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된 아이 - 제1회 올해의 작가상 수상작품집 책읽는 가족 55
김기정 외 지음, 유기훈.이영림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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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푸른책들에서 주관하는 올해의 작가상 시상식 전에 하는 세미나에 가서 한 가지 느낀 바가 있다. 바로 단편동화에 대한 생각이다. 어느 분이 수요가 많은 단편동화들만 자꾸 펴내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단편동화를 무시하고 넘어가면 안 된다는 그런 요지의 말씀을 하셨다. 문득 나를 돌아보니 나 또한 단편동화보다는 장편동화를 더 좋아하고 높게 평가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단편동화는 역량이 부족한 작가가 쓰는 것이라던가 장편을 쓰기 위한 연습 정도라는 편견이 은근히 자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그래서 여기에 실린 단편들이 색다르게 보였고 의미있게 다가왔다.

여기 실린 작품들은 그동안 여러 곳에 발표되었던 것을 심사해서 7편만을 선정한 것이라고 한다. 대개 이제 막 작가 생활을 시작한 분들이라 낯선 이름이 많았다. 그럼에도 글들은 재미있었고 때론 묵직한 무언가를 느끼게 해 주었다. 선생님이 자신을 미워하지 않을까해서 학교 가기를 두려워 하는 아이 이야기와 밥도 굶을 정도로 궁색한 생활을 하고 있는, 그래서 오빠가 남의 돈을 빼앗는데도 어쩔 수 없어서 그런 것이라며 정당화 시키는 아이, 특정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약자의 위치에 있는 아이 등 어른들이 자신의 아이에게만은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 암울한 현실을 풍자한 이야기에서부터 비록 발달장애가 있지만 천진난만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천타 이야기까지 각각의 이야기가 하나같이 재미있다.

요즘 실업문제와 이혼문제 때문에 가정이 해체되는 일이 잦다고 한다. 게다가 심해지는 양극화 현상 때문에 그 불똥은 아이들에게도 튄다. 날로 심각해지기만 할 뿐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왕따 문제 등 사회에는 아이들이 못 보았으면 하는 문제들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어떤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 주변에 튼튼한 울타리를 쳐놓고 감시한다. 옆에서 일어나는 일도 애써 외면하면서... 그러나 과연 그것이 옳은 해결책일까, 그 길이 최선의 방법일까. 아이들에게 오직 예쁜 것만 보여주고 좋은 것만 넣어준다고 해서 아이들 마음이 곱고 예쁘고 남을 배려하게 될까. 글쎄... 오히려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키워내는 것은 아닐런지. 그러기에 앞부분에 나오는 <견우랑 나랑>과 <수선된 아이>가 내겐 더 마음으로 다가왔다. 그것이 현실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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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날 동화 보물창고 7
안네마리 노르덴 지음, 배정희 옮김, 원유미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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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마리 노르덴의 <잔소리 없는 날>을 워낙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많은 기대를 품고 읽었다. 그 책을 읽고 아이보다 내가 더 감동받고 재미있어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책을 보더니 아이가 대뜸 이거 <그 애는 멍청하지 않아> 아니냐고 한다. 사실 그 책은 읽지 않았기에 알수가 없어서 책꽂이에서 꺼내 비교해 보았더니 정말 같은 책이다. 예전에는 온누리라는 출판사에서 펴냈는데 이제는 보물창고에서 펴내기로 했나보다. 자세한 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그런 재미있는 책이 계속 어린 독자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다.

흔히 외동으로 자라는 아이들은 한때 동생을 무척 바라다가 어느 정도 혼자라는 것에 익숙해지고 모든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 하는 것의 매력을 차츰 알게 되면 더 이상 동생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물론 간혹 보면 커서도 동생 타령을 해서 급기야 늦둥이로 낳는 경우를 보긴 했지만 말이다. 필립도 흔한 경우에 속하는 아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생활에 만족하고 좋아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동생 미리암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입양이라도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 낮 동안만 잠시 돌봐주는 건데도 그렇게 거부감을 느끼다니... 역시 아홉 살짜리 아이답다.

필립은 어쩔 수 없이 같이 지내게 된 미리암이 모든 게 마음에 안든다. 재미도 없는 병원놀이를 하자고 하는 것도 그렇고 건널목도 혼자 못 건너니 말이다. 그러나 미리암이 자신의 친구인 페터와 더 친하게 지내는 걸 보면 은근히 화가 나기도 한다. 비록 자기는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것은 싫다는 전형적인 놀부 심보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이중적인 감정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자신보다 훨씬 그림을 잘 그리고 만들기도 훨씬 잘 하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이제는 남이 아닌 동생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 사이사이에도 어떻게든 미리암의 나쁜 점을 찾고자 애쓰지만 결국 미리암의 장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결국 미리암의 상처를 알고 난 후 미리암의 행동이 모두 이해되기 시작한다. 왜 횡단보도를 건널 때 그렇게 두려워했는지, 왜 자꾸 병원놀이에 집착하는지를 말이다. 이제 겨우 서로를 이해하고 동생으로 받아들였는데 하필이면 미리암을 잃어버린다. 정신없이 찾아다니는 필립을 보면 진짜 자기 동생을 찾아다니는 것 같다. 그래도 아이답게 경찰차를 타고 집에 가면서 좋아한다. 꼭 타보고 싶었던, 그리고 아무나 탈 수 없는 경찰차를 탄다는 사실 하나로... 그래서 특별한 날이 되고 만다. 미리암을 잃어버렸다 다시 찾아서가 아니라 경찰차를 타 봤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역시 아이들 마음을 잘 아는 작가의 마무리답다. 우리 둘째도 예전에 차가 고장나서 견인차를 탄 적이 있었는데 그 때가 엄청 좋았다고 한다. 어른들은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인데. 그런데 미리암이 필립이나 페터에게 오빠라고 하지 않고 이름을 부른다는 것이 아이에게는 낯설었나보다. 이런 게 바로 문화적 차이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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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옷 - 서울대 교수진이 내놓는 통합 논술 휴이넘 교과서 한국문학
이청준 지음, 한용욱 그림, 방민호, 조남현 감수 / 휴이넘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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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 별 생각없이 읽었던 한국 단편문학들이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문득문득 떠오르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느꼈던 것들 중 하나는 정말 대단한 작품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었다. 사실 읽을 당시에는 그다지 감동 받지도 않았고 대단한 작품이라는 생각도 없이 읽었던 것들인데 왜 나중에서야 느닷없이 그것들이 생각났을까. 아마도 그것을 읽을 당시에는 내 경험이 적었고 사고의 폭이 협소했으며 남의 생각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었기 때문 아니었을까. 그러다가 이제 어느 정도 경험이라는 것도 해보고 다른 사람의 말도 들을 줄 아는 나이가 되자 그제서야 내 속에 들어있던 그 기억들이 밖으로 나왔던 것은 아닐런지... 그렇기에 책이라는 것은 당시에 아무것을 못 느낀다거나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해도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아이들에게도 당장 읽은 것에 대한 확인을 하거나 추궁하기보다 그저 마음속으로 느꼈겠거니 하고 한 발 물러서서 보게 되는 것 같다.

교과서에 나오는 작품을 하나씩 하나씩 펴낸다는 취지로 나온 휴이넘 시리즈 중 이청준의 소설인 이 책은 공간적 배경으로 보나 시간적 배경으로 보나 내가 책 속으로 들어가기에는 역부족이었던 듯하다. 워낙 바다라는 곳과 멀리 살았고 전쟁이라는 것도 먼 남의 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이유는 민족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임과 동시에 사상이라는 인간의 정치적 산물에서 벗어나 진정 동일한 인간으로서 서로를 용서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묘한 심리적 변화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일 것이다. 부자지간의 심리 전개는 미처 내가 예측할 겨를도 없이 전혀 내가 예측하지 않을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보며 혹시 내가 이 책을 읽을 준비가 아직 안 된 것은 아닐까 자책하게 만들었다. 사실 처음에는 주인공 홍종선의 기억 속에 있는 학교 정체를 찾는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할까, 왜 아들 동우는 거기에 그렇게 매달리는 것일까 의아했다. 그저 아버지가 다녔던 학교가 지금 없어졌으면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면 될 것이지 그 흔적을 찾아 그리 긴 여정을 떠날 필요가 있었을까. 그러나 거기에는 단순히 학교라는 물질적인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의 추억이 있으며 존재가치와 정체성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방진모 노인은 몇 십 년을 고이 간직한 피아노를 부숨으로써 더 이상 과거에 집착하며 핸재를 잃어버린 시간으로 살지 않을 결심을 하는 것을 보며 내가 왜 그리 속이 시원한지 모르겠다. 어찌보면 겉으로 드러나는 갈등도 없고 누가 추궁하는 것도 아닌데 각 인물들은 자신 안에 갇혀서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길로 가고 있다. 그 모든 것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는 것은 황종선 씨의 아들이자 교사인 동우다. 이처럼 다 읽고나서도 당시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 하나둘씩 떠오르는 것을 보며 분명 나중 어느 순간에 문득 떠오를 것 같다. 그러나 중간에 들어 있는 삽화는 내용을 이해하게 해 주는 것도 아니었고 배경을 머릿속에 그리게 해 주지도 않는 등 동떨어진 느낌을 받았다. 특히 버꾸놀이 하는 장면이자 표지에 나와 있는 장구를 들고 있는 여자 그림은 왜 그리 어색하게 느껴졌을까. 버꾸놀이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이 아니라 관객을 의식한 듯한 모습은 그림에 빠져드는 것을 자꾸 방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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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 가게 마음이 자라는 나무 12
데보라 엘리스 지음, 곽영미 옮김, 김정진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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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변하고 사람들의 가치관과 생각이 변한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예전에는 공중파 방송에서 이혼이나 재혼을 다루는 것이 파격이라고 느낄 때가 있었는데 이젠 아무렇지도 않듯이 에이즈에 대한 것도 조금씩 거론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외국의 경우는 동성애에 대한 어린이책도 나온 것으로 안다. 우리 정서상 에이즈는 어떻게 받아들인다쳐도 아직 동성애에 관한 것을 받아들일 때는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그런 것도 별스럽지 않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라는 예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이처럼 내가 속한 현재에 가치관이 변화하는 것을 목격하는 것은 정말이지 신기하다. 물론 아직도 에이즈라는 것은 책이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것으로 간주되긴 하지만 말이다.

이처럼 우리는 나와 상관없는 병으로 인식되는 에이즈가 아프리카에서는 아주 흔한 병이란다. 실제로 심각할 정도로... 그러기에 작가는 작정하고 그 문제를 꺼낸 것이겠지. 우리가 생각하듯 문란한 생활 때문이라기 보다는 당장 먹고 사는 것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거기에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것이다. 예방에 대한 개념도 없고 치료를 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되지 않았으니 점점 늘어날 수밖에. 게다가 HIV 바이러스는 잠복기가 거의 10년이라고 하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옮길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환경이 이렇게까지 안 좋아질 수 있을까 혹시 작가가 극적 구성을 위해 극단적인 상황을 만든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러나 실화를 다룬 책들을 읽었던 것과 비교해 볼 때 결코 과장은 아니라는 것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다.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적인 것이나 교육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겠다.

그래도 빈티가 아빠가 살아계실 때는 라디오 방송도 하는 꽤 잘나가는 부류에 속하지만 아빠가 에이즈로 돌아가시자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아니 아빠와 엄마가 에이즈로 돌아가셨다는 사실은 그저 고생을 조금 더 하게 하는 요소일 뿐 정작 근본적인 문제는 사회적 구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우리 나라에서도 현재 그런 일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이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장례를 치른답시고 몰려온 친척들이 빈티의 집에 있는 온갖 물건들을 가져가질 않나, 아예 집도 가로채서 돈을 챙기고 아이들은 데려다가 혹사시키질 않나 하는 일련의 행동들을 보며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이것은 국가적으로 통제하고 집행할 만한 제도장치가 없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점이라고 본다. 어떤 나라는 풍부한 쳔연자원 때문에 국가는 엄청난 부자지만 국민은 너무 가난한 경우도 있다. 바로 부패한 사회 정치적 구조 때문이다. 이런 일이 그저 소설속에서만 존재하는 상황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현실이 그렇단다. 아직도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노예처럼 사는 아이들이 진짜로 있단다. 이 암담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그래도 나중에는 빈티와 언니 오빠가 함께 의지하고 거기다가 부모가 없이, 언제 HIV 양성자로 판명날지 모르는 많은 아이들과 함께 의지하고 사랑하며 사는 모습을 보며 그들도 그냥 평범한 인간이구나가 느껴졌다. 비록 언제 갑자기 병세가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일지라도 현재에 충실하며 사는 모습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과연 우리는 아니 나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작가는 이 책을 쓰기 위해서 말라위와 잠비아 등지의 에이즈에 걸린 아이들을 직접 만났다고 한다. 그러기에 이것이 완전한 허구가 아니라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이 마음 답답하게 만든다. 그나마 빈티가 실존인물은 아니라는 말에 위안을 얻는다. 비록 그와 같은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 많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을 문학작품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사회고발적인 소설로 접근하는 편이 맞겠다. 그러기에 문학적 수준으로는 그다지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손치더라도 이 시대 아이들이 꼭 읽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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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 역사를 만든 사람들 9
브리지뜨 라베.미셸 퓌에크 지음, 고정아 옮김 / 다섯수레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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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 유적 중 유난히 불교와 관련된 것들이 많다. 지난번에 석불사에 갔을 때 어느 해설사 분이 싯다르타에 대한 일화를 이야기하는데 무척 재미있고 인상깊게 들었었다. 그 후로 새삼 불교에 대해 그리고 붓다에 대해 관심이 갔지만 워낙 일 벌리기를 좋아하는지라 일상으로 돌아와 잊고 지내다가 기회가 되어 붓다의 일생에 대해 읽게 되었다. 어느 것을 관심 갖고 있으며 그 기회가 온다는 말이 맞는가보다.

외할머니가 워낙 불교에 뜻이 있으셔서 온 재산을 절 짓는데 쓰실 정도였다. 물론 당신의 삶이 기구하여 마음 붙일 데가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짐작은 하지만 그래도 단순히 불교를 믿는 것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것만은 분명했다. 어린 마음에 할머니 집에 가면 옆집에 있는 불상이 왜 그리 무섭던지... 나중에서야 알았다. 그 불상들도 모습에 따라 이름이 있다는 것을. 그러나 정작 불교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없었다. 뭐 특별히 종교를 갖고 있지 않기도 했지만 관심도 없었기 때문이겠지. 그저 원래는 왕자였는데 수행을 해서 붓다가 되었다는 정도 밖에 몰랐다.

그런데 그 왕자라는 것도 내가 생각했던 그런 큰 나라의 왕자가 아니라 작은 부족의 왕자였다. 하긴 그것이 붓다를 이해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어쨌든 왕자로 태어나 좋은 것만 보고 어려움 없이 살지만 워낙 천성이 곧고 착해서인지 다른 사람의 고통이나 어려움을 보고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이었다면 그들과 자신이 다른 신분이라는 것을 의식하며 당연하게 생각했을텐데 싯다르타는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그러다가 결국 몰래 집을 빠져 나와 자신만의 깨달음을 얻고자 수행을 시작한다.

그렇게 모든 것을 초월해서 진정한 자신의 행복과 평안과 평화를 찾은 싯다르타는 붓다로 불리게 된다. 붓다란 깨달음을 얻은 자라는 뜻이란다. 고통을 없애면 된다는데 과연 그 고통을 어떻게 없앨까. 그것은 욕심을 버리면 된단다. 하지만 모든 욕심을 버리면 의욕도 잃게 되지 않을까. 그럼 무엇을 목표로 살아갈까. 이미 욕심과 욕망으로 얼룩진 내 마음으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요원한 일처럼 느껴진다. 욕심을 버려라... 지금 내가 제일 먼저 실천해야 할 과제가 아닌가 싶다. 좀 더 넓은 집에서 살고 싶고, 좀 더 좋은 것을 갖고 싶고,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애쓰는 지금의 모습을 보면 과연 그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도대체 만족이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제 붓다에 대한 기본적인 것은 알았다. 그러면 다음에는 절에 갈 때 부처의 모습을 보고 느끼는 일이 남았다. 자세히 보면 손의 모습에 따라 이름이 다르며 그에 따른 건물의 이름도 다르다고 한다. 석불사에서 들었던 항마촉지인과 시무외인, 전법륜인 그리고 선정인이 있다고 하니 잘 봐야겠다. 이에 대한 것에서 더 나아가 불상에 대한 것을 조금 자세하게 실어 줬으면 하는 욕심이 생긴다. 이런... 욕심을 가지지 말라고 했거늘 금방 욕심을 갖는다. 역시 난 깨달음을 얻기에는 택도 없나보다. 그래도 알고자 하는 욕심은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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