴 만했다. 하지만 10-20년이 지나서 1920년대에, 그리고 그 이후에 졸업한 여성들은 결혼을 다른 각도로 보게 되었다. 이들은 결혼 후에도 적어도 한동안은 일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화이트칼라 직군이 전반적으로 팽창하면서, 교육 수준이 가장 높은 여성들까지 포함해 거의 모든 여성에게 게임의 장이 달라졌다. - P123

하지만 1930년대에 미국에는 먹구름이 드리워 있었다. 이 먹구름은 거의 모든 미국인의 고용에 타격을 입히게 되며, 결혼한 여성의 고용 전망이 특히 어두워진다. 가장 전망 있었던 여성들이라 해도마찬가지였다. 실업률이 두 자릿수가 되었고 때로 앞자리가 2로 올라가기도 했다. 미국은 이렇게 높은 전국 실업률을 겪어 본 적이 없었다(다행히 그 이후로도 이 정도의 전국 실업률은 겪어 본 적이 없다. 코로나시대의 실업률은 2020년 4월에 15%까지 치솟았다가 빠르게 내려가서 2021년 겨울에는 6% 정도가 되었다).
단순히 일자리가 부족한 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대공황은 기혼 여성들의 고용 추세에서 시계를 거꾸로 돌려 버렸다. 결혼한 여성, 특히 교육 수준이 높은 기혼 여성들이 고용에서 진전을 이루고 있던 바로 그 시기에, 기혼 여성의 고용을 금지하는 규제가 확대되었다. 여성의 고용 전망이 확대되고 있었고 교직에서 기혼 여성에 대한 고용 제약을 없애야 한다는 여론도 커지는 중이었지만, 갑자기 이 모든 것이 과거의 일이 되었다. - P125

집단1과 집단2의 유색인종 대졸 여성은 결혼율과 고용률이 백인 여성과 매우 상이한 모습을 보인다. 이 시기 흑인 대졸 여성들은일을 했고 결혼도 했고 아이도 가졌다. 세 가지 모두 함께 말이다. 집단1의 백인 대졸 여성들이 대체로 일을 하거나 결혼을 하거나 중 하나를 선택했고 둘 다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 P129

기혼 대졸 여성의 고용이 흑인과 백인 사이에 차이나는 한 가지 이유는 흑인의 가구 소득이 더 낮았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여러 이유에서 흑인 남편들은 백인 남편들보다 훨씬 돈을 덜 벌었고, 따라서 아내들이 돈을 벌어야 가구의 생계가 유지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요인은 결혼한 사람 중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만 설명할 뿐이지 결혼한 사람이 왜 많은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다른 이유는 흑인 여성들이 늘 일을 해왔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 P130

인종 분리가 행해지던 남부 지역에서 기혼 여성 고용 금지가 훨씬 덜 두드러졌기 때문으로 설명할 수 있다. - P131

집단2의 대졸 여성들은 생애의 각 국면에 각기 다른 유형의 삶을 ‘연쇄적으로‘ 살았다. 그들의 엄마들이 대체로 한 가지 유형의 삶만 살았던 것과 대조적이다(엄마들은 결혼하고 아이를 가졌다). 여기에서 엄마와 딸 들은 메리 매카시의 《그룹》에 나오는 두 세대다. 앞으로 보겠지만, 다음 세대인 집단의 여성들은 ‘일자리 -결혼-아이-다시 일자리‘의 연쇄적인 삶을 의도적으로 계획했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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