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맥주 안마시는 날엔 캐모마일이나 루이보스 티 마시는데.. 뭐라도 마셔야 한다;;

"전 요즘 집에서 보리차를 마셔요."
또 다른 친구가 조언을 해줬다.
"혼술을 줄이려고 맥주 대신 보리차를 만들어 마시거든요."
맥주 대신 시원한 보리차라…… 왠지 공룡 대신 이구아나 같은 소리다.
"그걸로 욕구가 충족되긴 하나요?"
"물론 완벽히 대체되지는 않지만, 뭔가를 마시는 동작과 습관을 대신해주거든요." - P96

- "보상이 없어서 그래요. 지금까지 술이 자기 삶에서 어떤 보상으로 매번 주어졌는데, 그게 갑자기 없어지니까 다른 보상을 찾게되는 거죠." - P101

지금 주어진 내 삶에서 충족감과 기쁨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중독으로부터 나를 영원히 벗어나게 해줄 해답이라는 걸. 하지만 그건 술을 끊는 것보다 더 어려울 거라는 걸. 그럼 나는 앞으로 어떻게 변해야 하는 걸까. - P103

달리기는 내게 명상이었다. 육체를 극한으로 가동할수록 반대로 마음은 천천히 비워진다. 이따금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들은 바르고 명징하다. 가만히 혼자 있을 때는 ‘이루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일들’에 관한 생각이 나를 뒤흔드는데, 신기하게도 달릴 때만은 내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들만 또렷한 표지판처럼 떠올랐다. 샘솟는 아드레날린이 ‘너는 능히 할 수 있다.‘ 라며 부족한 자신감을 넘치도록 채워줬다. - P107

생각해보면 달리기의 쾌감은 일면 음주와도 비슷하다. 알코올 중독자들이 과도한 음주에 속이 다 문드러지는 걸 알면서도 취기가 주는 흥분이 좋아 멈추지 못하고 계속 마시는 것처럼, 러너스 하이에 푹 빠진 사람들은 운동의 고통을 중화시켜주는 엔도르핀의진통 효과와 행복감, 쾌감에 중독되어 관절이 닳도록 달리고 또 달린다. 극한의 고통과 피로로 스스로를 몰아넣으며 환희를 느끼는 그들을 보면 ‘건강한 자해‘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 P109

황당하다 못해 한심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들의 행동이 나는 이해가 됐다. 파괴해버리는 것 외에는 삶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는 무력한 상태라는 점에서 그들과 나는 같기 때문이다. 비록 인생을 망치는 행동이라 하더라도 최소한 그 ‘파괴‘만은 스스로가 일으킬 수 있는 변화다. 그것만이 자기 삶을 실감할 수 있는 방법이다. 운동으로 혹사해 단단하게 만든 몸처럼, 자기 삶도 부여잡고 바꿀 수 있는 실체로 느끼고자 하는 안타까운 발악. 나 역시 자포자기한 심정을 한 채 폭음으로 스스로를 짓이기면서 비뚤어진 만족감을 채우고 있었다.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과연 운동이 어떤 궁극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걸까? - P112

하지만 무엇보다 문제성 음주 행위는 본질적으로 자해의 일종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홀로 앉아 폭음하면 처음에는 기분이 붕 뜨고 즐겁지만 곧 축축 처지면서 울적함이 몰려든다. 계속 들이켜다 보면 어지럽고 몸을 가누기도 힘들며 속이 메슥거린다. 술이 독주처럼 느껴지는 그 순간부터는 마시면 마실수록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몸을 해치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이건 이것대로 괜찮다. 계속 마시고 속이 넝마가 되도록 간을 혹사해서 한심하게 오전부터 술에 취한 스스로에게 벌을 주는 거다.
그러니까 폭음하는 이면에는 양가적인 감정이 숨어 있다. 재미를 보려고 마시기도 하지만 그 반대로 스스로를 망가뜨리려는 내밀한 욕구도 존재한다. 엉망진창으로 마셔서 자신을 구제 불가능한 꼴로 만들고, 멍청한 실수를 하게 될 것을 알면서도 더 마시려 든다. 나의 추한 모습을 극한까지 반복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스스로를 괴롭히고 징벌한다. 거기에는 구제 못 할 정도로 깊고 참담한 자기혐오가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그 혐오는 음주를 절제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실망에서 비롯됐기에 이 모든 것이 악순환이다. - P121

고치고 싶은 버릇이 있는 사람들에게 충고하는 말 중에 이런 게 있다. "더도 덜도 말고 딱 오늘만 참는다고 생각하자."
후회해도 과거는 돌이킬 수 없다. 술에 대한 갈망으로 대낮부터 취하고 말았던 어제의 일은 잊자. 오늘부터 다시 애써 참는 하루를 시작해본다. - P124

중독이 비밀의 병이 된 이유를 여러 측면에서 들여다봤지만, 결국 무엇보다 큰 요인은 바로 수치심이다. 남들 앞에 나서기 부끄럽기 때문에 우리는 술과의 은밀하고 부적절한 관계를 숨긴 채 세상에서 고립되어간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술고래와의 대화를 떠올려보자.
"술은 왜 마셔?"
"잊어버리려고 마신다."
"무얼 잊어버려?"
"창피한 걸 잊어버리려고 그러지."
"무엇이 창피해?"
"술 마시는 게 창피하지!" - P132

내가 ‘음주에 대한 인류의 기록 중 가장 아름답고 위대한 책‘이라고 생각하는 캐럴라인 냅의 에세이 『드링킹』에는 멀쩡한 알코올 중독자의 전형이 잘 나타나 있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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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12-02 1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커피 두 잔을 마시다 보니 한 잔을 줄여야겠단 생각을 했고
그래서 커피 한 잔 마신 뒤에 뜨거운 보리차로 대신 마셨더니 두 번째의 커피는 생략할 수 있었어요.
대체 효과라고 해야 할지...
문제는 구수하게 보리차를 끓여야 한다는 게 귀찮다는 것.
그래서 커피 한 잔 반을 마시게 되었죠. ^^

햇살과함께 2021-12-02 15:59   좋아요 0 | URL
저는 커피는 무조건 최소 2잔입니다^^ 아점 후 커피 안마시면 일 못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