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날 동화 보물창고 7
안네마리 노르덴 지음, 배정희 옮김, 원유미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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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마리 노르덴의 <잔소리 없는 날>을 워낙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많은 기대를 품고 읽었다. 그 책을 읽고 아이보다 내가 더 감동받고 재미있어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책을 보더니 아이가 대뜸 이거 <그 애는 멍청하지 않아> 아니냐고 한다. 사실 그 책은 읽지 않았기에 알수가 없어서 책꽂이에서 꺼내 비교해 보았더니 정말 같은 책이다. 예전에는 온누리라는 출판사에서 펴냈는데 이제는 보물창고에서 펴내기로 했나보다. 자세한 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그런 재미있는 책이 계속 어린 독자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다.

흔히 외동으로 자라는 아이들은 한때 동생을 무척 바라다가 어느 정도 혼자라는 것에 익숙해지고 모든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 하는 것의 매력을 차츰 알게 되면 더 이상 동생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물론 간혹 보면 커서도 동생 타령을 해서 급기야 늦둥이로 낳는 경우를 보긴 했지만 말이다. 필립도 흔한 경우에 속하는 아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생활에 만족하고 좋아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동생 미리암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입양이라도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 낮 동안만 잠시 돌봐주는 건데도 그렇게 거부감을 느끼다니... 역시 아홉 살짜리 아이답다.

필립은 어쩔 수 없이 같이 지내게 된 미리암이 모든 게 마음에 안든다. 재미도 없는 병원놀이를 하자고 하는 것도 그렇고 건널목도 혼자 못 건너니 말이다. 그러나 미리암이 자신의 친구인 페터와 더 친하게 지내는 걸 보면 은근히 화가 나기도 한다. 비록 자기는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것은 싫다는 전형적인 놀부 심보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이중적인 감정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자신보다 훨씬 그림을 잘 그리고 만들기도 훨씬 잘 하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이제는 남이 아닌 동생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 사이사이에도 어떻게든 미리암의 나쁜 점을 찾고자 애쓰지만 결국 미리암의 장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결국 미리암의 상처를 알고 난 후 미리암의 행동이 모두 이해되기 시작한다. 왜 횡단보도를 건널 때 그렇게 두려워했는지, 왜 자꾸 병원놀이에 집착하는지를 말이다. 이제 겨우 서로를 이해하고 동생으로 받아들였는데 하필이면 미리암을 잃어버린다. 정신없이 찾아다니는 필립을 보면 진짜 자기 동생을 찾아다니는 것 같다. 그래도 아이답게 경찰차를 타고 집에 가면서 좋아한다. 꼭 타보고 싶었던, 그리고 아무나 탈 수 없는 경찰차를 탄다는 사실 하나로... 그래서 특별한 날이 되고 만다. 미리암을 잃어버렸다 다시 찾아서가 아니라 경찰차를 타 봤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역시 아이들 마음을 잘 아는 작가의 마무리답다. 우리 둘째도 예전에 차가 고장나서 견인차를 탄 적이 있었는데 그 때가 엄청 좋았다고 한다. 어른들은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인데. 그런데 미리암이 필립이나 페터에게 오빠라고 하지 않고 이름을 부른다는 것이 아이에게는 낯설었나보다. 이런 게 바로 문화적 차이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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