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법상 강간죄와 추행죄가 인정되려면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폭행·협박을 당하고, 비명을 지르는 등 적극적으로 저항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 강간죄 등의 범위를 최대한 좁게 해석한다는 뜻에서 ‘최협의설‘이라고 한다. - P200

대다수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당사자가 아니며 재판 참여에 제한이 있다는 사실도 모르거나, 검사가 범죄 입증을 위해 알아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그러나 현실 속 검사는 검사석에서 졸거나, 공소사실에 대한 정리와 이해가 엉망이고, 사건 파악조차 안 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 재판부의 질책을 받기도 한다. 증거조사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를 소홀히 하거나, 증인신문 과정에서 검사가 오히려 피해자에게 2차 가해성 질문을 던지는 경우도 있다. 피해자뿐만 아니라 선임되어 있는 피해자 변호사와의 소통도 부족하고, 항소도 잘 하지 않는다. 항소를 했어도, 판결문을 읽긴 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항소이유서의 내용이 불성실한 경우도 많았다. - P205

그래서 앞으로는 변호사들과 더 많이 만나 이야기하며 협업을 이어갈 생각이다. 제도나 시스템의 한계만을 지적하며 비웃기는 쉽지만, 그런 태도와 인식으로는 현실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는 일과, 그 제도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이들을 이해하는 일은 동시에 가능하다. 형사사법 절차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며, 피해구제와 회복을 개인의 몫으로 돌림으로써 취약한 피해자 · 약자·소수자의 존재를 삭제하려는 이들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계속 만나야 한다. 문제가 있으면 인식하고, 원인을 분석하며,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각자의 입장에서 억울함만을 강조하지 말고, 내부와 외부 모두 노력해 오해를 걷어내고 신뢰를 쌓아가야 할 때다. - P221

피해자에게 고통을 안기는 신문 방식이 용인되니 어떤 피고인 변호인들은 아예 피해자 인신공격을 변론의 주요 전략으로 삼기도 한다. 어차피 변호인 입장에서는 의뢰인인 피고인의 입맛에 맞게 피해자를 비난하는 방식으로 변론함으로써 만족감을 주면, 패소하더라도 피고인들이 불만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국 법원을 돌아다니다 보면 성폭력 사건 재판에서 특정 법인들의 변호사들을 자주 마주치는데, 그 변호사가 바로 이렇게 피해자 비난하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었다. 실제로 의뢰인들의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 변호인에게 법조인의 윤리의식은 언제든 팽개치면 그만일 뿐인 것이다. - P2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