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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체험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22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7월
평점 :
저자인 오에 겐자부로는 장남이 장애아였고, 그는 자신의 경험을 이 '개인적인 체험'에 담았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버드는 아내의 출산 중에 사고가 생겨 아이가 중증 장애를 안고 태어나게 된다. 주위에서는 그 아이를 불행하게 여기고, 버드는 아이의 생과 사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린다. 그는 일체의 행동을 빼앗긴 현실에 절망하고, 결정을 회피하려 하지만, 결국은 아이와 함께 살 것을 결정한다.
여기서 버드는 아프리카 여행을 꿈꾸는 자로 과거에 알콜로 도피해서 경력을 망쳤다. 즉, 전후 일본 소설에서 많이 등장한 불안하고 부유하는 젊은이다. 그리고 그런 그이기에 중증 장애를 가진 아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았고, 하지만 여러 과정을 통해 내적으로 성장하고 변화하여 결국 비극을 극복한다. 그 과정을 소설가는 섬세하게 작품에 담아내고 있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일종의 감동까지 느끼게 된다.
하지만 작품 내내 나는 이 소설이 불편했다. 일단 기본적으로 산부인과 의사나 가족들에게 생명에 대한 존중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장애아가 태어난 것에 대해 불편해하고 수치스러워한다. 이것은 내가 예전에 '겐지이야기'에서 느꼈던 그 불편함과 동일하다. 일본인의 마음 한 구석에는 뭔가 비인간적인 지점이 존재하고, 인간을 인정하는데 자격조건을 요구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분명 아이의 장애는 아이의 책임이 아닐진대, 그 아이에게 장애의 책임을 미루는 것 같아 너무너무 거북했다.
즉, 전후 일본 사회의 불안한 모습과 생명 경시의 일본 사회의 모습이 한 데 합쳐져 그야말로 우울한 소설이었고, 독서가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결국 버드는 자신의 자식을 받아들이고 책임을 다할 것을 결심한다. 아마도 그러하기에 이 소설이 고전의 반열에 오른 것일테지만, 역시나 나는 일본 문화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