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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 - 생명의 법칙을 찾아 나선 양자 물리학자의 지적 탐험 ㅣ 주니어 클래식 17
오철우 지음, 배상수 감수 / 사계절 / 2022년 6월
평점 :
에르빈 슈뢰딩거는 20세기 물리학 역사상 빼놓을 수 없는 학자이다. 그는 특히 원자의 연구에 있어 대단한 업적을 남겼으며,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양자역학의 대표적 표현에 그 이름을 남기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또한 자신의 물리학 지식을 바탕으로 생명을 탐구한,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명저를 남기기도 했다.
슈뢰딩거는 1943년 아일랜드의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세 번의 강연을 통해 물리학과 화학의 개념을 토대로 하여 유전자의 실체를 추적한다. 1943년 당시에는 누구도 생명의 작용에 물리학과 화학의 지식을 적용하려는 생각을 하지 못하였지만, 슈뢰딩거는 결국 통계 물리학과 양자역학적 지식으로 DNA의 성질을 추론하였으며, 결국 이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영향을 받은 프랜시스 크릭과 제임스 왓슨은 1953년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는 평범한 문과 출신이 읽기에는 상당히 난해하다. 이건 내가 예전에 읽어보았기에 100%보장한다. 슈뢰딩거가 아무리 풀어썼다해도 수식이 난무하고 물리학에 대한 수준 높은 지식이 기본적으로 깔리는 글이기에, 그 깊은 사고를 따라가기가 힘들다.
하지만 이 책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는 오철우 저자가 고등학생도 읽을 수 있는 수준으로(이 시리즈의 독자층은 주니어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였고, 또 슈뢰딩거의 사고가 왜 뛰어난지 그 배경을 잘 이야기해주어서 나는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읽은지 20년 만에 원저를 이해하였다. 또한 이 슈뢰딩거의 작업이 빅뱅에서 시작되는 물질의 역사에서부터 생명의 탄생과 유전에까지 이르는 통합적 접근의 시작임도 알게 되었다.
나는 고전을 읽는 이유는 그 책에 적힌 사실을 알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문제의식과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깊은 통찰을 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제대로 고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자가 살던 시대에 대한 이해와 저자의 지식 수준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있어야 하는데, 요즘에는 좋은 해설서가 많이 나와서 그만큼 고전에 접근하기가 좋아진 듯 싶다. 그래서 나도 덕분에 20년전에 읽었던 고전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이제서야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