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이 너무 많아. 별표친 것만. 눈물난다.
제2의 성 주요 인용구는 어려워 혼자 이해가 안되지만, 김은주 선생님이 자세히 풀어주시니 이해가 되네.

그중 첫 번째 의미는 시몬 드 보부아르가 실존철학 개념을 통해 여성의 사회적 지위의 문제에 착목해서 자신의 철학적 입장을 펼쳤다는 겁니다. - P103

이 보부아르의 《제2의 성》에서 제일 중요한 개념은 타자라는 개념인데요. 타자는 다음과 같은 바를 전제해요. ‘어떤 집단이든 대척점에 있는 타자를 세우지 않고서는 단일한 하나가 될 수 없다. 이 말은 사실상 동일성이 ‘어떤 변치 않는 본질이 있기에 동일하다‘라는 정체화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거예요. 시몬 드 보부아르의 통찰은 동일성은 그런 식으로 성립되는 것이아님을 강조하는 거죠. 요샛말로 ‘인싸(인사이더)‘, ‘아싸(아웃사이더)‘ 같은 이야기로 알 수 있어요. 누군가를 타자로 딱 배척하는 거죠. 우리는 누군가를 적으로 만들면 하나가 되잖아요. 바로 보부아르가 그렇게 이야기를 해요. 어떤 집단이 하나가 되려면 나와 대척점에 있는 타자, 나와 다른 존재를 세워놓으면 된다는 거예요. 실은 동일성이란 우리가 가진 본질 때문이 아니라, 외부의 타자를 배척함으로써 획득되어왔다는 거죠. 그게 되게 중요하다는 거예요. - P111

이 책에서 중요한 말은 이미 알고 계실 거예요.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말은 여자라면 어때야 한다는 것들에 대해서 여자가 왜 그래야 되느냐는 거예요. - P115

《제2의 성》에서 두 번째로 주목할 부분은 왜 여성성을 신화화했는지에 대한 분석이에요. 이 분석이 탁월해요. 보부아르가 살았던 시대에 이 신화화에 일조한 사상이 바로 정신분석학이에요. 특히 프로이트요. - P117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이트가 그걸 아주 중요한 신화, 원형인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가족 모델을 만들어놔요. 두 번째로 그 속에 존재하는 여자를 언제나 결핍된 존재, 타자, 없는 존재로 만들죠. 결핍된 존재, 없는 존재니까 여자의 본성이 시기, 질투가 되는 거죠. 없기 때문에 언제나 원하는 거예요. - P119

프로이트는 가족과 재생산을 인간의 원초적인 모습으로 설정하는데, 사실 그걸 털어보면 인간 남성을 인간의 기본 모드로 만드는 중요한 장치가 바로 가족과 재생산이라는 거예요. 이게 가부장제고, 이게 원초적으로 여성을 옭아매는 억압이라는 통찰이 《제2의 성》에 등장해요. - P119

보통 래디컬 페미니즘이라고 하는 제2물결 페미니즘을 예고한 책이죠. 여성 억압의 본질이 가부장제, 가족, 재생산, 어머니됨에 있다는 통찰을 줘요. - P120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항상 타자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남자는 여자를 타자화함으로써 ‘인간‘이 되었던 거죠. 이게 굉장히 문제가 있다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실제로 남녀의 위치라는 건 - P126

언제나 비대칭적이라는 걸 밝혀냅니다. 이것이 페미니즘의 아주 중요한 출발점이에요. 우리가 페미니즘을, 그 이론을 이해한다는 건, 남녀의 성차가 비대칭적인 상태이며 그것들을 교정하려는 어떤 시도가 페미니즘의 출발점이라는 걸 이해한다는 거예요. 시몬 드 보부아르가 주체와 타자의 관계를 통해 이것에 대해 일종의 논증을 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 P127

보부아르가 말하는 건, 여성이 주체가 되려고 하는 건 굉장히 실존적 고민이 많이 필요한 일인데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는 거죠. - P133

특히 남자들은 여자들이 벗어나기 힘들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걸 이용한다는 거예요. "이와 같이 여자는 구체적인 수단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상호성을 인정하지도 않고 자기가 남자에게 복종하는 것이 필연적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또는 ‘타자‘라는 자신의 역할에 만족하기 때문에, 자기가 주체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여기서 "이와 같이 여자는 구체적인 수단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라는 이야기가 중요해요. 그래서 페미니즘은 언제나 구체적인 이야기들에서 시작해요. - P134

자세하게 묘사를 하는 건 그래야만 여자가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인 겁니다. 이러한 묘사를 읽는 여성들은 여성들이 당연하다고 여겨온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게 돼요. 그리고 그 경험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여성들이 함께 겪고 있고, 겪어왔던 일이라는 걸 확인하면서 다른 세계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페미니즘의 출발은 여성들의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나요?‘라고 할 때 ‘경험을 말하고 경험을 경청하라. 그리고 경청을 통해 우리는 페미니즘의 출발을 마련할 수 있다‘라고 하죠. 보부아르도 그래서 이런 구체적인 이야기를 시작하는 거고요. - P135

그래서 "무한히 열려 있는 미래를 향하여 발전을 도모하는 것 외에는 눈앞의 실존을 정당화하는 길은 없다"라고 쓰는 거예요. 자기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이유는 내가 자기초월을 통해서 계속 자유로운 존재로서 내 실존의 자유를 완성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게 아주 중요해요. - P142

그런데 대자존재가 되는 걸로 만족하는 게 아니에요. 그 과정이 계속 반복되면서 자유를 실현하는 거니까요. 이 과정이 한 번으로 끝나면 즉자존재로 머무를 수밖에 없겠죠. 왜? 시간이 지나가고 있잖아요. 그 안에서 계속 쟁투하고 대자존재가 되려고 하는 과정들, 계속 반복적인 운동들의 양상을 펼쳐가는 걸 변증법적dialectic 과정이라고 이야기해요. 그 과정과 자유론을 연결하는 게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특히 보부아르의 주요한 생각이에요. - P144

여자에게 그런 본질이 있는 게 아니라 억압의 구조, 가부장제라는 구조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공통적인 느낌을 받는 거죠. 우리의 속성이 아니라 구조가 같기 때문에, 구조의 유사성으로 인해서 억압의 체험 양상이 유사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자꾸 ‘여성의 본질이 그러하다‘라고 학습하게 되잖아요. 사실은 구조의 본질이 그러하다‘라고 해야 하는 거죠. 구조를 비판하기는 쉽지만, 사실상 이 구조를 작동하게 하는 행위자는 정확히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구조는 문제시될 수 있더라도, 이 문제가 있는 구조의 어떤 지점을 타격해야 이 구조를 무너뜨릴 수 있는지가 불 - P152

분명한 거죠. 그리고 그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역시 그 구조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구조의 작동에 기여하기도 해요. 그래서 구조는 단단해요. 문제를 느끼는 자, 체험하는 자는 그 구조의 단단함을 더 강하게 느끼고요. 문제를 느낄 수 없는 자에게는 구조가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죠. 마치 공기처럼요. 구조는 그걸 체험하는 여성에게만 있을 뿐이죠. - P153

그리고 여성이 나의 주체성을 드러내면 자꾸 혼나요. 그래서 내부적으로 갈등이 있죠. 그러면 그 안에서 에너지 소모도 많지 않을까요? 주체적으로 에너지를 다 발휘할 수 있는데, 그 안에서 이래도 되나, 저래도 되나 고민하다가, 남자들이 100을 펼칠때 여성은 못하는 거죠. 에너지 50은 자기 안에서 소모해버린 다음에 결정하는 과정들 속에서 발전이 늦다는 거죠. 심리도 그런 식으로 형성되고요. 그걸 이겨낸 여성들은 아주 소수겠죠. 그리고 얼마나 드세겠어요? 소위 ‘드센’ 여자들인 거죠.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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