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의 멕시코 - 존 리드, 멕시코혁명을 기록하다
존 리드 지음, 박소현 옮김 / 오월의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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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즐겨 부르던 노래가 있다. 멕시코 민요라는 <라쿠카라차>. “병정들이 전진한다, 이 마을 저 마을 지나~” 참 많이도 불렀다. 그런데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파라과이 살던 스페인어를 할 줄 알던 아는 누나가 라쿠카라차가 무슨 뜻인지 아냐고 물었다. 당연히 몰랐고 뜻을 물었더니 바퀴벌레라고 했다. 믿어지지가 않아서 찾아 보니 바퀴벌레가 맞았다. 그리고 더 나중에 이 노래에 멕시코 혁명의 전설적인 영웅 판초 비야의 이름이 등장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번안된 노래에 판초 비야의 이름은 없었다.

 

러시아 혁명을 르포르타주로 다룬 전설적인 저널리스트 존 리드(이하 후안 리드로 부르겠다)가 앞서 이름을 날리게 된 계기가 바로 이 책인 <반란의 멕시코>였다. 멕시코의 현대화에 일부 공헌도 했지만, 30년에 걸친 장기통치로 결국 독재자로 변신한 포르피리오 디아스에 대항해서 멕시코 민중들이 무장봉기를 일으켜 정권을 뒤집어엎었다. 후임 대통령으로 선출된 프란시스코 마데로는 보수주의자들과 기득권층에 포위되어 민중들이 원하는 적극적인 개혁을 할 수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빅토리아노 우에르타의 반혁명이 발생하면서 마데로 대통령은 암살당하고, 해산했던 민중 혁명군이 다시 우에르타 정부군과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이게 1914, 그러니까 우리의 후안 리드가 멕시코 북부에 침투한 시점의 이야기다.

 

<반란의 멕시코>를 읽기에 앞서 시간을 들여 러시아 혁명에 앞선 20세기 최초의 민중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멕시코 혁명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한 나라의 현대사를 주마간산식으로 공부한다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쨌든 몇 편의 논문들과 너튜브(특히 정성태 교수님의 콘텐츠가 도움이 되었다)로 멕시코 혁명에 대해 얄팍하나마 지식을 쌓고, <반란의 멕시코>를 읽기 시작했다. 읽는데 한달 정도 걸린 건 다른 책에 대한 외도도 있었지만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멕시코 혁명은 러시아 혁명 같은 이데올로기가 우선한 혁명이 아니었다. 전 국토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대지주들의 횡포에 맞선 다수 민중들이 앞장서서 싸운 혁명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기득권층은 자신들이 가진 것과 권력을 순순히 내려놓지 않는다. 그래서 헌정군이라 불리는 멕시코 반란군(?)들은 정당성이 결여된 우에르타 연방군에 맞서 변변치 않은 무기로 무장한 채 투쟁에 나섰다.

 

헌정군에 소속된 전사들과 동행하면서 후안 리드는 그들의 내면을 관찰했다. 사실 처음에 미국인 후안 리드는 그링고 스파이라는 의심도 받았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미국인이라는 후안 리드의 정체성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아닌가. 게다가 멕시코 민중들이 가진 반미감정은 수위가 높았다. 이미 전쟁으로 캘리포니아와 뉴멕시코, 애리조나 그리고 텍사스에 이르는 방대한 자국의 영토를 빼앗기지 않았던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멕시코 내정에 개입하는 모습도 민중들에게는 불만의 원천이었다.

 

어쨌든 헌정군과 함께 연방군과 콜로라도 민병대에 맞선 최전선을 달리면서 후안 리드는 멕시코 반군들의 심리 상태를 기록으로 남겼다. 그들은 아시엔다에서 반노예 상태로 일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들은 먹고 살기 위해 토지를 원했지만, 기존의 시스템 아래서 그것은 미션 임파서블한 판타지였다. 그래서 세상을 뒤집어엎어야 했고, 판초 비야의 북부군과 에밀리나오 사파타의 남부군에 들어가 먹고 살기 위해 무력투쟁에 나섰다. 멕시코 혁명은 소위 먹물들을 위한 정치투쟁이 아닌 자신들을 위한 싸움이었다. 아무리 오랜 시간과 희생이 뒤따른다고 하더라도, 결국 이 싸움의 결과는 뻔했다.

 

후안 리드는 멕시코 민중군의 입을 빌려 지식인들이 혁명의 과정에서 지도자 반열에 오를 순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예리하게 지적한다. 자고로 잃을 게 많은 이들은 위기의 순간에 슬쩍 발을 빼기 마련이다. 잃을 게 없는 이들이야말로 끝까지 투쟁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런 이야기들을 지난달 달궁 독서모임에서 책동지들과 함께 나눈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후안 리드는 북부군의 사령관 판초 비야를 직접 만난 에피소드에 대해서도 말한다. 멕시코 혁명에서 그의 활약은 그야말로 전설 그 자체였다. 신출귀몰한 전술 전략으로 비야가 이끄는 헌정군은 압도적인 병력과 무장을 갖춘 연방군을 패퇴시켰다. 물론 콜로라도 민병대의 기습으로 전초기지에 머물던 헌정군과 우리의 후안 리드도 목숨을 잃을 뻔 했지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도주하는데 성공한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이 <반란의 멕시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그것은 마치 스타워즈의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와 반란군들이 <제국의 역습>에서 궤멸적인 타격을 입었지만 결국 최후의 승리를 거두게 된다는 서사가 연상되기도 했다. 비야가 이끄는 헌정군 역시 토레온 격전을 통해 두 번째 혁명을 성공시키는 계기를 가져오게 되지 않았던가.

 

후안 리드는 또다른 문제적 인간 베누스티아노 카란사와의 만남에 대해서도 기록을 남겼다. 상당히 귀족적 취향의 카란사는 많은 피를 흘린 멕시코 혁명의 최고 수혜자가 아닐까 싶다. 혁명의 지도자랍시고 거드름 피우는 꼴은 정말 보기 싫을 정도였다. 판초 비야는 투박하고 잔혹스러운 점도 없지 않지만, 민중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지만 카란사는 정반대의 인물이었다. 지도자의 면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전장에 나서는 혁명의 투사들이었지만, 전투가 끝나고 나서 휴식시간에는 밤새도록 춤을 추고 또는 토레온 전투가 끝나고 나서 카지노에 몰려와서 얼마 안되는 돈으로 도박을 즐기는 장면에서는 역시 그들도 보통의 대중들과 다를 게 없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만큼 명민한 저널리스트 후안 리드는 민중의 틈에서 언론의 중립적인 자세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체험한 사건 사고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모름지기 언론인이란 이런 게 아닐까. 진실을 전달하는 역할 말이다. 왜 자신들이 플레이어가 돼서 사실을 왜곡하고, 조종하거나 판단하는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반란의 멕시코>를 읽으면서 방대한 멕시코 혁명의 한 자락 정도를 맛본 느낌이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멕시코 혁명 전반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혁명투쟁에 나선 민중들의 솔직한 심정에 대해서도 후안 리드는 정확한 필치로 그려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정선태 교수님의 강좌를 통해 멕시코 혁명에 직접 참가했던 의사 출신 혁명가 마리아노 아수엘라의 <천민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무려 35년 전에 나온 책이라 구할 수가 없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한 세기 전, 혁명의 최전선에서 귀중한 기록을 남긴 후안 리드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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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4-07 21: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 모르지만 멕시코의 역사도 파란만장하지 않았나 싶어요.
멕시코혁명이 러시아혁명 전에 일어난 사건이군요~~
역사를 다룬 책도 많이 읽어야하는데 매번 시간부족만을 핑계로 대고 있습니다 ㅠㅠ

레삭매냐 2023-04-08 10:01   좋아요 2 | URL
메히코의 역사도 우리의 그것
만큼 파란만장하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스페인 제국의 4백년에 걸친
지배 그리고 독립, 전쟁, 혁명
까지 아주 버라이어티했지요.

전 요즘 성전기사단의 이야기
인 <템플러>를 읽고 있답니다.

서니데이 2023-04-07 22: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라 쿠카라차는 처음에 악보로 보고 알게 된 건데, 스페인에서 온 노래라고 하더라구요.
그게 바퀴벌레였어? 했던 생각이 나는 걸 보니, 나중에 알게 된 것 같긴 해요.
멕시코도 근대사를 찾아보면 여러 사건들 많을 거예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세계대전이 2번이나 있었던 지난 세기였으니, 아무일 없던 나라는 없었을지도요.
잘읽었습니다. 레삭매냐님, 좋은 하루 되세요.^^

레삭매냐 2023-04-08 10:02   좋아요 2 | URL
흥겨운 노래 자락과 달리
혁명 영웅의 이름이 들어
가 있다는 점에 저는 더욱
놀랐답니다.

메히코 작가들의 책들을
제법 모아 두기는 했는데
게으름 덕분에 읽지는 못
하고 있네요.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3-04-09 20: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아침 기온이 낮지만, 낮에는 따뜻한 날씨입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시고, 좋은 밤 되세요.^^

레삭매냐 2023-04-10 09:03   좋아요 1 | URL
저도 아침에 추운 줄 알았는데
낮에는 또 덥더군요 :>

활기찬 한 주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마음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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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30일 걸려서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읽었다. 물론 30일 동안 내내 이 책만 잡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 사이에 무려 15권이나 되는 책을 읽었으니까 말이다. 시간과 기회가 될 때마다 소세키 작가의 책들을 사들이긴 했는데 정작 읽은 건 몇 권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한달에 한 권씩이라도 소세키 읽기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4월에는 <갱부>를 읽는다.

 

다른 책들에서도 그랬지만 소세키 작가의 책에는 무언가 이렇다 할만한 그리고 자극적인 서사가 펼쳐지지 않는다. 요즘 워낙 그런 부류의 책들이 넘쳐나서 그런 걸까? 왠지 심심한 맛이 난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이번에 만난 <마음>도 그랬다.

 

도쿄 제대에 다니는 화자 는 시골 출신이다. 책이 발표된 해는 1914년으로, 일본이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의 승리로 메이지 유신 이래 탈아입구라는 모토를 이루었다고 착각할 만한 그런 시기였다. 물론 내부 모순들을 해결하지 못해 혼란스러운 시기이기도 했다. 그리고 보니 소설의 어느 부분에서 메이지 국왕이 죽었다는 뉴스가 나오지 않았던가. 고향의 아버지 병세와 맞물리는 그런 시점이 기억난다.

 

대개의 경우 리뷰는 시간/서사의 흐름에 따라 기술하는 게 보통인데, 이번에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써보고 싶다. 일본 최고 대학에 다니는 나는 어느 해 여름, 가마쿠라의 휴양지에서 중년 남성 나중에 선생님이라 부르는 한량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를 따르며 선생님이라 부르게 된다. 무언가 비밀을 품고 있는 이 양반과의 만남은 스릴과 미스터리 두 가지를 모두 청년 화자에게 준다.

 

자식도 없이 그리고 마땅하게 하는 일도 없이 작고하신 부모님이 물려주신 재산으로 먹고 사는 선생님이 지닌 특징 두 가지는 우울함과 무력감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반복해서 읽다 덮다를 반복했다. 화자와 선생님이라는 캐릭터에 좀처럼 몰입할 수가 없어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선생님처럼 화자 역시 당시 청년들처럼 졸업하고 나면 야심을 품고 무언가가 되겠다는 생각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냥 되는 대로 하루하루를 사는 인생의 전형이라고나 할까.

 

막연하게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정작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어쩌면 청년 시절의 내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외면하고 싶었는 지도 모르겠다. 무엇이 되고 싶지도, 그렇다고 해서 무엇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이런 화자에게 선생님은 딱 안성맞춤의 짝꿍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그 와중에도 청년 화자는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졸업 논문을 부지런히 준비하고, 또 아버지의 성화에 못 이겨 일자리에 대해 생각하기도 한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 제국군의 일원으로 아시아 정복이라는 황당무계한 야심을 키우고 있던 일단의 청년 장교들과는 정말 결이 다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독자들을 궁금하게 만들던 선생님이 자주 찾던 묘지 미스터리는 세 번째 이야기에서 선생님이 남긴 유서로 풀리게 된다. 뭐랄까 느릿느릿 굴러가던 서사가 막판에 가서 거의 산꼭대기에서 굴린 눈덩이 같은 무게로 독자들을 강타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화자와 선생님의 관계의 밸런스가 맞지 않았던 것처럼 서사의 갑작스러운 해소 역시 기대와 달랐다. 그 뒤에 찾아오는 스산함과 무력감은 더 말할 것도 없었고.

 

화자와 선생님의 관계 속에서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마음들은 상대방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 궁금해졌다.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없을 적에는 상대방에 대한 나의 마음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 얼마나 애달파 했던가.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과연 그렇게 했을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안되면 안 되는 대로 그리고 되면 되는 대로 살아가는 게 속은 편하지 않을까.

 

그런데 다르게 생각해 보면, 그런 감정의 고개를 넘어야 비로소 서로의 마음을 나누게 되는 건 또 아닌지 모르겠다. 이런 걸 적당한 거리라고 해야 할까? 상대방의 어느 지점에서 마음의 문을 열어 주지 않는다면 그 이상의 관계로 넘어가는 게 불가능하지 않은가. 그래서 대개의 경우 똑똑마음의 문을 두드려 보다가, 아니다 싶으면 마음을 접고 회군하여 그저 그렇고 관계가 되고 만다. 이래서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게 쉽지 않다고 하나 보다.

 

다음에는 나의 성장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화자나 선생님에 비추어 볼 때 과연 나는 그 시절보다 성장했을까? 아마 누군가 나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본다면 그렇다고 대답하겠지. 그런데 실제는 거기서 한 두 단계 정도는 빼야 되지 않을까. 그렇게 마음을 주고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나는 성장하게 되고, 나라는 인격을 만들게 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3월에 <마음>을 읽다 말다 하면서 달을 넘기지 않고 다 읽는데 성공했다. 내가 소세키 작가의 이 책을 쓴 마음을 모두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소세키 읽기 프로젝트를 일단 시작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만족하다고 자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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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4-03 14: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세키 전집 중 7권 정도 읽다 멈춘 상태인데 레삭매냐님 말씀처럼 심심한 맛도 나고 주인공을 완전히 이해하지도 못하는 뭔가 좀 어정쩡한 상태인데 그래도 전작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프로젝트를 언제 다시 시작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레삭매냐님의 프로젝트, 응원합니다^^

레삭매냐 2023-04-03 16:33   좋아요 2 | URL
저자의 후기를 보니
작가 자신도 영국 유학 다녀와서
정체성의 위기를 겪은...

암튼 저에게는 쉽지 않은 작가라
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꾸역꾸역 읽어 볼랍니다.

얄라알라 2023-04-05 09:00   좋아요 3 | URL
페넬로페님은 7권..레삭매냐님께서는 한달 한 권 프로젝트!

전 아직 소세키 입문 전이라
리뷰와 댓글 읽으며 상상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전집에 도전하게 하는 매력이 과연 무엇일지 상상하는^^

stella.K 2023-04-03 16: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두번 정도 시도했다 멈춘 상탠데
심심한 게 이 사람 작품의 전반적 특징인가 보내요.
자꾸 읽다보면 심심한 것에도 맛이 느껴질텐데…
암튼 저도 프로젝트 응원합니다.

레삭매냐 2023-04-03 16:34   좋아요 2 | URL
전 <고양이> 두 번인가 세 번
도전해서 결국 다 읽지 못했다는.

로맹 가리의 <새벽의 약속> 생각
이 나네요. 그래도 그 책은 다 읽
었는데 -

심심한 게 소세키 선생의 특기일
지도요. 응원,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3-04-03 19: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의 100년 전의 일인데, 그렇게 오래된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드는 건, 작가 이름을 자주 들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잘읽었습니다.
레삭매냐님, 좋은 하루 되세요.^^

레삭매냐 2023-04-03 22:13   좋아요 1 | URL
예전에 일본 지폐에도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천 엔 짜리 지폐 한 장 가
지고 있어서 확인해 보니
나쓰메 소세키 선생이 아니라
노구치 히데오였네요 ㅠ

아사히 신문 선정 지난 일본
지난 천 년 최고의 문인이라는...
그렇다면 천년작가인가 보네요.

그레이스 2023-04-03 19: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세키 읽기 프로젝트 중이신군요?
응원합니다.
마음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 심심하긴 하죠?
그래도 뒷부분의 결말때문에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던 듯 합니다.^^

레삭매냐 2023-04-03 22:14   좋아요 1 | URL
그렇다고 전작 하기에는
좀 그렇고... 한 달에 한 권
읽기 프로젝트라고나 할까
요. 과연 일년 내내 유지할
진 모르겠지만요.

엔딩이 참 그랬습니다 -
우울과 무력감...

새파랑 2023-04-04 08: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소세키 작품이 좀 심심하긴 한데 그게 소세키만의 매력인거 같아요. 그래서 안질리고 더 오래읽히는거 같기도~!!

레삭매냐 2023-04-04 09:47   좋아요 0 | URL
소세키 선생의 책을 읽다
보니 슴슴한 맛이 매력이
라는 말쌈이 이해가 됩니다.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얄라알라 2023-04-05 09:01   좋아요 1 | URL
심심 + 슴슴
no 캐미컬!
그러한 매력이군요!^^

자목련 2023-04-04 09: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심심한 맛, 그거였어요. <태풍>, <산시로>, 레삭매냐 님이 읽은 <마음>까지 선생님이 꾸준하게 등장하네요. 대학, 공부, 지식인, 그리고 방황하는 삶, 비슷한 구도일까 싶기도 하고요. 소세키 읽기 프로젝트 응원합니다!

레삭매냐 2023-04-04 11:48   좋아요 0 | URL
오 그렇군요 !
선생님이야말로 소세키 작가의 책
을 읽는 하나의 키워드가 아닌가
싶습니다.

<풀베개>, <그후> 그리고 <문>
등등이 대기 중이랍니다. 열심히
읽어 보겠습니다.

transient-guest 2023-04-06 14: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세키를 아주 좋아합니다 덕분에 일본 군대문학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네요 ㅎ 전집을 하나씩 읽던 기억이 나네요

레삭매냐 2023-04-08 10:00   좋아요 1 | URL
그러시군요.

전 주로 현암사 버전을 선호하
는데, 하나둘씩 모으는 재미가
있더라구요.

물론 읽지는 않았지만요 ㅋㅋ
책쟁이가 다 그렇지요.

transient-guest 2023-04-08 13:17   좋아요 1 | URL
저도 현암사 전집 갖고 있어요 ㅎㅎ
 
열병의 나날들 - 이방인의 시선으로 본 코로나 시대의 한국
안드레스 솔라노 지음, 이수정 옮김 / 시공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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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 간 전무후무한 그런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치렀다. 아니 그전에 이미 전세계인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흑사병과 스페인 독감이 있었던가. 하지만 이번에는 그 전과 달리 엄청난 속도의 파급력을 자랑하는 신종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모든 이들이 공포에 떨지 않았던가. 우리 삶의 양태를 바꾼 것은 물론이고. 문제는 앞으로 더 쎈 녀석들이 등장할 거라는 아포칼립스적인 예언이다.

 

어쨌든 우리는 바이러스의 재앙으로부터 살아남았고, 하루의 일상을 여느 때처럼 보내고 있다. 지난 3년이란 시간이 공포에 떨던 시절에 대한 기억을 무감각하게 만든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 것도 아닌 보통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지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기억을 이방인의 시선으로 다시 되짚어 보게 되었다. 콜롬비아 출신으로 그 시절을 글로 풀어낸 안드레스 솔라노의 기록이 바로 그것이다.

 

아무래도 같은 사회에 속해 있다 보면 대상을 객관화시키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방인의 시선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언론이나 미디어도 비슷하지 않나 싶다. 아마 누구나 처음에 코로나가 이렇게 사회에 치명적인 재앙이 될 줄 미처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재앙으로부터 벗어나는데 3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절에 나도 생각한 거였는데, 이렇게 장기적으로 끌 게 아니라 한 이주 정도 모든 것을 스톱시키는 게 차라리 낫지 않나 싶었다. 사실 기나긴 격리와 발병 그리고 세컨드 웨이브라는 고통의 시간이 계속될 줄 알았다면 전면적인 봉쇄가 해답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모든 건 지나간 다음의 후회와 미련 일지도 모르겠다.

 

몇몇 슈퍼 전파자들의 이기적이고 상식에 벗어난 행동으로 결국 코로나는 지역에 국한된 질병이 아닌 전국적인 더 나아가 전 세계적인 재앙으로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국가는 거의 전쟁 상태에 육박하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전면전에 나섰다. 개발독재 시대 이래 계속되어온 국가 통제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서인지 코로나 발발 초기, 동선을 파악하는데 굉장히 효율(?)적인 시스템을 가동할 수가 있었다. 물론 나중에 엄청난 수의 확진자들이 발생하면서 그런 초동 대응이 의미가 없어지긴 했지만 말이다.

 

초기에 대구를 중심으로 신천지 교인들 사이에서 코로나가 폭발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전국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니 코로나 초기, 해외로 통하는 문을 걸어 잠그라는 주문이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특히 코로나의 발원지로 알려진 우한, 중국에 대해서. 그나마 솔라노 작가는 우리에게 국민건강보험이라는 든든한 무기가 있어서 다행이었노라고 증언한다.

 

이단 사이비들이 유난히 한국에 많다는 점에 대해서도 작가는 예리하게 지적한다. 자신이 스스로 영생불사의 신이라고 주장하는 자칭 교주들이 자그마치 50여명 정도 된다고 했던가. 그런 이들을 모아서 <나는 예수다>라는 진짜 신을 가리는 서바이벌 오디션을 개최해야 한다는 유머가 최근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나는 신이다>라는 프로그램으로 기억에서 소환되기도 했다. 도저히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현실 세계에서 역시나 부인할 수 없는 존재들이 아닌가.

 

솔라노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나의 코로나 시절은 어땠나 하고 그 시절을 떠올려 본다. 좀 답답하기는 했지만 결국 그 시기도 무사히 넘길 수가 있었다. 역시 혼자서 즐길 수 있었던 독서가 큰 도움이 되었다. 누구에게 피해도 주지 않고 시간 보내기에 책읽기만한 게 있었던가. 물론 나도 결국 코로나에 걸려서 고생했다.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잘 버티다가 지난 여름을 넘기지 못하고 걸렸는데, 열이 나거나 많이 아팠던 아니고 더운데 계속해서 땀이 줄줄 나서 방안에 갇힌 상태로 격리하는 게 너무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전에 맞은 두 차례의 백신 접종 때문이었다고 해야 할까.

 

저자는 이방인답게 코로나의 희생양으로 삼기 위해 외국인에게 손가락질하고 싶은 혐오의 감정들 그리고 책임전가 같은 다수의 비이성적인 태도들에 대해서도 담담한 어조로 말한다. 아마 우리가 그네들의 나라에 가서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아마 그랬을 때, 나는 그들이 나에게 보내는 그럼 혐오 섞인 시선들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맞서 싸우기보다 내부로 움츠러들지 않았을까. 역지사지로 생각해 보라고 조용히 주문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쨌든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던 코로나는 이제 어느 정도 해결이 된 것 같다. 아직 치료제가 나오지 않아서 걱정이긴 하지만, 최악의 위기는 어느 진정된 게 아닌가 싶다. 문제는 앞으로 등장할 더 쎈 녀석들에 대한 경고다. 앞으로 남은 생에 그런 녀석과는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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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3-31 1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 뉴스에서, 앞으로 격리기간이 5일로 단축되고, 그리고 조금 더 있으면 격리기간이 없어질 것 같더라구요. 그 사이 많은 사람들이 확진자가 되면서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몇년간 힘든 시기가 길었는데, 이제는 코로나19의 시기가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잘읽었습니다. 레삭매냐님,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레삭매냐 2023-04-01 10:56   좋아요 1 | URL
앞으로 그럴 예정이라고 하네요.

아마 봄이 와서 더 사람들이 나
들이에 나서게 되면서 격리 해제
혹은 마스크 쓰기도 완화되지 않
을까 싶습니다.

오늘 날이 좋네요.
즐거운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아오이가든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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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편혜영 작가의 <아오이가든>처럼 읽으면서 고전(苦戰)한 책도 드문 것 같다. 2005년에 문학과 지성사에서 그녀의 첫 소설집으로 출간된 9편의 단편 소설들이 실린 <아오이가든>에는 그야말로 하드고어(hardgore)적인 요소들이 펄펄 끓어 넘친다.

 

책을 읽으면서 <아오이가든>의 이미지들을 손꼽아 보았다. 시체, , 구더기 그리고 비강(鼻腔:코안)을 자극하는 역겨운 후각들이 떠올랐다. 단편들 중에서 가장 먼저 읽은 건 <누가 올 아메리칸 걸을 죽였나>였다. 하지만 화자인 의 충동에 의한 살인 그리고 거동을 허지 못한 채 누워 있는 그(아버지?) 앞에서 금붕어를 발로 밟아 터뜨려 죽이는 등의 일들이 마치 일상의 일들처럼 전개된다. 이 이야기를 읽고 나서, 나머지 8개의 이야기들을 읽는데 장장 한 달이 걸렸다.

 

다시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지만 편혜영 작가의 이야기들은 여전히 낯설고, 범접할 수 없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괴물이 산다는 <저수지> 근처의 거지같은 집구석에서 자신들의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채 죽어서 썩어가고 있는 자식들의 이야기에서, 도대체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가에 대해 기껏 생각해 보았지만 나의 깜냥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타이틀 제목으로 뽑힌 <아오이가든>에서는 역병이 돌고, 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불신의 극에 달한 모호한 공간 속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비와 함께 개구리가 내리고, 불가사의한 빨간 스카프를 두른 이가 횡행하는 장소, 그리고 아오이가든. 비로소 코를 찌르는 역한 후각의 자극은 구체적 이미지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 계속해서 이 책을 읽어야 하나?

 

그나마 양호한 내용들이 <만약,><마술 피리>였다. <문득,>에서는 어김없이 시체의 발견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으레 시체와 짝을 이루는 스릴은 어느 사이엔가 실종되어 버리고 대신 생뚱맞아 보이는 유부녀가 마라톤을 하다가 실종된 자신의 남편 이야기를 풀어낸다. 마라톤 사나이는 자신의 아내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다. 그가 남기고 간 고양이 제니퍼는 사냥한 쥐들을 사방에 숨겨두고, 그 결과 집안은 온통 구더기로 들끓는다. 나중에 가선, 그녀도 구더기 속으로 파묻힌다. 사람이 구더기인지, 아니면 구더기가 사람이 되어 버리는건지 알 수가 없다.

 

독일 어느 지방의 전설이라는 <하멜린의 피리 부는 사나이>와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 피리>를 떠올리는 동명의 단편에서, 작가는 아크릴로 만든 상자에 갇혀 단백질이 결핍된 사료를 먹으며 죽을 운명에 처한 쥐 루루와 화자의 동생 미아의 운명을 동조시킨다. 핏빛 구덩이라는 시각적이면서도 후각적인 이미지화된 동질성을 강조하면서도, 철저하게 분리된 별개의 운명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소설집의 말미에 이광호 선생의 설명이 없었더라면, 책을 이해하기가 불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해를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단편 소설들을 꾸역꾸역 읽어대면서, 개별 단서들을 통해 특정 시간과 공간 배경들을 알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독자의 더 이상의 정서적 개입을 배제하고 싶었는지 그 역시 불가능했다. 어쨌든 월컴 투 하드고어 원더랜드라는 인사말로 편혜영 작가의 체제 전복적인 상상력에 발을 디딘 것만으로 만족을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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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3-03-29 11: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편혜영 작가의 책은 예전에 한 권 읽고 맘이 불편해서 이제 안녕-_- 했던 기억이.. @_@;;;;

레삭매냐 2023-03-29 13:46   좋아요 1 | URL
아마 이 때 저희 독서모임에서
이 책하고 백민석 작가의 <목화
밭 엽기전>을 함께 읽었던 것
으로 기억하는데...

한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렸던 것
으로 기억합니다.

근데도 편혜영 작가의 경우에는
묘한 매력이 있어서 <홀> 그리
고 <재와 빨강> 계속 읽은 기억
이...

stella.K 2023-03-29 14: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욕하면서 읽는 작가군요.
편혜영 작가 이런 글을 쓰는 줄 몰랐습니다.
어디선가 글 잘 쓴다고 창찬하던가 같던데
그말 한마디에 책 샀다가 낭패 볼 수도 있겠어요.

레삭매냐 2023-03-30 08:15   좋아요 1 | URL
출발점은 아주 쎘었는데,
그 뒤로는 좀 순화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그 스타일
은 남아 있지만요.

낭패 ㅋㅋㅋ 이해가 갑니다.

빨강앙마 2023-03-31 08: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편혜영 작가 글을 저도 읽은듯도 하고.. 나쁘지 않아서 딴 책을 산거 같기도 하고..ㅡㅡ^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저도 욕하면서 함 읽어볼께요..ㅋ

레삭매냐 2023-04-01 10:55   좋아요 0 | URL
전진할수록 갠춘해 지는 그런
느낌이 드는 작가라고 생각합
니다. 진화한다고 해야 할까요...

욕하면서 읽기 ㅋㅋ 공감합니다.

자목련 2023-03-31 1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뭔가 의미심장하네요.

레삭매냐 2023-04-01 10:55   좋아요 0 | URL
예전 표지보다 훨씬
더 좋은 느낌입니다.

표지의 이미지는 개구
리인가요...
 
뉴욕과 사랑에 빠지기 전에 - 뉴요커 만화가의 맨해튼 노트
라즈 채스트 지음, 김민수 옮김 / 클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뉴욕을 갔을 적에 <스트랜드> 서점을 방문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 하긴 그 시절에는 지금처럼 책에 미치지 않았을 때니까. 지금이라면 가장 먼저 뉴욕에 갔을 때, 방문하고 싶은 곳이 바로 <스트랜드>.

 

이달초에 만난 라즈 채스트 작가의 <우리 딴 얘기 좀 하면 안돼?>와는 정말 결이 다른 작품이다. 전자는 절판된 책이라, 부러 구해서 읽었고(사실 도서관에도 없었다) 후자는 지난 주에 도서관에 가서 빌려다 읽었다. 전자가 노년과 죽음을 맞이하는 작가의 상황을 그린 작품이라면 브루클린 출신인 그야말로 뉴욕 토박이가 들려주는 시티에 대한 이야기는 무언가 기대감을 자아냈다.

 

그런데 다 읽고 나니 좀 허무했다. 작가는 값비싼 뉴욕의 리빙 코스트와 집세를 감당하기 어려워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교외로 튀었다. 그래도 시티에서의 다양하고 안락한 생활들을 포기할 수가 없어서 시티를 들락거린 모양이다. 하긴 다른 곳도 아니고 <뉴요커>에 만화를 연재하는 양반이니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 책은 순전히 시티 내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한 딸을 위해 만든 시티 안내서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내가 뉴욕을 방문할 적에는 뮤지엄에 미쳐 살 때여서 그런지 다른 부분들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뮤지엄 부분은 왜 이렇게 흥미가 갔는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메트(로폴리탄 뮤지엄)는 공짜였었는데 2008년부터 돈을 받기 시작했다고. 아직 가보지 못한 대영박물관 입장료가 여전히 무료라고 하는데, 또 문화재청장을 지내신 유홍준 선생은 박물관에서 돈을 받아야 한다고 하고... 나는 개인적으로 무료 입장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메트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갑옷 이야기를 했던가. 나는 자연사박물관에서 만난 거대한 흰수염고래(?)의 골조가 가장 인상적이지 않았나 싶다. 무엇보다 나의 최애는 구겐하임이었고. 센트럴파크를 타고 올라가면서, 저 멀리서 희부연 건물의 모양새가 보였을 때 나의 염통은 마구 뛰었더랬지. 마치 처음 파리에 가서 아이펠 타워를 보았을 때처럼 말이지.

 

그리고 이스트사이트와 웨스트사이드의 경계에 대한 설명도 흥미로웠다. 물론 보고 나서는 다 잊어 버렸지만. 가족들과 함께 뉴욕을 찾았을 때, 나혼자만 <미스 사이공>을 보고 나서 <오페라의 유령>을 본 나머지 가족들과 만나기 위해 스트릿과 애버뉴를 누비던 저녁 거리의 시간이 생각났다. 내가 뉴욕에서 옐로캡을 타본 적이 있었던가? 서브웨이 타기도 쉽지 않았던 것 같은데. 비용도 생각보다 많이 비쌌고. 그리고 보니 이제 우리 물가도 많이 올라서 거의 서구 수준의 대중교통수단이 되지 않았나 싶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살이와 관광은 차이가 많이 난다. 그곳에 정주하는 것과 잠시 머무르는 관광 혹은 여행의 차이는 엄청나다. 그리고 보니 지금은 사라져 버린 쌍둥이타워에 가서 찍는 사진도 생각이 난다. 그 때만 해도 보안검색이 그렇게 빡세지 않았었는데, 9-11이 모든 것을 하루아침에 바꾸어 놓았다. 나도 꾸역꾸역 올라가본(?) 자유의 여신상에 정작 토박이 라즈 채스트 여사는 가보지 않았다고. 놀랍군 그래.

 

또 하나 라즈 채스트가 소개한 곳 중에서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이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GCT). 1896년 철도왕 밴더빌트에 의해 만들어진 그랜드 센트럴도 무조건 새로운 걸로 바꾸려는 사람들에 의해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 했지만, 소수의 지각 있는 사람들의 행동으로 막아낼 수 있었다고. 뉴욕에 가려면 보통 버스와 기차가 이용해야 하는데 주로 버스를 타고 갔지 앰트랙은 타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물론 버스가 기차에 비해 훨씬 싸니까.

 

기억을 되살리며 쓰다 보니 뉴욕 공공도서관도 빼놓을 수가 없군 그래. 아무런 비용 없이 장시간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도서관이라고 했던가. 언제고 다시 가게 되면 가죽으로 장정된 책갈피 하나 정도는 사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뜨내기 뉴욕 여행자다 보니 다른 아쉬운 점들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다른 곳은 몰라도 <스트랜드>와 뉴욕 공공도서관에는 가보고 싶은데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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