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서문에 나온 표제작 <19호실로 가다> 설명을 보니 궁금해서 먼저 읽고 싶지만, 표제작이 가장 마지막 순서네. 꾹 참고 순서대로 읽기.
첫번째 단편 <최종 후보명단에서 하나 빼기>에 나오는 이 남자 뭐지? 엄청 재수없다! 왕재수!!

〈19호실로 가다> 역시 많이 번역된 작품이다. 최근 홍콩의 대학에서 이 작품을 가르치던 교수가 내게 이 작품의 요점을 학생들에게(그리고 분명히 교수 자신에게도) 설명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이 작품을 개인의 공간을 너무나 원한 나머지 목숨까지 거는 여자의 이야기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개인적인 공간에 대한 욕구가 중국 문화권에서는 낯선 개념이라고 말했다(하지만 곧상황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최근 베이징의 한 여성이 버지니아 울프《자기만의 방>에서 영감을 받은 소설을 써서 많은 찬사를 받았다). 교수와 나의 대화에서 저 유명한 문화적 차이는 메울 수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사실 나도 <19호실로 가다>를 이해하지 못한다. 수전 롤링스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단 한순간만이라도 알고 있었을 것 같지 않다. 그녀는 어딘가로 몰리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이 그녀를 몰아붙였을까? 그녀가 죽음을 사랑한 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성적인 사람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진 그녀가 왜? 베를린에서 독일 학생 두 명이 내게 물었다. 지적이고 사회적으로 책임을 질 줄 아는 이 사람들이 왜 가정문제 상담가를 찾아가지 않는 거냐고. 작가인 나의 대답. 그랬다가는 독자들뿐만 - P9

아니라 내가 보기에도 경박한 이야기는 존재할 수 없게 될 겁니다. 그렇다. 그 학생들은 본인들의 지식을 뛰어넘는 근본적인 차원에서 문학적 의문을 제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나자신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 많은 여성의 마음속에 숨겨져 있는 장소에서 흘러나온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작품이 여성들에게 그토록 인기를 얻었을 리가 없다. 나는 하디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수 브라이드헤드를 이 작품과 함께 떠올린다. 그녀는 사람들이 살아가지 않는 편을 선택할 때가 올 거라고 말한 인물이다. 올리브 슈라이너의 여주인공도 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난 이제 아주 질렸어. 아직 오지 않은 미래도 지긋지긋해." 일종의 도덕적 피로다. 내가 보기에 우리는 이런 감정의 파도가 밀려오는 이유를 생각만큼 잘 이해하지 못한다. 때로 나는 우리의 영리한 피임방법들이 남녀 모두의 자신감에 깊은 타격을 입힌 것이 아닌가, 달콤한 이성이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보다 훨씬 더 깊고 원시적인 부분을 건드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서문 - P10

그는 결혼생활 20년째였다. 처음에는 폭풍처럼 고통스럽고 비극적이었다. 헤어짐, 배신, 그리고 달콤한 화해로 가득했다. 적어도 10년이 흐른 뒤에야 그는 마음과 오감으로 그토록 많은 놀라운 일들을 겪으며 살아낸 이 결혼생활이 전혀 특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아는 사람들 대부분의 결혼생활이, 그것이 초혼이든 재혼이든 세 번째 결혼이든 상관없이, 그의 결혼생활과 똑같았다. 젊은 여자와의 진지한 연애조차 전형적이었다. 그는 그녀를 위해 아내와 이혼하기 직전까지 갔지만, 마지막 순간에 생각을 바꿔 그 아가씨를 실망시켰다. 그래서 항상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이런 극적인 일이 자신의 상상과 달리 전혀 독특한 경험이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는 굴욕감을 느꼈다. 주위 사람들이 모두 같은 경험을 갖고 있었다. 심지어 어쩌면 다른 무리에 속한 사람들도 모두 같은 일을 겪었을 것 같았다.
어쨌든 결혼생활 10년째가 되던 무렵에 그가 많은 점들을 분명하게 깨닫고 나자, 감정적으로 모험을 추구하던 성향이 어느정도 사라지고 결혼생활이 완전히 바뀌었다.
- 최종 후보명단에서 하나 빼기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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