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부터 화초 재배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예전에 산 녀석들은 제 때 분갈이를 해주지 않아, 죽고 말았다. 특히 고무나무 두 쌍은 좀 자란 뒤에 서로 다른 화분에 나누어 주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나중에 보니 서로 뿌리가 뒤엉켜 있더라. 좀 미안했다.
그 무렵에 같이 산 수국은 그야말로 불사조처럼 죽었다가 살았다가를 반복했다. 물론 나의 관리 미비였겠지만.
인천집에서 데려온 쪼매한 고무나무와 동네에서 산 스투키가 그동안 주력이었다. 스투키 녀석들도 한 화분에 있다가 너무 퍼져서 작년에 나누어 심었더니 화분이 다섯 개나 필요했다. 굳이 무얼 해주지 않아도 녀석들은 잘 자란다.
2년 전엔가 이목동 해우재 부근에서 해바라기 씨를 잔뜩 받아 왔는데 그 녀석들을 제법 재미를 봤다. 우뚝 자라서 꽃도 피우고... 두 번째 핀 해바라기에서 내린 노란 꽃가루가 지금도 고무나무 잎사귀에 묻어 있더라. 세 번째로 심은 씨앗에서 싹이 트고 있다. 집 근처 왕송호수에도 재작년에는 해바라기가 많이 있었는데 올해에는 씨앗이 없는지 어쨌는지 거의 없더라. 그래서 씨앗 받는데 실패. 올해에는 좀 받아야지 싶다.
지난 가을 여주 강천마을에 사는 친구네 집에 가서 채송화(?) 녀석들도 조금씩 자라고 있다. 넘들은 보통 봄에 꽃씨를 심는데 나는 주로 겨울에 심는구나 그래.
지난주에 안윤 작가의 책을 읽다가 네그리타 튤립 품종에 대해 알게 됐다. 그렇지 않아도 튤립 구근을 좀 심어볼까 싶었는데... 이때다 싶어서 바로 인터넷으로 주문장을 날렸다. 이제 인터넷 쇼핑은 돈만 있다면 세상의 모든 걸 살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어 버렸다. 네그리타 구근 5개에 4천원 그리고 배송비 4천원 총 8천원이 들었다.

지난 금요일날 주문해서 그 다음날 바로 도착했다. 빠르기도 하여라. 그런데 지난 토요일 일요일 너무 바빠서 도착한 구근이 담겨 있는 택배 상자를 열어 보지 못했다. 너무 궁금해서 어제 일단 상자를 열어 보니 주황색 망사 보따리 안에 구근 다섯 뿌리가 잘 담겨 있었다. 피곤하기도 하거니와 정신이 없어서 일단 확인만 했다.

오늘 점심 먹고 나서 램프의 요정에 들러 책도 팔고, 이맛트에 가서 싸구리 플라스틱 화분도 하나 사고, 화분 받침대 그리고 분갈이용 흙을 샀다. 그리고 보니 책 팔아서 원예 도구를 산 셈이네 그래. 집에 와서는 네그리타를 다섯 개의 화분에 나누어서 하나씩 심었다. 그전에 아보카도 씨앗을 심었던 화분을 재활용하려고 아보카도 녀석을 캐어 보니 세상에나 뿌리가 난 게 아니던가. 예전에 수경재배하겠다고 도전했던 세 녀석 중에 두 명은 장렬하게 전사하고 하나만 살았네 그래. 정말 오래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니만 진짜였네. 고이 다시 심어 주었다.
울산에 사는 지인이 찾았다는 시흥의 이색 식물매장, 아프리카 식물을 전문으로 한다고 한다, 비-마이-포레스트라는 곳을 알게 되었는데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맨손으로 흙을 만졌더니 손에서 흙냄새가 나는구나. 평소에 흙을 만질 일이 없다 보니. 원래 분갈이용 흙은 그냥 노상에서 퍼오려고 했는데 귀찮아서 마트에서 사왔다. 감자에 싹이 나서 못먹게 되었는데 그 녀석도 한 번 심어나 볼까나.

오늘 심은 나의 네그리타여 부디 무럭무럭 자라나 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