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의 나날들 - 이방인의 시선으로 본 코로나 시대의 한국
안드레스 솔라노 지음, 이수정 옮김 / 시공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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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 간 전무후무한 그런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치렀다. 아니 그전에 이미 전세계인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흑사병과 스페인 독감이 있었던가. 하지만 이번에는 그 전과 달리 엄청난 속도의 파급력을 자랑하는 신종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모든 이들이 공포에 떨지 않았던가. 우리 삶의 양태를 바꾼 것은 물론이고. 문제는 앞으로 더 쎈 녀석들이 등장할 거라는 아포칼립스적인 예언이다.

 

어쨌든 우리는 바이러스의 재앙으로부터 살아남았고, 하루의 일상을 여느 때처럼 보내고 있다. 지난 3년이란 시간이 공포에 떨던 시절에 대한 기억을 무감각하게 만든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 것도 아닌 보통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지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기억을 이방인의 시선으로 다시 되짚어 보게 되었다. 콜롬비아 출신으로 그 시절을 글로 풀어낸 안드레스 솔라노의 기록이 바로 그것이다.

 

아무래도 같은 사회에 속해 있다 보면 대상을 객관화시키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방인의 시선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언론이나 미디어도 비슷하지 않나 싶다. 아마 누구나 처음에 코로나가 이렇게 사회에 치명적인 재앙이 될 줄 미처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재앙으로부터 벗어나는데 3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절에 나도 생각한 거였는데, 이렇게 장기적으로 끌 게 아니라 한 이주 정도 모든 것을 스톱시키는 게 차라리 낫지 않나 싶었다. 사실 기나긴 격리와 발병 그리고 세컨드 웨이브라는 고통의 시간이 계속될 줄 알았다면 전면적인 봉쇄가 해답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모든 건 지나간 다음의 후회와 미련 일지도 모르겠다.

 

몇몇 슈퍼 전파자들의 이기적이고 상식에 벗어난 행동으로 결국 코로나는 지역에 국한된 질병이 아닌 전국적인 더 나아가 전 세계적인 재앙으로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국가는 거의 전쟁 상태에 육박하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전면전에 나섰다. 개발독재 시대 이래 계속되어온 국가 통제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서인지 코로나 발발 초기, 동선을 파악하는데 굉장히 효율(?)적인 시스템을 가동할 수가 있었다. 물론 나중에 엄청난 수의 확진자들이 발생하면서 그런 초동 대응이 의미가 없어지긴 했지만 말이다.

 

초기에 대구를 중심으로 신천지 교인들 사이에서 코로나가 폭발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전국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니 코로나 초기, 해외로 통하는 문을 걸어 잠그라는 주문이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특히 코로나의 발원지로 알려진 우한, 중국에 대해서. 그나마 솔라노 작가는 우리에게 국민건강보험이라는 든든한 무기가 있어서 다행이었노라고 증언한다.

 

이단 사이비들이 유난히 한국에 많다는 점에 대해서도 작가는 예리하게 지적한다. 자신이 스스로 영생불사의 신이라고 주장하는 자칭 교주들이 자그마치 50여명 정도 된다고 했던가. 그런 이들을 모아서 <나는 예수다>라는 진짜 신을 가리는 서바이벌 오디션을 개최해야 한다는 유머가 최근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나는 신이다>라는 프로그램으로 기억에서 소환되기도 했다. 도저히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현실 세계에서 역시나 부인할 수 없는 존재들이 아닌가.

 

솔라노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나의 코로나 시절은 어땠나 하고 그 시절을 떠올려 본다. 좀 답답하기는 했지만 결국 그 시기도 무사히 넘길 수가 있었다. 역시 혼자서 즐길 수 있었던 독서가 큰 도움이 되었다. 누구에게 피해도 주지 않고 시간 보내기에 책읽기만한 게 있었던가. 물론 나도 결국 코로나에 걸려서 고생했다.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잘 버티다가 지난 여름을 넘기지 못하고 걸렸는데, 열이 나거나 많이 아팠던 아니고 더운데 계속해서 땀이 줄줄 나서 방안에 갇힌 상태로 격리하는 게 너무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전에 맞은 두 차례의 백신 접종 때문이었다고 해야 할까.

 

저자는 이방인답게 코로나의 희생양으로 삼기 위해 외국인에게 손가락질하고 싶은 혐오의 감정들 그리고 책임전가 같은 다수의 비이성적인 태도들에 대해서도 담담한 어조로 말한다. 아마 우리가 그네들의 나라에 가서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아마 그랬을 때, 나는 그들이 나에게 보내는 그럼 혐오 섞인 시선들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맞서 싸우기보다 내부로 움츠러들지 않았을까. 역지사지로 생각해 보라고 조용히 주문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쨌든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던 코로나는 이제 어느 정도 해결이 된 것 같다. 아직 치료제가 나오지 않아서 걱정이긴 하지만, 최악의 위기는 어느 진정된 게 아닌가 싶다. 문제는 앞으로 등장할 더 쎈 녀석들에 대한 경고다. 앞으로 남은 생에 그런 녀석과는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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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3-31 1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 뉴스에서, 앞으로 격리기간이 5일로 단축되고, 그리고 조금 더 있으면 격리기간이 없어질 것 같더라구요. 그 사이 많은 사람들이 확진자가 되면서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몇년간 힘든 시기가 길었는데, 이제는 코로나19의 시기가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잘읽었습니다. 레삭매냐님,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레삭매냐 2023-04-01 10:56   좋아요 1 | URL
앞으로 그럴 예정이라고 하네요.

아마 봄이 와서 더 사람들이 나
들이에 나서게 되면서 격리 해제
혹은 마스크 쓰기도 완화되지 않
을까 싶습니다.

오늘 날이 좋네요.
즐거운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