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대하여. 삼성에세이, 2005년 6월 22일

어느 날 나는 내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 와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직장을 다니다 그만두고 내가 좋아하는 예술이 길을 택했습니다. 지금은 그동안 번 돈으로 유학을 와서 학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는 것은 매력적인 것이었고 나도 그렇게 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주위에서 내가 신뢰하고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 ‘인생을 살다 보니 그래도 돈이 최고’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내가 깨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형도 술을 마시다 내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만일 결혼을 하여 가정을 가지고 아이를 키우게 되어서도 나는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나의 길- 배고픈 예술가의 길을 갈 수 있을까요 ? ”

돈에 대해 한번 솔직히 얘기해 보자.

나는 먼저 돈에 대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 져야한다고 생각한다. 돈을 추구하거나 돈에 무관심하거나 이 중간의 어느 한 곳에 머문다는 것이 그 자체로 좋고 나쁨은 없다. 그것은 개인적 판단이고 취향이다.

예를 들어 나는 부자가 되지 못해 걸덕거리는 사람을 보면 다소 경멸하는 사람이다. 나는 돈과 조금 떨어져 사는 것이 고상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 중의 하나다. 그렇다고 내가 돈에 무관심한 사람은 결코 아니다. 만일 아이들 학비가 밀리고, 은행의 융자가 많아지는 일이 생겨난다면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심초사하게 될 것이다. 세상사는 맛도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돈을 벌려고 한다. 책을 쓰면 책이 많이 팔리기를 바란다. 강연료를 많이 받을 수 있는 곳에서 강연을 하고 싶어 한다. 원고를 쓰더라도 원고료를 많이 주는 곳이 훨씬 더 좋다. 이것이 돈에 대한 나의 감정이다. 그래서 나는 꽤 높은 강연료를 책정하고 꽤 비싼 원고료도 책정해 두었다. 그러나 또한 나는 팔리는 책보다 좋은 책을 쓰고 싶어 한다. 좋은 책이 많이 팔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일이기는 하지만 세상이 꼭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책을 쓰면 그것은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쓰고 싶은 책을 쓰면 그것은 작품 활동이다.

내 경우는 좋은 책을 써내고 싶은 욕망이 팔리는 책을 쓰고 싶은 욕망보다 더 강하다. 적어도 돈에 정신적 가치가 팔려 다녀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략 여기쯤이 ‘내가 좋아하는 나’와 돈과의 타협점인 것 같다.

돈은 의사결정을 하는 데 중요하다. 그것도 매우 중요하다. 세상을 사는 데 돈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세 가지 부류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부류는 돈 버는 데 실패한 사람들이다. 돈을 쫒아 다니지만 잘 벌지 못한 사람들이다. 지금의 자신에 대한 변명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돈을 그리워 하지만 돈을 잘 벌 수 없기 때문에 미워하게 된 사람들이다. 애정이 미움으로 바뀌고 무관심을 가장하게 된 사람들이다.


두 번 째 부류는 자신은 돈을 열심히 추구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인생을 사는 데 돈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돈에 초연한 고상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만 내심은 돈의 힘을 믿고 그것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안팎이 일치되지 않는 위선적인 사람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세 번째 부류는 말 그대로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다. 가난의 불편을 견뎌가면서 돈에 지나치게 구애 받지 않고도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 사람들이다. 자부심이 강하고 고상하고 가치관이 뚜렷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이번에는 ‘살다보니 역시 돈이 최고’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부류는 모든 삶의 초점을 돈에 맞추는 사람들이다. 솔직할지는 모르지만 성숙한 사람들은 아니다. 돈과 다른 것 사이의 조화와 균형의 문제를 고려하지 못하는 가치 편중의 경향이 심한 사람들이다. 별로 어울리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사람과의 관계보다 결국 돈이 더 중요할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들에게 이해관계 측면에서 긍정적일 때만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 나는 그들의 봉이 될 생각이 단연코 없다.

두 번째 부류는 특별히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인생을 살면서 몰입하고 헌신할 특별한 일을 가지지 못하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려 온 사람들에게 돈은 좋은 위안거리며 선망의 대상이다. 돈은 누구에게나 훌륭한 차선책이다. 이것이 돈의 매력이다. 그러나 돈에 관한 현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서, 작은 돈을 벌고, 그 속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부대끼며 살고 있다는 것이다.

돈에 대한 자신의 감정에 충실해지면 돈에 대한 태도 역시 정리 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직업을 선택하거나 직장을 옮기게 될 때 돈은 중요한 의사결정 기준이 된다. 마음이 돈을 간절하게 원한다면 보기 좋은 직업보다는 험하더라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사를 해 본적이 있는 사람들은 고되도 장사가 잘돼 ‘돈버는 맛’에 빠지게 되면 그 맛을 당할 것이 없다는 것이 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데 직업의 안정성이 높은 직장을 선택하는 것 역시 권장할 수 없다. 돈을 원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길을 택해야한다. 돈이 좋으면 절약하여 돈을 모을 줄도 알아야하고, 여유 돈을 굴릴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돈도 좋지만 다른 가치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좋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이 결정에 의해 최소한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바라는 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마음이 끌리는 일을 하다보면 열정을 바치게 되고 몰입하게 되니 성과가 좋아지게 된다. 그 한 길을 오래 가게 되면 결국 그 분야의 특별한 전문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차별성이 금전적 보상으로 돌아 올 가능성 또한 높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잘 투자하는 것이 다른 무엇에 투자하는 것 보다 투자환수율이 높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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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이로움, 현대중공업, 2005년 8월


인생을 사는 것이 그저 고만고만하다. 매일 일하고 종종 술 마시고 그러다 심심하면 이 사람 저사람 안주로 씹어보고(특히 직장 상사를 씹는 맛이 구수하다), 2차로 노래하고 가끔 춤도 춘다. 매일 같은 사람들하고 그러다 보면 별 재미가 없다. 그 얘기가 그 얘기고, 나이는 먹고 이룬 일은 없게 마련인 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흘러가는 삶이다.

인생이 즐겁고 하는 일이 흥분되면 그렇게 살면 된다. 그러나 가끔 인생이 시시하게 느껴지면 그 때는 책을 읽는 것이 가장 많이 남는 일이다. 나는 독서의 이로움이 적어도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는 거의 무료로 세계최고의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인물들 뿐 아니라 인류의 역사 전체를 통 털어 가장 내 맘에 드는 사람을 찍어 사귈 수 있다는 점이다. 어려운 사람 고를 것 없다. 그저 나하고 배짱이 제일 잘 맞는 사람 하나를 골라 그 삶에 대한 책을 읽던 지 그 사람이 쓴 책을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사마천이라는 사람이 쓴 ‘사기열전’이라는 책이 있는데, 동양 최고의 역사책 중의 하나다. 이 책 속에는 그 당시 중국대륙최고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그 엑기스만 추려 싱싱하게 정리되어있다. 그 전개 방식이 딱딱하지 않고, 그 사람의 삶 중 가장 특징적 순간들이 포착되어 우리에게 특별한 감흥과 감동을 주는 휴먼 드라마를 보는 듯하기 때문에 고전이지만 읽는데 아무런 어려운 부담이 없다. 유일한 부담이 있다면 책이 두껍다는 것인데, 두꺼운 책의 장점은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얇은 책들이 우습게 보인다는 점이다. 마치 높은 산을 넘고 나면 갑자기 산에 대한 두려움이 줄고 산과 친해지는 것과 같다. 나는 늘 책상 위에 이 책을 놓아둔다. 그리고 삶이 지루해 지면 아무 곳이나 펴 읽는다.

독서의 두 번째 장점은 배울 게 있다는 점이다. 인생은 살면서 배우는 것이다. 사연이 쌓이면서 사람의 도리를 배우고, 삶의 지혜를 배우고, 그 의미를 터득해 감으로써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 나이 들어감의 미덕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성격이 괴팍해지고, 욕심 사나워지고, 다른 사람에게 해가되는 이기주의자가 된다면, 인생을 잘 살았다 할 수 없다. 책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그 안타까움이 내 일 같고 그 성취가 나를 들뜨게하는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삶의 감동을 대신 체험하게 하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게 한다. 물론 내가하는 일과 연관된 전문서를 읽게 되면 내가 그 일을 더 많이 알게 되고 몰랐던 것을 터득하게 되어 나도 전문가가 되게 도와준다.

독서의 세 번 째 매력은 날 즐겁게 해준다는 것이다. 조선 시대 완당 김정희라는 분이 있었다. 조선은 물론이고 당시 청나라에서도 그에 필적할 만한 사람이 없을 만한 동양 최고 즉 세계 최고의 서예가였다. 청의 문물에 밝았고 교류하는 인사들도 많았다. 아는 것이 많고 재주가 뛰어난 천재들이 그렇듯이 성격은 좀 거만하여 잘 모르고 우기는 사람들에 대해서 가차 없이 비판을 퍼부었기 때문에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척 존경하고 따랐지만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무척 꺼려했던 인물이다. 정치적으로 불운하여 오랜 유배생활을 하였지만, 그 긴 어려운 생활을 통해 서예의 달인이 되어 그 묘함을 터득한 분이기도 하다. 그분이 쓴 현판 중에 ‘일독 이호색 삼음주’ (一讀二好色 三飮酒)‘라는 것이 있는데, 직역을 하면 세상사는 맛의 첫째는 책 읽는 맛이고 둘째는 여자와 노는 맛이고 셋째는 술 마시는 즐거움이다 정도 될 것이다. 내 연구원으로 있는 술 좋아하는 인사 하나가 ‘책을 한 권 읽는 동안 두 번 섹스하고 세 번 술 마신다’라고 해석하여 웃은 적이 있었다. 아뭏든 꼭 막힌 선비만은 아니었던 완당 선생도 호색과 음주도 좋지만 그래도 책 읽는 맛이 최고다라고 할 정도니 독서의 즐거움이 또한 큰 것이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한 달에 한 권 정도 읽으면 무식하다는 말은 듣지 않는다. 물론 잡지책은 빼고 하는 말이다. 한 달에 두 권정도 읽으면 책을 좋아한다 할만하다. 그 이상 읽으면 독서를 즐기는 사람이다. 이제 여름이 가고 있다. 놀기 좋은 계절이 온다. 놀다 지치면 책을 보자. 책을 보면 계절이 익어가듯 사람도 익어간다. 뭘 좀 아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은 살며 터득한 깊이일 것이니 내 삶도 즐기고 다른 사람 삶도 책을 통해 알아보자. 그래야 이것저것 사는 재미가 늘어날 것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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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그에 대하여...

종종 책의 서평이나 추천사를 써야할 일이 생긴다. 그 때를 위해서 몇 가지 원칙을 정해 두었는데 그 원칙중 하나는 ‘독자의 마음으로 쓰는 것’이다. 서평이 누군가에게 그 책을 읽게 하는 끈이 되기 때문에 독자의 입장에서 그 책에 대해 말하는 것이 독자에 대한 책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세상에 이야기를 걸고, 독자는 책을 통해 한 사람의 세계를 이해한다.

책이 얼마나 훌륭한가는 늘 독자가 판단할 몫이다. 이 책의 경우도 마땅히 그래야 한다. 다만 좋은 책의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몇 가지 객관적 기준들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저자에 대한 정보다. 이 정보는 종종 전혀 필요하지 않을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음식은 그것을 만든 주방장이 누구인지 알 필요가 없다. 음식은 맛으로 말하기 때문이다. 책도 마찬가지다. 책은 그 내용으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대부분의 독자에게 저자는 책이라는 가시적 커튼 뒤의 숨은 그림자다. 춤꾼이 춤으로 말하고, 화가가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하듯 저자는 오직 책으로 스스로를 표현하기 때문에 저자가 누구인지 중요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나 꼭 필요할 때도 있다. 나는 적어도 그 책의 내용이 저자의 개인적 역사와 철학 그리고 가치관에 의해 해석을 달리할 수 있는 것이라면 반드시 저자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자기 경영과 계발에 관한 저자의 경우는 그가 누구인지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 지에 대한 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자기계발서는 진실과 사기의 경계를 걷는 위험하고 복잡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좋은 자기계발서 저자의 필수 요건은 자신의 원칙과 방식을 자신의 일상에 적용하여 그 효익을 얻은 사람이 그 비법을 객관화 시키고 이론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을 실험의 대상으로 쓰지 못하는 사람은 좋은 자기 계발서를 쓸 수 없다.

나는 우연히 저자를 아주 가까이서 쳐다볼 기회를 가졌다. 우리는 며칠 함께 미래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꿈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앞으로 10년 동안 일어 날 가장 아름다운 10 가지 풍광에 대하여 서로 이야기했다. 이 책을 내는 것은 그의 꿈들 중의 하나였다. 아름다운 풍경 하나가 현실로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에 저자에 대해 이야기를 할까 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사용한 언어를 가지고 그를 표현해 보면 그는 ‘어당팔’이다. ‘어리숙한 사람이 당수 팔단’이라는 뜻이라는데, 내 생각에 저자는 그런 사람이다. 운동과는 담쌓고 사는 사람처럼 생겼지만 검도의 고수다. 막대기 하나를 가지면 무서운 것이 별로 없다고 내게 말한 적이 있다. 만나보면 알겠지만 그는 그러나 전혀 무섭게 생기지 않았다. 그를 만나면 오히려 웃지 않을 수 없다.

말을 많이 하지는 않는다. 달변과는 거리가 멀다. 그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들으면 오히려 좀 불안하기도 하다. 그의 부인의 표현에 따르면 ‘저렇게 더듬거리다가 언제 ‘뚝’ 그친 후 할 말을 잇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묘한 긴장‘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그는 끝내 사람들이 포복절도하게 만들어 놓는다. 연암 박지원식으로 표현하면 ‘씹던 밥알들이 벌떼처럼 퍼져 나가도록’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웃긴다.

이 책에서처럼 그는 유머의 묘리에 대하여 말할 자격이 있다. 그의 부인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또한 칭찬의 고수다. 그녀는 늘 그의 칭찬에 걸려들곤 한다. 재미있는 것은 뻔히 알면서 당한다는 것이다. 그는 나를 만나면 나를 칭찬해 준다. 그래서 마치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듯 스스로 생각하게 한다. 나도 뻔히 알면서 당하는 셈이다. 이 책에서처럼 그는 칭찬에 관하여 말할 자격이 있다. 그는 ‘어당팔’이 틀림없다.

지금 그는 포항의 한 전원주택에 살고 있다. 오랫동안 직장인이었다가 퇴사하고 나와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자신의 서재를 가지고 책을 읽고 책을 쓰고 작은 비즈니스를 하며 자유롭게 살고 있다. 그것만으로 그는 이미 자신이 기획하고 디자인한 인생 속으로 들어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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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김영숙기자

성공한 1인 기업가의 대표격인 공병호(49)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연구,강연,저술 등의 활동으로 1년 365일을 매일 바쁘게 산다. 지난 한해 강연 횟수가 240회, 출간한 책은 5권, 벌어들인 수입은 무려 10억원(세전)에 달한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도, 잔소리하는 상사도 없는 환상의 직장인. 최근 불황을 맞아 '파리 목숨'인 직장인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회사에서 잘리면 어쩌지","잘리기 전에 때려치우고 치킨집이라도 할까" 매일매일이 고민인 직장인들에게 공 소장이 일침을 날렸다. "조직을 떠나서 생존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현재 몸담은 조직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라!". 공 소장은 앞으로도 위기는 지속적으로 몰려올 것이므로 최대한 자기실력을 쌓고 살아가는 법을 차분히 고민하라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공 소장을 만나 불황속 위기에 봉착한 직장인들에게 전하는 조언을 들었다.
 
-명함에 그려진 부엉이의 의미는? 또 늘 들고다니는 여행가방 안에는 뭐가 들었나요?
부엉이는 항상 깨어 있으라는 의미이죠. 사람은 위기가 오기 전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최근 경제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삶에 있어서 준비해야 할 것들을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 됩니다. 긴 안목으로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고 가능한 것부터 실천에 옮겨야 합니다. 제게 여행가방은 '이동식 사무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방속에는 노트북 2대와 일주일치 강연자료를 비롯해 아이디어 스케치북, 필기도구, 그리고 간단한 세면도구 등이 들어있어요. 이동하다가 멈추는 순간 바로 작업할 수 있거든요.

-요즘 우울증과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아요.
불경기라고 불안해 할 필요는 없어요. 왜 불안한 가를 생각해보세요. 걱정이 많기 때문이죠. 그러나 경제위기는 이미 시작됐기 때문에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별로 없어요. 걱정만 할 게 아니라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지요. 농구선수들의 경우 불안하면 코트에 나가서 공을 던집니다. 몸을 움직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뭔가 가능한 것부터 실행에 나서면 불안이 줄어들겠죠. 위기를 파도타기처럼 즐기는 자세도 필요해요. 제 생각에 지금의 경제위기가 오래 지속될 것 같지는 않아요.1년 정도 고생하면 상승하는 파도가 올거라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좋은 시절이 오더라도 굳은 시절을 기억하면서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생각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거죠.
 
-직장인들이 구조조정에서 살아남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기업이 구조조정을 한다면 어떤 수를 쓰더라도 잘리지 않는 사람에 속해야 해요. 회사가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면 지금부터라도 좀 더 많이 회사에 기여하는 게 중요해요. 과거의 행적 때문에 망설일 필요는 없어요. 사람들의 기억 구조상 과거의 일은 인지도가 떨어져요. 현재의 모습이 더 크게 느껴지거든요. 일단 업무시간을 20% 정도 늘이고 인사권자에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잘보이세요. 윗사람이 좋아하는 직원은 회사에 헌신하는 직원입니다. 보다 장기적으로 필요한 것은 실력을 쌓는 일이죠. 내가 가진 능력중 남들에게 팔 수 있는 게 뭘까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실력을 쌓으세요. 또 회사에서 잘린다면 어떻게 할건지 대책을 펜을 들고 종이위에 써보세요. 여러가지 대안 중 선택가능한 것이 무엇일지 적어보세요.
 
-때려치우고 장사나 할까 생각하는 직장인들에 조언한다면?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직장인은 자영업자에 비해선 나은 편이죠. 만약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다 하더라도 6개월에서 1년동안은 창업을 해서는 안됩니다. 또 창업하더라도 자신이 직장생활에서 수행해온 일에서 가지치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퇴직후 '소프트 랜딩'(연착륙)입니다. 그동안 해온 일과 전혀 다른 일을 창업한다는 것은 무모함 그 자체입니다. 소프트 랜딩을 통해 적응해가면서 경험이 쌓이면 그걸 통해 일을 찾으면 됩니다.
 
-하루 5시간 수면, 금주금연,저녁약속 안잡기 등 철저한 자기관리로 유명한데요, 본인의 인생에 대한 평가와 가장 행복한 순간을 꼽는다면?
제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었어요. 더 나은 사람의 삶을 보며 자극받아 끊임없이 도전했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제 삶이 타인의 삶에 자극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세상에서 제일 싫은 게 게으름이에요. 짧게 머무르는 세상, 정말 자신을 불태우듯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여한이 없지 않을까요.
 
겨울에 대청마루까지 들어온 햇살을 맞으며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기를 할 때 행복해요. 겨울에는 햇살이 금세 사라져요. 햇살이 사라지는 걸 보면서 인생을 느끼죠. 쉼없이 흐르는 시간을 흘려버리지 말고 잡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조언해 주는 것, 그것이 제 행복이죠.

공병호 소장은 1인 기업가로 성공하기란 무척 어렵지만 일단 성공할 경우 무한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 소장이 밝히는 1인 기업가로 성공하는 노하우.

1.유행에 놀아나면 안된다. 매스미디어에서 얘기하는 것들에 쉽게 현혹되면 실패하기 쉽다. 1인 기업가가 유행이라지만 1인 기업은 무척 치열한 시장이다. 트렌드에 넘어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서는 안된다.

2. 1인 기업을 하고 싶다면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세월을 뒤돌아보고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는가 찾아라. 지난 시간 동안 얻은 노하우 중 남들에게 팔 수 있을 만큼 상품 가치가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사업을 벌여봐야 십중팔구 실패한다.

3. 무조건 사업은 최대한 작은 규모로 시작하라. 크고 번듯하게 시작해서 남들에게 그럴듯해 보이고 싶다는 허장성세는 절대 안된다. 가능한 비용 부담을 줄여 작게 시작한뒤 조금씩 키워가야 한다.

4. 1인 기업가가 되면 조직에서 보수를 받을 때에 비해 딱 두배 더 많이 일할 각오를 해야 한다. 1년 365일중 365일을 일해야 하며 이런 생활을 10년 정도 계속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지치지 않을 자신이 있으면 시작하라. 매일 해도 지치지 않으려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어야 한다. 단지 돈을 위해 뛰어들어서는 성공할 수 없다.

5. 1인기업가는 상하 없이 혼자 일하기 때문에 자기규율이 무척 엄격해야 한다. 음주. 흡연. 대인관계. 오락. 감정조절 등의 문제에 있어 자기자신을 자로 잰듯 철저하게 통제해야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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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미래를 읽는 일은 중요하다. 사업가는 위험 관리나 기회 선점 차원에서, 학생이나 직장인에겐 진로 선택이나 미래 준비 차원에서 말이다. 미래를 읽는 일은 엄밀한 의미에서 과학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예술에 가까울 것 같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과학적인 방법이란 없기 때문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미래를 읽기 위한 자신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몇 가지 정도의 습관을 제시하는 일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늘 무엇인가를 내다보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는 필자에게도 나름의 몇 가지 특별한 방법이 있다. 그 방법들을 이 글을 통해 여러분과 함께 나눌까 한다.

현재에서 실마리 찾기 … 메모가 가장 좋은 방법

미래를 읽기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요소는 ‘호기심’이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스스로 얼마만큼 궁금증을 갖고 생활하느냐가 중요하다. 호기심이라는 것은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스스로의 자유의지에 의해서만 만들어진다.

호기심은 정보를 항상 신중하게 대하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세심한 관찰력을 갖고 대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호기심은 또 누구를 만나든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중요한 정보를 끄집어낼 수 있게 자극한다.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그 다음이다. 대개 많은 사람들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무심히 지나친다. 그러나 미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미래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현재 일어나는 일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이 접하는 정보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의미 있는 정보를 두뇌에 축적하는 방법을 갖고 있다. 이중 단연코 뛰어난 방법은 메모하는 습관이다. 메모를 통해 정보는 두뇌에 각인된다.

정보 저장고를 어느 정도 갖고 있느냐도 중요하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정보는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도 얻을 수 있지만 평범한 생활 속에서 더 많이 얻는다. 따라서 전공 분야에 한정된 정보에만 관심을 갖는 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자기 분야뿐 아니라 좀더 폭넓은 분야에 관심을 갖고 정보를 모으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든지 입출금이 가능한 은행의 예금처럼, 미래를 내다보려면 평소 뇌에 저장된 정보와 지식을 언제든지 꺼내 사용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대한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저서 ‘학문의 즐거움’에서 기억에 남는 내용 중 일부다.

“인간의 두뇌는 기억한 것의 극히 일부분밖에 끄집어내지 못한다. 그러나 뇌에 수많은 정보를 축적하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따라서 사람은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뇌에 축적한 후 끄집어내지 못할 뿐’이라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바로 꺼내 쓸 수 있는’ 정보는 얼마 되지 않지만 방대한 양의 정보가 ‘바로 꺼내 쓸 수 없는 형태’로 뇌에 축적돼 있는 것이다.”

즉 필요한 정보를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느냐가 미래읽기의 핵심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정보를 머릿속에 입력하기 위해선 신문이나 잡지를 부지런히 읽고, 스스로를 새로운 정보에 노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미래학 전문가들이 쓴 신간이 나오면 항상 챙겨서 읽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특히 외국서적에 대한 번역물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그것들을 통해 미래학 전문가들의 정보와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스스로 질문과 대답 실천을

수없이 다양한 정보원 가운데 가장 생생하고 살아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곳은 바로 신문과 잡지다. 온라인상에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필자는 오프라인을 고집한다. 필요한 정보는 되도록 스크랩한다. 과거처럼 정성을 들인 스크랩은 아니다. 몇 개의 분류에 따라 정보를 모아두는 정도다. 미래읽기는 이처럼 모아진 정보 저장고에서 관련 정보를 서로 연결해볼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필자는 주말에 그동안 모아둔 정보를 훑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때 관련 정보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고, 이를 통해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키울 수 있다.

간혹 백지에 세 가지 정도의 시나리오를 만들기도 한다. 기존 정보를 바탕으로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문제가 어떤 식으로 발전할지 다양한 각도로 접근해보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과거와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직관과 통찰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필자는 이를 ‘멘탈 트레이닝’이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미래 내다보기 능력을 기르기 위한 일종의 지적 훈련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생활습관과 밀접한 또 다른 방법을 덧붙이자면, 평소 스스로에게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고 그 답을 요구해보라. 그리고 해답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사실을 정리하면 미래를 읽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미래를 제대로 읽는 것이 곧 삶을 성공으로 이끄는 열쇠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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