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필력과 영감은 잊어라

사람들이 흔히 글쓰기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잘못된 통념 몇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글쓰기는 타고난 재능의 문제이지 노력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통념은 일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세간에서 문명(文名)을 날리는 사람들이나 위대한 작가들 가운데 상당수는 분명 남다른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글쓰기에 대한 또 다른 통념은 글쓰기를 영감(靈感)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훌륭한 글이란 어느 날 갑자기 뮤즈의 여신으로부터 한 줄기 섬광 같은 영감을 선물로 받았을 때 쓸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 것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그러나 이렇게 글쓰기를 타고난 재능이나 영감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 글쓰기에 관한 이런 통념들은 재주 있는 많은 사람들을 일찌감치 포기하게 만들거나, 작문교육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정서법이나 가르치고 문법에 어긋난 문장이나 고쳐 쓰게 하는 것에 머물게 한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글 잘 쓰는 사람의 대부분은 글쓰기 능력을 타고났다기보다 적절한 교육과 훈련 과정을 통해 이러한 능력을 갈고 닦은 사람들이다. 또 우리가 교육의 목표로 삼고 있는 글쓰기의 수준이 전문적인 작가를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성공적인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의사 소통적 글쓰기 능력을 갖게 해 주기 위해서임을 감안하면 이런 통념은 별반 의미를 갖지 못한다.
또한 영감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운이 좋아서 뮤즈의 여신으로부터 선사받은 것이라기보다는 필자가 어떤 문제에 늘 골몰해서 많은 책을 읽고, 고민하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언뜻 떠오르는 것이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저절로 영감이 떠오르는 법은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글쓰기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글쓰기란 재능이나 영감의 문제가 아니라 일종의 사고하는 과정 내지는 일련의 목표 지향적인 문제해결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글쓰기를 사고하는 과정이나 목표 지향적인 문제해결 과정이라고 보는 문제해결적 접근방법에서는 글을 쓸 때 접하게 되는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보다 나은 방법’ ‘효율적인 방법’이 있으며, 이런 방법들을 익혀서 적절히 활용할 수만 있다면,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글쓰기 능력을 가질 수 있다는 매우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믿음을 갖게 해 준다. 그렇다면 과연 능숙한 필자와 미숙한 필자의 글쓰기 방법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한번 이들의 글쓰기 과정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미숙한 필자
대개 글쓰기를 싫어하는 미숙한 필자들은 계획하기 단계에 시간을 거의 할애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글쓰기에 관련된 자료를 수집한다거나 글의 내용을 구상하여 개요를 작성하기보다 막연히 좋은 생각이 떠오르기만을 기다리면서 더 이상 글쓰기를 미룰 수 없는 그 시점까지 글쓰기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할 때도 글에 대한 수사적 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이 글을 읽게 될 사람은 누구인지, 독자는 이 글에서 어떤 내용을 기대할 것인지, 이 글을 쓰는 목적과 목표는 무엇인지, 내가 이 글에서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에 대한 수사적 문제에 대해 고려하기보다는 막연한 생각의 단편만을 자기 중심적으로 쏟아낼 뿐이다.
글쓰기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바로 그 순간이 되어서야 글쓰기를 시작하는 미숙한 필자는 일단 글쓰기를 시작한다는 것 자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우선 첫 문장부터 어려움을 겪는데 낱말들을 이리저리 꿰어 맞춰서 문장을 만들어 가는 시행착오 전략에 의지해 꽤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그런가 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결정하기도 전에 처음부터 대번에 완벽한 초고를 써야 한다는 강박증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또 자료 수집이나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 메모 없이 글을 써야 하기 때문에 자주 사고의 흐름이 끊기고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에만 의존해서 글을 쓸 수밖에 없다. 대개 계획하기 단계의 개요작성 작업을 거치지 않고 글을 쓰다 보니 자주 엉뚱한 곁길로 빠지곤 한다.
미숙한 필자들은 글쓰기를 일련의 과정과 절차에 따라 수행하기보다는 글을 쓰는 데 거의 시간을 할애하지 않으면서 앉은 그 자리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중심으로 분량 채우기 전략이나 짜깁기 전략에 의지해 글을 완성한다. 항상 시간에 쫓겨서 글쓰기를 시작하기 때문에 글을 꼼꼼히 고쳐 쓰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대개 초고가 그대로 제출본이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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