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자아와 영혼의 대화
평범한 제인의 여정
<제인 에어> 다시 읽기

여기까지 읽은 챕터 중에서 가장 흥미진진하고 재밌게 읽은, 상대적으로 이해가 잘 되는 챕터였다.
더더욱 제인 에어를 다시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진 리스의 책도 읽어야 하는데.

걱정 마. […] 어느 날 갑자기, 네가 예상도 못하고 있을 때 나의 짙은 색 외투 안에 감추어둔 망치를 꺼내 너의 작은 머리통을 달걀 껍데기처럼 부숴줄 테니까. 네 머리는 달걀 껍데기처럼 부서져서 피와 뇌수로 흥건해질 거야. 언젠가, 언젠가. […] 언젠가 내 옆에서 걷고 있는 사나운 늑대가 너에게 달려들어 너의 징그러운 내장을 찢어버릴 거야. 언젠가, 언젠가. […] 지금, 바로 지금, 부드럽게, 소리 없이, 소리 없이
- 진 리스 - P597

또한 올리펀트 부인도 ‘10년 전에 우리는 소설 작법의 정설이 있다고 공언했다. 우리의 연인들은 겸손하고 헌신적이었다. […]소유할 가치가 있는 유일하고도 진정한 사랑은 모든 여성을 신성시하는 기사도적 사랑이다. […] 그때 갑자기 경고도 없이 『제인 에어』가 이 무대에 들이닥쳤고, 이후 현대의 가장 놀라운 혁명이 『제인 에어』의 침입에 뒤따랐다‘고 1855년에 말했다. - P599

『제인 에어』는 명백한 페미니즘 논문이고, 여자 가정교사의 사회적 처우 개선과 여성의 동등한 권리에 대한 논쟁서’라고 리처드 체이스는 1948년에 다소 불만스러운 태도로 인정했다. 하지만 리처드 체이스는 다른 대부분의 현대 비평가와 마찬가지로, 이 소설의 힘은 제인과 남성 섹슈얼리티의 대결을 신화화한 데서 나온다고 믿었다. - P600

억압된 분노를 신화화하는 것과 억압된 섹슈얼리티를 신화화하는 것은 유사할지라도, 억압된 분노를 신화화하는 것이 사회질서에 훨씬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 P601

그녀 자신의 감금된 ‘굶주림, 반항, 분노’와의 대결과 만남이며 자아와 영혼의 내밀한 대화다. - P602

그리고 ‘견딜 수 없는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한 이상한 방법, 즉 도망가기, 만약 이것이 성공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아 자신을 죽게 내버려두기‘를 상상한다. [2장] 도망쳐서 탈출하거나 굶어죽어서 탈출하는 것 외의 다른 방법은 『제인 에어』 전체에 걸쳐 되풀이될것이며, 실제로 우리가 이미 살펴보았듯 19세기와 20세기에 여성이 쓴 다른 많은 작품에서도 반복되었다. 어린 제인은 붉은방에서 훨씬 더 무서운 대안인 제3의 방법, 즉 광기를 통한 탈출을 선택한다(또는 선택을 강제당한다). - P605

세상과 직면하는 제인의 방식은 템플 선생의 숙녀다운 자제나 헬렌번스의 성자 같은 자기 포기가 아니라 여전히 불처럼 반항하는 프로메테우스의 방식이다. 제인은 두 어머니로부터 최소한 외면적으로 타협하는 법을 배운다. 순수한 자유가 불가능하다면, ‘적어도 새로운 노역을 나에게 내려달라‘고 외친다. [10장] - P615

로체스터도 위장을 한 꺼풀 벗어던지고 자신이 블란치에 대해 제인을 속인 사실을 고백하며, 그들 사이의 동등성과 유사성을 인정한다. ‘나의 신부는 여기에 있소. 나와 동등한 자, 나의 닮은꼴이 여기 있으니‘ 하고 로체스터는 시인한다. 두 사람의 말속에 성적인 에너지보다는 정신적인 에너지가 흐른다는 사실은의미심장하다. 릭비 부인이 말했듯이 말은 도덕적인 면이 아니라 정치적인 면에서 잘못되었다. 샬럿 브론테는 여기에서 왕자와 신데렐라가 민주적으로 동등하고, 파멜라도 미스터 비만큼훌륭하고, 주인과 하인이 매우 비슷한 세상을 상상하는 듯 제시하기 때문이다. 또 이처럼 진정한 마음으로 맺어진 결혼에서는 남자나 여자나 걸림돌을 인정할 수 없다. - P626

그녀의 세계에서는 진실한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사이의 평등한 사랑조차 결혼을 통해 불평등과 사소한 독재로 나아갈 수 있음이 감지되는 것이다. - P630

그 적대감은 실크상점에서 명확해진다. 그곳에서 제인은 ‘그가 나에게 많은 것을 사줄수록 나의 뺨은 괴로움과 모멸감으로 더욱 달아올랐다. […] 그의 웃음은 힘있는술탄이 기쁘고 기분 좋은 순간에 그의 금과 보석으로 치장한 노예에게 주는 웃음이었다‘ 하고 말한다. [24장] - P631

버사는 자신의 욕망뿐만 아니라 제인이 품은 욕망의 대리인이기라도 하듯, 손필드 저택을 태우고 그 과정에서 자신도 파괴하는 것이다. 그래서 마침내 제인은 ‘너는 오른쪽 눈을 잃게 될 것이다. 너의 오른손을 잘라낼 것이다‘ 하고 스스로 무서운 예언을한다.[27장] 이런 예언으로 요약되는 로체스터에 대한 제인의 위장된 적대감은 기이하게 버사의 개입을 통해 실현된다. 버사의 멜로드라마 같은 죽음은 로체스터가 눈과 손을 잃는 원인이 원칙을 된다. - P637

이 충동은 제인이 실질적이고 상징적인 버사의 죽음을 통해 자신을 괴롭히는 분노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고 동등한 결혼을 가능하게 만들고 나서야, 다시 말하자면 그녀 안에서 온전한 자아가 가능해진 다음에야 비로소 떨쳐버릴 수 있을 것이다. 제인 안에 있는 버사가 손필드의 폐허가 된 벽에서 떨어져 죽는 바로 그 순간에, 의미심장하게도 제인의 꿈이 예언한 것처럼 고아 아이도 제인의 무릎에서 굴러떨어질 것이며, 제인의 과거의 짐이 제거되고 제인도 깨어날 것이다. 그러는 동안 로체스터가 말한 대로, ‘이렇게 약하면서도 꿋꿋한 정신을 가진 사람은 없었소. […] [제인의] 눈에서 나오는 단호하면서도 거칠고 자유로운 것을 보시오. […] 갇혀 있는 새장을 가지고 내가 무엇을 하든, 나는 그 야만적이고 아름다운 피조물을 잡을수 없소.‘ [27장] - P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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