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과 사랑에 빠지기 전에 - 뉴요커 만화가의 맨해튼 노트
라즈 채스트 지음, 김민수 옮김 / 클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뉴욕을 갔을 적에 <스트랜드> 서점을 방문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 하긴 그 시절에는 지금처럼 책에 미치지 않았을 때니까. 지금이라면 가장 먼저 뉴욕에 갔을 때, 방문하고 싶은 곳이 바로 <스트랜드>.

 

이달초에 만난 라즈 채스트 작가의 <우리 딴 얘기 좀 하면 안돼?>와는 정말 결이 다른 작품이다. 전자는 절판된 책이라, 부러 구해서 읽었고(사실 도서관에도 없었다) 후자는 지난 주에 도서관에 가서 빌려다 읽었다. 전자가 노년과 죽음을 맞이하는 작가의 상황을 그린 작품이라면 브루클린 출신인 그야말로 뉴욕 토박이가 들려주는 시티에 대한 이야기는 무언가 기대감을 자아냈다.

 

그런데 다 읽고 나니 좀 허무했다. 작가는 값비싼 뉴욕의 리빙 코스트와 집세를 감당하기 어려워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교외로 튀었다. 그래도 시티에서의 다양하고 안락한 생활들을 포기할 수가 없어서 시티를 들락거린 모양이다. 하긴 다른 곳도 아니고 <뉴요커>에 만화를 연재하는 양반이니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 책은 순전히 시티 내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한 딸을 위해 만든 시티 안내서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내가 뉴욕을 방문할 적에는 뮤지엄에 미쳐 살 때여서 그런지 다른 부분들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뮤지엄 부분은 왜 이렇게 흥미가 갔는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메트(로폴리탄 뮤지엄)는 공짜였었는데 2008년부터 돈을 받기 시작했다고. 아직 가보지 못한 대영박물관 입장료가 여전히 무료라고 하는데, 또 문화재청장을 지내신 유홍준 선생은 박물관에서 돈을 받아야 한다고 하고... 나는 개인적으로 무료 입장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메트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갑옷 이야기를 했던가. 나는 자연사박물관에서 만난 거대한 흰수염고래(?)의 골조가 가장 인상적이지 않았나 싶다. 무엇보다 나의 최애는 구겐하임이었고. 센트럴파크를 타고 올라가면서, 저 멀리서 희부연 건물의 모양새가 보였을 때 나의 염통은 마구 뛰었더랬지. 마치 처음 파리에 가서 아이펠 타워를 보았을 때처럼 말이지.

 

그리고 이스트사이트와 웨스트사이드의 경계에 대한 설명도 흥미로웠다. 물론 보고 나서는 다 잊어 버렸지만. 가족들과 함께 뉴욕을 찾았을 때, 나혼자만 <미스 사이공>을 보고 나서 <오페라의 유령>을 본 나머지 가족들과 만나기 위해 스트릿과 애버뉴를 누비던 저녁 거리의 시간이 생각났다. 내가 뉴욕에서 옐로캡을 타본 적이 있었던가? 서브웨이 타기도 쉽지 않았던 것 같은데. 비용도 생각보다 많이 비쌌고. 그리고 보니 이제 우리 물가도 많이 올라서 거의 서구 수준의 대중교통수단이 되지 않았나 싶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살이와 관광은 차이가 많이 난다. 그곳에 정주하는 것과 잠시 머무르는 관광 혹은 여행의 차이는 엄청나다. 그리고 보니 지금은 사라져 버린 쌍둥이타워에 가서 찍는 사진도 생각이 난다. 그 때만 해도 보안검색이 그렇게 빡세지 않았었는데, 9-11이 모든 것을 하루아침에 바꾸어 놓았다. 나도 꾸역꾸역 올라가본(?) 자유의 여신상에 정작 토박이 라즈 채스트 여사는 가보지 않았다고. 놀랍군 그래.

 

또 하나 라즈 채스트가 소개한 곳 중에서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이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GCT). 1896년 철도왕 밴더빌트에 의해 만들어진 그랜드 센트럴도 무조건 새로운 걸로 바꾸려는 사람들에 의해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 했지만, 소수의 지각 있는 사람들의 행동으로 막아낼 수 있었다고. 뉴욕에 가려면 보통 버스와 기차가 이용해야 하는데 주로 버스를 타고 갔지 앰트랙은 타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물론 버스가 기차에 비해 훨씬 싸니까.

 

기억을 되살리며 쓰다 보니 뉴욕 공공도서관도 빼놓을 수가 없군 그래. 아무런 비용 없이 장시간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도서관이라고 했던가. 언제고 다시 가게 되면 가죽으로 장정된 책갈피 하나 정도는 사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뜨내기 뉴욕 여행자다 보니 다른 아쉬운 점들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다른 곳은 몰라도 <스트랜드>와 뉴욕 공공도서관에는 가보고 싶은데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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