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즐겨하는 능숙한 필자들은 영감에 의존한다거나 처음부터 완벽한 초고를 쓰려고 하기보다는 글쓰기 자체를 일련의 목표 지향적인 사고 과정으로 파악한다. 따라서 작업구상 단계부터 나름대로 목표 의식을 가지고 글의 핵심적 주제를 설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사고의 흐름을 전개해 나간다. 이들은 이렇게 일단 글쓰기의 주제와 방향이 잡히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일찌감치 글쓰기 과정에 착수하여 계획하기 단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한다.
능숙한 필자들은 자신의 머리를 믿기보다는 열심히 발품을 팔아 도서관이나 서점의 자료를 뒤지고, 손품을 팔면서 인터넷의 자료들을 찾아 모으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주제와 관련된 충분한 자료를 전략적으로 찾아서 읽고 이를 바탕으로 틈틈이 메모를 한다. 이렇게 머릿속에 있는 막연한 사고를 자료를 찾아서 읽어 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더욱 구체화하는 것이다.
능숙한 필자는 미숙한 필자와 달리 계획하기 단계에서 수사적 상황을 철저히 고려한다는 점에서도 차별성을 보인다. 과제를 내준 담당 교수의 의도는 무엇일까, 이 글을 읽게 될 독자가 기대하는 바는 뭘까, 이 글을 쓰는 목적과 목표는 무엇인가, 내가 정말 이 글에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등을 중심으로 전략적인 사고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의 가닥을 잡아 나간다.
능숙한 필자들은 바로 글쓰기에 돌입하기보다는 브레인스토밍이나 마인드맵 등의 방법을 동원해서 아이디어 생성에 주력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소 도전적이지만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설계도면으로서의 개요를 작성한다.
능숙한 필자들은 앉은자리에서 한번에 글을 완성해야 한다는 식의 완벽한 초고쓰기 전략에 의지하지 않는다. 첫 문장을 어떻게 써야 할까를 고민하기보다는 고쳐쓰기 단계를 염두에 두고 글에서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 해야 할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일단 초고 형태로 글을 쓴다. 초고는 그야말로 초고일 뿐이어서 띄어쓰기나 맞춤법 등 글의 표현적인 부분에 신경쓰지 않고 내용의 흐름에 주목한다. 초고쓰기 단계에서도 미리 마련된 글의 개요와 메모에 의지해서 글을 쓰기 때문에 좀처럼 글이 원래 목표했던 중심 생각에서 벗어나 엉뚱한 곁길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드물다.
능숙한 필자들은 계획하기 단계에 못지않게 고쳐쓰기 단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띄어쓰기, 맞춤법 등의 기계적인 문제에서부터 낱말이 적절한지, 문장이 어법에 맞는지, 단락을 중심으로 사고를 제대로 전개해 나갔는지, 글의 내용적 통일성이 주제 구성과 관련되어 충분히 확보되었는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교정한다.
여기서 문제해결 전략을 중심으로 작문을 지도해야 한다는 주장은 능숙한 필자들이 글쓰기 과정을 통해서 글쓰기의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는 보다 효율적인 방법들을 전략화하여 가르친다는 의미이다. 진지한 사유의 결과물인 자신의 생각을 자기화된 언어로 정확하게 표현하고 전달하기 위해서는 능숙한 필자와 같이 글쓰기를 일련의 문제 해결과정으로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문제해결적 접근 방법의 핵심은 학습자로 하여금 자신의 글쓰기 과정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자신이 사용하는 글쓰기 방법을 점검하고, 능숙한 필자들이 사용하는 보다 효율적인 글쓰기 방법들을 전략화하여 실제 글쓰기 국면에 적용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해 주는 것이라 하겠다.
문제해결 과정 중심의 작문지도에서 무엇보다 선행해야 할 것은 학습자로 하여금 스스로 자신의 글쓰기 과정에 대한 ‘메타적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다. 만약 필자가 자신이 어떤 방법으로 글을 쓰는지, 글쓰기 과정에서 특별히 어떤 점에 어려움을 겪는지, 자신이 사용하는 글쓰기 전략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글쓰기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더욱 효율적인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인식하게 되면, 일련의 문제해결 과정으로써 글쓰기를 효율적으로 운용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는 사고 과정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인식은 쉽지 않다.
학습자들이 자신의 글쓰기 과정을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미숙한 필자와 능숙한 필자가 각기 어떤 방식으로 글쓰기에 임하는지, 또 어떤 점에서 서로 차별성을 보이는지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미숙한 필자와 능숙한 필자의 글쓰기 과정이나 전략 면에서 나타나는 차별성을 이해하면, 이에 기대어 학습자 자신의 글쓰기 과정이나 방법에 대한 메타적 인식이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해결적 접근 방법에서는 학습자들로 하여금 글쓰기 과정에 대한 메타적 인식을 갖게 하는 것 못지않게, 능숙한 필자들이 사용하는 글쓰기의 문제해결 전략목록을 익혀서 실제 글쓰기 국면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전략들을 쓰기 단계별로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