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프의 요정의 유혹을 강렬하다.

오늘은 또 2시부터 6시 사이에 중고책 2만원 어치를 사면 10퍼를 깎아 준다고 한다.

 

이 소식에 눈이 휘둥그래진 나는 부랴부랴 뭔 책을 살 게 없나 검색에 돌입한다.

일단 <아파트먼트>6개월 제한이 풀려 시장에 나왔다. 옥케 이거 하나 담고...

 

그런데 2만원 이상이라고? 적립금 1,500원 쓰고도 더 넘겨야 한다는 거네 그래.

난이도가 초큼 높아진다.

 

그래서 필로소픽에서 나온 <비트겐슈타인과 세기말 빈>으로 낙점한다.

그리고 바로 매장으로 달려갔다. 퇴근 전이고, 타임세일 한 시간을 남겨두고 미션 컴플릿!

 

책을 사들고 의기양양하게 돌아오면서 바로 든 생각 하나.

도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인지. 책 정리해서 팔겠다고 계속해서 발라내면서도 또 사들이니 결국 똔똔 아닌가.

 

알라디너 어떤 분은 책을 팔아서 주식을 한다고 하시던데...

나는 주식배당 받은 푼돈으로 책을 사들인다. 뭐 그렇게 가는 거지.

 

이제 집에 갈 시간이다.

피곤한 금요일이 다 지나가 버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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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4-22 18: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
그래도 좋은 책들 사셨네요 ㅋㅋ

레삭매냐 2022-04-23 09:50   좋아요 1 | URL
츠바이크의 <메리 스튜어트>
그리고 토머스 새비지의 <파워
오브 도그> 읽다 말고 또 새로
운 책인 <아파트먼트>를 읽기
시작했네요.

글 쓰는 책쟁이들의 이야기라
그런지 아주 재밌네요.

mini74 2022-04-22 2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근처에 알라딘 중고매장이 없어서 참 다행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ㅎㅎㅎ

레삭매냐 2022-04-23 09:51   좋아요 2 | URL
그니깐요, 계속해서 책을
사들이게 되니 -

근데 책 팔 때는 좋더라구요.
가까운데 있으니 들고 가서
바로 팔아 치워 버린다는.

햇살과함께 2022-04-22 22: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도 퇴근하다 사고 싶은 책 중고매장에 뜨면 지하철 타고 가다 들렀다가 다시 타고 가기도요~

레삭매냐 2022-04-23 09:51   좋아요 2 | URL
이야 대단하십니다 -

저는 그만한 열정이... 쿨럭

예전에는 원정도 다니고 그
랬었는데 이젠 늙어서 열정
이 다 휘발해 버렸네요.

노을 2022-04-22 23: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혹하더군요^^;;;

레삭매냐 2022-04-23 09:52   좋아요 2 | URL
2천원 할인 받겠다고
18,000원을 썼으니 ㅋㅋ

감은빛 2022-04-23 07: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중고책도 검색이 가능하다는 걸 처음 알았네요. 선택하신 두 책이 모두 궁금하네요. 행복한 독서 되시길 바랍니다.

레삭매냐 2022-04-23 18:16   좋아요 0 | URL
거의 습관적으로 오늘은 또
뭔 책이 중고 서점에 깔렸
나 하고 살펴 보며 일상을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아파트먼트> 재밌네요,
감사합니다.

coolcat329 2022-04-23 07: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0프로 할인 무시 못하죠. ㅋ
책상태가 참 좋네요~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2-04-23 18:17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

램프의 요정이 요즘 검수
를 엄청 빡시게 하더라구요.

<비트겐슈타인>은 심지어
비닐 포장까지 되어 있답
니다. 놀라워라...
 
킨 : 그래픽노블
존 제닝스 그림, 옥타비아 버틀러 원작, 데이미언 더피 각색, 박설영 옮김 / 프시케의숲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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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그래픽노블이라는 치트키를 사용했다. 요즘 책읽기 재미도 그냥 그렇고 해서, 이럴 땐 모름지기 그래픽노블이지라는 생각으로 옥타비아 버틀러의 <> 그래픽노블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주문장을 날렸고, 책을 받았으며 그 자리에서 아마 바로 읽은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나서 한참 있다가 희미해진 잔재 위에 리뷰라는 결과물을 쌓아본다.

 

주인공은 26세의 데이나 프랭클린은 왼쪽 팔을 잃은 채 병원에서 깨어난다. 때는 1976년 여름, 아마 미국 건국 200주년을 기념한다고 사방에서 불꽃놀이 준비가 한창이지 않았을까. 그녀는 이제 막 1815년 메릴랜드로부터 마지막 시간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소설의 원제인 킨드레드는 혈연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어쩌면 자신의 조상일지도 모를 1815년의 루퍼스 와일린 일병 구하기를 하러 숱하게 현재와 과거를 오가다 등짝에 심하게 채찍을 맡기도 하고 와일린 농장에서 노예 생활을 하다가 결국 귀환길에 결국 팔까지 잃은 것이다. 아니 목숨을 잃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데이나는 자신과 띠동갑내기 백인 남편 케빈과 함께 산다. 아마 데이나가 그꼴로 현재로 왔다면 경찰들은 당연히 남편인 케빈을 의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도 아니었고, 자신의 타임슬립에 대해 설명한다 해도 경찰들은 아마 그녀를 미치광이 취급을 하지 않았을까. 흑인 여성이라는 정체성에 대한 시선이 그래픽노블의 초반에서부터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것은 혐오와 차별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 싶다.

 

데이나는 루피가 과거에서 죽음의 위협(?)에 빠질 때마다 등장해서 루피를 돕는다. 그런데 루피의 가족들은 그녀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그녀에게 감사한 마음을 1도 가지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이 와일린 패밀리로 하여금 흑인들에게 그런 혐오와 차별하는 마음을 갖게 만들었을까? 19세기 미국 사회는 순전히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 도모하기 위해 강제로 아프리카에서 잡아온 흑인들을 노예로 부리기 시작했다. 자신들과는 다른 피부색을 가진 같은 인간들을 우생학적으로 구분해 인간보다 못한 존재로 규정했다. 그들의 희한한 논리에 성경에 나오는 노아와 아들들의 이야기가 동원된 건 또 하나의 역설이었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성경의 진짜 메시지 대신, 취사선택한 한 부분이 전체를 집어삼키는 방식으로 독실한 기독교도들 역시 흑인 노예를 양심에 거리낌 없이 부렸다.

 

과거로의 타임슬립을 자신이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데이나는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시간여행에 대비해서 준비하기 시작한다. 197669일의 데이나는 자유인이지만, 1815년으로 간 데이나는 백인들의 눈에 그저 바지를 입고 잘난 척하는 이상한 모양새의 흑인일 뿐이었다. 데이나가 자신들처럼 유창하게 글을 읽고, 논리를 구사한다는 점도 톰 와일린을 비롯한 백인 농장주들은 참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루피의 아버지 톰은 채찍으로 데이나에게 혹독한 교훈을 안겨준다. 당장의 물리적 폭력은 자유로운 인간의 사유를 마비시키고, 현실에 적응하도록 강제하는 그런 효과를 가져온다.

 

당시 미국 남부에 수많은 흑인들이 노예로 있었는데 왜 그들이 로마 시대의 스파르타쿠스 반란 같은 대규모 반란을 일으키지 않았나 하는 점이 나는 항상 궁금했다. 그런데 데이나 같은 자유인도 압도적인 폭력과 시스템적으로 고착화된 노예제도 그리고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현실과 타협하고 내면화시키게 되는 과정이야말로 서구에서 가장 선진적이었다는 민주주의 국가 미국 사회에 잉태된 비극의 원인이 아니었을까. 그에 수반된 혐오와 차별은 주류 사회의 인식에서 제거되지 않았고, 현재진행형이다. 아무리 봐도 이상한 정치인들이 그것을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한 불쏘시개로 사용하는 건 이제 일상이 된지 오래다.

 

루피는 데이나에게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도 그녀가 정작 바라는 도움은 주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녀를 방해한다. 데이나 남편 케빈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데이나의 편지를 보내지 않고 숨겨둔 것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흑인 여성 앨리스를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그녀를 반복해서 성적으로 착취하고, 앨리스가 낳은 아이들도 자신의 자식으로 인정하지 않는 냉혈한의 모습을 보여준다. 시대의 한계로 그냥 치부해 버리기엔, 루피는 정말 덜되 먹은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결국 어떤 환경에서, 어떤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는가가 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나 싶기도 하다. 루피라는 캐릭터는 결국 타인 뿐 아니라 자신까지도 파멸시키는 그런 빌런의 역할을 소설에서 톡톡히 해낸다.

 

주인공 데이나는 결국 우여곡절 끝에 신체가 훼손된 상태로 현재로 돌아오는데 성공한다. 과거에서 자신을 쫓는 백인들에게 살해당하지 않고, 돌아온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그런데 왜 옥타비아 버틀러 작가는 데이나를 과거로 보내 이런 참혹한 여정을 겪게 했을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16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혐오와 차별의 유산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데이나는 온갖 고생 끝에 팔을 잃고 현재로 돌아오지만, 케빈은 다친 데 하나 없이 멀쩡한 상태로 귀환한다. 이런 비극은 왜 여성에게만 벌어지는가. 사랑이라는 허망한 구실 아래, 루피에게 갖은 학대를 당하던 앨리스도 마찬가지다. 처연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데이나의 조상들이 노예로 일했다면, 데이나는 비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한다. 데이나의 남편 케빈은 글쟁이로 성적으로나, 직업적으로나 데이나와 결을 달리 하는 삶을 영위한다. 옥타비아 버틀러는 뿌리 깊은 인종주의의 유래 그리고 나와는 다른 삶을 사는 이들에 대한 몰이해의 근원이 결국 경제적 차이와 교육에서 유래했다는 점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렇게 예리하게 지적한다. 데이나는 와일린 농장에 사는 흑인 꼬마들에게 글을 가르치다가 농장주 톰에게 발각되어 정말 호되게 채찍질을 당하지 않았던가. 백인 주인들은 개화된 흑인들이 자신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위협이 될 거라는 점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기에 무자비한 폭력으로 예방을 하려고 한 게 아니었을까. 이런 폭력적 환경에서 자란 루피 역시 학대의 악순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옥타비아 버틀러 작가가 구사하는 <>의 진짜 비극은 자유인이었던 데이나가 과거의 와일린 농장에서 어쩔 수 없이 노예 같은 삶에 조금씩 내재화하는 장면들이었다. 처음부터 자유를 몰랐던 사람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캘리포니아의 자유로운 환경에서 살던 데이나가 메릴랜드의 농장에서 복장과 말투까지 사사건건 간섭당하는 장면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 환자가 아프다고 하면 무조건 사혈로 치료하려고 덤비던 당대 돌팔이 의사 대신, 현대 의학에 대한 지식으로 사람들을 치유하는 데이나가 주술사처럼 떠받들어지는 장면도 흥미로웠다.

 

원작의 상당 부분을 압축한 <킨 그래픽 노블>을 보고 나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데이나의 타임슬립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인종주의 문제에 대한 저격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오랜 세월 굳어진 인종주의에 대한 편견에 입각한 확증편향을 고치는 게 얼마나 어려운 미션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됐다. 그래픽 노블만으로는 여전히 성에 차지 않는다. 원작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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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21 17: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킨 이 그래픽노블로도 나왔군요. 매냐님 말씀처럼 데이나가 점차 어쩔수없어의 체념 단계 그리고 흑인의 과거여행이란 소재가 참 좋았던거 같아요 ~

레삭매냐 2022-04-21 17:56   좋아요 4 | URL
미국 건국 이래 자행된
남부 지역의 노예 제도에
대한 사회 경제적 이해가
부족하다 보니, 아무래도
피상적인 책쟁이의 독해
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원작을 만나봐야지 싶네요.
참, 넷플릭스에서 이런 책을
가만 놔두는 게 이상하네요.

얄라알라 2022-04-24 2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포일러가 될까 조심스럽지만, <안티벨룸>을 사전정보 없이 보면, mini74님 표현처럼 ˝흑인의 과거여행(?)˝을 생각하게 돼요. <킨> 읽고 싶던 책인데, 레삭매냐님께서 원작으로도 더 들어가고 싶어지신 책이라니 꼭!

레삭매냐 2022-04-25 01:30   좋아요 1 | URL
얄라알라님 감사합니다.

주신 정보로 <안티벨룸> 수배해서
바로 봤는데 정말 대단하네요.
이 영화는 쌩으로 봐야 제 맛이겠네
요. 와우!!!

버틀러 여사의 <킨>이 바로 떠올랐
습니다. 어제 도서관에서 <킨> 빌려
왔답니다.
 
킨 : 그래픽노블
존 제닝스 그림, 옥타비아 버틀러 원작, 데이미언 더피 각색, 박설영 옮김 / 프시케의숲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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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블을 읽고 나니 더더욱 원작이 읽고 싶어졌다. 데이나 프랭클린의 시간여행에 인종주의 이슈까지 곁들여진 대작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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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오브 도그> 토머스 새비지

 

이 책을 사러 원정을 나갈 생각까지 하고 있던 차에...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어제 중고서점에 이 책이 입고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바로 뛰가서 사들였다.

 

하지만 바로 읽기 시작하진 않았다.

 

오늘 아침 출근 길에 펴 들었다. 지난 일요일부터 읽던 에휘봉 씨의 <랭스로 되돌아가다>도 물론 가방에 들어 있었다. 하지만 나의 퍼스트 픽은 바로 <파워 오브 도꾸>였다.

 

모두 1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었고, 아침에 첫 번째 챕터를 다 읽었다. 기대 이상으로 재밌다.

 

넷플릭스에서 만들었다는 영화도 있다고 해서 너튜브를 찾아 리뷰들을 검색해 본다. 감독이 무려 제인 캠피언이라고 한다. 아니 도대체 언제 때, 제인 캠피언이던지.

난 여전히 이십대 시절 대학 동창이 영화 <피아노>의 주인공인 멋지지도 않은 하비 케이틀이 그렇게 매력적일 수가 없었노라는 말을 기억하고 있다.

 

미국인 작가가 쓴 퀴어 웨스턴을 뉴질랜드 출신 감독이 몬태나라고 구라를 치고 뉴질랜드에서 찍었다는 점이 호기심을 마구 자극해낸다. 미국 스타일의 웨스턴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그 흔한 결투나 총싸움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영화 <파워 오브 도꾸>를 다른 서부영화들과 다른 결을 만들지 않았나 싶다.

 

소설/영화의 제목은 성경 구약의 시편(2220)에서 인용했다고 하는데, 뜻을 들어도 여전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장소는 미국의 몬태나 그리고 시간은 1925. 1차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미국은 그동안 세계의 주인행세를 하던 영국을 대신해서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를 열 준비에 들어갔다. 전후에 진행된 산업화는 마차나 말을 이용하던 탈것이 자동차로 바뀌고 있었다. 캘리포니아 대학 출신의 뛰어난 능력을 지닌 필 버뱅크는 그런 문명의 이기를 모두 거부하고 거친 카우보이들 사이에서 탁월한 불까기 실력을 보여준다. 상남자 마초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40세 형님보다 2살 어린 동생 조지 버뱅크가 버뱅크 목장의 공동소유주로 등장한다. 모든 면에서 형 필과는 다른 스타일의 조지. 필이 과거를 대표하는 선수라고 한다면, 말 대신 자동차를 타고 싶어하는 조지는 다가올 산업화된 미래를 암시한다.

 

그렇게 워밍업으로 두 상이한 형제들을 소개한 뒤, 바로 삼각축을 형성한 로즈 고든의 연애사를 소개하는 부분까지 읽었다.

 

전형적인 웨스턴이라기 보다는 치밀한 심리 스릴러 형식의 영화라고 하는데 과연 소설에서는 어떤지 읽어봐야 알겠지. 아마 책을 읽다가 못 참겠으면 영화부터 먼저 볼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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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20 11: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꾸 !!! 넘 반갑고 정겨운 단어에서 빵 터졌어요. 도꾸라고 하나 갑자기 막 컴버배치가 사투리할 것 같은 ㅎㅎㅎ 전 책이 더 재미잇었어요 *^^*

레삭매냐 2022-04-20 13:15   좋아요 2 | URL
어려서 할머니가 덕구야 덕구야
그렇게 댕댕이들을 불러서 그게
이름인 줄 알았답니다. 덕구가
dog 의 다른 표현이었더라구요 ㅋ

컴버배치의 마초 연기 기대해
볼랍니다.

바람돌이 2022-04-20 11: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 넷플릭스 영화 뭐볼까 돌릴때마다 고민하는 파워오브도그군요.
책부터 먼저 볼거야라고 하면서 눈 질끈 감고 지나갔다가 또 슬쩍 실눈뜨고 예고편 보고 그러는.... ^^ 4월이 3분의 2나 지나고 있는 지금 다시 살짝 정신 차리면서 무슨 책부터 다시 볼까 하는데 역시 파워오브도그가 눈에 딱 어른거립니다. ^^

레삭매냐 2022-04-20 13:16   좋아요 2 | URL
저도 어제 사서 밍기적거리다가
오늘 아침에 펴들었는데, 너무
재밌더라구요.

그냥 오후 내내 책이나 봤으면
얼매나 좋을까요. 아 일다가 집
에 가서 영화 땡길 지도 모르겠
네요.

미미 2022-04-20 12: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첫 챕터 읽으셨는데 이정도면 다 읽고나서 어떠실지 너무 궁금합니다ㅎㅎ

저도 참지못하고 중간에 영화를 봤던걸로 기억하는데 영화는 마치
˝책부터 읽고 와˝라고 하는것 같았어요.ㅎㅎ
미니님처럼 영화보다 책이 좋았는데 여운이 남는 영화인건 분명한것 같아요.^^*

레삭매냐 2022-04-20 13:51   좋아요 3 | URL
저도 미미님의 의견에 격렬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원작 소설만한 영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영화가 어찌 문학의 그
풍부한 구사를 따라갈 수 있을까요.

조언에 따라 영화 보기에 앞서
책부터 읽고 가겠습니다 넵!

페넬로페 2022-04-20 13: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첫부분은 전형적인 웨스턴이라고 생각하고 어릴 때 열심히 보던 미국 서부영화가 생각났는데 완전히 다르게 진행되더라고요.
몰입감도 좋고 사람의 심리와 관계를 잘 다루었어요.
끝까지 좋게 읽히시면 좋겠어요.
영화는 소설의 반도 못 담았다는 느낌입니다~~

레삭매냐 2022-04-20 14:07   좋아요 3 | URL
저도 어려서 마카로니 웨스턴
을 재밌게 보고 자라서 그런
지 웨스턴에 대한 로망이 ㅋㅋ

심리 스릴러라는 말이 그냥
나온게 아닌가 보네요. 열심히
읽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라로 2022-04-20 22: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우리 지금까지 겹친 책이 없었는데 이번에
약속도 안 했는데 같은 책을 읽고 있네요!!!!
저 켄 리우의 책을 읽고 이 책을 집어들었거든요.
엔드 오브 타임 읽어야 하건만,,^^;;;
책장이 줄어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읽고 있어요.ㅎㅎㅎ

레삭매냐 2022-04-21 16:23   좋아요 1 | URL
이 책 저 책 시작만 하고
끝내지를 못하고 있네요 :>

켄 리우의 책도 마저 읽지
못하고 ㅋㅋ

책은 상당히 재미지네요.
원작을 다 읽고 나면 제인
캠피언 감독의 영화도 볼
생각이랍니다.

감은빛 2022-04-21 11: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제법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작을 얼마나 잘 담아냈을지 궁금하네요. 위의 댓글들을 보니 절반도 못 담았다 하시네요. 저도 원작을 읽어보고 싶네요.

레삭매냐 2022-04-21 16:24   좋아요 1 | URL
책을 보면서 영화에 대한 짤
을 조금씩 보고 있는데,
아마 제인 캠피언 감독이
기존의 웨스턴 문법과는 다른
결의 영화를 연출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책은 기대이상입니다.
 
1945년 4월 8일 할버슈타트 공습 채석장 시리즈
알렉산더 클루게 지음, 이호성 옮김, 토마스 콤브링크 주해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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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도서관에 빌린 책들은 완독하지 못하고 반납하기가 일쑤다. 이번에는 한 주 더 연장을 해가면서까지 알렉산더 클루게 박사님/감독님의 문학인지 르포르타쥬인지 그것도 아니면 처참한 공습에 대한 보고서를 다 읽는데 성공했다. 분량은 적은데, 너무 만만하게 본 나의 오판으로 독서에 더 시간이 걸리지 않았나 싶다. 나의 봄독서는 여전히 지지부진하지만 하다.

 

194548, 2차 세계대전 종전을 4주 앞둔 시점에 미영 연합공군은 독일 제국의 작은 도시 할버슈타트를 공습했다. 지도를 찾아 보니 브라운슈바이크 어딘가에 그리고 근처에는 하르츠 산맥이 있다고 했던가. 할버슈타트는 저자 알렉산더 클루게의 고향이기도 하다.

 

영국 본토 항공전에서 독일 루프트바페에게 혹독한 시련을 겪은 바 있는 RAF는 복수에 불타며 나치 독일제국의 심장부에 상품을 안겨 주겠다는 일념 아래 상상을 초월하는 폭격전을 개시했다. 사실 근접전에서 적을 살상하는 재래식 전쟁은 병사 개개인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안겨 주었다. 비무장한 민간인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3,000미터 상공에서 하늘을 나는 요새로 구성된 폭격기 편대가 투하하는 무지막지한 폭탄으로부터 발생하는 피해는 파일럿들의 도덕적 감각을 덜어주는 동시에, 지상전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신화를 연합군 측에 심어 주었다.

 

자신들이 당한 것을 그대로 되갚아 주겠다는 보복 심리가 영국 공군 사이에 팽배해 있었다. 동시에 막대한 전비를 들여 개발한 중폭격기와 폭격기 편대에 실린 폭탄들을 설사 목표 도시들이 항복한다고 해도, 그대로 돌아올 수 없다는 희한한 논리로 무장한 공군 장성들(특히 아서 도살자해리스 공군 원수)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독일을 상대로 한 처참한 공습전이 전개되었다.

 

할버슈타트에는 융커스 항공기 제작소와 비행장 그리고 인근 하르츠 산맥의 동굴에는 서방의 미영연합군과 동방에서 무서운 속도로 제국의 심장부로 돌진해 오는 소비에트 군단에 대항에 필요한 무기를 만드는 비밀시설들이 존재했다. 아마 그런 이유로 할버슈타트는 종전 무렵에 연합군 공습의 목표가 되지 않았나 싶다.

 

연합군의 계속되는 폭격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무기 생산능력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총력전 시스템에서 전쟁 후반으로 갈수록 독일의 무기 생산능력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과연 연합군 공군이 주장하는 대로 폭격전의 효과에 대해 의문점이 드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독일 전투기와 대공포에 격추된 연합군 폭격기들의 수는 엄청났다.

 

미영연합군 공군의 기본 전략은 간단했다. 압도적 공군력을 동원해서 독일의 기간 사업 시설을 파괴함으로써, 제국의 전쟁 수행 능력을 무력화시킨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면에는 사기 저하 폭격(moral bombing)이라는 무시무시한 미션도 따로 있었다. 블록버스터 폭탄, 고폭탄 그리고 소이탄의 파도로 밀집된 도시 중심부를 타격하고 연이은 불 폭풍으로 모든 것을 쓸어 버리겠다는 것이었다. 불을 끄기 위해 집결한 소방대원들마저 가공할 폭격으로 몰살시키겠다는 연합군의 세심한 계획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국방TV에서 현재 연재 중인 <역전다방>을 통해 새로운 사실들을 알 수가 있었다. 클루게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빈프리트 게오르크 제발트의 책과 함께 많은 도움을 얻을 수가 있었다.

 

독일 전토를 쑥대밭으로 만든 공중전을 분석하고, 탁월한 문학적 성과를 보여준 제발트 이야기를 다시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독일이 가진 원죄 때문에, 종전 후 연합군의 무분별한 폭격으로 무고한 독일 시민들이 살상되었다는 점을 왜 지식인들이 나서서 지적하지 않았냐고 제발트는 묻는다. 그런데 그들이 마냥 무고한 피해자이기만 했냐는 백래시에 대해서는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태평양전쟁을 일으켜 엄청난 피해를 몰고온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원자폭탄을 두들겨 맞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한 발 더 나아가 전범은 패전국에만 존재했을까라고 묻고 싶다. 히틀러의 나치 부대에게 조국을 유린당했던 소비에트 군단이 독일 영토로 서진하면서 저지른 약탈과 폭행 그리고 만행에 대해 책임을 물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오늘날처럼 과학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던 1945년에 정밀폭격은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그런 모토였을 뿐이다. 피아를 가리지 않는 연합군의 숱한 오폭 때문에 발생한 막대한 민간인들의 인명 피해는 군부 내의 강경론자들에게는 그저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일 뿐이었다.

 

뉴 저먼 시네마의 기수들 중의 하나였던 클루게 감독은 <할버슈타트>에서도 자신의 영화에서처럼 모든 상황에 대한 리포트를 하지 않는다. 몽타주 기법으로 파편화된 정보들을 나열하고, 독자에게 나머지 부분들을 유추할 것을 그는 주문한다. 확실히 클루게 감독은 불친절한 작가다. 하지만 그의 불친절함은 나같이 누군가 떠먹여 주길 원하는 독자에게 사유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츤데레 같은 매력이 느껴진다.

 

저자가 들려주는 공습의 리얼리티 역시 사실인지 알 수가 없다. 독일인들에게 공습의 피해는 이제 더 이상 알고 싶지 않은 그리고 잊고 싶은 과거가 아니었을까. 시간의 무시무시함은 모든 기억을 파괴한다는 점이다. 그게 옳건 그르건 간에 말이다. 뒤틀린 기억을 바로 잡는 건 쉽지 않은 지식인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곁을 떠나 별이 된 제발트와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하는 클루게는 이 시대에 멸종해 가고 있는 지식인의 표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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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4-19 13: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발트는 몇권 갖고 있으나 아직 못 읽었어요 ㅠ

레삭매냐 2022-04-19 13:28   좋아요 2 | URL
제발트 너무 좋습니다.

저도 제법 읽긴 했는데 미처
리뷰를 쓰지 못한 책들이 있
더라구요.

다시 읽고 써야 하나 싶습니다.

그레이스 2022-04-19 13:29   좋아요 3 | URL
오타!
제발틀 고쳤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