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셀렙과 표준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더욱 유명해진 김난도 교수는 소비자학과 교수이다. 현재 주요 일간지에 트렌드 노트라는 타이틀로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7/08/2011070800979.html
그의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1’에도 언급된 바 있지만 유명인, 연예인을 뜻하는 셀렙(celebrity의 준말)은 단순한 추종에서 지나 어엿한 우리 욕망의 아바타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로 발생한 경제효과가 곧 우리사회의 소비자 트렌드를 상징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현빈 운동화, 고소영 백, 지드래곤 귀걸이, 김연아 망토등 그들이 착용하고 노출된 상품은 그대로 완판되거나 세간에 회자가 되곤한다. 셀렙이 소비행위의 표준이 된 시대인 것이다.
최고인 그들이 선택하는 제품은 최고일 것이라는 믿음이 먼저이고 그렇다면 나도 그것으로 최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최고의 이미지는 얻을 수 있겠다가 그 다음이다. 광고주는 이 트렌드를 제일 빨리 파악했기 때문에 미니시리즈엔 PPL광고가 필연적으로 따라 붙는다. 시청자들은 드라마에 앞서 ‘이 드라마는 PPL광고를 포함하고 있다’는 자막을 확인했다손 치더라도 한번쯤은 주인공이 마신 음료수를 충동구매할 확률이 많아진다.
<트렌드 코리아 2011>의 'Tell me, celeb' 편에서는 셀렙을 닮고 싶어하며 셀렙을 따라하는 트렌드를 말한다. 그들의 결정이 내가하는 의사결정의 시간과 노력을 줄여줄 것이라는 믿음은 그들처럼 최고로 보이고 싶은 욕망을 의미한다.
패션에만 해당될까 싶었는데 그 분야도 다양해졌다. 현빈이 잠시 들고 있던 소설, 현빈 서재에 꽂혀 있던 시집들은 그대로 셀렙의 최신트렌드가 되면서 출판사들을 잠시나마 기쁘게 한 적도 있다. 현빈이 진짜 그 책을 읽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비슷한 예로 유명작가가 어떤 책을 추천하는 경우보다 마케팅 파워는 막강했음이다. 운동화야 신으면 그만이지만 이 참에 나는 그 책들을 산 시청자들에게 묻고 싶다. 그래 <천재토끼 차상문>은 재미가 있으셨는지.
#2. 파워북로거도 셀렙일까
유명연예인만큼은 아니지만 얼마전 네이*의 파워 블로거의 거대 수수료가 논란이 되면서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파워 블로거들을 향한 비난과 질타, 대안마련이 이슈가 된 적도 있다. 이 불똥이 서평을 쓰는 파워 북로거에게 까지 튀어 오늘 아침 내가 아는 블로거의 닉네임 두어 개를 신문에서 확인하게 되었다. 성석제 작가는 젊은 작가상 심사를 맡으며 ‘누가 누구를 누구 마음대로 젊고 늙은 작가로 규정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젊음의 기준을 생산의 힘으로 본다면 수긍할 만하다’고 한 바 있는데 누가 누구를 누구 마음대로 파워 북로거라 규정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파워의 기준을 수익의 힘으로 본다면 절대 수긍하기 힘들다가 내가 빗대고 싶은 말이다.
일간지의 한 논설위원은 말한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7/10/2011071001260.html
 |
|
|
|
작년 12월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은 '물만두'라는 필명을 가진 서평(書評) 전문 블로거의 부음을 전했다. 2000년 3월부터 인터넷에 쓰기 시작한 리뷰가 무려 1838편. 그의 전공은 추리물·SF 같은 장르소설이었다. 이 분야 마니아 중에 '물만두'의 리뷰를 한 번쯤 읽지 않은 독자는 없다고 할 정도다. 그는 리뷰를 하고는 별 표로 점수를 매겼다. '물만두'가 별 다섯을 주면 출판사는 마치 큰 훈장을 받은 듯 신문의 책 광고에서도 이 사실을 빼놓지 않고 자랑했다.
|
|
|
|
 |
논설위원은 처음에 알라딘의 물만두 님을 언급하며 파워블로거의 영향력을 비유하는 내용으로 글을 시작한다.
 |
|
|
|
한 출판사는 얼마 전 중국계 미국 소설가 이윤 리의 장편소설 두 편을 동시에 출간했다. 하나는 이미 나왔다가 절판된 구작(舊作)을 새로 찍은 것이고 하나는 신작을 번역해 낸 것이었다. 처음엔 신작 쪽이 훨씬 많이 팔리더니 언제부턴가 구작이 더 팔리기 시작했다. 출판사 관계자들은 어리둥절했다. 나중에야 젊은이들한테 인기있는 여성 소설가가 트위터에서 구작에 대해 "너무 감동적이어서 밤을 새워 읽었다"고 썼다는 사실을 알았다. |
|
|
|
 |
나 역시 이외수 작가가 강력추천한다는 말씀 하나만 믿고 생판 모르는 작가의 책을 주문한 적이 있다. 내가 팔로잉 하는 작가가 추천한다고 하면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읽어볼 마음을 가지게 되는게 책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일 것이다. 그러니 나 역시도 책에 한한한 셀렙을 그 표준으로 삼고 있는 경우이다.
 |
|
|
|
온라인 공간에 쓴 서평을 통해 출판시장의 독자들을 몰고 다니는 필자를 '파워 북로거'라고 한다. 북(책)과 블로거 합성어다. '폭주 기관차' '파란 여우' 같은 필명으로 50~60명의 고수가 활동하고 있다. 소장 학자나 대학원생, 문인에서 평범한 회사원, 자영업자, 약사, 통역사에 이르기까지 직업도 다양하다. |
|
|
|
 |
웃긴 건 인터넷 신문에는 ‘폭주기관차’인데 종이신문에는 ‘바람구두’로 바뀌어 있다. 간밤에 무슨 이유로 닉이 바뀌었는가. 혹 해당 논설위원도 닉네임의 노출로 인한 영향력을 미리 확보한 것은 아닌가. 한눈에 거슬리는 문구는 독자들을 '몰고 다니는'식의 표현인데 누가 누구를 어디로 몰고 간다는 것인지.
 |
|
|
|
'로자'라는 유명 북로거는 인문학 분야가 주전공이다. 그의 서평 블로그에는 하루 1000여명이 방문한다. (그가 쓴 리뷰는 당연히 해당분야 책 판매 부수에 무시못할 영향을 준다) 다음의 북카페 '비평 고원'처럼 인터넷 서평꾼들이 커뮤니티를 이뤄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이 카페는 개설 11년 만에 회원수 1만2183명이 됐다. (이 카페는 개설 이후 11년 동안 40여만명의 방문객을 맞았다) 출판사 입장에서 볼 때 파워 북로거들의 초기 평가와 입소문은 자기들이 낸 책이 베스트셀러로 가느냐 마느냐의 기로가 될 수 있다. |
|
|
|
 |
괄호 안에 쓴 내용은 오늘 아침 추가된 글이다. 마지막 문장은 삭제되면서 ‘무시못할 영향’으로 대체되었다. 로쟈님의 서재는 나도 자주 가는 편인데 이 글이 그의 영향력을 긍정적인 측면에서 비유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왜일까.
 |
|
|
|
한 출판 잡지가 파워 북로거 5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출판사에서 대가성 서평 청탁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12명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대가를 받고 원하는 대로 서평을 썼다"는 응답자도 4명 있었다. 인터넷 북로거들의 서평이 영향력을 갖는 것은 그들이 이해(利害) 관계를 떠나 객관적인 리뷰를 한다고 독자들이 믿기 때문이다. 이 믿음이 깨지면 출판시장의 장래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는 걸 출판사들은 알아야 한다. 파워 북로거들도 자기 명예와 자존심을 위해 유혹을 거절해야 한다. |
|
|
|
 |
로쟈님에 덧붙여 결정적으로 거슬리는 건 이 짧은 논평의 결론이다. 같이 실린 그림에서도 상징되듯이 뒷돈 챙기면서 아이패드로 추천을 작성하는 북로거의 뒷모습이 결론인 것이다. ‘파워 북로거들도 자기 명예와 자존심을 위해 유혹을 거절해야 한다.’는 충고의 말씀도 맞는 말이긴 하나 썩 기분좋은 뉘앙스는 아니다. 이 글을 접한 일반 독자분들은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순수성 하나만 믿고 그 사람의 추천을 신뢰해왔는데 일개 서평자들도 (수수료 챙겨온 파워블로거처럼)‘출판사의 대가성 청탁’의 상업적 영역에 위치해 있음을 사실상의 결론으로 단정지을 것이기 때문이다.
#3. 파워북로거의 파워는 무엇을 의미하나
당신은 서평자인가? 독자인가?
1. 독자라면 평소 서평을 훑어보고 그것에 영향을 받아 책을 주문한 적이 있는가?
2. 서평자라면 혹 출판사의 부탁을 통해 적정한 대가를 받고 서평을 작성한 적이 있는가?
3. 내 추천이나 리뷰를 읽고 책을 구매한 사람이 'thanks to'하여 적립금을 받아 본적이 있는가?
서평자와 독자 모두에 해당하는 내 경우 1번은 예스. 2번은 노. 3번은 예스
나는 파워북로거는 아니지만(물론 내 기준에서) 출판사로부터 서평을 부탁드린다는 명목으로 받은 책은 딱 두권이다. 내가 유명하거나 구매에 영향을 주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우연히 내 (자사 책의)서평을 읽은 편집자분이 예고도 없이 책을 보내왔거나 출간된 신간이 있는데 감사의 뜻으로 보낸다는 편지를 받았다. 그분들은 나의 서평을 담보로 책을 보냈다기 보다는 사실 감사의 성격이 더 많았고 나는 서평을 의무로 생각하지 않았다. 다행히 보내주신 책들이 모두 퀄리티가 있는 작품들이었고 서평을 쓸 때도 그들의 청탁(?) 때문에 안좋은 점을 말 안하거나 좋은 점을 부풀리거나 할 성격의 책은 아니었다. 그런데 만약 좋은 말하기가 민망한 작품이었다면? 기껏 책 한권 받으면서 내 양심을 팔아야 하나를 생각하기 전에 나는 어떻게든 좋은 점을 찾아보려고 마음을 가라 앉혔을 듯하다. 그리곤 덜커덕 받아버린 내 책 욕심에 후회를 하고 말았을 것이다.
작년에 타 온라인 서점의 파워블로거 한분이 나에게 신간으로 출간예정인 ** 출판사의 책에 대한 서평 의뢰를 당신도 받았냐고 물어왔다. 나는 파워블로거도 아니었고 그런 관행이 있는지도 몰랐다. (파워블로거들끼린 자신이 출판사로와 해당서점으로부터 추천을 받았느냐의 여부도 자존심에 관련된 사안이더라) 그 블로거는 자신은 그 책이 별로 호감이 가지 않지만 그쪽 온라인 서점의 파워블로거로 활동하고 있으니 온라인 서점에서 추천한 블로거로서 거절하기 난감하다는 말을 했다. 출판사는 일단 노출수가 많고 서평을 많이 작성하는 파워블로거에게 가제본인 상태의 책을 보내고 그들로부터 초기 화제성을 유발하고자 하는 전략이다. 물론 가제본이지만 나중에 출간되면 정식 책을 보내준다고 하며 서평을 쓸 사람을 신청받는 경우는 꼭 파워블로거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자의적으로 신청한 것이니 문제가 될건 없다.
문제는 한 번의 노출로 판매에 영향을 미칠 만한 급의 블로거를 콕콕 찍어서 그들을 리스트업한 후 그들에게 책을 안기는 출판사가 아닐까. 서평자 입장에선 책 준다는데 까짓 서평이야 쓰면되지 식의 단순한 생각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 이렇게 해서 누이 좋고 매부좋은 식으로 서평을 써드리고 우연히도 그 서평을 읽은 독자들이 그것을 백프로 믿고 그 책을 구매한 후 그 블로거에게 적립금을 안겨 드렸다고 치자. 그런데 노출되는 빈도수가 많다보니 적립금의 금액이 가랑비에 옷젖듯 쏠쏠찮다고 치자. 우린 누가 누구를 무슨 명목으로 비난할 수 있는 것일까.
서평을 오래 써온 분들은 느끼는 것이겠지만 의무적인 서평과 자발적인 서평은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난다. 하지만 어떻든 서평쓴다는 수고는 책받은 자로서 감내해야 할 시간임은 틀림없다. 서평자로 활동한 적 있는 조지 오웰은 본질적으로 모든 서평은 사기이며 서평자는 한 편의 (직업적으로)서평을 쓸 때마타 한 파인트의 양심을 하수구로 흘려 보내는 것과 같다고 한 바 있다.


지난 달에 내가 쓴 리뷰중에 추천을 무려 오십 개나 받은 글이 있다. 글이 훌륭해서라기 보다는 그 책의 리뷰를 처음 썼기 때문에 알라딘과 출판사에서 내 글을 노출시킨 덕일 것이다. 그 결과 내 리뷰를 읽고 책을 구입한 사람은 열 명이 넘은 것 같다. 한 권에 60원씩 떨어지는(저급하구나) 셈이니 나는 600원의 이득을 본 셈이다. 그 책 말고도 지난 달에 이것 저것 내게 적립금이 십원, 백원씩 쌓여가고 있는 실정이다. (옆 동네는 3프로이므로 책 한권에 몇 백원이더라) 놀라웠던건 별 유명하지도 않은 시집과 내가 아직 읽지도 않은 책인데 누군가는 그 추천을 통해 책을 샀다는 사실이었다. 큰 돈은 아니지만 나는 이 적립금의 무게가 커질수록 나를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서서히 깨닫고 있는 중이다.
파워북로거의 명예와 자존심을 마지막 결론으로 내린 저런 글을 볼 땐 더욱 그렇다. 누구도 강요한 적 없고 누구도 책임지라한 적 없지만 일개 동네 서평자인 내 스스로 떳떳하기 위해 매일 아침 자기선언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아니 어쩜 나는 이렇게 글을 써대면서 속물이 되지 말자, 젠 체 하지 말자, 과장하지 말자, 솔직하게 쓰자, 그런 말들을 몸과 마음에 열심히 타이핑 해본다.

이건 아니다. 아니올씨다, 이다.
여담이지만 내가 아는 파워북로거님들은
적립금이나 떡밥으로 받은 돈 역시
다시 책사는데 활용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자존심 하나로 살아온 인생 구력때문에
오늘 아침은 이 그림이 나를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