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미나와 감자 먹는 사람들 미래그래픽노블 6
볼테르 마나에르 지음, 이희정 옮김 / 밝은미래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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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수원에 새로 생겼다는 국립농업박물관에 다녀왔다. 일단 새로 지은 곳이라 그런지 깨끗하고 넓직한 게 아주 마음에 들었다. 주차장이며 입장료가 무료가 더 마음에 들었다고나 할까. 아직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 진 몰라도 주차자리도 많았다. 출입구 밑으로 전시되어 있는 수직정원에서 자라나는 초록이들의 향연도 볼만했다. 문득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식물들을 재배하면서 먹고 살 수 있지 않나 싶더라.

 

책을 넘겨보면 아주 다양한 모양새의 감자 품종들(?)이 등장하는데 과연 실재하는 종자들인지 살짝 궁금해졌다. 그래픽노블의 주인공은 학교에 다니는 야스미나가 주인공이다. 십대 청소년 정도로 보이는데, 야스미나는 학업보다 요리에 더 관심이 많다. 공부하는 이야기는 1도 등장하지 않고, 오직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일하는 아버지의 도시락을 만들고 또 식재료들을 구하는 이야기만 나온다.

 

그리고 보니 야스미나는 친구도 없다. 자신의 텃밭을 키우는 시릴과 마르코가 그녀의 유이한 친구들이다. 시릴이 농약도 치고, 질서정연한 농작물 재배를 하는 사람이라면 마르코는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자연농법을 고수하는 보수주의자다. 그러니까 일체의 비자연적인 요소들을 배제하자는 극단주의자라고나 할까.

 

야스미나가 사는 아파트의 꼭대기층에는 아마릴리스라는 괴짜 연구자가 살고 있다. 그곳은 야스미나에게 식재료를 구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공간이다. 가난하기 때문에 아빠의 허브 도시락을 만들기 위한 돈이 없다. 그래서 위층에 지천으로 깔린 천연 식재료들을 슬쩍한다는 거지. 처음에는 서양배를 슬쩍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연 식재료를 고집하는 야스미나의모습에서는 재작년에 작고하신 방랑식객 아저씨가 떠오르기도 했다. 장 몇 가지만 가지고, 자연에서 나는 것들로 맛난 음식들을 뚝딱 만들던 그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지.

 

문제는 기업가 톰 드 페르가 시릴과 마르코의 텃밭을 사들이고 이른바 슈퍼 감자를 대량생산하면서 문제가 시작된다. 야스미나의 아빠까지 배가 고파서 유행하는 슈퍼 감자 칩을 먹고는 사달이 나기 시작했다. 인도의 모처에서 댕댕이처럼 되어 가는 기현상이 발생했다고 하는데, 슈퍼 감자를 미친 듯이 먹어댄 야스미나가 사는 곳 근처에 사는 사람들 역시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무엇보다 야스미나의 아빠도 예외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결국 자본과 결탁한 유전자 조작과 기업가 톰 드 페르의 욕심에서 모든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돈만 된다면 사람들의 건강 따위는 고려할 바가 아니라는 말일까. 자신이 하는 연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채 연구에 매진했던 아마릴리스에게 책임이 있지 않을까.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선의에만 의지한다는 게 궁극적인 파국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만화는 여실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일단 한 번 잘못된 걸 바로 잡기 위해서는 처음의 노력보다도 더 많은 노고가 필요하다는 점도 말이다.

 

톰 드 페르를 막기 위한 야스미나들의 게릴라전은 왠지 19세기 초반 벌어졌던 러다이트 운동을 연상시켰다. 모든 가치에 우선하는 자본과 기업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는 앙숙인 시릴과 마르코도 연대해야 한다는 걸 여실하게 보여준다. 문제는 동화 같은 해피엔딩이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점이겠지만.

 

아마릴리스가 개발한 스스로 벌레를 퇴치하는 식물에 대한 연구는 나름 신선했다. 폭발적인 지구별의 인구증가로 식량난에 시달리지도 모른다는 건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여전히 식량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으로 한쪽에서는 과식에 의한 과다체중 문제가 또 한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식량 부족으로 굶고 있다는 아이러니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점에서 톰 드 페르가 개발한 슈퍼 감자 같은 종자혁명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은 너무 멀리 나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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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1-16 2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는 그냥 감자라고 하지만 남미에 가면 시장에 감자가 종류별로 수십종이 있대요. 다 다른 감자! 원래 감자가 남미에서 구대륙으로 넘어온거잖아요. ^^

레삭매냐 2023-01-17 09:08   좋아요 0 | URL
그렇죠, 신대륙에서 온 작물이지요.
감자 고구마, 예전에 구황 작물로
학교에서 배운 기억이 나네요.

만날 장에서 사다 먹지만 그렇게
종류가 다양한 지는 미처 몰랐네요.
 
달까지 가자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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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리뷰의 제목을 인생 한방이다라고 쓰려고 했다. 아니 존버 아니면 엑싯도 후보에 있었다. 하지만 역시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 동력인 욕망에 초점을 맞춰 보았다. 결국 욕망이다, 모든 건.

 

소설 <달까지 가자>의 서사는 초코밤으로 유명한 마론제과에 근무하는 세 명의 여성 노동자들인 다해, 지송 그리고 은상 언니가 엮어 간다. 일단 그들의 임금은 타직종에 근무하는 이들에 비해 너무 짜다. 하지만, 다른 데 갈 데도 없다. 그저 오늘 하루의 노동으로 먹고 사는 이들이다. 화자 정다해의 기준에서 집필된 일기 형식이랄까. 같이 빌려온 정지아 작가의 <자본주의의 적>을 보고 나서 아무 생각 없이 집어 들었는데 하룻밤 새에 다 읽어 버렸다. 그만큼 재밌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보니 작가의 전작 소설집도 그렇게 읽었지 아마. 그 책은 다 읽고 나서 팔아 버렸다.

 

항상 서설이 길다. 마론제과 삼총사는 따라지 인생들이다. 일단 벌이가 시원치 않으니 삶이 팍팍하다. 주인공은 외부의 먼지와 욕실에서 스물스물 새어 나오는 물이 들지 않는 그런 거주 공간을 원한다. 그러려면 지금 사는 곳보다 더 많은 보증금과 월세를 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 법칙이다. 보다 나은 것을 원한다고? 그럼 돈을 더 내라고. 모두가 알다시피 월급쟁이에게 추가 소득은 언감생심이다. 하긴 요즘에는 배민 배달 같은 투잡으로 소소한 용돈벌이를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세태를 포착해서일까? 돈에 진심인 은상 언니는 아예 사내에 강은 상회를 차리고 치약부터 스타킹, 대일밴드 그리고 컵라면에 이르는 잡화를 팔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그녀가 한 달에 버는 돈이 9만원이었다. 찌질하지만 정말 공감이 갔다. 회사 동료들과 점심 먹을 때 보통 내가 계산을 하고 카카오페이로 이른바 뿜빠이를 하는데, 지역화폐를 이용하면 한 달에 한 3-4만원 정도는 떨어진다. 커피값 정도 되는 셈인가. 암튼 그렇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장류진 작가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탈출구가 없는 젊은이들이 한 때 열광했던 비트코인/이더리움을 전면에 내세운다. 존버와 엑싯 그리고 손떨림과 집착으로 가득한 이렇게 좋은 소재를 작가들이 그냥 놔둘 리가 없었으리라. 은상 언니가 다해와 지송을 이더리움 투기에 끌어 들이기 시작한다. 물론 지금처럼 비트코인이 폭락한 상태에서라면 아무도 거들떠 보지도 않겠지만, 불과 몇 년까지만 해도 코인으로 돈벼락을 맞았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가 있었다. 그나마 주식은 법으로 보장되고 거래시간이라도 있지, 코인은 그렇지가 않았다. 아마 그렇기 때문에 벼락부자들이 나고 또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많았지 않았나 싶다.

 

소설에 어느 지점에 등장하는 주인공들 같은 흙수저들에게 성공 혹은 쉽게 돈 벌 수 있는 포탈이 아주 잠깐 열린 거라고. 얼마나 집중했는지 아니 내가 코인에 투자한 것도 아닌데, 그들의 삶에 몰입해서 코인이 더 폭락하기 전에 엑싯하라고 응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디 인간이 어디 그런가 그야말로 영끌해서 모은 돈 2천만원을 투자해서, 아홉자리 숫자를 찍고 십수년을 일해도 벌 수 있을까 말까 한 돈이 나의 가상화폐 지갑에 들어온다면 나라도 사리판단을 흐리게 될 것 같다. 도대체 언제 팔아야 한단 말인가? 모두가 J커브를 그리며 올라가는 그래프의 아름다운 모습에 영혼을 빼앗겨 버릴 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반대 상황은 상상하고 싶지도 않겠지만.

 

삼총사의 제주도 7성 호텔 여행은 비트코인 판타지의 끝판왕이었다. 그들이 투기한 이더리움의 떡상은 과거의 구질구질한 삶들을 모두 안드로메다로 날려 버렸다. 달까지 가보자는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이전까지 자신들을 옥죄던 물질적 조건과 제약으로부터 해방되자, 매 순간들이 행복으로 치환되었다. 자본주의 시스템 아래, 우리가 얼마나 물질의 노예가 되었는지 여실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조마조마한 순간들을 넘기는 삼총사 모두 한몫 든든하게 챙기고 엑싯에 성공했다. 이거야말로 현대판 동화가 아닌가. 이더리움의 선구자이자 강장군 은상 언니가 다해와 지송을 차례로 비트코인 투기판에 끌어 들이는 장면은 전형적인 불안 마케팅이다. 억대를 넘어가는 이더리움 지갑을 눈앞에 들이미는데 아마 당해낼 장사는 없을 것이다. 후발주자인 지송이 주저주저하며 조금 더 먹겠다고 엑싯 순간을 늦추는 장면에 어찌나 공감이 가는지 몰랐다.

 

이더리움이 그들의 관계에 균열을 내기 전에 야근을 위해 의기투합한 삼총사가 테이크아웃 맥주를 마시면서 떠들다가 직장 상사에게 들킬 뻔한 장면도 압권이었다. 물질이라는 외부적 조건이 개입하기 전, 정말 순수하게 즐길 수 있었던 시간에 대한 묘사는 경쾌했다.

 

우리의 욕망은 어디로 가는 걸까. 이룰 수 없다고 판단한 욕망에 대해서는 아예 외면하거나 적당히 타협하고 있지는 않은지. 주변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부추기는 욕망의 본질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뱀다리] 안윤 작가의 소설집에서 만난 "윤슬"이라는 단어를 다시 만나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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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1-10 1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말은 참 많이 들었는데요. 하룻밤 새에 다 읽으셨군요! 내용 보니 드라마로 만들어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레삭매냐 2023-01-10 13:47   좋아요 1 | URL
격렬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바로 드라마 각이지 싶습니다.
비트코인과 제주도 바다 같이
콘텐츠와 비주얼에서 어필할
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과업계의 이야기까정 !!!

라로 2023-01-10 13: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또 이렇게 뚝딱 쓰셨군요!! 저는 오늘 <쇼사> 100페이지 (전화기로) 읽었어요,, 그러니 책으로 한 50페이지도 안 되게 읽었겠죠??^^;;;
윤슬이 반짝이는 잔물결?인가요??
제가 아이 한 6명쯤 낳았다면 막내의 이름으로 짓자고 했던, 아 놔~~~.ㅎㅎㅎㅎ

레삭매냐 2023-01-10 13:53   좋아요 1 | URL
저의 기분 가는 대로
적는 날림 리뷰~이지효
ㅋㅋㅋ

밤에 읽고 낮에 희미한
기억에 의지해서 쓴다는.

<쇼샤>는 정영문 작가가
번역을 한 것 같은데...
왠지 18년 전 번역을 울궈
먹은 게 아닌지 합리적 의
심이 드네요 ㅋㅋㅋㅋ

분명 사둔 기억이 나는데
어디에 있는지 찾아야겠
습니다.

윤슬, 니름이 반짝반짝합니다.

페크pek0501 2023-01-10 1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고 좋아하게 된 작가입니다. 이 책도 탐나는군요...

레삭매냐 2023-01-10 19:09   좋아요 0 | URL
다른 단편들을 모두 잊어
버리고 오로지 거북알만
기억이 나네요 ^^

일상의 소소함을 퍼올리
는 트렌드세터답다는 생
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부터 화초 재배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예전에 산 녀석들은 제 때 분갈이를 해주지 않아, 죽고 말았다. 특히 고무나무 두 쌍은 좀 자란 뒤에 서로 다른 화분에 나누어 주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나중에 보니 서로 뿌리가 뒤엉켜 있더라. 좀 미안했다.

 

그 무렵에 같이 산 수국은 그야말로 불사조처럼 죽었다가 살았다가를 반복했다. 물론 나의 관리 미비였겠지만.

 

인천집에서 데려온 쪼매한 고무나무와 동네에서 산 스투키가 그동안 주력이었다. 스투키 녀석들도 한 화분에 있다가 너무 퍼져서 작년에 나누어 심었더니 화분이 다섯 개나 필요했다. 굳이 무얼 해주지 않아도 녀석들은 잘 자란다.

 

2년 전엔가 이목동 해우재 부근에서 해바라기 씨를 잔뜩 받아 왔는데 그 녀석들을 제법 재미를 봤다. 우뚝 자라서 꽃도 피우고... 두 번째 핀 해바라기에서 내린 노란 꽃가루가 지금도 고무나무 잎사귀에 묻어 있더라. 세 번째로 심은 씨앗에서 싹이 트고 있다. 집 근처 왕송호수에도 재작년에는 해바라기가 많이 있었는데 올해에는 씨앗이 없는지 어쨌는지 거의 없더라. 그래서 씨앗 받는데 실패. 올해에는 좀 받아야지 싶다.

 

지난 가을 여주 강천마을에 사는 친구네 집에 가서 채송화(?) 녀석들도 조금씩 자라고 있다. 넘들은 보통 봄에 꽃씨를 심는데 나는 주로 겨울에 심는구나 그래.

 

지난주에 안윤 작가의 책을 읽다가 네그리타 튤립 품종에 대해 알게 됐다. 그렇지 않아도 튤립 구근을 좀 심어볼까 싶었는데... 이때다 싶어서 바로 인터넷으로 주문장을 날렸다. 이제 인터넷 쇼핑은 돈만 있다면 세상의 모든 걸 살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어 버렸다. 네그리타 구근 5개에 4천원 그리고 배송비 4천원 총 8천원이 들었다.

 


지난 금요일날 주문해서 그 다음날 바로 도착했다. 빠르기도 하여라. 그런데 지난 토요일 일요일 너무 바빠서 도착한 구근이 담겨 있는 택배 상자를 열어 보지 못했다. 너무 궁금해서 어제 일단 상자를 열어 보니 주황색 망사 보따리 안에 구근 다섯 뿌리가 잘 담겨 있었다. 피곤하기도 하거니와 정신이 없어서 일단 확인만 했다.

 


오늘 점심 먹고 나서 램프의 요정에 들러 책도 팔고, 이맛트에 가서 싸구리 플라스틱 화분도 하나 사고, 화분 받침대 그리고 분갈이용 흙을 샀다. 그리고 보니 책 팔아서 원예 도구를 산 셈이네 그래. 집에 와서는 네그리타를 다섯 개의 화분에 나누어서 하나씩 심었다. 그전에 아보카도 씨앗을 심었던 화분을 재활용하려고 아보카도 녀석을 캐어 보니 세상에나 뿌리가 난 게 아니던가. 예전에 수경재배하겠다고 도전했던 세 녀석 중에 두 명은 장렬하게 전사하고 하나만 살았네 그래. 정말 오래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니만 진짜였네. 고이 다시 심어 주었다.

 

울산에 사는 지인이 찾았다는 시흥의 이색 식물매장, 아프리카 식물을 전문으로 한다고 한다, -마이-포레스트라는 곳을 알게 되었는데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맨손으로 흙을 만졌더니 손에서 흙냄새가 나는구나. 평소에 흙을 만질 일이 없다 보니. 원래 분갈이용 흙은 그냥 노상에서 퍼오려고 했는데 귀찮아서 마트에서 사왔다. 감자에 싹이 나서 못먹게 되었는데 그 녀석도 한 번 심어나 볼까나.

 


오늘 심은 나의 네그리타여 부디 무럭무럭 자라나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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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1-10 15: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에 음식에 식물까지! 레삭매냐님은 진정 취미왕이십니다~!!

레삭매냐 2023-01-10 19:10   좋아요 1 | URL
고저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
이죠 :>

길에 핀 씨앗들을 받아다가
심어서 꽃을 피우는 걸 보
는 재미도 쏠쏠하더군요.

부디 잘 자라길.

chika 2023-01-10 18: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튤립, 수선화 구근 받아서 그냥 흙에 묻어뒀는데 튤립은 다 녹아버리고 수선은 잎만 무성히 자라다가 끝내 꽃은 안피우고 그냥 져버렸어요. 구근뿌리는 한번 추웠다가 따뜻해지면 꽃을 피운다는데... 잘 자라기를 기원합니다~

레삭매냐 2023-01-10 19:11   좋아요 2 | URL
저도 작년에 수선화 튤립 꽃
피울 무렵에 사긴 했는데...

그 다음에 그만 다 죽어 버렸
답니다. 이번에는 아에 구근
에 도전 중인데 다섯 개 중에
한 두개는 기대해 봐도 되지
않을까요. 감사합니다.

chika 2023-01-10 20:47   좋아요 2 | URL
꽃사진 볼 날을 기대해보것슴다 ^^

그레이스 2023-01-12 00:01   좋아요 2 | URL
아직 1월밖에 안됐는데, 방치해놨던 화분에서 튤립 싹이 올라왔어요
꽃은 피울수 있을까 의심되지만 일단 지켜봅니다.
튤립구근은 한해밖에 못 산다던데...ㅠ
간혹 생명의 힘을 보여주기도 하네요

레삭매냐 2023-01-12 10:20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 전 작년에 거의 꽃 필
무렵 튤립 샀다가 꽃을 멋지게 피우
고 장렬하게... 제가 아마 관리를 못
한 탓이지 싶습니다만.

자목련 2023-01-12 12: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매냐 님의 화분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저도 기대를 심어보아요^^

레삭매냐 2023-01-12 15:06   좋아요 0 | URL
저도 기대만빵이랍니다 -

부디 멋진 튤립이 피길
기대해 봅니다.
 
자본주의의 적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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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이상한 신문에서 따뜻한 자본주의 3.0 시대를 준비하라는 뭐 그런 식의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 그런데 자본은 생리적으로 따뜻할 수가 없는 그런 것이었다. 이익의 추구를 위해서라면, 노동자들의 안전이나 건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매일 같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노동자가 있을 정도로 산업재해가 많다는 건 비밀도 아니다. 그 노동자가 내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조금은 살벌했나? 하지만 어쩌랴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인 것을.

 

<자폐가족> 이야기로 시작되는 정지아 작가의 <자본주의의 적> 소설집을 보면서 든 사유의 파편들이었다. 작년 세간에 화제가 된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으면서 정지아 작가를 알게 됐다. 만부 작가답게, 나의 레이더망 밖에 있었던 모양이다. 책의 발간 순서는 <아버지의 해방일지>보다 <자본주주의 적>이 먼저 나왔지만 왠지 모르게 전자가 후자의 연장선상에 서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는 빨치산의 딸이라는 낙인을 평생 달고 살아야 했다. 박사님에 교수님이 되어서도, 샤넬백을 매는 빨치산의 딸이라는 모욕에 가까운 말을 들어야 했다. 그런데 출신은 사회주의자의 자식이면서도 자유와 평등 혹은 공평한 분배 같은 고상한 이데올로기 용어보다도 누가 봐도 산뜻한 샤넬에서 만든 클래식 플랩백을 갖고 싶은 욕망은 어쩔 수가 없는 욕망이다. 작가의 고백처럼, 자본은 인간의 욕망을 그야말로 무한으로 유도한다. 신상백, 자동차 그리고 휴대폰 삼총사는 욕망의 디폴트로 제시되며 시대의 기준이 되어 버렸다. 꼬맹이조차 아이폰 타령을 해대니 할 말이 없다. 어려서부터 그렇게 자본의 세례를 받은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된다.

 

작품에 등장하는 방현남 가족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십년도 넘은 차를 타고 있으며 핸드폰은 직장 동료가 넘겨준 것을 수년째 사용하고 있다. 내가 왜 남들이 타는 그런 삐까뻔쩍한 신상 자동차 그리고 최신형 휴대폰을 사용해야 하는 거지? 어쩌면 경쟁을 아예 포기해 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 물질적 소유로 내가 타인보다 우월하다는 그런 심리적 만족감을 욕망은 노린 게 아닐까. 방현남 패밀리처럼 새로운 것이나 사람에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는 편은 아니지만(사실 좀 너무 극단적 설정이 아닌가 싶다), 아주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 어쩌면 태생적으로 보수적 성품이라 그런 지도 모르겠지만.

 

설원 출신의 개의 입장에 대입해서 작금에 자신이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관찰한 이야기도 재밌었다. 처음에는 좀 당황스러웠다. 화자가 사람인가 개인가 헷갈렸다. 그러다가 개를 의인화해서 주인에게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의 그 무엇을 타겟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아버지의 해방일지>에서 이데올로기 전사로 산사람이었던 작가 부모들의 이상적 도전기가 연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근처 사는 똥개는 주인이 던져주는 고기에 길들여져 버렸다. 고기를 임금으로 치환하면, 자본가가 던져 주는 얼마 되지 않는 임금에 영혼을 파는 우리네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느끼게 된다. 그래서 주인공 댕댕이는 주인의 선심 삼아 던져주는 삼겹살 대신 이웃의 닭을 사냥해서 잡아먹는다. 그리고 자신을 덮친 똥개를 비웃는다. 그것 참. 주인의 먹이는 거부하고 남의 걸 몰래 잡아먹는 건 괜찮다는 말인가? 그 닭들은 심지어 이웃이 애지중지하던 오골계였다고 한다. 똥개와의 관계에서 태어난 새끼들을 건사하게 되는 웃픈 상황도 이어진다.

 

댕댕이 스토리는 나중에 새끼 냥이들을 내팽개친 어미 고양이 서사로 이어진다. 잘 나가는 로펌 대표 변호사 지원을 애인이자 미래의 남편감으로 둔 화자는 얼결에 고양이 가족을 부양하게 된다. 그녀에게는 결혼이나 출산 같은 일보다 현재 자신의 커리어가 더 중요하다. 남친 지원은 자신이 일과 자신의 애인이 최근에 돌보게 된 고양이보다도 못하다는 투정을 날린다. 집사들의 사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뭐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성장 배경과 사회적 조건들이 상이하게 다른 객체들의 이해란 결국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있는 그대로 상대를 받아들이던가 아니면 포기하는 거지. 어떤 면에서 사람들 사이의 관계조차 물적 토대에 의해 규정될 수밖에 없다는 서글픈 현실을 직격하지 않나 싶다.

 

K읍에 사는 원어민 교사들의 이야기도 심상하게 다가온다. 독서모임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당시, 서울에서 지내던 그들과 접점이 있어서일까. 편리함과 즐거움을 원한다면 응당 서울에서 지내는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또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거창하게 세계화 경쟁에서 밀려난 스텔라나 존 같은 이들이 남도의 어느 카페에 모여 봄밤 축제에 참가하고 그러며 산다는 거다. 이것 역시 자본주의 사회가 끊임없이 선전하고 불안을 조성하는 소비와 성공 그리고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음에 대해 걱정하라는 부추김이라고나 할까. 남도에 사는 우리 친구 B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전부터 구상 중이라던 글쓰기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묻지 못한 지 참 오래됐다.

 

단기 기억상실에 걸린 남자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케냐 커피 피베리를 즐겨 마시고, 안캅 팔레르모 잔의 미학을 아는 화자가 정작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나에게 커피란 그저 대화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한데 또 누군가에게는 수준 높은 취향의 문제로구나 싶었다. 예전 같았으면 나도 한 번 피베리 커피를 먹어 보겠다고 근처에서 파는 곳이 없나 찾아보겠지만, 이젠 그럴 마음이 없어져 버렸다. 그들은 그들의 삶을 살 것이고 나는 또 내 나름의 삶을 살아갈 것이기 때문에. 내가 누구인지 모르게 되었을 때, 나의 존재를 증명해 줄 수 있는 게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을 포착해서 작품으로 형상화한 작가의 상상력이 마음에 들었다.

 

어제 도서관에 이 책을 빌리러 갔는데, 보통 사이즈의 책이 대출 중이어서 큰글자 책으로 읽었다. 이제 나이가 들었는지 큰 글자책이 나쁘지 않았다. 큰 글자든 작은 글자든 내용이 중요하지 껍질이 무슨 상관이겠는가. 소설집에 실린 9편의 소설 모두 마음에 들었다. 계속해서 자본에 종속되어 살 수 밖에 우리 평범한 독자들의 각성을 위해 건필해 주시길 바란다. 그나저나 정지아 작가가 표제에서 규정한 자본주의의 적은 어지간한 것도 사지 않는 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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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3-01-09 2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큰 글자 책 궁금했는데 나쁘지 않군요@_@;;; 저도 자본주의의 적인가봐요.ㅎㅎ(은근슬쩍 레삭매냐님과 한 편 하고 싶은^^;;;) 십년 훨씬 넘은 차를 애지중지하며 타고 있어요. 신상백 같은 건 전혀 관심 없고 휴대폰 먹통 되어야 바꾸고ㅎㅎ;;;;

레삭매냐 2023-01-09 20:56   좋아요 1 | URL
오호라 저의 편이 여기 있으
셨군요, 달밤 동지님하 !!!

옷도 닳을 때까지 입은 닝겡
이가 바로 저랍니다. 구식이
지요.

헤진 청바지 보수해서 입겠
다고 세탁소에 맡겼다가 돈
만 날렸습니다 ㅠㅠ

고양이라디오 2023-01-10 1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도 있었군요ㅎ 레삭매냐 님 덕분에 정지아 작가 다음 책 정했네요ㅎ

레삭매냐 2023-01-10 19:12   좋아요 1 | URL
출간 순서로는 <해방일지>에
앞서 나온 책이더라구요 :>

부담스럽지 않은 소설집이었
습니다.

그레이스 2023-01-11 2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버지의 해방일지가 2022년 베스트셀러였더라구요?!
읽어봐야겠어요.
이 책이 먼저면 이것부터 읽어얄까요?

레삭매냐 2023-01-12 10:21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는 <자본주의의 적>
을 읽고 나신 다음에, <해방일지>
를 만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목련 2023-01-12 1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고 소설일 거라는 생각은 못했어요.

레삭매냐 2023-01-12 15:07   좋아요 0 | URL
정지아 작가 삶의 내력을
살펴 보면, 제목의 유래가
읽힌다고나 할까요.

<해방일지>와 셋트인 책
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사벨 아옌데의 <세피아빛 초상>을 읽고 나서, 비축해 둔 그녀의 다른 작품 <바다의 긴 꽃잎>에 돌입했다.

 

작년 말에 램프의 요정에서 중고책 할인해 준다고 해서 부리나케 달려 나가서 사온 책이다. 지금 열심히 읽고 있다.

 

그 때 같이 산 책이 에시 에디잔의 <워싱턴 블랙>이다. 이 책도 읽기 시작하긴 했었지. 바베이도스 노예 제도를 다룬 기대작 <워싱턴 블랙>은 비슷한 주제를 다룬 그 어느 소설보다 잔혹해서 당분간 접어 두었다. 리얼리티라면 정말...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그리고 그전에 본 영화 <안테벨룸> 생각이 자꾸만 났다.

 

현실의 미국에서 벌어진다고 해도 완전히 불가능하지 않을 만한 그런 설정이지 싶다. 그만큼 인종차별의 유구한 역사는 지울 수가 없다는 거겠지. 사람들의 의식에서 비롯된 편견을 수정하는 일은 더더욱 어려울 것이고.

 

내가 새해 으로 산 책은 이사벨 아옌데의 <세피아빛 초상>이었다. 잔뜬 쟁여둔 적립금과 럭키백 할인으로 7,900원에 데려왔다. 조금도 책값이 아깝지 않았다. 몰입, 즐거움 그리고 의미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사냥한 드문 책이었다.

 

칠레와 볼리비아/페루가 맞붙은 태평양 전쟁(War of the Pacific)이 궁금해서 군사전략연구소인가에서 나온 논문을 다 찾아봤다. 지금까지도 분쟁 중인 아타카마 사막과 안토파가스타 지역에 대해 알 수가 있었다.

 

다시 <바다의 긴 꽃잎>으로 돌아가 보자. 1938, 프랑코 파시즘에 맞서 싸운 공화군 소속 일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빅토르 달마우는 내전의 성패를 가른 테루엘 전투에서 왼쪽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고, 동생 기옘은 에브로강 전투에서 전사했다. 아버지 마르셀 류이스는 돌아 가시기 전에 차남의 전사를 예언하고, 프랑코 독재가 시작되면 엄청난 보복이 따를 거라며 어머니와 딸 같이 지내던 피아니스트 제자 로세르 브루게라를 데리고 망명을 떠나라고 권한다. 패배한 사람들의 집단 망명에 대한 이야기인가. 그리고 목적지는 아마도 칠레겠지.

 

내가 살던 집, 언어, 사회 문화 모든 것을 버리고 낯선 곳에 가서 정착한다는 게 쉬운 일일까. 그나마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에스파냐 말을 쓰니 그나마 좀 낫지 않았을까.

 

앤서니 비버의 <스페인 내전>에도 나오는 말이지만, 내전 기간 동안 프랑코 독재집단의 공화파에 대한 만행에 대해서만 줄로 알고 있었다. 물론 프로파간다이긴 하지만 공화파의 파시스트들에 대한 만행 역시 적지 않았다고 한다. 사제와 수녀들을 공화국의 적으로 돌려 살해하고, 포로로 잡은 국민전선 포로들은 잔혹한 방식으로 처형했다. 사실 조금 충격이었지만, 공화파가 내전에서 승리했다면 그들 역시 프랑코 못지 않은 보복을 자행했을 거라고 앤서니 비버는 말한다. 이사벨 아옌데는 불굴의 전사 기옘의 말을 빌어 그러한 일들이 실제로 있었노라고 서술한다. 이런 균형 잡힌 서사를 나는 높이 평가하고 싶다.

 

국민전선 일파가 실질에 중점을 두고 독일과 이탈리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내전을 유리하게 이끌어 갔다면, 공화파의 지나친 이상주의는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었고 서방의 지원을 이끌어 내지 못하면서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새해 첫 주말, 나는 그렇게 <바다의 긴 꽃잎>이 구사하는 장대한 서사에 물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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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소민아 2023-01-09 1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균형잡히고 장대한 서사....궁금해집니다~~

레삭매냐 2023-01-09 20:54   좋아요 0 | URL
연초에 여러 책들을 번갈아
가며 읽다 보니 순위가 좀
뒤로 밀리긴 했어도... 여전히
놓지 못하고 읽고 있답니다.

스페인 내전에서 패배한 이
들이 위니펙 호에 올라 칠레
로 망명한다는 설정이 참 -

흥미진진의 연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