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사소하지만 거대한 불의: 가사노동의 문법

<은밀하고도 달콤한 성차별> 다시 로크먼

8장 앎의 소유자들: 맨스플레인, 진술 억압, 가스라이팅

9장 ‘당선 가능성’이 말하지 않는 것: 여성 그리고 권력

10장 다음 세대의 여성들을 위하여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남성과 여성이 평등한 양육노동을 수행할 수 있으려면 75년(맨케어MenCare라는 부성애 캠페인 추정치)에서 더 절망적이게는 200년(UN 산하 국제노동기구의 추정치)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이런 연구들은 여성이 풀타임으로 일하고 남성이 비고용 상태일 때 유일하게 여성과 남성이 평등한 가사노동 분담에 근접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여기서 핵심은 ‘근접하다approach‘라는 단어에 있다. 여성은 여전히 더 많은일을 감당한다. 평등하다고 추정되는 미국 사회에서도 평등이란 말은 실체가 없다. - P179

남성들이 더 일하지 않는 것은 건망증 때문이다. 고의적인, 상대적으로 행복한 무지의 상태 말이다. 캠프 더시는 자신의 연구에 관해 논평하며 이렇게 썼다.

흥미롭게도 새로 아버지가 된 사람들은 파트너의 늘어난 노동량을 자신이 따라잡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가 질문했을 때 남성과 여성 모두 부모가 된 이후 일주일 동안 수행하는 총 가사노동량이 30시간 정도 늘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좀 더 정확한 시간 사용 일지는 그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양육자가 된 후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은 일을 추가로 떠맡게 되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 P180

이 내면의 대화는 감정노동이 요구하는 대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무엇보다 감정노동이란 각종 챙김과 어떤 기대치를충족시키는 일을 포괄한다. 바로 이것이 여성에게 부과되는 일들이다. 여성은 어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누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장 볼 목록, 가족 예산, 주요 가족 행사 일정 등등을 알아야 한다. 기저귀 가방부터 여행 가방까지 끝도 없이 짐을 싸고 챙기는 일은 말할 것도 없다. (로크먼이 더 이상 도움주기를 거부한 이후 남편이 딸들의 잠옷 챙기는 것을 깜빡한 나머지 아이들은 수영복을 입고 자야 했다.)
이 모든 종류의 노동을 감정노동이라는 항목에 넣는 것이 이제는 꽤 일반적인 일이 되었다. 남성 독자에게 제공되는감정노동에 관한 최신 가이드에서 감정노동은 다음과 같이 정의되었다.

일상의 사소한 일들을 추적하기 위해 여성이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임금노동. [그 자체로는] 사소한 일들이지만 합쳐지면 어마어마하게 큰 것들. 가정은 물론, 더 나아가 올바른 사회를 지탱하는 아교. - P182

진실은 물론 권위 또한 여성의 소유가 될 수 없다. 여성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도구적 이유를 제외하고는 불필요한 행동으로 여겨진다. 상대의 화를 누그러뜨리거나 아니면자신의 미덕을 드러내기 위한 제스처 정도에 불과하다. 물론이 문제는 중층적인 억압을 겪는 여성들에게 더욱 심각하게, 때로 독특한 형태로 나타난다. 트레시 맥밀런 코텀은 뛰어난글 〈6인의 흑인 여성Girl6>에서 데이비드 브룩스와 조너선 채이트라는 두 남성의 트위터 팔로우 목록에서 흑인 여성의 수를세어본 일에 대해 썼다. 각각 총 322명과 370명의 팔로우 가운데 흑인 여성은 고작 여섯 명뿐이었다. 맥밀런 코텀은 이렇게 쓴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소위 스마트한 사람이라 불리는 이들조차 흑인 여성의 글을 읽지도, 흑인 여성을 인터뷰하거나팔로우하지도, 심지어 흑인 여성의 존재에 대해 생각조차해보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들의 직업적 전문성과 능력은※ 그 누구에게도 의심받지 않는다.

다시 말해 흑인 여성들은 그저 무시당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인식적 특권을 과도하게 부여받은 집단 때문에 그들은 우선시되지 않는다. - P209

특히 그들은 여성들이 지금 이 세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무엇이 변하고 진보해야 하는지에 관한 정당한 인식적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그들은 단지 여성들의 의견을요하게 반박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사실상 그들은 여성들의 의견에 반박할 기술이나 의지를 결여하고 있는 듯하다. 그대신 그들은 여성을 입 다물게 하거나, 여성들이 반박할 수 있는 여지를 떡잎부터 잘라버리고 싶어 한다. 여성의 발언이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다고 부정하면서 말이다. (상대 여성이미쳤다거나 악하다고 말하는 것이 전형적인 방식이다. 두 경우 모두여성의 발화를 논할 가치조차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또한 이들은엄청난 상상력을 발휘하여 자신과 비슷한 부류의 남성들이여성의 발언을 애초에 차단하는 세상을 꿈꾼다. 무언가로 여성의 목구멍을 틀어막음으로써 여성을 영원히 침묵시키는 그런 세상 말이다. 놀랍게도 남성은 자신의 모든 행동이 정당화될 수 있다거나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고 믿는다. - P228

최종 결과는 이렇다. 성별에 관계없이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남성이 지배해온 직위에서 여성보다 남성이 훨씬 더 뛰어난 업무 능력을 발휘할 거라고 가정한다. 그런 가정을 명쾌하게 반박하는 다른 추가적인 정보들이 없다면 말이다. 그런가정이 반박될 때 여성들은 특히 "대인관계에 적대적인 존재로 인식되며 더욱더 비호감의 대상이 되거나 무시당한다. 앞서 언급한 연구에서 진행된 여성 인사에 대한 평가에서 "대인관계에 적대적"이라는 것은 불의를 묵과하고, 위압적이며, 이기적이고, 까칠하고, 교활하며, 불신을 일으키는 존재로 인식 - P232

되는 것을 모두 포괄한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극적"이라고 설명했는데, ‘우리를 낙담시키는 결과’라는 설명을함께 덧붙였다면 좋았을 것이다. 이토록 편견이 만연한데 어떻게 여성이 선출직에 당선될 수 있단 말인가? - P233

좀 더 섬세한 차원에서 연대란 부당한대우를 받거나 억압받고 주변화된 사람들을 대신해 분노를자유롭게 표출하는 행위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엘리자베스 워렌Elizabeth Warren은 "나는 화가 났고, 그 사실을 잘 알고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보냈다. 워렌이 사사건건 과도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암시한 조 바이든측 내용에 대한 응답이었다. 워렌은 바로 이것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발생하는 불의라며 우리가 이 점에 비분강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워렌의 지적에 따르면, 우리는 "여성들이 분노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게 된다. "우리가 조용히 있기를 바라는 남성 권력자들은우리를 못난 존재로 여긴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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