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제. 누가 여성인가?: 여성주의 이론의 고전 - 정희진

나의 위치성을 자각하고 저자의 생각을 상대화, 재의미화(mapping)하는 공부

페미니즘 이론과 운동의 목표는, 개별적인 인간인 여성(female)을 남성 공동체를 위한 성역할 노동자 집단으로 환원시킨 성차별 체제에 대한 도전이자 여성의 개인화와 인간화다. 페미니즘은 여성이 억압받는 - P12

존재라는 자각과 함께, 여성이라는 범주(category)를 만들어낸 권력을 해체하자는 주장이다. 그래서 페미니즘은 여성의 같음과 다름을 동시에 주장한다. - P13

여성이라는 범주, 즉 특정 사회에서 누가 여성으로 간주되며 그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는 영원한 질문이다. 페미니즘은그 자체로 모순적인 사상이다. 그러나 이는 페미니즘의 한계가 아니라 어느 사상보다도 복잡하고 깊은 사유를 요구하는여성주의만의 자원이다. 여성이라는 개념은 매우 유동적이기에 페미니즘은 언제나 ‘복합적 젠더(multiple gender)‘를 의미OYS한다. 페미니즘이 다루는 젠더는 여성과 남성 간의 차이가 아니다. 페미니즘은 여성과 남성의 개념을 규정하는 권력을 질문하고 추적한다. - P15

여성들 간의 차이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언제 - P15

나, 영원히 지속되는 논쟁거리다. 이 차이에 대한 페미니즘의 고민은 후기구조주의, 포스트모더니즘, 탈식민주의 등 현대사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여성주의 사상은 현대철학에서 ‘차이’가 인식론의 키워드가 되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 P16

베스트팔렌조약 이후 상상한 근대국가의 기준에서 볼 때도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특이’하고 가장 ‘비정상적인 국가다. 이는 ‘정상(正常, 頂上) 국가’로 여겨지는 미국 건국사의 특징 때문이다. 미국은 조직적으로 다른 대륙 사람들을 노예로 삼아 대량으로 데려온 인류 역사상 최초의 국가이다. 미국 사회는 중산층백인 남성이 흑인 여성, 흑인 남성, 백인 여성을 지배해왔다. 이 같은 인종과 젠더의 역할은 페미니즘 이론 발달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래서 미국의 사회과학, 사회의 기본 분석 단위는 좌우를 떠나 계급(class), 인종(race), 젠더(gender)가 된다. - P19

흑인 저널리스트 이저벨 윌커슨(Isabel Wilkerson)은 "아프리카에는 흑인이 없다. 우리가 흑인이 된 것은 미국에 도착한 날, 그때부터다"라고 썼다. - P19

예를 들어 본디 모성은 여성과 자녀와의 관계가 아니라 여성과 남성과의 관계를 의미한다. 에이드리언 리치(Adri-enne Rich)에 의하면 전자를 경험으로서의 모성, 후자를 제도로서의 모성이라고 한다. 자녀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부모나 그렇지 않은 부모나 모두 개별적인 특성에 따른 것이고, - P20

모성은 학습해야 할 과제이지 생물학적 본능이 아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근친 성폭력 가해자나 아동 학대를 이해할 수 없다. - P21

페미니즘뿐 아니라 중산층의 경험은 모든 지식의 기반이다. 삶이 지나치게 고달픈 이들이나 부자들은 언어를 생산할 여력이나 이유가 없다. 모든 언어, 지식은 중산층의 삶의 경험에 기반한다(마르크스, 엥겔스, 레닌, 마오쩌둥 등도 마찬가지다). 이는 기존의 페미니즘이 모두 틀렸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존의 서구 페미니즘을 상대화하고, 내가 선 자리, 로컬에 맞는 지속적인 재해석과 새로운 언어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 P21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는 백인 남성이 유색인종 남성을 ‘동물과 인간‘ 중간의 존재로, 여성을 ‘자연과 인간‘ 중간의 존재로 대상화해왔다고 말했다. 이것이 문명의 원동력이다. 근대 서구 문화는 자신들이 ‘데려온’ 흑인 남성을 동물로 여겼고, 오리엔탈리즘의 젠더화에 의해 동양인 남성은 여성화시켰다. 성욕을 주체할 수없는 동물의 이미지를 흑인 남성에게 뒤집어씌웠다. - P25

이 책처럼 고전은 경전(canon)이 아니다. ‘먼저 투쟁한 이들의’ 역사적 맥락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해 공부가 필수적이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배운다. 어떻게? 시공간이 다른 로컬에서 나의 위치성을 자각하고 저자의 생각을 상대화, 재의미화(mapping)하는 공부여야 한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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