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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오브 도그> 토머스 새비지
이 책을 사러 원정을 나갈 생각까지 하고 있던 차에...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어제 중고서점에 이 책이 입고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바로 뛰가서 사들였다.
하지만 바로 읽기 시작하진 않았다.
오늘 아침 출근 길에 펴 들었다. 지난 일요일부터 읽던 에휘봉 씨의 <랭스로 되돌아가다>도 물론 가방에 들어 있었다. 하지만 나의 퍼스트 픽은 바로 <파워 오브 도꾸>였다.
모두 1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었고, 아침에 첫 번째 챕터를 다 읽었다. 기대 이상으로 재밌다.
넷플릭스에서 만들었다는 영화도 있다고 해서 너튜브를 찾아 리뷰들을 검색해 본다. 감독이 무려 제인 캠피언이라고 한다. 아니 도대체 언제 때, 제인 캠피언이던지.
난 여전히 이십대 시절 대학 동창이 영화 <피아노>의 주인공인 멋지지도 않은 하비 케이틀이 그렇게 매력적일 수가 없었노라는 말을 기억하고 있다.
미국인 작가가 쓴 퀴어 웨스턴을 뉴질랜드 출신 감독이 몬태나라고 구라를 치고 뉴질랜드에서 찍었다는 점이 호기심을 마구 자극해낸다. 미국 스타일의 웨스턴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그 흔한 결투나 총싸움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영화 <파워 오브 도꾸>를 다른 서부영화들과 다른 결을 만들지 않았나 싶다.
소설/영화의 제목은 성경 구약의 시편(22편 20절)에서 인용했다고 하는데, 뜻을 들어도 여전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장소는 미국의 몬태나 그리고 시간은 1925년. 1차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미국은 그동안 세계의 주인행세를 하던 영국을 대신해서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를 열 준비에 들어갔다. 전후에 진행된 산업화는 마차나 말을 이용하던 탈것이 자동차로 바뀌고 있었다. 캘리포니아 대학 출신의 뛰어난 능력을 지닌 필 버뱅크는 그런 문명의 이기를 모두 거부하고 거친 카우보이들 사이에서 탁월한 불까기 실력을 보여준다. 상남자 마초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40세 형님보다 2살 어린 동생 조지 버뱅크가 버뱅크 목장의 공동소유주로 등장한다. 모든 면에서 형 필과는 다른 스타일의 조지. 필이 과거를 대표하는 선수라고 한다면, 말 대신 자동차를 타고 싶어하는 조지는 다가올 산업화된 미래를 암시한다.
그렇게 워밍업으로 두 상이한 형제들을 소개한 뒤, 바로 삼각축을 형성한 로즈 고든의 연애사를 소개하는 부분까지 읽었다.
전형적인 웨스턴이라기 보다는 치밀한 심리 스릴러 형식의 영화라고 하는데 과연 소설에서는 어떤지 읽어봐야 알겠지. 아마 책을 읽다가 못 참겠으면 영화부터 먼저 볼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