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김원영 [외모라는 실체에 관하여] - 30페이지

외모에 적용된 글꼴은 큼직하고 부드러운 곡선에 표정이 담 간 NotCliche로, 청소년디자인제작전문그룹 소속의이현준 디자이너가 만들었습니다.

이렇듯 외모의 매력에 대한 우리의 차별적 선호는 ‘도덕적’ 잘못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윤리적’으로는 중대한 문제이다. 여기에서 나는 로널드 드워킨을 따라 윤리를 도덕과 구별하고 있다. 도덕이 우리가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규율하는 원리와 규칙을 뜻한다면, 윤리는 개인이 자기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와 관련된다. 이러한 구별에 따르면 우리는 도덕적으로 특별히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서도 윤리적으로 잘못 살 수 있다. 내가 인생의 대부분을 기계장치에 접속해 쾌락과 즐거움이 가득한 가상현실로 채운다면, 타인에게는 무해한 삶이겠지만(그래서 도덕적 잘못은 없을 테지만) 내 인생을 잘 사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주어진 삶을 마치 예술작품을 창조하듯 최선으로살아 낼 윤리적 의무가 있다고 드워킨은 주장한다.
- 김원영 - P25

시간의 살과 뼈로 만들어진 외모를 제대로 응시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렇게 바라보던 나의 겉모습에서 어느 날 작은 아름다움이라도 발견한다면, 나는 퍽잘 사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장애가 있는, 아픈, 뚱뚱한, 나이 든, 어떤 종류의 상처나 흔적을 가진 몸에게서 "나는 내 몸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요."라는 고백을 듣는다. 그들의 말을 그저 ‘정신승리‘나 터무니없는 나르시시즘이라고밖에 생각할 줄 모른다면, 그는 자신이 늘들여다본 ‘외모’가 삶의 두터운 시간을 입고서 얼마간 아름다워진 순간을 만나지 못한 사람일 것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아직 잘 살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나의 겉모습이 곧 나의 실체라는 점은 받아들인다.
- 김원영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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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9-29 1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옹! 이런 책도 있군요!!

햇살과함께 2022-09-29 15:19   좋아요 0 | URL
4개월 주기로, 하나의 주제에 대한 10꼭지의 글이 수록된 인문잡지에요!
각 편의 글이 너무 짧은 아쉬움이 있지만, 여러 각도에서 바라본 새로운 인문연구자들의 글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아서 계속 구독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