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는 다양하다. 그런데도 많은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형사사법절차에 참여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상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내가 연대했던 많은 피해자들은 전문가들에게 수사·재판 과정에서 자신들이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지 질문했을 때, 그저 피해 회복을 목표로 쉬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피해자들은 전문가의 조언대로 수사·재판 과정에 소극적으로 대응했고, 그 결과 피해를 인정받지 못했다. - P169

피해자에게 선택지를 주어야 한다. 그 선택지는 일반인인 피해자의 시각과 입장을 반영해서 구성해야 하고, 피해자에게 선택지를 충분히 설명한 뒤 그 선택을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사법 시스템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전문가들이 이 역할을 제대로 해야 사법 시스템이 피해자들에게 온전한 선택지로 기능할 수 있다. - P170

형벌은 범죄자에 대한 국가 형벌권의 발동, 즉 범죄행위에 상응하는 형벌을 가함으로써 재범 방지와 사회 복귀를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형사사법 절차는 가해자(피의자/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하고 형량을 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피해자는 가해자의 범죄행위를 밝힐 ‘증인‘으로서 부수적 · 주변적 · 수동적 지위에 놓인다. 그렇다면 이러한 ‘응보‘는 제대로 되고 있는가? 아니다. 수사와 재판의 과정에서 당사자의 지위도 아닌 피해자에게 과도한 입증책임을 안긴다. 결과 역시 범죄의 피해와 해악이 불균형을 이루고 있어 제대로 된 응보도 되지 않는다. 결국 형사사법 절차를 거친 많은 피해자들은 피해를 온전하게 회복하지도, 사회에 복귀하지도 못하고 사라졌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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