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 분명 1장 다 읽고 오늘 2장 읽으려고 했는데 1장 다시 보니 이 생소함은 뭐냐. 밤에 맥주 마시며 졸며 읽었더니…다시 1장 읽고 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읽어야 할 책.

36페이지 <아기장수 우투리> 나와서 집에 있는 그림책 찾아봤는데, 너무 화가 나네. 우투리의 ‘어리석은’ 어머니가 콩 한쪽 먹는 바람에 우투리가 군사들의 화살에 맞아 죽고, 우투리가 묻혀있는 곳을 나쁜 임금에게 발설하는 바람에 3년에서 하루 모자라 무덤이 열려서 우투리가 환생하지 못하고 사라진다. 난세에 영웅으로 태어난 우투리가 영웅 노릇 못한게 어미 탓이다. 여성 탓이다. 이런 옛이야기였다니, 화가 나네. 우투리가 날개 달린 괴물이 아니라 여성이 괴물이라는 얘기 같네.

첫 번째는 페미니즘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과 함께 페미니즘과 철학이 만나는 자리를 생각해보았습니다. 두 번째는 ‘여성은 인간인가‘라는 질문입니다. ‘여성은 인간인가‘를 물으며 여성의 지위를 논하는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ary Wollstonecrat와 시몬 드 보부아르 simone de Beauvoir의 사상을 다루는 부입니다. 마지막 질문은 바로 ‘여성인가, 여성들인가‘입니다. 이 물음과 함께 여성들 스스로가 자신을 설명하려는 목 - P10

소리들이 울려퍼지며 ‘여성인가, 여성들인가‘라는 궁금증을 품게된 베티 프리단Betty Friedan, 슐라미스 파이어스톤Shulamith Firestone, 오드리 로드Audre Lorde의 사유를 따라가보았습니다. 다섯 명의 페미니스트 사상가를 통과해, 페미니즘 철학의 기초라 이야기할 만한 것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 P11

그는 힘을 함께 확인하는 노력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만약 시스터후드가 우리의 같음을 확인하는 것에 그친다면 어떻게 될까요. 시스터후드 바깥의 아웃사이더가 생겨나고, ‘우리’는 인사이더의 타자인 아웃사이더와 그 경계에 빚지어 허상의 자매를 흠모하고 모방하는 그런 시스터후드만을 만들어낼지도 모릅니다. - P11

여성들이 하는 철학과 여성주의 철학은 다릅니다. 페미니즘 철학은 여성주의 철학이에요. 여성주의적인 어떤 지향, 여성주의와 관련된 내용을 다뤄요. 여성주의의 개념적 도구가 될 수 있고, 또 철학의 내용 안에서 여성주의적인 가치판단, 가치평가들도 함께 진행합니다. - P18

참과 거짓을 가리기 위한 나 자신이 객관적 기준을 갖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이게 근대적인식론의 출발점이에요. ‘내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 이 세계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는 것’, 이것이 근대 인식론의 핵심입니다. - P19

결국 인식론은 ‘하나도 빼지 않은 모두에게 통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성이라는 게 있다‘, ‘이 이성이라는 걸 가진 존재를 인간이라고 부르자’ 이런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요. 이게 인식론의 중요한 출발점이에요.
그런데 페미니즘은 바로 거기에 문제를 제기해요. - P20

우리가 보편적이라고 하는 인간, 이성적이라고 하는 인간이 마치 모든 인간을 다 호명하는 것 같지만, 인간이란 무엇인가 그 내용을 들여다보니까 그 인간은 대체로 남성이고, 유럽, 그것도 서유럽에 살아요. 인간에 대한 개념이 만들어진 시기도 있어요. 18세기 정도부터죠. 그리고 이들이 문명이래요. 또 이 사람들은 기독교인이고, 결혼한 남성, 아버지가 된 가부장이에요. 가부장이 되어야 우리가 진정한 남성이 된다고 이야기하잖아요. 그렇죠? 그들은 이성애자이기도 하고요. 예전에 이 사람들은 노예 소유자이기도 했어요. 얼마만큼의 재산도 있어야 해요. 너무 가난한 사람들도 아닌 거죠. 이런 존재들인 거예요. - P21

‘경험 이전에 내가 있는 게 아니라 경험을 통해서 내가 구성되는 게 아닐까?‘ - P22

이러한 태도는 시공간을 다 떠나서 언제나 변하지 않는 신과 같은 시점에서 삶을 이야기하는 거고, 어딘가 우주 멀리에서 내가 있는 것처럼 보는 건데, 실제로 나는 어떻게 살아가느냐면 이 세계 속에서, 이 시간 속에서, 이 공간 속에서 육체를 갖고 살아요. 육체의 경험을 갖고 살죠. - P23

그다음에 ‘정신과 신체라는 게 완전히 분리될 수 있는 것인가‘ ‘정신이 우월하고 신체는 하등한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논변들이 등장하면서보편적 인간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전제가 무엇이었는지에 도달하게 되는 거죠. 바로 남성의 신체가 사유하는 인간의 표준이었다는 거예요. - P25

보부아르는 특히 현상학이라는 측면에서, 즉 우리가 지식을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식을 현상으로서 경험하고 있다는 바에서 논의를 시작합니다. - P25

다양한 ‘나’들을 말하고 보편 인간을 비판하는 철학, 즉 기존의 철학을 비판적인 입장에서 검토하는 이야기들이 있는 겁니다. - P26

여자들의 신체적 현상은 재생산에 머물러 있죠. 출산, 수유 같은 것들. 그리고 그것들을 여성의 굉장히 중요한 특질로 부각하잖아요. 그런데남자들의 신체적 특징은 부각되지 않지만, 계속 보장돼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남자는 항상 남자야‘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 있잖아요. 여자의 경우는 다르죠. 여자다움이라는 것에도 나이가 있잖아요. 젊을수록 여자잖아요. 근데 남자는? 영원히 남자잖아요. - P28

그러니까 여자는 어떻게 표시돼요? ‘-A‘, 즉 A가 아닌 것으로 표시돼요. 이게 아주 중요하다고봐요. 자기가 누구인지 표시될 수 있는 것과 자기가 무엇무엇이 아님‘이라고 표시될 수 있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어요. - P30

그러니까 정상성과 보편성의 기호, 즉 A가 바로 남성이었고, 여성은 비非남성의 지위인 거죠. - P31

플라톤 안에 육체적 존재들에 대한 혐오가 있었던 거예요. 그러면서 플라톤은 피 흘리고 임신하고 출산하는 여성을 자연에 가까운 존재로 딱 놔요. 아리스토텔레스도 여성을 사회적 존재가 아니라 동물과 노예와 함께하는, 노동의 영역(‘조에zoe‘라고 분류하는)을 담당하는 존재로 보는데, 그걸 ‘타자의 위치에 있다‘라고 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타자로서의 여성을 어떻게 생각해볼 것인지가 생각 거리로 남죠. 여성이 타자라는 걸 철학적으로 처음으로 언명한 사람이 바로 시몬 드 보부아르이고, 《제2의 성》에서 이 문제를 탐구해요. - P33

그리고 괴물이라는 존재는 신화는 성서든, 많은 텍스트 안에서 지혜를 획득해야 할 존재가 거쳐야 할 관문으로 등장했어요. 그런 점에서 타자와 괴물은 굉장히 긴밀하죠. - P35

그래서 괴물에 대한 서사는 이렇게 봐야 되지 않나 싶어요. 동일자가 알 수 있는 지식의 한계 영역에 괴물, 타자의 영역이 있다는 거예요. 타자가 설명되지 못하는 건 동일자의 한계지, 타자 자체가 능력이 없거나, 불운하거나, 아무런 의미도 없거나, 지식과 아무런 관련이 없거나, 무시할 수 있는 영역으로 이야기할수 없다는 거예요. - P38

실제로 그렇기 때문에 동일자의 철학은 타자를 버린 적이 없고 그것을 이용해왔다는 거예요. 이렇게 철학이 타자성 자체를 이용해왔고 필요 없으면 버려왔지만, 그와 무관하게 타자는 언제나 존재해왔고요. 그리고 이런 대문자 인간으로서의 서사를 비판하면서 타자로서 여성의 위치를 확인하게 되고, 그러면서 페미니즘 철학이 필요한게 아닌가 생각할 수 있게 된 거예요. - P40

20세기 들어서 많은 소수자들 혹은 많은 타자들, 그러니까 자신의 존재론적 위치, 인식론적 위치를 누군가(억압자)가 대신 말해줬던 사람들은, 예를 들어서 그 억압자들이 자기를 비하했던 용어를 통해서 자신을 다시 생각해보기도 해요. 자기를 억압했던 말들을 이용해서 자기를 설명하려고 하는 지혜를 가져요. - P42

‘맞다‘라고 생각하는 걸 의심해보는 일에서 철학이라는 작업이 시작되는데, 이런 걸 아포리아aporia라고 하거든요? 그런데 바로 페미니즘 철학이 같은 일을 해요. 그 철학들이 기존의 남성 철학자들, 가부장제 철학에 문제가 있으니까 아무것도 보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는 거죠. 스스로를 억압해온 것일 수 있는 언어들과 사상들에서 출발해 그것들을 의심해보고 길을 잃으면서 간다는 거예요. 또 그 안에서 반대만 하는 게 아니라 여성들의 언어, 여성주의 사상을 전염시켜요. 기존의 사고와 가치를 다시 철학이라는 개념으로 부수고 다시 새로운 개념으로 창조하는 것들이 페미니즘 철학의 중요한 입지라는 겁니다. - P45

저는 페미니즘 철학이라는 게 여성주의적 가치에 대해 질문하고 탐구해보는 철학이면서 페미니즘의 내용들과 개념들을 철학적인 개념으로 만들어보는 철학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작업의 효과는 기존 철학의 주제들, 그러니까 인식론, 존재론, 윤리학 같은 것들을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러한 페미니즘 철학의 활동은 근대성에 대한 문제 제기와 그 대안을 마련하려는 현대 철학과 조우하죠. - P46

페미니즘 철학은 자기의 지도, 자기의 시간이 있어요. 그리고 지금의 철학적 사유들은 계속 새로운 개념들을 만들어내고, 기존의 철학이 틀린지 옳은지를 다시 검증해보죠. 이게 틀린 것인지 옳은 것인지. 그리고 검증을 통해 폐기해야 할 것은 폐기하고요. 그런 과정들이 계속 있습니다. 페미니즘철학이 그러한 것처럼요. - P51

제가 생각하는 페미니즘 철학은 이래요. 타자인 여성이 철학 개념과 이론에 명시적이고 또 암시적으로 배어 있는 여성 평가절하의 논리를 추적하고 비판하는 건데, 여기에 철학의 도구를 이용한다는 거죠. 기존의 철학을 겹쳐 쓰고 같이 쓰면서, 뿌리 깊은 기성 철학의 입장에서 벗어나 어디서든지 살아낼 수 있는 다양한 사유들의 목초들, 풀들을 자라나게 하는 일인 거예요. 지워버리고 없애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속 겹쳐 쓰다보면 새로운 모양이 될 수 있잖아요. 다 지우고 새로운 흰 종이에서 다시 시작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방식 안에서 새로운 운동을 발명하면서 살아가는 것들, 이게 저는 페미니즘철학인 것 같아요. - P53

페미니즘이라는 그 이론들의 개념이라든지 방법론, 기존의 가부장제적 지식들을 비판할 수 있는 그런 도구들을 철학적인 개념으로 만들어내는 일들이 또 페미니즘 철학 고유의 어떤 목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 P54

인간은 원래 이성적인데, 인간을 비이성적으로 만드는건 교육의 문제이거나 이성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우리가 습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거죠. - P58

울스턴크래프트는 이런 걸 거부하는 게 중요하다고 해요. 왜냐하면 스테레오타입으로 누군가를 취급하면, 인간으로서 그누군가가 자기 개성을 만들 수가 없다는 거예요. 울스턴크래프트가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강조하는 건, 여자의 이성이에요. 여자도 인간이고 이성이 있기 때문에 그 이성을 근간으로 여성을 대해야 된다는 거죠. - P65

여성은 결혼과 함께 법적 책임과 권리를 남편에게 양도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폭력에 저항할 수가 없어요. 기혼 여성은 물론 채무 책임도 없죠. 하지만 계약에 서명을 하거나 소송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심지어 법률적인 효력이 있는 유언도 남길 수가 없어요. 경제활동도 할 수 없고요. - P71

그래서 여성의 주체적 선택을 그린 소설이라고 평가되고, 제1세대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하는 거죠. 여성이 주체적이기 때문에. 그런데 여기서 제인 에어가 주체적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뭐죠? 바로 상속이잖아요.
울스턴크래프트 역시 주체성의 조건에 대해 같은 생각을해요. 경제력, 돈이 있어야 된다는 거죠. 돈이 없고 경제력이 없기 때문에 여자는 마지못해 살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자기동생을 탈출시켜요. 그리고 여성이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것, 여성의 주체되기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는 거죠. - P73

이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계몽의 정신은 나만 각성할 수있는 아니라 이성을 가진 누구나 각성할 수 있다는 거잖아요. 나만 각성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모든 여성도 똑같이 각성할 수 있다는 거죠. 어떤 위치에 있더라도 교육을 포함해서 페미니즘의방법론을 취한다면 모두 변화할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가졌던 거예요. 그래서 이 <여권의 옹호>를 쓴 거죠. - P79

18세기 계몽주의가 부르짖던 ‘인간의 권리‘라는 말 속의 ‘인간‘은 오로지남성만을 의미한다는 거예요. 당대 가장 진보적인 로크John Locke나 루소 같은 사상가들도 여성은 자연적으로 남성보다 약해지기 때문에 남성과 절대적으로 평등해질 수 없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는거예요. 자기 사상과 실제로 자기가 실행하는 것 사이에 차이가 크고, 굉장히 편견이 있다는 거죠.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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